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79화 (79/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79화

19. 줄 세우기 (4)

작은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괜찮은 거 같다. 그런데 약간 불리하게 적용하는 걸 감수할 생각은 해야 돼.”

나는 그 의중을 바로 파악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죠. 아무래도 이미 다온이라는 이름을 쓰는 가게들이 제법 있으니까요. 다른 곳의 아류로 보이거나 혹은 우리가 잘 돼도 다른 곳들이 마치 프랜차이즈처럼 보여서는 곤란하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처음에는 가온이라는 이름도 생각했었거든요? 다온이 더 나은 거 같아서 갈아탄 것도 있지만, 가온은 미슐랭을 받은 식당의 이름이기도 해서 피한 것도 있죠.”

“그건 몰랐네. 아무튼…… 무슨 표시를 해도 해야 될 거야.”

“바른 농부단 마크도 간판에 붙지는 않아도 따로 알 수 있게 표기할 거고, 상호 폰트나 간판 디자인, 브랜드 로고 통일하면 될 거예요. 그건 나중에 다른 업체들이 못 따라하니까요.”

“조사 많이 했네.”

“당연한 거죠.”

“그럼 이제…… 가게 컨셉이랑 메뉴 같은 거 잡고 진행하면 되겠네.”

“네, 위치도 어디에 할지 정하고요. 지체 말고 바로 들어가죠.”

“이제 국밥집도 접었는데, 당연히 바로 시작해야지. 안 그러면 노는 것밖에 안 된다.”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라고는 돈을 얼마나 들일 것이냐,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새삼 다시 깨닫는다. 뭘 해도 다 돈이다.

행복 건강즙은 기세 좋게 나아가고 있다. 온라인 건강 주스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2호점이 필요할 정도로 잘 나간다.

내 주머니에 꽂히는 돈만 월 수천.

이만큼 벌면 아무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돈으로 고민하는 일은 생긴다.

일정 소득을 넘기면 행복감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봉 8,500만 원이 넘어가면 금전으로 인한 행복감 증가가 멈춘다고.

일정 부분은 공감이 되고, 일정 부분은 그렇지 않다.

돈을 많이 벌수록 좋은 건 확실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도 느낀다.

돈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여전히 있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무조건적으로 행복도가 상승한다고 보는 건 어떻게 보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니까.

행복하다고 해서 불행한 일이 없지도 않다.

삶이란 게 그렇다.

인생이 세상 그 무엇보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단순하다.

그래서 중심이 필요한 듯하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감정이란 파도 안에서 꿋꿋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절대 꺾이지 않을 목표가 필요하다.

그 목표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의 목표들도 여러 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당장 떠안고 있는 고민도 최대한 즐겨본다.

어차피 피할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들이니까.

모든 일의 결과는 나로 인한 것이다.

그렇게 다음 목표를 향해 꿋꿋이 나아간다.

5

몸이 10개라도 부족하고,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는 나날이 지나간다.

그나마 언젠가 실현 가능할 것 같은 게 있다면 1시간만 자도 10시간을 잔 효과를 주는 알약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수면은 인체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아마 매일 8시간씩 숙면을 취하는 것만 지켜도 웬만한 병들은 다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실천하는 여러 가지 민간요법들로 체력을 기르고 있긴 하지만 슬슬 무리가 온다. 어쩔 수 없이 오늘부터는 수면 시간을 1시간은 늘려야 할 것 같다.

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부질없으니까.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도혜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아, 그거요.”

나는 스크린 화면을 쳐다봤다.

내 의견과 나도혜의 의견이 합쳐진 주스 메뉴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혼자서 생각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여기서 맛을 크게 버리지 않고, 몸에 좋은 것들을 추가로 첨가했다.

내가 예시로 색깔만으로 이름을 붙인 것에서 나도혜가 아이디어를 더했다.

색깔을 베이스로 한 이름들 중 다이어트에 좋은 거라고 ‘슬림 그린 주스’라는 이름을 하나 붙였었는데, 나도혜가 아예 목적에 맞는 이름들을 붙이자고 했다.

에너지, 슬림, 스킨, 블러드 등의 이름이었다.

카페 웰웰에서는 이벤트성으로 일정기간 한 가지 메뉴만 넣고, 이외에는 자체 메뉴 판매를 할 거라 컨셉을 해칠 염려도 없었다.

“다 좋은데…… 우리 제일 중요한 걸 안 정하지 않았나요?”

내가 말하자 나도혜가 되물었다.

“어떤 거요?”

“브랜드명이요.”

“아, 그거요. 카페 이름을 웰웰로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그래서 약간 자매 브랜 느낌으로 이름 정했는데.”

“그래요? 어떤 거요?”

“웰니스요.”

웰니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

신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딱이네요.”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나도혜도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하나씩 그 형태를 뚜렷하게 하고 있었다.

6

강인나는 카페 ‘웰웰’ 준비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숙모는 ‘행복 건강즙 2호점’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아직은 준비 단계였기에 제대로 된 업무가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는 교육에 집중하는 기간이었다. 새로 뽑은 직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즙과 주스를 만드는 등 일을 배우며 합을 맞춰가는 중이었다.

나도 이틀에 한 번은 오전 행복 건강즙 2호점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내 생각 이상으로 숙모가 꼼꼼하게 교육을 진행 중이라서 크게 손이 갈 부분은 없었다.

직원들도 초기라 그런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교육기간이라 빡빡한 일정이나 신체적으로 힘든 점은 크게 없기에 여유도 있을 테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매일 출근하는 직원 수만 6명. 숙모까지 더하면 7명.

행복 건강즙은 물론이고, 앞으로 웰니스가 중간만 가도 직원 수를 늘려야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짧은 출퇴근길은 아니지만, 길이 막히지만 않으면 편도 30분의 거리로 그리 멀지도 않았다. 그리고 새로 뽑은 차를 모느라 즐거웠고.

풀옵션으로 했더니 차에 기능이 뭐가 이렇게 많은지. 아직도 차를 배워가는 느낌이다. 정작 매일 쓸 기능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마음에 든다.

차 지붕이 뻥 뚫린 듯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마음에 든다. 차의 무게도 더 늘어나고, 전복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위험하다는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저 ‘감성’ 하나만 보고 질렀다. 나는 소위 말하는 할배 운전 스타일인지라, 위험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운전이야 내가 잘해도 또라이 하나 잘못 만나면 큰일이 벌어지는 거지만, 사고가 일어날 걸 감안하고 차를 모는 건 아니니까. 그저 더 조심하고 조심해서 운전해야지.

서울로 와서는 주차를 하고 곧장 행복 건강즙 1호점으로 향했다.

가게 안에 제법 휑하게 느껴졌다.

노우민도 그대로 있고, 앞으로 계속 출근할 직원 4명이 더해졌으니 오히려 수는 전보다 많았다. 이지나야 이따금씩 재택근무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데도 강인나와 숙모가 없어서인지 가게가 휑하게 느껴졌다. 노우민까지 빠진다면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

새로운 브랜드들을 내는 것 자체에 들어가는 돈은 그럭저럭 감당이 됐다. 나도혜도 함께 부담을 한 덕분이기도 했다.

문제는 인건비가 장난 아니었다. 지금 당장 숙모와 강인나, 노우민만 해도 3명. 행복 건강즙 1호점에 4명 그리고 2호점에 6명.

당장은 괜찮다. 웰웰도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웰니스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 내 돈으로 장난을 치는 꼴이 된다.

온라인 사이트인 만큼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긴 했는데, 잘 먹힐지는 미지수다.

그전에 내 마케팅 제안을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지만.

7

나도혜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조금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내 팔짱을 끼고는 헛웃음을 쳤다.

“핫…….”

“왜 그러세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아니……. 정말 생각도 못한 부분이라서요.”

“그래요? 한 번쯤은 생각해 보셨을 거라고 봤는데.”

“아니요, 전혀요.”

나도혜는 고개를 가로저은 뒤 말을 이었다.

“저희 사이트 컨셉 자체도 그렇잖아요. 전체적으로 검고 굵은 폰트와 최대한 깔끔한 이미지잖아요. 사이트에 사람 얼굴이 박힐 일은 없다고 봤거든요.”

“네, 맞아요. 저도 사이트는 지금 컨셉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에요. 근데 다른 곳들에서는 다르죠. 오픈마켓이나 SNS에서, 상세페이지나 설명에는 충분히 들어가도 괜찮죠. 오히려 더 믿음을 줍니다.”

“과연 그럴까요?”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세요?”

“행복 건강즙이랑 바른 농부단이 이미 그렇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품의 사진보다 더 효과가 좋습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를 주니까요. 얼굴 걸고 하는 거잖아요. 원장님의 경우 꽤나 저명하시니 효과가 더 좋겠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모든 걸 내걸고 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먹힐 겁니다.”

나도혜는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렇다고 해도…….”

“그리고 현재 원장님 아웃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얼마나 되죠?”

“아마…… 30만 정도 될 거예요.”

“써먹어야 되지 않겠어요?”

“당연히 웰니스가 런칭하면 수시로 제품 홍보야 할 생각이었죠.”

“직접 드시는 사진은요?”

나도혜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것도 당연히 염두에 뒀죠. 들고 셀카, 마시고 셀카. 간단한 문구도 곁들이고. 저도 그런 생각은 했어요. 나름대로 친분이 있는 연예인 분들 중에서 그런 걸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도 좀 계시고요. 하지만 말씀하신 부분은 생각 안 했죠.”

“이미 세계 대회도 나가신 적 있잖아요. 그 사진도 아웃스타그램에 올라가 있고요. 그런데 뭐가 어렵겠어요.”

나도혜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비즈니스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프로답지 못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여전히 존대를 하지만, 그 정도로 편한 사이가 돼 있었다.

존대를 하는 친구 사이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투명한 벽을 세우고 예의는 지키고 있었기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이상적이라는 느낌이었다.

탁.

나도혜가 테이블에 양손을 얹으며 나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렸다.

“진심이에요? 꼭 해야 돼요?”

“그럼요. 모델료도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반값만. 반은 원장님이 부담하셔야 하니까.”

내가 씩 웃어 보이자 나도혜도 피식 웃었다. 코웃음을 치는 것에 가까웠지만.

“꼭 그렇게 절 벗겨먹어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어이쿠, 벗겨먹다니요,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남이 들으면 오해합니다.”

“……알았어요.”

나도혜는 조금은 떫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그럼 언제 가능하세요?”

“바로는 못하죠. 지금 살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최소 1개월은 준비해야 돼요.”

“그래요?”

“당연하죠. 홀라당 벗고 찍는데 그냥 찍을 수는 없잖아요. 바로 다이어트 시작하고, 2주 정도는 수분까지 빼야 돼요. 안 해보셔서 모르시죠? 얼마나 힘든지.”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러다 자기 옆에 놓여 있는 카페라떼를 내 쪽으로 쭉 밀어버렸다.

“다 드세요. 전 이제 못 먹으니까.”

웰니스의 모델들 중 하나로 나도혜를 쓸 생각이었다. 세계 머슬매니아 스포츠 모델 분야 챔피언 출신이라는 그녀의 독특한 이력을 제대로 써먹을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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