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98화
22. 건강 신화 (2)
“아…….”
민희재는 조금 놀란 듯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커다래진 눈만큼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킹이요? 제대로요?”
“네, 이게 제 예상보다 더 수요가 있더라고요.”
“그럼…… 더 많이 만들어서 팔아보자는 말씀이시죠?”
“예, 그렇죠. 일단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잇는 건 처음부터 매장을 내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웰니스 있잖아요?”
“네, 네.”
“아시다시피 웰니스가 주스를 파는 곳이고, 웰웰에서 종종 웰니스 제품을 판매할 때도 있죠. 그리고 희재 씨가 만드시는 쿠키가 주스들과 잘 어울리고요.”
민희재는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가요? 다행이다…….”
나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지금 웰웰에서 팔듯이 웰니스에서 쿠키랑 빵을 조금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한정 상품으로 내볼까 하거든요.”
공동 대표인 나도혜와는 이미 얘기를 마친 상태였다. 웰웰에서도 쿠키를 팔고 있으니 반대할 이유가 없는 부분이었다.
“저야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너무 좋죠. 사실 그런데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왜요?”
“사실 소꿉장난 같잖아요. 저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제가 본격적으로 팔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네?”
“사실 그 어설픈 부분이 더 먹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랄까…… 그 정제되지 않은 듯한 맛이 더 담백하게 느껴지고 투박해서 먹는 맛이 난다고 해야 되나? 또 보통 건강 쿠키라고 해도 기본이 있잖아요? 근데 이건 희재 씨 나름대로의 레시피잖아요, 많이 다르더라고요. 극단적으로 설탕 안 쓰고, 버터 줄이고, 그게 잘못하면 망치는 건데, 잘 되면 개성이잖아요.”
민희재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칭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보실 의향 있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저야 너무 감사하죠. 좋죠.”
“그런데 지금 너무 무리하시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양이 늘어나는 만큼 홈 베이킹을 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고요.”
“일단…… 장비 걱정은 없어요.”
“그래요?”
“네, 저희 작은아버지께서 빵집을 하시거든요. 쉬는 날이나 문 닫을 때 빌려서 쓰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희재 씨가 베이킹을 잘하는 게 괜히 잘하는 게 아니었군요.”
“아무래도 영향이 조금은 있죠.”
“그럼 그쪽이랑 아예 일을 같이 할 수도 있나요?”
“작은아버지 가게에서요? 뭐……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실 분들이긴 한데…….”
“당연히 그냥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급여를 드려야죠. 여기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겠네요.”
“어떻게요?”
“희재 씨께서 인건비 같은 부분들 부담하시고, 쿠키를 팔아서 남기는 수익 지분을 더 가져가셔도 되고. 아니면 제가 인건비나 빵집 장소 사용료 같은 부분들을 부담하고, 희재 씨가 쿠키 판매 수익 비율을 줄일 수도 있겠죠.”
“아하…….”
민희재의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이는 게 눈을 통해 보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작은아버님이랑 직원 분들하고 협의도 해보시고 천천히 결정하세요. 일단 이쪽으로 진행을 한다는 것을 확정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으니까요.”
“네, 당연히 하고 싶어요.”
“그럼 다음에 또 뵙죠. 결정하시는 대로 말씀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나 더 늘렸다.
예전에는 일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이제는 더 못해서 안달이다. 정말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더니, 내가 이렇게나 일을 찾아다닐 줄은 몰랐다.
4
행복 건강즙 1호점의 상담실.
정효원이 조금은 초연한 모습으로 눈앞에 있었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만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민희재랑 또 연락을 한 거겠지?
하긴, 그게 아니어도 검사 결과가 나왔겠지.
굳이 전화가 아니라 직접 만나려고 했다는 점이 이상했다.
그녀의 표정을 좀처럼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할 때도, 지금 눈앞에 앉아 있을 때도 묻지 못했다.
그저 기다렸다.
“결과가 나왔어요.”
정효원이 운을 띄웠다.
“그렇군요.”
내가 말하자 정효원이 피식 웃었다.
“보통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 묻지 않아요?”
“말씀해주시러 온 거니까,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로 특이한 분이셔.”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평범하시지는 않죠.”
“그런가요?”
나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평범과 특이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쁜 의미로 한 말은 아닌 듯했다.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잠깐 일어나주실 수 있으세요?”
“일어나라고요?”
“네.”
나는 조금 의아해하면서도 굳이 ‘왜요?’ 라고 묻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효원도 나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테이블 옆쪽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나와보세요.”
한 걸음 반 정도 옮겨서 테이블 앞에서 벗어났다.
정효원도 마찬가지로 움직여 나와 마주보고 섰다.
“대표님.”
“네.”
대답을 하는 순간이었다.
정효원이 갑자기 내 가슴팍으로 돌진했다.
그녀는 퉁, 하는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들이밀었다. 정확히 명치에 꽂힌 터라 입에서는 “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는 다소 당황하머 양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
“무슨…….”
말을 하다가 말았다.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결과가 안 좋았나?
아니면 혹시…….
정효원이 양팔로 내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슴팍에 묻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감사해서요! 저 암이 다 사라졌대요! 다 사라졌대요! 완전히 깨끗하대요!”
“저, 정말이에요?”
“네! 정말로요! 기적이래요! 의사 선생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나를 꽉 끌어안고 있는 정효원의 몸이 들썩거렸다. 가슴팍이 뜨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음속도 그랬다.
뻣뻣하게 서 있던 나는 이내 정효원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잘 됐네요. 정말 잘 됐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잘 됐어요.”
“고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비슷한 말만 반복했다.
5
“여기 휴지요.”
내가 휴지를 건네자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던 정효원은 곧장 눈물을 훔쳐낸 뒤 코까지 풀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그만 감사해도 될 거 같아요. 너무 많이 들었네요.”
“아하핫.”
“어? 이제는 웃으시네? 그럼 곤란해지실 텐데?”
“아우, 진짜. 대표님도 참…….”
나는 양손 깍지를 끼고는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었다.
“진짜 잘 됐네요. 기적이 일어났네요.”
“전부 대표님 덕분이죠.”
“효원 씨가 마음을 굳게 먹고 잘 버티신 덕분이죠.”
“사실…… 저는 몸이 조금 나아졌을 때도 크게 기대를 안 했어요.”
그녀는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당시를 회상만 해도 우울해지는지 눈빛에 그게 그대로 묻어났다.
“그 왜…… 사람이 죽기 전에는 잠깐 괜찮아진다고 하잖아요. 그걸 뭐라고 했었죠?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회광…….”
“회광반조요. 해가 지기 직전에 잠시 하늘이 밝아진다고…….”
“네, 그거요. 저도 그런 상태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조금 괜찮아지자마자 해외로 나갔죠. 다시는 못 나갈 것 같아서.”
“아…….”
“그런 것들이 참 후회가 됐어요. 말로는 여행을 좋아한다고 여기저기 하고 다녔는데, 막상 제대로 여행을 다녀보지는 않았더라고요. 집에서 패키지로 보내주는 그런 거나 다녀봤지.”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잠자코 들었다.
정효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말씀드리면…… 조금 그럴 수도 있는데, 솔직히 저는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살았었어요.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대학에 어떻게 들어갔고, 집이 유복해서 갖고 싶은 것도 다 가질 수 있었고. 좀 그렇죠? 이런 얘기.”
“그냥 사실을 얘기하는 건데 그냥 편히 말씀하세요.”
“네……. 아무튼 남들이 볼 때는 참 편히 살았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그런데 복에 겨워서 참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았더라고요. 뭐 하나 제대로 열심히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제대로 논 것도 아니고, 괜히 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여행이 좋다고 떠들고 다니고. 부모님 아니었으면 스스로 해외에 나가본 적도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더욱 씁쓸하게 웃었다.
“그전까지 해외에 나갔던 것도 전부 부모님이 패키지로 보내주신 거고, 동생이랑 같이 갔었던 거거든요. 얼마 전에 나갔던 게 처음으로 혼자 해외에 가본 거였어요.”
“그랬군요.”
“그냥……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무엇을 하든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참 후회됐어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었고요. 혼자서 해외에 갈 때 그런 생각도 했어요. 이대로 갑자기 몸이 나빠져서 죽게 돼도 괜찮겠다.”
“왜 그런 생각을…….”
정효원이 생긋 웃었다.
“어차피 이제 지난 일이잖아요. 그리고 그때도 금방 그런 생각은 접었었어요. 제가 해외에서 죽게 되면 시신 수습이 어려워지잖아요. 마지막까지 폐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죽어도 귀국해서 죽겠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아픈 것만 빼면 모든 게 좋은 금수저 아가씨라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누구나 누구나 내 생각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나름대로의 고통을 떠안고 산다.
“진짜 그냥 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입으로만 떠들고 생각만 하면서 살았을까, 그런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혼자 다녀왔던 거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좋은 컨디션이 오래 유지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이것저것 막 했죠. 평소의 저답지 않은 행동들이요.”
그녀는 제법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부모님께도 받기만 했지, 뭘 드린 적이 없더라고요. 뭔가 물질적으로 해드린 게 아니라, 마주앉아 식사를 하면서 정말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그전에 내가 얼마나 마음을 닫은 채로 부모님 얘기를 들었는지, 아직도 이런 걸 몰랐는지 깨달았죠.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그렇게…… 마지막에는 좀 안 아프고 편하게 죽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세계여행이 꿈이라던 건…….”
“소위 말하는 정신승리였어요. 생각이라도 그렇게 해야 좀 더 즐겁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금방이라도 죽게 된다는 걸 계속 생각하면 너무 우울하잖아요. 그건 투병하면서 계속 겪었던 거니까요.”
“이제는 그냥 꾸기만 하는 꿈이 아니라, 이룰 수 있는 꿈이잖아요.”
정효원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또다시 눈시울을 붉히는 중이었다.
나는 씩 웃어 보였다.
“기적이 일어났고, 새 삶을 받으셨잖아요. 그러니 이제 행복하게 사시면 돼요. 착하게요.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 좋은 사람이 되세요.”
정효원은 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잠시 휴지로 눈물을 계속해서 훔쳐내다가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저…….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저희 부모님께서 밖에 와 계시거든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셔서…….”
“아,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말씀하시지.”
“아니요, 아니요. 제가 일단 대표님하고 둘이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예요.”
“얼른 들어오시라고 해요.”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 안 드리고…….”
“아휴, 죄송은요. 괜찮습니다.”
“그럼 빨리 모시고 올게요.”
정효원이 잠시 밖으로 나갔다. 나도 그냥 상담실에 앉아 있지 않고 가게 입구로 가서 맞이했다.
누가 봐도 얼굴에 ‘부자’라고 쓰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계급제도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귀족들.
정효원의 부모는 굉장히 깍듯하고 예의 바르며 교양 있었다.
대화 내용은 조금은 뻔하게 흘러갔다. 감사하다는 말과 괜찮다는 말의 연속과 반복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좋은 일이었으니까.
마지막에 정효원의 아버지가 들고 들어왔던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금띠를 두른 검은색 상자였다. 벽돌 3개를 합친 크기였는데, 겉으로만 봐도 왠지 모를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이거는 감사의 표시입니다.”
“아닙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닙니다. 따님이 완치한 게 기적이고 큰 선물입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받아주십시오. 생명의 은인이신데, 의사들마저 호스피스를 권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그런데 살려내셨습니다. 저희가 어찌 아무 보답도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못 받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대가로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냥 감사해서 드리는 저희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마저 저버리지는 말아주십시오.”
정효원의 아버지는 진심으로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더 이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대표님께서 많은 사람들을 도우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 또한 많은 이들에게 베풀겠습니다. 그러라고 이렇게 대표님이 도와주시고, 하늘이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예.”
“저희가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것 같군요.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효원의 어머니도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일 생기실 거예요.”
정효원이 방긋 웃었다.
“대표님, 다음에 또 봐요.”
“네, 조심히들 들어가십시오.”
상담실 밖으로 나가서 가게 밖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나는 즙 박스 몇 개를 챙겨들었다.
“이런 거……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유기농으로 정말 건강하게 만든 제품입니다.”
정효원의 아버지가 곧바로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아, 그럼 결제를…….”
“저도 선물을 받았잖습니까. 그러니 뭐라도 드려야죠. 그냥 받아주십시오. 건강에 좋은 겁니다.”
“허허. 그럼 감사히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그때는 따로 주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가게 출입구에서 정효원 가족을 배웅했다. 그때 옆쪽에서 검은색 세단이 한 대 섰다. 운전기사가 내려 문을 열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정효원 가족이 떠나는 걸 보고는 나는 몸을 돌려 다시 상담실로 돌아왔다.
선물 상자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런 걸 바란 게 아닌데.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주체할 수 없는 입꼬리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뭘까?
나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안쪽에는 또다시 큼지막한 상자와 자그마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
작은 것부터 까볼까?
반질반질한 검은색 케이스가 안에 있었다. 로고가 찍혀 있었는데, 마치 적십자 무늬 같은 것이었다.
“이게 뭐지?”
나는 케이스를 꺼내들어 천천히 열었다.
“미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손목시계였다.
시계의 문외한인 나조차도 그 때깔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고가의 명품시계였다.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어 브랜드와 모델명을 검색했다.
“미치인…….”
다시 한 번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눈앞에 있는 손목시계는 한화로 8천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이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자연스레 큼지막한 상자로 시선이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