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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120화 (120/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120화

27. 연습에 연습 (1)

1

다들 ‘시간 참 빠르다’ ‘세월 빠르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진짜로 이렇게나 시간이 빠르게 흐름을 느끼는 건 처음인 듯하다.

벌써 3월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게 일이 되니 편하다.

생계를 이어감과 동시에 즐거우니까.

적지 않은 사람들의 건강상담을 맡았고, 그로 인한 보람은 크나큰 보상이다.

건강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물밀 듯이 밀려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암 환자였던 정효원이 완치된 게 떠오른다. 그녀의 아버지인 정석구에게 받은 금거북이와 명품시계는 아직도 잘 가지고 있다.

시계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착용한다. 충분히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데도 부담스럽다. 아직도 어색하다.

재벌이 되면 어떨지 모르나, 돈을 많이 벌어도 나는 여전히 같다. 소비생활 패턴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한 번 돈을 쓰겠다고 생각하면 길게 고민하지 않는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 가격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어디가 맛있게 하는지를 고민하지.

그런 것만 바뀌었다.

혹자는 돈을 쓸 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생활이 좋다.

금전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돈을 벌어보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읽는 것이다.

돈을 번 지금은 더욱 느낀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말이 진짜다. 모자라면 고통스럽지만, 어느 수준 이상만 다다르면 돈으로 인한 행복도의 차이는 별로 없다고.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의 값은 생각보다 낮다.

처음부터 목표가 그리 멀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삶을 바꿀 수 있었을지도.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라는 말 역시 옳았다.

그랬다면 금세 돈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것들을 빠르게 찾았으리라.

내 삶은 엄청나게 많이 변한 듯하면서도 생각보다 많이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좋다.

실질적으로 변한 건 적지만, 마음가짐 하나로 삶이 통째로 뒤바뀐다.

사업의 목적도 보다 본격적으로 변하는 중이다.

초심을 되살리고, 초심에 집중한다.

더 이상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한 명씩 마주 보고 건강상담을 통해 자세한 관리법을 알려준다면 더 좋긴 하다.

하지만 내가 온 세상 사람들 전부와 상담을 할 수는 없다. 그럴 일도 없고.

내 능력은 단순히 관리법을 많이 아는 게 아니다.

똑같은 음식도 나를 거치면 그 효과가 증대된다.

사업의 성공이 곧 더 많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방법이다.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쉬는 법도 잊은 느낌이다. 하지만 조금도 괴롭지 않다.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이니까.

일은 취미이자 특기고, 목표이자 꿈이다.

일 하나로 모든 걸 충족시키니 다른 걸 할 필요가 없다.

사업은 잘되고 있었다.

단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바로 청춘사업.

나도혜와 나는 조심스러워도 너무 조심스러웠다.

사업 외적으로도 몇 번이나 만나서 식사와 커피 그리고 영화까지 봤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금까지 손조차도 잡아본 적이 없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느낌마저 받았다.

편안하고 좋았다.

적극적으로 대시하지 않는 이유는 뜨거운 게 없어서였다.

크게 설레는 감정 같은 게 들지 않았다.

나이를 먹어서일까 아니면 나도혜라서일까.

분명히 미인이고 능력도 있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높은 나무처럼 여겨질 그런 여자였다.

배가 불러서인지 뭔지.

2

다온의 가오픈.

내일이 진짜 오픈이었다.

오늘은 사실상 시식회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감사해요, 초대해 주셔서.”

병원 직원들을 전부 데리고 온 나도혜가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생긋 웃어 보였다.

“저야말로 와주셔서 감사하죠. 그리고 화환도 감사드립니다.”

“뭘요, 당연한 거죠.”

나는 고모와 작은아빠, 권호순을 소개했다.

“여기는 저희 고모님하고 작은아버지 그리고 총주방장이세요.”

나도혜는 모두와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메인 홀 직원 하나와 메인 주방보조 인원 외에는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제가 자리 안내해드릴게요.”

홀 직원이 나도혜 일행을 안내했다.

“우리는 음식 준비할게.”

작은아빠와 권호순은 다시 주방으로 갔다.

그때 고모가 팔꿈치로 나를 쿡 찔렀다.

“그 TV 나오는 한의사 맞지?”

“응, 맞아. 나랑 같이 사업하는 그 사람. 고모도 알잖아.”

“내가? 내가 어떻게 알아?”

“웰웰. 인나가 운영하는 카페 지분 50%는 저 사람 거야.”

“아, 그 사람이 저 사람이야?”

지금까지 몰랐다는 게 놀라웠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맞아요.”

“아무튼 엄청 예쁘네. 실물이 더 예쁘다.”

“미인이기는 하지.”

“둘이 무슨 사이야?”

나는 헛웃음을 쳤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니까요?”

“그래? 확실해? 서로 쳐다보는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

연륜이란 게 있긴 한 듯했다.

우리가 건조하고 딱딱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것은 맞았으니까.

그렇다고 애틋한 관계라고도 할 수 없었지만.

“눈빛은 무슨 눈빛.”

“귀신을 속여라. 둘이 뭐가 있어도 확실히 있구만.”

“에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쓸데없긴? 너도 장가가야 할 거 아니야. 잘해봐.”

“잘하긴 뭘…….”

고모가 반쯤은 농으로 하는 소리였지만, 나도 싫지는 않은 듯했다.

확실히 나도혜에게 호감은 있었다.

나는 무엇을 망설이는 걸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너무 높아진 걸지도.

내게 더 잘 맞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절박함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가게 문이 열렸다.

“오빠! 엄마!”

강인나가 가게로 들어섰다.

“어, 왔어?”

“나 배고파. 빨리 밥 줘.”

나는 피식 웃으며 주방을 가리켰다.

“가서 외삼촌하고 다른 분들한테 인사부터 하고 와.”

“응!”

언제나 텐션이 높다.

녀석의 밝은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나는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강인나는 인플루언서다. 모델 활동은 그리 많이 하고 있지 않지만, SNS 팔로워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 광고로 인한 수익이 늘어났다. 카페 웰웰을 통해 얻는 수익을 한참 넘어섰다.

얼마 전에는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아예 전업할 생각이 있냐고.

하지만 강인나는 계속 웰웰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자신이 일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지만, 그만둘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기쁘기도 했고, 안심이 됐다.

녀석도 카페 웰웰을 운영하는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건강에도 좋고, 예전부터 하고 싶던 일이었으니까.

인플루언서 활동보다 더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로 보고 있기도 했다.

조금 놀란 점은 강인나는 지금 본점을 나중에 다른 점장에게 넘기고, 자신이 2호점이나 3호점을 오픈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강인나의 나이 때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는데.

당연히 내가 고용한 덕분이긴 했지만, 녀석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었다.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던 길이기도 했고.

그런 생각이 든다.

목표가 뚜렷하고 열심히 할 수 있더라도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 빛을 더 빨리 볼 수 있다.

나 역시 할아버지가 끌어주지 않았다면 지금 위치에 다다르지 못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JM테크 대표인 박종만과 바른 농부단 대표인 엄현석이 가게로 들어섰다.

나는 조금 놀라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떻게 두 분이 같이 오셨어요?”

박종만이 엄현석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아니, 같이 온 건 아니고, 오다가 요 앞에서 마주쳤어요.”

엄현석은 멋쩍게 웃었다.

“여기 사장님께서 저를 아시더라고요. 즙이랑 주스 기계 만드시는 분이라고…….”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아무튼,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두 분 함께 자리 안내해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그때 박종만이 안고 있던 유주나무 화분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거.”

“또 이렇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께서 이거 주실 때마다 가게가 잘 되더라고요.”

“그래요? 매번 챙겨달라는 말씀을 또 이렇게 하시네.”

“하하하하, 그런 거 아닙니다.”

“에이, 제가 그 말을 들었는데 또 어떻게 안 챙겨요. 알았어요, 꼭 챙겨드릴게.”

엄현석도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별건 아니지만…….”

“아이쿠, 뭘 또 이런 걸 다…….”

“가루녹차인데요, 저희 쪽에 녹차 재배하시는 분이 있거든요. 진짜 신선한 겁니다. 몸에 정말 좋고요.”

“그럼요, 잘 알죠.”

엄현석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아,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네요. 뭐가 어디에 좋은지는 완전 전문가이신데.”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

“저한테 번데기라고 하신 겁니까?”

“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 속담이…….”

내가 씩 웃어 보였다.

“농담입니다, 농담!”

“아이, 대표님도 참……. 깜짝 놀랐잖아요. 그런 비유도 모르실 분이 아닌데 왜 이러시나 했어요.”

엄현석은 정말 놀랐는지 웃으면서도 손을 가슴팍에 올리고 있었다.

그때 박종만이 엄현석의 등을 가볍게 쳤다.

“젊은 친구가 심장이 약하네. 그래서 되겠어?”

“하하, 그런가요?”

“그러면 안 돼요. 젊을 때 관리해야지. 담력도 키우고.”

나는 웃다가 고모를 소개했다.

“여기는 저희 고모님입니다. 앞으로 가게 홀 관리자로 계실 거예요.”

두 사람은 깍듯하게 고모와 인사를 나눴다.

주방에서는 요리가 한창인지라 따로 인사를 하게 하지는 않았다. 손님을 주방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았다.

그때 엄현석이 입을 물었다.

“강 사장님이랑 권 주방장님은요? 안에 계시나요?”

“아, 지금 음식 준비하고 계시느라 바쁘세요. 이따가 나오실 테니 그때 인사 나누시죠.”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두 분 함께 자리 안내해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그럼요.”

“그럼 혹시 저희 조카랑 같이 앉으셔도…….”

박종만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괜찮죠. 오히려 조카분이 안 불편할까 걱정이네.”

“그 카페 웰웰 점장 기억나시죠?”

“아, 그 친구예요?”

“네, 저기 앉아 있어요. 요리 여러 가지를 내드려야 해서 그런 거니까 양해 좀 부탁드려요.”

“양해는 무슨요. 밥이야 같이 먹어야 맛있지.”

그렇게 자리 안내를 마쳤다.

* * *

다온은 점심 메뉴로 비빔밥만 4종이 있었다.

채식 비빔밥, 고추장이 들어가는 기본 비빔밥, 간장 비빔밥 그리고 특제 막장이 들어가는 비빔밥까지.

들어가는 재료와 소스의 차이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미리 준비해놓고 담아내면 되기에 회전율도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저녁 메뉴들은 전부 세트로 준비돼 있었다.

무병장수 세트는 고기와 각종 쌈 위주.

만수무강 세트는 삼계탕이 메인.

불로장생 세트는 채소와 각종 나물 위주.

수복강녕 세트는 영양 돌솥밥이 메인.

수산복해 세트는 각종 해산물 위주.

산해진미 세트는 고기랑 해산물을 전부 즐기는 가장 고가의 메뉴였다.

시식회나 다름없는 오늘은 당연히 점심과 저녁 메뉴 모두 내놓을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다 준비됐다.

나와 홀 서빙 직원, 작은아빠, 권호순까지 모두 나서서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르게 긴장됐다.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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