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70화
17. 괜찮네, 진행해 (6)
나도혜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력업체요? 그건 무슨 말이세요?”
“이건 생각만 해본 건데…….”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말했다.
“협력업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리실 텐데, 사실 좀 단순한 겁니다.”
“어떤 건데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해당 병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시술 따위를 수십만 원 결제한다면 저희 카페에서 주스 몇 개를 마실 수 있는 쿠폰 같은 걸 증정한다면 분명히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아하…….”
나도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럼 아예 저희 한의원 있는 건물은 어때요?”
“원장님 병원 쪽에요?”
“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크게 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다시 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한의원에도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랑 피부 관리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사실상 그쪽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요. 예약 환자들 중에서는 90% 이상이 피부나 다이어트 관련이거든요.”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그래요?”
“그런데 그 건물에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왜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는데요. 일단 임대료가 상당합니다. 카페 특성상 1층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잘 되고 있는 식당도 자리 잡고 있고요. 크기도 너무 큽니다. 전부 제가 말씀드린 카페에는 맞지 않죠.”
“흠……. 그래도 고려해볼 가치는 있다고 보는데요. 제 병원하고 바로 이어져 있기도 하고요. 어차피 제가 함께 뛰어드는 사업인데.”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게 제일 큰 문제입니다.”
“네? 왜요?”
“아직 저희가 카페 이름은 못 정했지만…… 앞으로 카페와 미담 한의원은 어느 정도 분리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도 관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리가요. 온라인 사이트 같은 경우 원장님이 함께하시는 걸 무조건 알릴 생각입니다.”
나도혜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런데 미담 한의원은 어째서 분리를 하는 게 좋다는 거죠? 심지어 건강, 다이어트, 피부 관리 같은 키워드들도 전부 연결되잖아요. 한의학이라서 그런 건가요?”
“득이 될 게 없어요.”
“왜요?”
“원장님 병원에서는 이미 피부나 다이어트에 좋은 약을 팔고 계시지 않나요?”
“아…….”
“병원에서 여러 가지 치료와 관리도 받고, 생활습관이나 식이 조절도 도와주시면서, 복용하는 약이 생기잖습니까. 건강 주스에서 메리트를 느끼려면, 가능하면 따로 먹는 보조식품 혹은 복용하는 약을 판매하지 않는 곳과 연계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나는 단호함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냈다. 이걸로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을 바꿀 생각도 없었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흠…….”
나도혜는 잠시 생각하는 듯 눈알을 굴려 다른 곳에 시선을 뒀다. 그러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그렇습니까? 괜찮은 것 같나요?”
“네, 그럼요.”
“다행이네요.”
“뭐가요?”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존중해주셔서요. 생각도 맞는 듯하고요.”
나도혜가 빙그레 웃었다.
“당연히 그렇죠. 제가 왜 대표님께 사업을 제안했겠어요? 물론, 이렇게까지 큰 그림을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사실상 하청업체를 구하는 느낌도 강했었고요.”
“그런데 많이 변했네요?”
“대표님 때문이죠. 사실 지금도 정말 많이 놀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보다 모든 게 더 깊고 넓어요. 반할 지경이라니까요?”
그녀는 말을 해놓고 스스로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나의 눈치를 살폈다.
“하하, 하하하하.”
싸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웃음을 끼얹었다. 그러자 나도혜도 깔깔 웃었다. 그렇게 어물쩍 넘어갔다.
나도혜는 다시 사업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바로 잡았다.
“지금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들 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곳과 부합하는 곳들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한 가지는 충족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임대료요. 피부과 같은 곳이 들어가 있는 주상복합 혹은 아파트 주변 상가라면 임대료가 오히려 기존에 말했던 곳들보다 더 높을 수도 있어요. 규모가 작아도 말이죠.”
“예……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럴 수는 있겠네요.”
“그럴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해요. 웬만한 서울 역세권이라면 전부 그럴 거예요.”
“이 부분은 일단 부동산 업자 만나서 매물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저도 임대료 좀 더 쓰는 부분은 염두에 두겠습니다.”
“염두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그러실 생각이어야 해요.”
이번에는 나도혜가 단호하게 나왔다. 다른 부분들에서 물렁물렁하게 전부 내 의도대로 넘어가주는 대신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걸로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나는 씩 웃어 보였고, 비로소 나도혜도 만족한 듯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9
“안녕하세요.”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색 H라인 스커트를 입은 강인나가 고개를 꾸벅였다. 확실히 평소보다 단정해 보였는데, 반면에 화장을 제법 진하게 해서인지 화려한 느낌도 줬다.
그래봤자 20살. 그 앳됨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반가워요. 나도혜입니다.”
나도혜는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는 악수를 했다. 그녀는 강인나와 악수를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한껏 머금었고, 칭찬을 잊지 않았다.
“너무 예쁘게 생겼네요.”
“아, 감사합니다. 원장님도 실물이 훨씬 예쁘세요!”
“고마워요. 많이 들어요.”
나도혜의 너스레에 강인나가 깔깔 웃었다.
“뭐예요, 지금. 저 비웃는 거예요? 진짠데?”
“앗,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앗.”
나도혜는 다시 생긋 웃어 보였다.
“농담이에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고.”
“아, 감사합니다.”
벌써 들었다 놨다 난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업자도 자리에 도착했다. 짧은 곱슬 머리에 체격이 좋은 중년 남자였다.
“자, 가시죠.”
그는 새하얗지는 않지만 건강함이 느껴지는 치아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모두 차를 타고 순회가 시작됐다.
그 중간에 이뤄지는 대화는 두 가지로 집중됐다.
하나는 부동산 업자가 매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도혜와 강인나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강남구의 매물, 서초구의 매물, 송파구의 매물, 강동구의 매물, 광진구의 매물, 성동구의 매물까지 쭉 둘러봤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나도혜와 내가 자주 들를 수 있는 곳들을 기준으로 두고 있었다. 점장이 될 강인나의 거주지도 고려해야 됐고.
나도혜의 말대로 제법 괜찮아 보이는 매물들의 임대료는 기본 350만 원부터 시작이었다. 정말 괜찮아 보이는 곳들은 1천만 원을 넘어가기도 했는데, 임대료를 떠나서 넓이도 필요 이상으로 컸다.
그렇게 매물들을 하나하나 살펴가던 중이었다.
매물 한쪽 구석에서 바깥의 풍경은 어떤지, 카페를 차리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놓을 것인지 살펴보고 있었다.
강인나도 제법 공부를 많이 했는지 부동산 업자에게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했고, 나름대로 머릿속에 구상한 것들을 펼쳐보는 중이었다.
“대표님.”
그때 나도혜가 옆으로 다가왔다.
“네, 원장님.”
“드릴 말씀이 좀 있는데요.”
그녀는 부동산 업자와 강인나를 힐끗 보고는 눈짓으로 조금 더 멀어지자는 뜻을 내비쳤다.
나는 슬슬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생각보다 더 어리네요.”
“네?”
“인나 씨요. 지금 몇 살이죠? 스물? 스물하나?”
“스무 살입니다.”
“저는 사촌동생이라고 하셔서 최소 스물예닐곱은 됐을 거라 생각했어요. 서른이나 서른하나 정도 생각하고 있었고요.”
역시나. 어느 정도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일부러 미리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서류전형 같은 게 있지도 않았고. 선입견을 심어주기보다는 직접 만나서 판단하기를 바랐다.
“어린 게 문제가 될까요? 자격은 충분합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할 테니까요.”
“제 핏줄이라서 싸고도는 게 아니라, 정말 능력이 있어요. 머리 회전도 빠르고, 행동도 빨라요. 만약 저희가 커피를 파는 카페를 하는 거라면 인나가 점장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어요. 경력 있는 바리스타를 쓰는 게 맞겠죠.”
나는 나도혜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건강 주스를 만드는 거잖아요. 이건 이제부터 저희가 연구를 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 겁니다. 어차피 누구를 고용하든 이 건강 주스를 만드는 건 전부 처음일 거예요. 그러면 가장 열심히 배울 사람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인나 씨가 그런 사람인가요?”
“예. 실제로 행복 건강즙에서도 업무 수행능력이 뛰어납니다. 몇 가지 안 되는 커피 판매를 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스킬도 나이에 맞지 않게 좋고요.”
“그건 그래 보이더군요. 붙임성도 좋고, 호감형이고, 잘 웃고. 하지만 일적인 부분은 아직 의구심이 드네요.”
“그거야 누구를 앉혀놔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이 어린 여자애라는 이유 하나로 걸러내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도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사촌동생을 엄청 예뻐하시네요.”
“저 녀석이 가족이라서 기회를 얻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 가족이기 때문에 일을 맡기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꼼꼼하고 성실해서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요.”
“어떤 말이요?”
“오롯이 사업가로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인나는 객관적으로 봐도 외모가 빼어나요. 모델처럼 길고 늘씬하기도 하고요.”
“네, 누가 봐도 그렇죠.”
“그로 인해 손님들이 더 오는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장님께서도 철저한 관리의 대명사나 다름없으시잖아요? 제가 건강 주스 사업을 원장님과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거든요. 저희가 파는 주스를 먹었을 때, 더 건강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줘야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도혜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미의 기준이라는 게 절대적인 것은 없겠죠. 저마다의 주관이 있고, 보기에 따라 다르니까요. 하지만 마케팅에 있어서 선호되는 모델이 있는 건 확실하죠. 원장님과 인나의 얼굴을 내걸고 장사를 하자는 건…….”
그 순간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게 있었다. 하지만 당장 그 이야기를 늘어놓지는 않았다. 일단은 지금 이야기에 집중했다.
“아니지만, 원장님이 대표로 있는 카페라는 게 분명히 매출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점장으로 있는 인나의 모습도 도움이 될 거고요. 실제로 많은 사업장들이 보편적 기준에서 잘생기거나 예쁜 아르바이트생으로 바꾸고 장사가 더 잘 된다는 얘기는 아주 흔히 볼 수 있죠.”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저희의 제품은 특성 자체가 그렇잖습니까. 모으고자 하는 고객들도 그렇고요. 그냥 건강을 위해서 마실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고객들 중 대다수가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 것은 분명하거든요. 타겟층이 확실한 이상, 집중 포화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나도혜는 강인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 인나 씨가 꼭 필요하시다 이건가요?”
“지금 말씀드린 이유만은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누군가의 눈에는 인나보다 더 예쁘게 생각되거나, 더 건강한 느낌을 준다거나, 그런 사람들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겠죠.”
나는 나도혜와 두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인나처럼 가게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신경 쓰면서 정직하고 열심히 일할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모든 조건들을 다 갖춘 데다가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경력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급여가 훨씬 셀 겁니다.”
“어머, 사촌동생인데 짜게 주실 생각이셨나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점장의 기본급보다는 적을 겁니다. 영업이익의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이니 하는 만큼 벌어가겠죠.”
“제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놓으신 상태네요.”
“네, 잘 되는 방향으로 많이 생각해봤죠. 인센티브 시스템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시작하여 홍콩, 대만 그리고 요즘은 한국까지 진출한 음식점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도혜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설명해주시겠어요?”
“기본은 동기부여입니다. 일을 더 열심히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둘 중 하나를 택하게 할 겁니다. 기본급에 영업이익 인센티브를 가지거나, 기본급에 영업이익 인센티브 그리고 자녀 매장의 영업이익 인센티브를 가지는 거죠.”
“자녀 매장이요?”
“해당 점장의 아래 있는 직원이 가맹점을 내면, 거기에 대한 인센티브를 가지는 겁니다. 본인의 브랜드가 아니어도 가맹점을 늘릴 이유를 주는 거죠. 그러니 인센티브 방식도 선택을 하는 겁니다. 본인 매장의 영업이익의 0.4%에 자녀 매장 영업이익의 3.1% 그리고 자녀의 자녀까지도요. 손자 매장이 생기면 그곳의 영업이익 1.5%를 가질 수 있게 되죠. 우수한 점장이 또 다른 우수한 점장을 배출하면 그건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나도혜는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또 다른 방식은요?”
“자신의 매장 영업이익에서 2.8%만 가지는 거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가 잘 된다면, 자녀 매장이나 손자 매장이 신통치 않으면 이쪽이 훨씬 이득이죠. 뭐, 자신의 아래 있던 사람이 새로운 점장이 되기 전까지는 선택권조차 없지만요.”
“일종의 피라미드나 다름없네요?”
“피라미드 방식이라도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죠. 기존에 있는 피라미드의 문제점은 저품질의 제품을 말도 안 되는 고가에 팔아먹으니 문제죠. 게다가 일을 시작하려면 강매에 가깝게 물건들을 사게 만들고, 대출까지 받게 하니까요. 세뇌를 하는 방식도 문제고요.”
나는 나도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희는 저품질의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인센티브 방식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그리고 아직 1호점을 내지도 않은 상태잖습니까. 어디까지나 큰 그림을 그려본 겁니다.”
“이거야 뭐…… 상상 이상으로 깊은 부분들까지 계획을 잡아놓으셔서 제가 뭐라 할 수가 없네요.”
“원장님 돈도 들어가지만, 제 돈도 들어갑니다. 당연히 성공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냥 제 가족이라고 점장 자리에 앉힐 리가 없잖습니까? 말아먹으면 끝인데. 잘할 것 같으니 시키는 겁니다. 제 가족 챙기고 싶으면 그냥 용돈 두둑하게 주거나, 편한 일 하나 쥐어주고 월급 많이 챙겨줬을 겁니다.”
“그럴 것 같네요.”
“그럼 동의하시는 겁니까?”
나도혜는 강인나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때 둘의 눈이 마주쳤다. 나도혜는 여유롭게 웃어 보이며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영문을 모르는 강인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부동산 업자와의 대화에 열중했다.
“알겠어요, 대표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해보시죠.”
나도혜의 말에 나는 씩 웃어 보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인나가 일을 제대로 못 하면 제가 자를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가 아니라 원장님께서도 그럴 권한이 있으시죠. 둘이서 상의는 거쳐야하겠지만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당연한 거잖습니까.”
“그럼 매장 위치도 정해졌네요?”
“네? 무슨 말씀이시죠?”
“상의는 거쳐야겠지만, 저희보다도 더 출퇴근이 용이하고 마음에 들어야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나도혜는 몸을 살짝 틀며 강인나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나를 슥 쳐다봤다.
나는 피식 웃으며 동의했다.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