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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124화 (124/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124화

27. 연습에 연습 (5)

“아무래도 아니지?”

내가 묻자 노우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기본적으로 기름에 튀긴 거니까요.”

“개성 있고 맛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목적을 잊으면 안 돼. 건강.”

“네, 그렇죠. 제가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네요.”

“뭐…… 유부가 꼭 건강에 나쁘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건강식품이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그렇죠.”

“너 연어는 어떻게 하려고 했어?”

“훈제 쓰면 좋을 거 같아요. 재료 관리도 편하고, 비린내도 없어서―”

“훈제는 안 돼.”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노우민이 조금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연어는 왜요?”

“훈제는 맛에는 좋을지 몰라도 사실 건강에 좋다고 보기는 어렵거든.”

“훈제도요? 직접 구워서 태우는 것도 아닌데 몸에 나쁜가요?”

“기본적으로 태워서 나오는 연기로 조리를 하는 거잖아. 그래서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 요즘은 방법도 더 간단하고 연기를 직접 쬐는 게 아니라면서 목초액이나 화학조미료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글쎄…….”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

“그게 몸에 좋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네.”

“훈제도 몸에 안 좋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삶는 것보다는 못 해도 굽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차라리 건강한 기름에 타지 않게 굽는 게 좋다고 봐.”

“그럼 연어는 구워서 쓸까요? 좀 비싸지긴 하겠지만, 연어는 포기할 수 없는 재료 같아요. 건강적인 측면으로나 맛으로나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노우민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더니,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중불 정도에 올리브유 살짝 해서 구워내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면 스프레이 오일 써서 오븐에 구워내거나요.”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고. 오븐에 미리 구워놨다가 회전이 늦어지면 맛이 떨어지잖아.”

“아무래도 그렇죠.”

“연어를 먹는데 촉촉한 맛이 있어야지.”

“흠…….”

그때 뭔가 머릿속에서 반짝하고 떠올랐다. 내가 ‘촉촉’이라고 해놓고는 그게 힌트가 됐다.

“수비드한 걸 살짝 구워서 내는 건 어떻겠냐? 연어 스테이크처럼.”

“수비드로요?”

노우민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은 요리도 조예가 깊으신 거 같아요.”

“비행기 태우지 마라 인마. 수비드 가지고 무슨 조예씩이나 나오냐. 그냥 그런 조리법도 있다는 걸 아는 것뿐인데.”

수비드는 밀폐된 비닐봉지에 재료를 넣어 중온에서 고온 사이의 물로 가열하는 조리법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채 천천히 익히는 방법인데,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수비드의 가장 큰 장점은 수분을 잃지 않고 맛과 향을 보존한다는 것. 식감도 다르고.

“수비드 기계 하나 마련해놓으면 되잖아. 수비드 된 걸 빠르게 구워서 내면 되잖아. 그럼 수비드도 그렇게 오래 안 걸리고.”

“네, 아마 60도 이내에서 온도 잡고 2, 30분 정도만 하면 될 거 같은데요? 비린내만 확실하게 잡으면 진짜 괜찮겠네요. 오히려 고급 요리라고 할 수 있죠.”

“냄새 잡을 방법은 떠오르는 거 있냐?”

“몇 가지 있죠. 근데 제일 괜찮을 거 같은 방법이 하나 있어요.”

“뭔데?”

“그라브락스라고 있어요. 혹시 아세요?”

할아버지가 전수해준 능력 덕분에 얼추 떠오른다. 하지만 내 주능력은 민간요법에 치중돼 있지, 요리법이 아니다.

“자세히는 몰라.”

“원래 신선한 연어를 소금, 설탕, 후추, 허브 등을 넣어서 숙성시켜 먹는 건데요. 이걸로 수비드를 하면 비린내가 안 날 거예요. 그다음 올리브유에 살짝 구워낸 다음 김밥에 쓰면 진짜 맛있을 거 같은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테이블을 가볍게 탁 쳤다.

“좋아, 진행해.”

“진짜 괜찮은 거 나올 거 같아요.”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연어랑 마늘 프라이 얹고 아몬드 드레싱 쓰는 건 정해졌네요. 근데 마늘 프라이랑 나가는 건 메인 재료를 뭘 쓰죠?”

“이게 말 그대로 마늘 프라이지, 플레이크는 아니잖아? 그래서 속재료는 웬만한 건 다 어울릴 거 같거든?”

“제 생각에도요.”

“한국적이면서도 맛있는 게 뭐가 있냐? 건강 생각하지 말고.”

“건강 생각하지 말고요?”

노우민은 조금 당황하는 듯하면서도 토를 달지 않고 곧장 고민에 빠졌다. 그러고는 나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감자탕?”

“다른 거.”

“치킨……?”

나는 피식 웃었다.

“치킨이 한국 음식인가? 뭐…… 한국적인 치킨들이 많긴 하지. 외국 사람들도 한국 치킨 먹어보고 놀라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요.”

“하지만 치킨을 쓸 수는 없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솔직히 맛은 괜찮을 거 같은데, 이유는 알지?”

“그럼요, 건강에 훌륭한 음식은 아니니까요.”

“닭에서 건강에 좋은 부위가 어디일까?”

“아무래도 가슴살이랑 안심살이겠죠?”

나는 씩 웃었다.

“그렇지. 그걸 쓰자.”

“뻑뻑해서 호불호 좀 갈릴 텐데요.”

“야, 조금 전에 우리가 무슨 이야기했냐?”

“조금 전에요?”

노우민은 의문을 가지는 듯하더니 바로 이해가 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래, 뭐야?”

“모르겠어요.”

“야, 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비드 인마. 조금 전에 수비드 얘기했잖아. 닭가슴살로 수비드해서 쓰면 되잖아. 양념 충분히 해서. 그럼 촉촉하고 부드럽잖아.”

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갈릭 프라이에 아몬드 드레싱까지 같이 먹으니까 맛도 잘 어울릴 거야. 닭가슴살이라서 포만감에 비해 칼로리도 낮을 거고.”

“진짜 좋은 거 같아요.”

“너 제대로 생각도 안 해보고 무조건 다 좋다고 하는 거 같은데?”

“아니에요, 진짜 좋은 거 같으니까 좋다고 하는 거죠. 그리고 만들어서 막상 맛이 없으면 그때 다시 해보면 되죠.”

마음에 들었다. 생각한 레시피와는 다른 맛이 나올 수도 있었다. 어느 정도 상상되는 맛들의 조합이라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떨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노우민은 만약에 안 됐을 때를 걱정하지 않았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녀석의 나이 때 저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여겼다.

공부라는 건 평생 해야 하는 것이고, 나보다 나이가 적든 많든, 어리석든 똑똑하든, 돈을 적게 벌든 많이 벌든, 어떤 환경에 놓인 사람이든 배울 점은 있다. 심지어 막 나가는 개차반이더라도 배울 게 있다. 반면교사로 삼으면 되는 거니까.

“너…… 은근히 나 멕이는 거 같다? 면전에서 대놓고 맛없을 수도 있다고 그러고.”

“아, 대표님. 왜 그러십니까. 다 아시면서.”

“알긴 뭘 알아, 인마.”

나는 낄낄 웃으며 녀석을 골렸다.

노우민은 입가에 시원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그럼 거의 다 가닥들이 잡힌 거 같네요.”

“그렇지, 처음에 매장도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작게 시작할 거니까. 사실상 거의 푸드트럭 수준이라고 봐야지. 근데 메뉴 너무 많이 잡으면 감당 안 된다.”

“그렇죠, 그렇죠.”

“그럼 연어랑 닭가슴살은 정해졌고. 기본으로 소고기 김밥이랑 야채 김밥. 그리고 달걀 지단처럼 잘게 많이 넣어서 달걀 김밥. 하나만 더 하면 되네.”

“네, 아보카도 김밥이 아직 해결이 안 됐어요.”

“후토마키를 좀 더 김밥스럽게 만들면 될 거 같아. 후토마키를 그대로 따라하자는 건 아니고, 초밥 간이나 그런 건 다 빼고. 아보카도랑 채소 이것저것 넣고, 달걀만 간을 좀 다르게 가져가고, 메인 재료는 유동적으로 가자.”

“유동적으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현지에서 공급하기 쉬운 재료들 중에서 이것저것 해보지 뭐. 자꾸 참치가 들어가서 초밥처럼 만들어야 될 거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네, 내가.”

“사실 저도 좀 그래요. 손이 더 가더라도 초밥 간도 해야 될 거 같고.”

“그런데 그렇게 할 거면 초밥집을 가지, 김밥 먹으러 오지는 않을 거거든. 이쪽은 조금 더 고민해보는 걸로 하자. 이거 빼고도 이미 메뉴 여러 개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바로 연습해.”

지갑에서 카드를 하나 빼서 내밀었다.

“재료비는 이걸로 계산하고.”

“이걸로요?”

“그래, 그럼 네 돈으로 하려고 그랬냐?”

“그냥 어느 정도는 뭐…….”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네가 그 돈을 왜 내 인마. 큰일 날 놈이네 이거.”

“뭐 큰일까지야…….”

“정신 차려 인마. 이것도 다 사업비야. 당연히 너한테서 돈 나가는 게 있으면 안 되지. 그럼 사기지 멍청아.”

“그렇습니까? 뭐, 대표님꼐서 저한테 사기를 치실 리가 없잖아요. 칠 이유 자체가 없기도 하고요.”

“아무튼 너도 너무 물렁해서 탈이다. 아무튼 나도 시간 되는 대로 같이 해보겠지만, 알다시피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김밥집 운영할 사람은 너야. 내가 너에게 대부분의 것들을 맡기는 만큼 책임질 것도 많아.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널 믿는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 믿는다. 내일부터 연습이다.”

“오늘부터 하겠습니다. 죽도록 연습하겠습니다.”

나는 피식 코웃음을 쳤다.

“죽지는 말고.”

그렇게 우리는 짧지 않은 미팅을 마쳤다.

7

먹는 걸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받고 나서는 더 와 닿는 말이다.

그래서 저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들.

다온은 아직 3일째이긴 하지만 줄을 서는 손님들의 수가 더 늘었다.

가성비가 좋고 고급스러운 맛집으로 벌써 소문이 났다.

2, 30대는 물론이거니와 중장년층 손님도 늘고 있었다.

아직은 오픈 빨이라는 게 있긴 했지만, 애초에 목표는 첫날의 60%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벌써 영업한 지 1년은 넘은 식당처럼 직원들의 손발이 잘 맞고 있었다.

헛짓거리만 안 하면 충분히 그 정도 매출은 쉽게 올릴 거라고 생각됐다.

노우민은 3일째 김밥만 먹고 있었다. 그래도 먹성이 좋은 동생들을 둔 덕에 버리는 것 없이 잘하고 있는 듯했다. 질리지도 않고 소비가 빠른 이유를 물었는데, 노우민으로부터 돌아온 답이 참 웃겼다.

―제 동생들은 김밥을 식사라고 생각하지를 않아요. 무슨 간식인 줄 알아요.

일종의 시식회도 매일매일 할 수 있었고. 동생들은 아무래도 관계의 특성상 더욱 가감 없이 평을 해주는 모양이었다.

노우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성실했고, 근래 들어서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세상 사람들이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즐거워하며 더 건강하길 바랄 뿐이었다.

8

행복 건강점 2호점으로 가는 길이었다.

―여보세요?

수화기너머로 들리는 숙모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숙모, 저예요.”

―어어, 웬일이야?

“다른 게 아니라, 저 지금 가게로 가고 있거든요. 혹시나 해서 전화 한 번 했습니다.”

―혹시나 할 게 뭐가 있어.”

“그래도요. 아무튼 곧 봬요.”

―지금 온다고?

“네, 네. 왜요? 안 되나요?”

“아니, 안 될 리가 없지. 우리 대표님께서 오시는 건데.”

왠지 모르게 숙모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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