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117화 (117/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117화

26. 새해 (3)

오진희는 처음 상담실을 들어설 때보다 확실히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시작할게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지금부터 식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운동은 꼭 값비싼 PT를 받거나 하지 않아도 요즘은 얼마든지 익힐 수 있습니다. 아이튜브에도 수많은 운동 전문 아이튜버들이 있으니까요. 주 5일 이상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 50분 이상, 유산소 30분 이상 하신다고 생각하세요.”

“네, 꼭 그렇게 할게요.”

“식단은 아침, 저녁만 다이어트 식단으로 드시는 거로 하죠. 점심은 일반식으로 드시고요.”

“일반식으로요?”

오진희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매일 매 끼니 다이어트 식단으로 해야…….”

“평생 그렇게 드실 거 아니니까요.”

“아…….”

“일반식이라고 아무거나 다 드시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에서 먹는 식단을 드시라는 거죠. 잡곡밥에 나물 반찬, 달걀이나 약간의 고기, 그리고 가끔 국도 조금 먹고 그런 평범한 식단이요. 다이어트 식단도 너무 닭가슴살이랑 채소, 고구마 같은 것만 고집하실 필요가 없어요.”

나는 하나하나 전부 쓰면서 말을 이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의 비율을 맞춰서, 그램을 맞춰서 드시는 겁니다. 비율은 탄수화물 3에서 4, 단백질 4, 지방 3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같은 영양소라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의 차이도 있겠죠? 똑같은 탄수화물 50g이어도 잡곡으로 섭취하는지 밀가루로 섭취하는지는 천지 차이니까요.”

“네, 네.”

“그리고 하루 동안 섭취하는 총 칼로리를 계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신진대사율부터 기초대사량까지 하나하나 설명을 늘어놔야 했다.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식단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꼭 식단 철저하게 하셔야 돼요.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딱 한 끼는 치팅 데이를 만드세요.”

오진희가 눈을 반짝였다.

“알아요, 치팅 데이! 먹고 싶은 거 먹는 날!”

“그렇긴 해요. 이날 한 끼만큼은 드시고 싶은 걸 드세요. 피자, 치킨,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평생 안 먹을 거라면 괜찮겠지만, 너무 몰아붙이기만 해도 계속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리면 아예 포기하게 되고요. 대신 드시고 싶은 걸 드시되, 이것도 제한해서 드셔야 합니다.”

“어떻게요?”

“이때는 영양 성분까지 따지지는 않아도 칼로리를 제한하셔야 합니다. 700칼로리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800칼로리를 먹을 수도 있겠죠. 대신 이때 많이 드시는 만큼 다른 끼니 때의 식사를 조금 줄이셔서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를 맞춰주시는 거예요.”

“아하……. 치팅 데이도 그냥 막 먹는 건 아니구나…….”

“그렇죠. 이날 고삐가 풀려서 무분별하게 먹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게 수포가 된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상담 내용을 쭉 정리한 종이를 내밀었다.

“그럼 지금부터 꼭 열심히 해보세요.”

“꼭 다이어트 성공해서 찾아뵐게요.”

“그래요. 기다릴게요. 기억할 겁니다.”

“네!”

그렇게 상담을 마쳤다.

4

건강 상담을 전부 마치고 나서는 고모의 미용실로 향했다.

가는 길과 미용실 쪽은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옛날 느낌 그대로였다.

내가 미용실에 들어서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고모가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세…… 너구나.”

고모의 반응에 내가 피식 웃었다.

“아니, 조카가 왔는데 그 반응은 뭐야. 너무 실망하는 거 같은데?”

“손님인 줄 알았지. 갑자기 무슨 일로 왔어?”

“그냥 이제 새해고 하니까, 한번 뵈러 왔지.”

나는 행복 건강즙 1호점에서 챙겨온 즙을 놓으며 말했다.

“이거 꾸준히 챙겨드시고.”

“다 먹고 있어.”

“쟁여놨다가 드셔.”

“이제 지겹다, 지겨워.”

“이잉? 그래도 드셔야 돼.”

“먹고 있다니까. 아무튼 무슨 일로 왔어?”

“그냥 들렀다니까.”

고모가 콧잔등을 찡그리며 말했다.

“웃기고 있어. 뭔가 용건이 있으니까 들렀겠지. 뭔데 그래?”

괜히 가족이 아니다. 얼굴만 봐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게 티가 나는 모양이다.

“고모, 미용실 말고 다른 일 해볼 생각 없어?”

“무슨 일?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더 있냐? 하던 거 해야지.”

“고모가 잘할 거 같은 일이 있어서.”

“뭔데?”

나는 다온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고모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인나도 취직시키더니 나도 그러려고?”

“전체적으로 직원들 관리하고, 손님 응대 및 카운터 봐주는 거라서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야.”

“직원들 관리하는 게 안 힘들어?”

“주방은 이번에 들어오는 분이 계시기도 하고, 삼촌도 있으니까. 삼촌이 주방 일을 맡긴 하겠지만, 홀 직원들도 관리하니까.”

“주방에 있는데 어떻게 홀 직원들을 관리해?”

“그래서 고모한테 부탁을 하는 거지. 가게 오픈할 때, 브레이크 타임, 그리고 닫을 때는 삼촌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겠지만, 평소에 홀 직원들 움직이는 거 관리해 줄 사람도 필요하니까.”

“그걸 나보고 하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주 5일 생각하고 있고……. 급여도 당연히 지금 미용실 운영하는 것보다는 더 나올 거야. 아직 전부 정리된 건 아닌데, 단체 손님이나 매출액 정하고 인센티브도 둘까 하거든.”

“글쎄다.”

“내가 고모 아니면 누굴 믿고 맡기겠어.”

“내는 가게마다 가족들 끌어들이게? 다른 거 또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하려고? 이제 끌어들일 사람도 없잖아.”

“그전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기보다는 그만한 보상을 해줘서 계속 있게 만드는 거고.”

나는 고모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본점 격인 곳이잖아. 처음 기둥을 잘 세워야 되니까.”

“네가 좋은 기회니까 하는 말인 건 알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다, 야.”

“왜?”

“내가 평생 조그만 미용실이나 운영했지, 그런 일을 해봤어야지.”

“예전에 직접 차리시기 전에는 사람 많은 곳에서 일하셨었다며.”

“그랬지.”

“고모가 맨날 하는 일이 사람 상대하는 거였잖아. 여러 사람하고 엮여도 봤고. 충분히 잘하실 것 같은데.”

고모는 그래도 고민이 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가족이니까 더 꺼려지는 게 있는 거야. 네 작은아빠나 인나는 어떻게 잘 맞춰서 하고 있지만, 내가 일 못 하면 어떻게 하려고? 네가 바라는 수준이 아닐 수도 있어. 그러면 괜히 더 서운하다? 그렇다고 그냥 고용한 직원처럼 싫은 소리도 마음껏 못하고.”

“무슨 말씀인지는 아는데, 난 고모를 믿는다니까?”

“에라이…….”

고모가 나를 잘 알듯이 나도 고모를 잘 안다. 일을 맡으면 누구보다 잘해줄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워낙 사람이 좋고 호감형이라 가게의 얼굴이 되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작은아빠는 굉장히 꼼꼼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지만,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어차피 주방에 들어가 있을 거기도 하고.

고모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고모오, 같이하자아, 으으응?”

내가 조금 떼를 쓰듯 말하자 고모가 질색을 했다.

“왜 이러세요, 강 대표님.”

“고모가 적격이라 생각하니까 그렇지. 그냥 대형 음식점 홀 매니저 하던 경력자 구해도 되긴 하겠지만, 그 사람이 고모만큼 가게에 신경 쓰겠어? 나도 챙겨주면 고모를 더 챙기지, 모르는 사람 더 챙기겠냐고.”

“그렇기야 하겠지.”

“그러니까 같이해 봐요. 다온을 진짜 크게 키워보자고.”

“근데 너는?”

“응? 나 뭐?”

“넌 뭐 안 해? 지금 말하는 거 보면 우리한테 다 맡기는 거 같아서.”

“나도 전체적인 경영이나 메뉴 개발은 같이하지. 가게 운영 자체는 거의 고모랑 삼촌한테 맡길 거 같기는 하지만.”

고모는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넌 뭐 어떻게 하려고?”

“지금 일 좀 진행되면 미국에 좀 다녀와야 될 거 같아서.”

“미국에 간다고?”

고모가 적잖이 놀란 반응을 보였고, 나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주 영영 가는 건 아니고, 미국에서 진행해 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 아마 초반에는 잠깐 다녀오겠지.”

“무슨 일을 하려고?”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라서. 어느 정도 또렷하게 진행되면 그때 말씀드릴게.”

“뭐……. 그거야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야? 할 거지?”

“……그래, 뭐. 해보자. 당장 미용실에서 버는 것도 얼마 안 되고, 인나가 달마다 생활비도 따박따박 주니까.”

“그래? 인나가 달마다 생활비 줘?”

“주는데, 그걸 어떻게 쓰냐?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지.”

“주는 건 고모도 펑펑 써. 인나 요즘 돈 잘 벌어. 카페 말고도 일 여러 가지 더 들어올걸?”

“알아, 무슨 SNS인지 뭔지 덕분에 떴다고……. 그래서 무슨 광고료? 그런 것도 벌고, 가끔 모델도 하는 거 같더라.”

고모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인나가 예쁘긴 예쁜데, 모델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워낙 개성이 강해서.”

“요즘은 그런 게 먹혀. 다 똑같이 고치고, 똑같이 생긴 것보다 개성이 센 게 낫지.”

“개성도 요즘은 왜 눈 쪽 째지고 좀 요목조목 생긴 애들이 잘나가는 거 아니야?”

“오히려 인나는 정반대라서, 또 그런 얼굴이 드물잖아? 아무튼 다 잘되고 있고, 이제 다온만 잘되면 돼. 그러려면 고모가 필요하고.”

“언제 오픈할 계획인데?”

“지금 메뉴 개발하면서 삼촌이 혼자 있을 때도 음식 다 나갈 수 있게 수련 중이거든. 지금 상태로 봐서는 좀 왔다리 갔다리 하는데, 2월 말 정도?”

고모가 고개를 끄덕거리다 말했다.

“그럼 나도 2월 중순까지만 여기 해야겠다.”

“바로 그만두시지 왜?”

“야, 내가 몇 년을 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접고 떠나냐? 임대도 빼야 되고, 미리 공지를 해야지.”

“그건 그렇네.”

“아무튼 알았어.”

“그럼 내가 자세한 건 정리해서 인나 편으로 보내줄게.”

“뭘 정리해서 보내?”

“정확히 고모가 해야 될 일들이나 그런 것들.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잖아?”

“그래, 여기 앉아서 TV나 보고 있는 것보다 미리 공부해 둬야지.”

큰 짐 하나를 털어낸 기분이었다.

아직 오픈도 안 했지만 느낌이 좋았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내가 말하자 고모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근데 걱정이다.”

“뭐가?”

“네 작은아빠 엄청 까탈스럽거든. 그 성격 받아내려면…… 어휴.”

“사실상 작은아빠가 주방 담당이고 고모가 홀 담당인데, 뭐. 각자의 영역이 있는 거잖아. 그리고 삼촌도 옛날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어. 원래 주방은 다른 사람한테 완전히 맡기고, 삼촌이 홀 보려고 했었거든. 근데 삼촌이 마음 바꾼 거야.”

“그래? 네 작은아빠도 고생 많이 해가지고…….”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이제 다들 잘되고 있잖아. 우리 가족들 다 고생 많이 했는데, 이제 편하게 좀 살아야지.”

“그래, 그래야지. 맞는 말이다.”

그렇게 고모도 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일반적인 가족 관계였다면 나 역시 이러한 형태를 꾸리지 않았으리라.

믿을 수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것은 큰 재산이었다.

옛날에는 쥐뿔도 없는 흙수저라 그저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가족들이 있다는 걸 잊고 살았다.

나는 처음부터 큰 재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지금의 능력도 가족인 할아버지로부터 전수한 거였고.

이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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