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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60화 (60/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60화

16. 묻고 더블로 (1)

1

“참나…….”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헛웃음을 쳤다.

양미희의 아웃스타그램을 보고 있었다.

양미희 쪽에서 먼저 팔로우를 걸기에 들어왔다.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다시 올려놓은 상태였다.

이미 ‘좋아요’도 눌렀던 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해달라는 건지.

어제 갑자기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먼저 끊어낸 줄 알았더니.

오늘 아침에도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우리 커피 언제 먹어요? 일요일인데 쉬지 않아요?]

이번에는 양미희의 아웃스타그램을 팔로우하지도 않았고, 사진에 ‘좋아요’ 따위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웃스타그램에 가게 사진 몇 장을 올린 뒤에 종료했다.

[일요일에도 일이 있어서요. 좋은 하루 되세요.]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메시지인지는 확실히 전달이 됐겠지.

그렇게 연락이 끊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양미희에게 다시 문자가 왔다.

[일요일에요? 무슨 일이요?]

이쯤 되니 저의가 궁금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있었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혼자 민망해서 낄낄 웃었다. 그러다 괜히 거울 앞에 섰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긴 했다. 피부 상태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니 옛날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학생 때나 20대 초반 때까지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름대로 연애도 하고 놀기도 많이 놀았으니까.

황금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받기 전까지의 인생만 생각한다면, 그 시기가 그나마 가장 찬란했던 때인 듯하다.

문제는 그 황금이 도금이었다는 거지만.

이후에는 보다 치열하지 않게 살았던 걸 후회했다.

그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거였다.

‘나도 한때는’ ‘왕년에’ 같은 이야깃거리 하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휴대폰 화면 위의 두 엄지는 잠시 방황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으니까.

[나도혜 원장님이랑 미팅이 있어서요.]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다.

사실이었고, 양미희에게는 가장 자존심이 상할 말이리라.

양미희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적어도 그 껍데기는 그랬다. 길을 가다가 본다면 고개가 돌아가게 할 만큼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

인성도 모르는 거다. 한 단면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동물인데.

최악의 사람이 기막힌 타이밍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좋은 사람이 아이러니하게 최악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거니까.

양미희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진실이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엮이기 싫은 게 당연했다. 아마 나 같아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해가 된다는 거지, 포용까지 되는 건 아니다.

양미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개인적으로 잘 맞는 것 같지가 않다.

답장도 없는 걸 보니 양미희도 이렇게 단념하는 것 같았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슬슬 나가야겠네.”

준비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설마 또?

전화였다.

노우민이었다.

“에이, 뭐야.”

―네? 전화 받자마자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니야. 다른 사람한테 걸려온 전화인 줄 알았거든.”

―기다리시던 전화 있으세요?

“기다리긴 뭘 기다려.”

―아니면 아닌 거지 왜 화를 내세요.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화는 아닌데, 짜증은 확실히 내고 계시는데요? 혹시 일요일이라 쭤퍼게티 요리사가 되셨었나? 그래서 짜증을…….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쌍팔년도에도 안 통할 개그를…….”

―인정합니다. 죄송합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왜 전화했어?”

―아,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혹시 내일이나 모레 건강상담 스케줄이 어떻게 되시나 해서요.

“건강상담? 당연히 꽉 차 있지.”

―아……. 그렇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왜 그러는데?”

노우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사실은 내일 어머니하고 외할머니께서 서울 올라오시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야!”

―네, 네네?

노우민이 깜짝 놀랐는지 버벅거렸다.

“그런 걸 왜 고민해? 그 얘기 꺼내는 게 왜 어렵냐? 당연히 시간 따로 빼야지. 서울까지 오시는데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얘기하면 되지. 동생들도 다 데리고 와.”

―아뇨, 그러실 것까지는…….

“시끄럽고, 어머니랑 할머니께 여쭤봐. 저녁식사 같이 하실 수 있냐고. 알았지?”

―감사합니다.

“뭔 감사까지…… 아무튼 다음에도 이런 일 있을 때 또 눈치 보고 그러지 마라. 그냥 ‘사장님! 저희 어머니 오신답니다!’ 딱 그렇게만 말해. 그거면 충분하니까.”

―꼭 은혜 갚겠습니다.

“뭔 은혜야 은혜는. 오늘 푹 쉬고 내일 보자. 아, 저녁식사 괜찮으신지 여쭤본 다음에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이따 연락드리겠습니다.

“나 미팅 있으니까 문자로 남겨라.”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새끼…….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직도 그러네.”

당연히 노우민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녀석의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챙겨주고 싶은 거고.

2

강남에 위치한 카페 앞.

들어서는 게 주저될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입구에서부터 ‘고급’이라는 말을 달고 있는 느낌.

금수저는 미팅하는 장소부터 다르구나.

당연한 거였지만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방글방글 웃는 여직원이 나를 맞이했다.

자본주의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몇 분이시죠?”

“아, 예약…….”

“성함 말씀해주시겠어요?”

“나도혜라는 이름으로 예약이 돼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는 방으로 안내를 하고 문을 닫을 때까지도 끝까지 미소를 보였다. 문이 닫히는 그 틈 사이로도 미소를 빛냈다.

그것만으로도 봉사료라는 게 왜 존재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약 10분 먼저 일찍 도착해서인지 나도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주문은 조금 이따 하기로 했지만 메뉴판은 앞에 놓여 있었다.

“미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이 카페지 사실상 레스토랑이나 다름없었다.

런치 코스는 39,000원부터 시작이었다. 당연히 디너는 더 비쌌고.

강남에 위치해 있으니 임대료도 장난 아닐 거고, 2명의 손님에게도 이 정도로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인건비에 이것저것 계산을 때려보면 아주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메뉴만 봐서는 모르겠지만 음식도 괜찮을 듯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음식이든 뭐든 가격을 보면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된다.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말쑥한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은 나도혜였다.

실크 혹은 비슷한 무언가로 만들어진 화려한 패턴의 셔츠에 통이 넓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명품에 그리 밝지 않은 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의 핸드백 그리고 차림새에 어울리지 않는 사각형의 검은색 가방까지.

문이 닫히는 와중에 나도혜가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자동으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나도혜가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너무 바쁘셔서 뵙기가 어렵네요.”

“그랬나요?”

괜히 멋쩍게 웃었다.

“제가 몇 번이나 뵈려고 해도 계속 시간이 안 되셨잖아요.”

“그렇긴 했죠.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고요. 앉으시죠.”

“예, 예.”

마주앉자마자 나도혜는 옆 좌석에 가방을 내려놓고는 눈을 마주쳐왔다.

“그래도 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게요?”

“사장님께서 바쁘시니까요. 제가 드릴 제안은 사장님께서 충분히 바쁘셔야 성립이 가능한 거라서요. 물론, 응하셨을 때의 얘기지만요.”

약간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이나 일에 대한 얘기부터 꺼내는 게 그리 느껴졌다.

이건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미팅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듯했다.

지난번에 봤을 때와 이미지가 다르다고, 이렇게 뵈니 좋다는 등 머릿속에 떠올랐던 문구들이 순식간에 싹 지워졌다.

나도 그 장단에 맞춰 바로 비즈니스 모드로 돌입했다.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어떤 부분 때문에요?”

“바로 비즈니스 제안을 하신다고 해서요. 조금 기대도 되고요. 아무래도 원장님 위치도 위치고.”

“위치랄 것까지 있나요. 그리고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지만, 이건 저희 미담 한의원 브랜드 전체와 연결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가 운영하는 송파지점에 국한돼 있습니다. 사실 미담 한의원이라는 딱지를 떼어놓고, 저라는 사람과 사장님의 거래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완전히 떨어트려놓을 수도 없지만요.”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조금은 찌르듯이 말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담 한의원과 완전히 떨어지는 건지, 연관이 있는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아직 들은 게 없으니까요.”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아까 꺼내놓은 걸 그대로 두고 있었다. 다시 주머니에 자리해야 됐는데.

“아,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받으세요.”

“전화는 아니고 문자인 것 같네요.”

그 순간 나도혜의 시선은 내 휴대폰 화면에 집중돼 있었다.

[제가 그렇게 싫어요?]

[진짜 나도혜랑 만나는 건……]

양미희에게서 온 문자였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휴대폰을 집었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답장은 하지 않았다.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주머니로 넣었다.

“급하신 거면 문자 보내셔도 돼요.”

나도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눈웃음을 치는데, 그 가느다란 눈꺼풀 틈새로 꿰뚫듯이 쳐다봤다.

“아닙니다.”

단호하게 말하고는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럼 하던 얘기로 넘어가시죠. 어떤 일인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음…….”

나도혜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네?”

“점심요. 일부러 점심시간 때에 뵙자고 한 건데.”

“그냥 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습니다.”

“아, 브런치. 그럼 슬슬 허기가 도시겠네요. 또 사장님은 체격이 좋으셔서.”

관리를 시작하면서 군살은 많이 빠지고, 과채류랑 박스들을 나르고 해서인지 적어도 팔뚝은 제법 두툼해져 있었다.

조각 같은 몸매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옷을 걸쳐두면 봐줄만은 하다고 생각했다.

그걸 나도혜의 입을 통해 들을 줄은 몰랐지만.

“예, 그냥 뭐…….”

의례를 지켰다.

“원장님께서는 식사하셨어요?”

“아니요, 아직요. 아침은 걸렀네요.”

나도혜는 메뉴판을 펼치며 생긋 웃어 보였다.

“일단 점심식사부터 하실까요? 여기는 테이블 차지도 따로 안 붙는 곳인데, 자리 잡아놓고 아무것도 안 시킬 수는 없잖아요. 식사 괜찮으시죠?”

“아, 네.”

나도 자연스레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도혜는 천연덕스럽게 메뉴판을 훑다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반사적으로 눈을 피하기 직전, 나도혜는 생긋 웃어 보였다.

이것 봐라?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하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나.

나도혜의 속은 백 길, 천 길은 되는 듯했다.

갑자기 이러는 것에 이유들이 몇 가지 떠오르긴 했지만, 확신은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만남이 어떻게 이어져도 좋았다.

사업이든 남녀 관계든 오늘로 끝이든.

그 와중에 주머니 속의 휴대폰은 몇 번 더 진동을 울렸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양미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능동적으로 직진할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나쁘게 보자면 질척거리는 스타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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