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153화 (153/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153화

31. 유명인 (3)

나의 물음이 의외였는지 이사벨라는 눈을 살짝 크게 뜨고는 말했다.

“전반적으로 이곳의 특징을 전부 다룰 거예요.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밥…….”

이사벨라는 말을 하다가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다시 말했다.

“한국의 전통음식 맞죠? 저는 원래 김을 좀 좋아하거든요. 초밥을 감싸고 있는 것만 먹어봤지만.”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예, 전통음식 맞습니다.”

“한국의 전통음식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부분이나, 김밥 그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가게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도 충분히 잘되고 계시지만, 나쁠 거 없잖아요?”

“예, 그렇죠.”

“그리고 조금 특이한 일도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건강 상담에 대해 하는 말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웃으며 물었다.

“어떤 거요?”

“무료로 건강 상담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예, 뭐……. 건강 상담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없습니다. 그냥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민간요법들을 위주로 알려드리는 거예요. 잘 아시다시피 세계 10대 슈퍼푸드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걸 알려드리는 거죠.”

나는 노우민이 말고 있는 김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실제로 저희가 판매하는 김밥에는 그런 재료들을 쓰고 있고요.”

“맞아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라고 들었어요.”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씀을 드리자면, 그 건강 상담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보고 싶어요. 실제로 어떤 식으로 건강 상담을 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기다리던 얘기였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방송 출연도 할 수 없었고.

“조금 전에 제가 출연 여부를 놓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건강 상담에 대한 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게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저는 이곳의 사장이긴 하지만, 조만간 한국으로 귀국할 겁니다. 영영 안 오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의 운영은 저 친구가 맡을 겁니다.”

“그럼 건강 상담도 저분이 맡게 되나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은 뒤 대답했다.

“아니요, 저 친구는 건강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아…….”

이사벨라의 얼굴에 당황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나는 블로그와 아웃스타그램 계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내 계획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이사벨라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일단 촬영할 때는 건강 상담이 가능하시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렇게 하죠. 건강 상담을 하시는 것도 촬영하고, 이후에 귀국하실 예정이셔서 계속 건강 상담을 이어가기는 어렵다고요. 하지만 블로그와 아웃스타그램 등을 통해 건강 관련 정보들을 공유할 예정이고, 어느 정도 소통도 하실 거라고. 그렇게 진행하면 될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제가 바라던 겁니다.”

7

미국의 방송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지역 방송국의 자그마한 프로그램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랬다.

우리가 자연스레 일하는 장면보다는 인터뷰로 꽉꽉 차 있었다.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할 일도 많았고.

노우민은 긴장했는지 더듬더듬 인터뷰를 이어나갔는데,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가비는 TV에 출연한다고 잔뜩 들떴다. 말하는 재주가 좋아서 일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상당량의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당연히 메인은 나였다. 인터뷰를 하는데 방송을 진행하는 리포터는 조금 거만한 남자였다. 짧은 회색 머리를 멋지게 세팅한 남자는 다소 공격적으로, 돌발적인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말이죠, 제가 평소에 초밥을 자주 먹거든요? 꽤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여기 김밥하고 상당히 비슷한 게 있어요.”

“예, 일식에도 다양한 형태의 김초밥이 있죠. 롤 같은 음식도 상당히 대중화돼 있고요.”

“맞아요, 롤과 상당히 흡사하기도 하고요.”

남자는 씩 웃으며 물었다.

“이게 그럼 한식이 아니라 일식인 건 아닌지……?”

그 순간 주변 시야로 이사벨라를 비롯한 제작진의 반응을 살폈다. 제대로 보는 게 아니라서 의도된 질문인지, 아니면 남자가 독단적으로 질문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점은 지금 이 질문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았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거겠지.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남자는 조금 당황한 듯이 물었다.

“아니라고요?”

“네,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18세기 초중반 정도에 김을 취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한국은 신라시대…… 늦어도 조선 초기인 1400년경부터 김이 식탁 위에 올랐습니다. 김은 다른 재료가 없이도 밥에 싸 먹기도 합니다. 김밥에 대한 문화도 더 빠를 수밖에 없었겠죠.”

“그런가요…….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한국에는 쌈을 싸 먹는 문화라는 게 있습니다. 코리안 바비큐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죠?”

남자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단골 식당도 있습니다.”

“그럼 쌈을 싸 먹는 게 뭔지 잘 알고 계시겠네요.”

“네, 상추에 고기랑 이것저것을 같이 넣고 먹죠. 좋아합니다. 빵 없이 건강하게 만든 샌드위치나 부리토 같기도 하고요.”

“각 나라마다 식문화라는 건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발전해온 거니까요. 그래서 갑자기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갑자기 끼어들 확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옛날에는 더 그랬겠죠.”

나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말씀하신 일본에는 쌈 문화라는 게 없습니다. 이건 한국의 문화죠.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 또한 한국이 먼저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가 먼저고 아니고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김밥이 일본의 김초밥에서 파생됐다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어서 남자가 김밥을 시식하는 걸로 이어졌다.

노우민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김밥을 말고 썰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냈다. 원래 호텔조리 쪽을 하던 녀석인지라 김밥 하나를 담아내는 것도 다르긴 달랐다. 플레이팅에 재주가 있었다.

“오……. 그냥 재료 이것저것 넣어서 말아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꽤 예쁘네요.”

남자는 조금 기대된다는 듯이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초밥과 코리안 바비큐를 즐긴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꽤나 능숙하게 젓가락질을 했다.

“음……! 으음!”

남자는 조금 오버스럽게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우물거렸다. 그리고 꿀꺽 삼키고 나서는 김밥을 가리키며 감탄스러워했다.

“이거 진짜 맛있네요. 정말 맛있습니다. 고기가 들어 있는 걸 먹었는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아요. 오히려 개운할 정돕니다. 각종 채소들이 뒷맛을 확 잡아줘요.”

남자는 하하 웃으며 말을 이었다.

“김초밥이나 롤에 비교했던 건 취소하겠습니다. 완전히 다르네요.”

난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그럼요. 뭐가 더 낫고 못 하다는 건 아닙니다. 가진 매력이나 장점이 완전히 다르죠.”

8

아리랑 김밥에 대한 소개나 특징에 대한 것은 촬영을 전부 마쳤다.

마지막으로 건강 상담에 대한 촬영이 이어질 차례였다.

남자는 처음보다 확실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기만의 특별한 게 있다고 들었는데요, 건강 상담을 하신다고요? 대체 정체가 뭡니까? 의사라도 되는 겁니까?”

농담인 게 확실히 드러나는 말투였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의사거나 어떤 의료 전문가는 절대 아닙니다. 단지 다양한 민간요법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민간요법이요?”

“예. 어릴 때 어디가 다치거나 조금 아플 때, 그런 거 있잖습니까? 감기에 걸렸을 때 할머니가 끓여주는 레몬차, 어머니가 해주는 치킨수프 같은 것들이요.”

“알죠! 저도 어릴 때는 코찔찔이여서 치킨수프를 수백 그릇은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몸에 좋은 음식들에 대한 레시피들을 알려주시는 건가요?”

“그런 것도 하죠. 그래도 식품영양 관련 자격증은 가지고 있어서요, 어디가 안 좋을 때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설명 드릴 수 있거든요. 물론, 건강에 이상을 느끼면 의사를 찾아가는 게 맞습니다.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들은 건강을 완전히 잃기 전에,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상담을 받아봐도 될까요?”

그렇게 남자와 마주앉았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어디 특별히 불편하신 곳이 있으신가요?”

남자의 건강 상태는 꽤 좋아 보였다.

남자는 손목을 살짝 돌려 보이며 말했다.

“최근에 테니스를 치다가 손목을 살짝 삐끗했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죠?”

“파스 사서 붙이시면 되죠.”

내가 말하자 남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렇긴 하네요.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일단 움직이지 않는 게,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다친 지 얼마 안 됐을 때, 대략 한 3일째까지는 냉찜질을 해야 됩니다. 냉찜질이 세포 내의 대사 작용을 늦춰주기 때문에 손상으로 인한 염증과 부종을 감소시킬 수 있거든요. 그리고 다친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서 내부의 출혈을 감소시킵니다.”

나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국소적인 마치 효과로 통증도 줄어들고, 근육 경련도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꽤 전문적이신데요?”

“사실 이건 민간요법이라기보다는 다친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 집에서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냉찜질은 한 이틀째까지는 자주하면 효과가 좋은데요, 그래도 한 번에 20분 이상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온찜질도 하지 않습니까?”

“예, 맞습니다. 온찜질도 하지요.”

“어떤 게 더 좋은 거죠?”

“온찜질은 냉찜질과 반대됩니다. 다친 부위의 작은 혈관들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하죠. 이는 손상된 조직에 영양 공급을 늘려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다친 직후에는 안 좋습니다. 다친 직후에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냉찜질을 하는 게 옳습니다.”

“그럼 온찜질은 언제 합니까?”

“다친 뒤에 최소 24시간에서 48시간이 지났을 때, 부종과 출혈이 회복한 다음 근육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단계에서 하면 좋습니다. 운동을 하기 전의 준비 단계에 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온찜질은 갑작스레 다친 것보다는 대개 만성적인 관절이나 근육 통증 완화에 더 도움이 됩니다.”

남자는 꽤 놀랐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한 번 보고는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지금 꽤 놀랐습니다. 제가 예전에 정형외과에 갔을 때보다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데요?”

“제가 아는 선에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관리법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세히 알려드리는 편입니다.”

“그럼…… 한 명, 한 명만 더 건강 상담을 받아보죠.”

남자는 씩 웃으며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건강 상담을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십니까?”

“아, 건강 상담을 받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제가 고르는 건가요?”

내가 웃으며 묻자 남자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그렇게 한번 해보죠.”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다들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100㎏은 우습게 넘길 정도의 큰 덩치에 얼굴이 붉은 남자였다.

“저분이 건강 상담을 받으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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