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172화
34. 행복 (4)
백성열이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씩 웃어 보였다.
“말로만 가족 같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보통 우스갯소리이면서도 진짜인 게, 가족 같은 기업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곳은 가지 말라고들 하잖아요?”
“하하, 그쵸, 그런 말이 있죠.”
“그러니까, 가장 최고는 더 챙겨드리는 겁니다. 그럼 반드시 그에 따라서 함께 더 열심히 해주신다고 믿고 있거든요. 가맹점주 분들이나, 직원 분들이나 전부요.”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럼 3호점을 내시고 싶은 이유가 한식집들을 늘리기 위한 건가요? 후에 직원들 중에서 다른 매장을 오픈하게끔 하는 수익구조도 좋게 받아들이신 것 같고…….”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온에 가장 끌린 점은 건강을 중요시한다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 조금 의아했다.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인 건 맞지만, 가맹점을 하고 싶은 이유가 건강에 있다고 했으니까.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음…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우선 저에 대해 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면접이라니요. 함께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논의를 해보는 거죠.”
“하지만 웬만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 이상으로 까다롭던 걸요?”
나는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우후죽순으로 가맹점들을 늘렸다가 망가지는 걸 원치 않거든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체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지점마다 맛의 차이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일정한 맛은 나야 되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사실 다온 같은 경우는 지점을 늘리는 게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지점마다 특색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특색이요?”
“예, 곧 2호점이 오픈을 할 예정인데요. 1호점과 2호점이 공통으로 가져가는 메뉴들도 있지만, 주방장에 따라 차이를 둘 예정입니다. 당연히 정식 메뉴로 올리기 전에 저와의 협의가 있어야 하고요.”
“그렇군요.”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본사가 있는 만큼 간섭이 없을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간섭이 조금 강한 편이죠.”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다. 이게 싫다면 발을 들이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백성열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치되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죠.”
그때 음식들이 앞에 차려졌다.
나는 바로 수저를 들며 말했다.
“드시면서 얘기하시죠.”
“예,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확실히 넉살이 좋다.
백성열은 몇 술 뜨고는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그럼 아까 하다 만 얘기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는 요식업 분야에서 엘리트였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미국 레스토랑에서도 근무를 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 정도 실력이 되시는 분이라면 다른 곳에 가시거나, 본인의 이름을 걸고 하시지 않나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외모도 출중하셔서 방송 출연 쪽을 노려보셔도 될 정도 같거든요.”
“아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다온 3호점을 맡아보고 싶은 점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거죠?”
“아까 말씀드렸던 건강입니다. 회사의 이념이 좋았습니다.”
“그런가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일단 여러 기업들, 단체들과 상생하는 게 좋았습니다. 건강한 정신이 깃든 브랜드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여기부터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요, 가장 먼저 추구하는 게 건강이어서 그랬습니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다 물었다.
“혹시 댁에 우환이…….”
백성열은 조금 무거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는 친동생이 병으로 일찍 떠났다고 했다.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고, 운이 없게도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제대로 뜨지 못하여 장례식조차 참석할 수 없었다고.
“……유감입니다.”
“벌써 1년이 넘었네요. 그때부터 건강에 집착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의 죽음이 슬픔으로만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두려웠습니다. 내게도 저런 병이 오면 어떡하나, 동생이 죽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그런 생각만 들더라고요.”
“당연한 겁니다. 사람이니까 두렵죠. 두려워하니까 사람입니다. 특히나 가까운 가족이 그렇게 되면 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고요.”
“그러셨군요…….”
“단순히 혼자 건강하자고 다온 3호점을 하고 싶으신 건 아니잖아요?”
조금은 침울해져 있던 백성열이 눈을 반짝였다.
“물론입니다. 옛날부터 어른들이 ‘건강이 최고다’, ‘건강 잃으면 전부 잃는 거다’ 그런 말씀들을 하시던 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정말 건강이 최고고, 건강을 잃으면 그 무엇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는 나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현대의학이 굉장히 발전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의학으로 안 되는 것들이 많잖아요?”
“안타깝게도 그렇죠.”
“먹는 것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예, 잘 알죠.”
“제가 지금까지 해온 요리로,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삼시세끼 제가 하는 음식만 먹을 수는 없겠지만, 한 끼라도, 가끔이라도 몸에 좋은 걸 드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맛도 있고요. 가장 중요한 게, 아픈 걸 치료하는 것보다 아예 안 아픈 게 좋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던 걸 이미 실천에 옮기고 계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게 바로 대표님입니다. 그래서 다온 3호점을 맡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백성열과 눈을 마주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꽤나 구체적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신 듯한데요.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백성열은 주저 없이 이야기를 늘어놨다.
핵심은 메뉴 변경 그리고 운영할 지역이었다.
“저는 뉴욕 맨하탄에서 다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저는 대표님과 관련된 기사들도 전부 읽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아리랑 김밥이 미국 내에서 꽤나 화제죠. 아마 유럽 쪽으로도 뻗어나갈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금 대표님께 관심이 쏟아진 시점에서 다온을 내놓는 게 좋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백성열은 확신에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현지에 맞춰서 메뉴 몇 가지는 조금 변경하거나 추가를 해야겠죠. 그런 부분들은 제가 대표님께 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아둔 자금이 꽤 있는데… 조금 크게 함께해 주신다면, 맨하탄 한복판에 정말 커다란 코리안 레스토랑 다온을 운영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백성열 씨의 실력은 운운할 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에서도 근무를 하셨으니 더 말할 게 없겠죠. 아직 젊으신데 정말 굉장하시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천재에 속하는 분이시라고 생각합니다.”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사업을 해보신 적은 없어요. 그냥 요리만 하는 것과 레스토랑 운영은 다릅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힘든 해외에서 가맹점을 하시겠다고 하니…….”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잘할 자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백성열 씨와 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여러 가지로 의심이 되더군요. 정말 다온이 해외에 나가는 게 맞는지 말이죠. 메뉴를 조금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쓸 수 있는 메뉴가 얼마 안 됩니다. 애초에 메뉴명 자체도 난해하고 말이죠.”
“이름이야…….”
“그건 부수적인 거지만, 음식 종류 자체가 그렇다는 거죠. 미국에선는 재료 공급이 원활치 않은 것들도 있고요. 지금과 같은 값으로 팔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나 맨하탄 한복판에서 대형 레스토랑이라면 말이죠.”
“박리다매로 그만큼 많이 팔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돈 하나만 보고 뛰어들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버는 금액이 조금 적어져도 괜찮습니다.”
나는 코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도 걸리는 점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념과 목표가 맞물린다고 해서 꼭 함께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백성열은 나라를 잃은 애국열사라도 된 양 무너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거절하신다는…….”
“그렇습니다. 다온 3호점을 맡으시는 건 불가능합니다. 백성열 씨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온이 제대로 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해외로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렇군요…….”
“그러니까 다른 걸로 해보시죠.”
“예?”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미국 시장에 맞는 코리안 레스토랑으로 해보자는 겁니다. 다온 3호점이 아니라, 1호점으로 말이죠.”
백성열은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레 커진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그렇게 갑자기 소리를 치시는 건 좀…….”
“앗, 죄송합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저도 모르게 그만…….”
“아닙니다. 그렇게 기뻐하시니 제가 감사할 지경이네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논의를 해보자는 거지, 결정된 게 아닙니다. 조율해야 될 부분들도 많고요.”
“예, 알고 있습니다. 기필코 대표님께서 꼭 진행하고 싶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8
헬코푸 레스토랑.
헬시 코리안 푸드 레스토랑의 준말이었다.
굳이 한국적인 이름을 고집하지 않았다.
아예 대놓고 미국인들을 노렸다.
건강한 한국 음식에 관심이 있으면 오라는 의미였다.
현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리랑 김밥과 본사가 같으니 분명히 관심이 쏠릴 거라 생각됐다.
실제로 미라클 헬스케어의 SNS에서는 외국인들이 아리랑 김밥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게 많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백성열은 함께 진행해 보기로 한 첫날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뉴들만 14가지를 선보였다. 그중 대다수는 이미 있는 메뉴에 어레인지를 가하거나, 다른 음식을 조금 손본 정도였는데,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당장 메뉴로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백성열과 헬코푸 레스토랑에 관한 프로젝트는 느낌이 좋았다.
카페 웰웰도 2호점을 내는 게 확정됐다. 강인나와 함께 부매니저로 일하던 남자 직원이 독립을 선언했다. 그도 현재 일이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좀 더 크게 바라보고자 2호점을 내겠다고.
2호점은 수원이 될 예정이었다.
부매니저는 어떤 면에서 강인나보다도 일을 꼼꼼하게 잘 해낼 정도였으니 믿음이 갔다. 이미 2호점이 중간 이상 갈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중간에 나든 부매니저, 아니, 2호점의 점장이 변하지만 않으면 됐다.
SNS에서 카페 웰웰의 2호점이 수원에 오픈할 거라고 올린 상태였다. 1호점의 부매니저가 점장이 되어 차리는 것이기에 믿고 갈 수 있는 거라고.
벌써 난리였다. 웰웰의 2호점 점장은 꽤나 훈훈한 외모였고, 덕분에 굳이 수원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마음에 걸리는 점이라면 단 하나, 웰웰 1호점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