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71화 (71/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71화

17. 괜찮네, 진행해 (7)

10

“여기?”

내가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물었다.

강인나는 조금은 아리송한 얼굴을 한 채 대답했다.

“내가 볼 때는 제일 괜찮은 거 같은데.”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나도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우리가 들어서 있는 가게를 둘러봤다.

“나쁘진 않은 거 같네요. 베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부동산 업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기 임대료가 얼마라고 했었죠?”

“4,000에 290입니다.”

나도혜는 나를 쳐다보고는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격은 문제가 아니고…….”

건물에 입점해 있는 곳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말했다.

“피부과도 있으니, 아까 말씀드렸던―”

내가 말을 하던 도중 나도혜가 눈을 살짝 크게 뜨고 말했다.

“아, 맞다. 아까 그거 말씀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네? 뭐를요?”

“아까 말씀해주신 거 있잖아요? 병원이랑 연계해서 일종의 쿠폰 시스템 같은 거요.”

“그게 왜요?”

“생각해 보니까 의료법 위반으로 안 되겠더라고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료법 위반이요?”

“네, 그게 환자 유인 행위가 되거든요. 의료법 위반이에요.”

“그런 것도 의료법에 걸려요?”

“고작 음료수 몇 잔이긴 하지만, 고작 그 음료수 몇 잔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죠.”

“그런…….”

“그래도 너무 실망하실 건 없어요. 그건 마케팅에 있어서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잖아요. 그리고 여기 건물에 마사지샵이랑 관리샵도 있더라고요. 거기에 얘기해볼 수 있겠죠. 병원이 아니니까요. 뭐…… 저희 제안에 응할지는 아직 모르는 거지만요.”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영업을 해볼 수 있는 다른 곳들도 있었고.

“원장님 덕분에 많이 배웠네요.”

“제가 없었어도 어차피 피부과에 제안하러 갔으면 그쪽 원장 선생님이 의료법 때문에 거절하셨겠죠. 아무튼…….”

그녀는 비어 있는 매장을 둘러보고는 물었다.

“여기로 결정하는 건가요?”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어차피 100% 마음에 드는 매물은 없겠죠. 자리 자체는 역도 멀지 않은 편이라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나는 강인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점장님이 원하시고.”

강인나는 점장이라는 소리 자체가 괜히 어색해서인지, 그 직책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자꾸만 어색하게 웃었다.

“그럼 모두 찬성인 거 같으니까 바로 진행하죠.”

“좋습니다.”

“좋아요.”

부동산 업자는 건치를 자랑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오늘도 한 건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11

“이야아…… 무슨 연예인 보는 거 같네요.”

박종만이 헤실헤실 웃었다.

“저 같은 게 무슨 연예인이에요. 그래도 말씀은 감사합니다.”

나도혜가 생긋 웃어 보이자 박종만은 더 히죽거렸다.

“이야아, 위트까지. 크으으……! 제가 원장님 나오는 프로 많이 보거든요.”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연예인 같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연예인들도 다양하잖아요. 안 좋은 의미로 말씀하신 건 아니겠죠?”

“아휴, 원장님도 참. 다 아시면서.”

한창 기계들을 들이고 있는 행복 건강즙 2호점을 보기 위해 경기도에 와 있었다. 강인나는 올 필요가 없는 곳인지라 먼저 집으로 갔다.

“여기 박 대표님이 저희 쪽 모든 기계들을 책임지고 계십니다. 전부 특허를 받은 독자적인 기술들이 들어가 있어서 달라요.”

내가 말하자 박종만은 기계 한 대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신경 많이 썼습니다. 온도도 세밀하게 조절되고, 증기가 새어나오지도 않아요. 즙을 빠르게 내리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는 주스 기계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이놈 같은 경우는 완전하게 분쇄를 해줍니다. 건더기 같은 게 안 씹혀요. 날을 갈아 끼우면 약간 씹히는 맛이 나는 주스도 만들 수 있고요.”

나도혜는 탕약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도 좀 다른가요? 지금 저희가 쓰는 거랑 모양이 제법 달라서요.”

“약 달이는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재료를 확실하게 짜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기계들하고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나요. 훨씬 진해집니다.”

“그래요?”

“예, 비교해보셔도 좋습니다.”

“진짜 말씀하신 대로면 저희 쪽에도 얘기를 좀 해봐야겠네요.”

“언제든지 말씀만 해주십쇼. 제가 기계 한 대 가지고 가서 바로 시험해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연락드릴게요.”

“예! 꼭 연락주십쇼!”

박종만은 명함 한 장을 내밀고는 흡족한 듯 웃었다.

나도혜는 행복 건강즙 2호점 공간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넓네요. 이 정도로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줄은 몰랐는데.”

“기본적으로는 행복 건강즙 브랜드의 즙을 생산하는 곳이니까요.”

“전부 바른 농부단 마크 달고 들어가는 거죠?”

“예, 그렇죠.”

“저희 건강 주스에도 그렇게 들어갈 거고요?”

“당연하죠. 바른 농부단 쪽 대표하고도 어느 정도 얘기를 해둔 상태입니다. 안 그래도 조만간 미팅 한 번 할 예정이고요.”

나도혜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제가 제안을 드렸던 건데, 뭔가 숟가락만 얹는 느낌이네요.”

“그럴 리가요.”

“아니요, 진짜 그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여러 가지로 많이 준비할 거니까요. 일단 같이 어느 정도 디자인 중심만 잡으면 홈페이지는 바로 제작에 들어갈 거예요. 원래 미담 한의원 담당하는 분이 따로 계셔서요.”

“아, 그거 잘 됐네요.”

“생산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네요. 이제 시작만 하면 되겠어요.”

“그래서 생산 걱정을 해야 되는 시점이죠.”

“네? 왜요?”

“아직 메뉴를 못 정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나름대로 생각해둔 게 있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름대로 생각해둔 게 꽤 많았다. 나도혜도 먼저 제안한 만큼 구상해둔 게 있는 듯했다.

꼬르르륵.

갑작스레 울린 소리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같은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박종만이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죄송합니다. 제가 끼니를 걸러서.”

나도혜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틀었다.

“죄송은요. 저도 배고프네요. 다 같이 식사나 하러 가실까요?”

“아, 좋죠.”

바로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안 가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결국 2시간 가까이 식사를 하고 나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12

월요일.

건강상담이 줄었다.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겠다는 사람들도 줄었고, 나도 일이 바빠지면서 자연스레 그 횟수를 줄였다.

공식적으로 건강상담을 받는 시간은 월수금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

당연히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 사람들은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고 있었다.

건강상담의 기본은 건강이 크게 나빠지기 전에 잘 관리하여 큰 병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절반 가까이가 이미 큰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의학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 들어서 해외에서도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아예 난치병이나 불치병인 경우도 있지만, 원인 상세 불명의 질환들도 많았다.

약 30분 뒤에 만날 사람도 그런 여자였다.

“오빠, 뭐 하고 있어?”

강인나가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아, 이것 좀 봐봐.”

나는 끼적이던 것을 녀석에게 내밀었다.

건강 주스 사업을 위한 레시피들이었다.

전부 과채류를 사용해 만드는 것들이었다.

사과, 블루베리, 비트를 넣어 만드는 퍼플 주스.

사과, 케일, 키위, 로메인을 넣은 그린 주스.

청포도, 시금치, 애플민트, 케일, 로메인을 넣은 슬림 그린 주스.

사과, 샐러리, 파인애플, 레몬이 들어가는 골드 주스.

사과, 토마토, 비트, 요거트가 들어가는 레드 주스.

사과, 오렌지, 자몽이 들어가는 옐로우 주스.

강인나는 레시피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다 눈을 크게 떴다.

“보기만 해도 상큼한 거 같다.”

“나쁘지 않지?”

“응, 괜찮은 거 같은데? 이거 다 카페에서 팔 거야?”

“카페에서 파는 건 제일 인기 많은 것들 몇 가지 골라서 조정 좀 해야지. 메뉴 너무 많으면 재료 관리가 힘들 거야. 재료가 겹치는 것들은 괜찮겠지만.”

나는 강인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불렀어?”

“아, 나도 생각한 게 있어서.”

“뭔데?”

“벌써 날씨가 좀 쌀쌀해졌잖아.”

“그렇지.”

“그래서 따뜻한 음료를 팔면 어떨까 해서.”

“따뜻한 거?”

조금 난감했다. 따뜻한 주스라고 하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니, 이상했다.

하지만 강인나가 핵심을 집었다.

주스라고 하면 상쾌하고 시원한 걸 떠올린다.

다른 말로 여름에는 땡기지만, 겨울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부터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고, 메뉴 개발을 마친 다음 바로 시작한다고 해도 1개월은 걸렸다.

11월이면 춥다.

즉, 최악의 시기에 주스 카페를 여는 셈이었다.

여름에 시작해도 날씨가 추워지면 어느 정도 손님이 떨어져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존의 단골들은 건강한 맛을 위해 찾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래서야 단골을 만들기도 전에 적자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태였다.

“뭐 생각한 거 있어?”

내가 묻자 강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응.”

“그래? 어떤 건데?”

물어보면서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젊은 감각으로 무언가 통통 튀는 게 나올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과채류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나보다 나을 수는 없을 테니까.

“청.”

“청?”

“응. 여러 가지 과일들로 청을 만들어서 팔면 좋을 거 같아서. 겨울에 먹기 좋잖아. 보관도 오래 할 수 있으니까 재료 관리도 쉽고. 그리고 약간 대량으로 해서 예쁜 병 같은 데 담은 다음에 팔면 잘 되지 않을까? 우리 청이 맛있었던 사람들은 병으로 된 거 구입해서 집에서도 먹을 수 있으니까.”

나는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머릿속을 바삐 움직였다.

강인나는 나의 눈치를 살피다 걱정스러운 듯 목소리를 냈다.

“별로야……? 좀 안 맞나? 청은 아무래도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마냥 건강한 거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긴 한데…….”

“너 천재다!”

“어?”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인나의 양 어깨를 잡았다.

“너 최고다 진짜! 이야! 내가 왜 그걸 생각 못했지?”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 내가 멍청하게 겨울 메뉴는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었거든. 일단 청은 무조건 추가다.”

과일의 품질에는 자신 있었다. 과일의 껍질까지 넣어서 만드는 청 같은 경우 농약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바른 농부단의 유기농 과일만 쓰기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품인 것을 충분히 강조할 수 있었다.

“사장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노우민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좋지, 좋아.”

“저도 말씀드릴 게 하나 있는데.”

“말할 거? 뭐?”

“그냥 이건 제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런 건데요. 샌드위치 하나 판매하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샌드위치?”

“네, 딱 두 가지만요.”

나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손이 너무 많이 가지 않을까?”

“재료 손질만 해두면 오히려 손이 별로 안 가죠. 사실상 만든다기보다는 조립에 가까우니까요.”

“그럼 메뉴는 한 가지만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재료를 거의 똑같이 하면 되죠. 하나는 올 채소로만 된 비건 샌드위치. 다른 하나는 비건 샌드위치에서 고기류 토핑 하나만 추가된 걸로요. 제일 만만한 게 훈제 칠면조 같은 거겠죠? 가격은 800원 정도만 더 받고.”

“나쁘지 않겠는데. 소스는?”

“올리브유랑 후추, 발사믹 식초 같은 걸로 건강한 맛을 내면 생각보다 호불호도 안 갈리고 괜찮을 거예요. 조금 덜 건강해도 진한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기성품 드레싱 쓸 수 있게 하고요.”

나는 강인나에게로 시선을 옮기고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어때? 네가 점장이잖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아침 장사도 할 거니까 샌드위치랑 주스나 샌드위치랑 커피 세트 팔아도 좋을 거 같고.”

각이 잡혀가는 듯했다.

“그런데 카페 이름은 어떻게 할 거야?”

강인나가 물었다.

“카페 이름? 그러게. 아직 그걸 못 정했네. 넌 생각해둔 거 있어?”

“음…… 생각한 게 있기는 한데.”

“뭔데?”

“나는 좀 아기자기한 거 생각했거든.”

“말해봐.”

“웰웰 어때?”

“어?”

“웰, 웰.”

강인나는 조금 부끄러운 듯 괜히 웃으며 말했다.

“웰빙이라는 단어는 좀 올드하잖아. 근데 사실 우리 카페 컨셉에 그만큼 알맞은 단어도 없고. 디톡스라는 단어도 생각해봤는데, 이것도 괜히 좀 유행이 지난 느낌인데다가 비슷한 이름도 많더라고.”

“그래서 웰웰? 좀 개 짖는 거 같지 않아?”

“그게 포인트야. 외우기 쉽잖아. 그리고 웰빙의 웰이고. 좋은 뜻이잖아. 카페 웰웰. 영어로 써두면 괜찮은 거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쁘지 않은 거 같네. 넌 어떻게 생각하냐?”

나의 물음에 노우민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진짜 괜찮은 거 같은데요?”

강인나가 방긋 웃었다.

“그럼 결정된 거야?”

“잠깐만, 동업자한테 연락해봐야지.”

나는 곧바로 나도혜에게 전화를 걸어 카페 이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나도혜는 곧바로 대답을 하고는 바로 진료를 봐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뭐래?”

강인나가 기대감에 찬 눈으로 물었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싫대?”

강인나의 미간이 좁아지며 눈썹은 팔(八)자가 됐다.

“좋대!”

내가 엄지를 세워 보였다.

“아싸아아아아!”

강인나가 방방 뛰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복 건강즙 1, 2호점 그리고 카페 웰웰 그리고 온라인 건강 주스까지.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 설렜다.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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