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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59화 (59/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59화

15. 누구나 과거는 있다 (6)

바로 검색어를 눌러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는 순간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오정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 나야.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다. 혹시 인터넷에―”

내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녀석이 대답을 내놨다.

―응, 맞아. 그거 나야. 봤어?

“아니, 아직.”

―봐봐. 내가 정리했어.

“뭘 정리했다는 거야?”

―보면 알 거야. 보고 연락해.

“일단…… 알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이런 미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강인나도 깜짝 놀란 듯 양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기사를 낸 수준이 아니었다.

오정득은 아예 아이튜브에 영상을 올려놓은 상태였다. 24시간이 안 됐는데도 조회수는 벌써 30만을 넘어가고 있었다.

<저는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영상 속의 녀석은 텅 빈 사무실에서 정장 차림을 하고 평소답지 않게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오정득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학교폭력 피해자였습니다. 이미 20년 가까이 된 얘기고, 좋은 친구를 만나 극복했기에 과거에 묻어두고 살고 있습니다.

오정득은 입술을 잠시 오므렸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묻어두었을 뿐, 결코 사라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저를 괴롭혔던 가해자를 우연히 마주치게 됐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건네더군요. 그 뻔뻔함에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인 양 굴고 있어서 역겨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녀석은 화가 나면서도 슬픈 모습을 보였다.

―조금 격한 표현으로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정말 제 감정이 그렇거든요. 제가 이제 와서 이런 영상을 올리게 된 이유는, 이 과거가 일그러진 모양새로 들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 있던 강인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득이 삼촌 안 좋은 일 있으셨구나…….”

나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도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방송에도 몇 번 출연하고, 무료 건강상담 그리고 건강하고 정직한 즙 판매로 유명해진 강건희 씨를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강건희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저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저를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오정득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그런 강건희 씨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개탄스럽습니다. 그리고 강건희 씨를 가해자로 몰고 간, 진짜 가해자에게 너무나 화가 납니다.

녀석은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말했다.

―현재 강건희 씨를 가해자로 몰고 간 사람은, 학창시절 저를 수없이 많이 폭행하고 돈을 뺏었던 진짜 학교폭력 가해자입니다. 그리고 강건희 씨가 저를 도와줘서 학교폭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게 해준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이유가 있습니다.

오정득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건 며칠 전에 학교폭력 가해자를 우연히 만났을 때, 강건희 씨도 함께 있었을 때 녹음한 내용입니다.

녀석이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가게에 안영기가 찾아왔을 때의 대화가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오정득을 괴롭혔던 걸 인정하는 것부터 영업을 했던 것까지 전부.

오정득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 안영기에게 당한 게 있었으니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은 것이리라.

댓글들의 분위기야 뻔했다.

오정득을 응원하고, 나의 결백을 신뢰하며, 안영기를 욕했다.

이 와중에 조금 놀랐던 것은 이 영상이 처음이 아니었다.

오정득은 이미 아이튜브를 하고 있었다.

회계 및 세무와 관련된 정보에 대한 것과 각종 이슈들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 영상이 약 10개 정도 있었다. 전부 조회수는 500회 미만에 그쳤지만.

나는 가게 밖으로 나와서 오정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뭐 저런 영상까지 올렸냐.”

―진실은 밝혀져야 하는 법 아니겠냐.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오해가 완전히 풀릴 것 같네.”

―너도 너지만, 안영기 그 새끼가 그딴 짓을 벌였다는 게 용서가 안 돼. 내가 살면서 진짜 그만한 개새끼는 처음 본다. 역시 사람 웬만해서 안 변하나봐.

“그러게. 나도 변하는 거 어렵더라고.”

―너야 옛날부터 괜찮았는데 왜.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살았던 때도 있으니까. 뭐 하나 열심히 한 적도 없었고.”

―변했잖아.

“네 덕분이지. 고맙다.”

―고맙기는. 내가 고맙지.

“조만간 술이나 한잔하자.”

―그래. 좀 쉬어야겠다.

“그래, 쉬어.”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얘기는 안 했지만 안영기의 신상이 털린 것도 오정득이 인터넷에 소스를 살짝 뿌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일진 논란이 일어나고 사흘 뒤였다.

안영기는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고, 우리 가게에 찾아와서 사과도 건넸다. 나는 길게 얘기하지 않고 보냈다.

딱히 후련하지도 않고, 용서가 되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다.

이 일로 인해 안영기가 확 바뀔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화제가 되는 건 좋은 일이라더니.

가게의 매출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던 내가 일을 해야 될 정도였다. 그래봤자 예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노우민은 말할 것도 없었고, 숙모도 일이 손에 익는지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

오늘은 제법 바쁜 날이었다.

강인나가 바리스타 시험을 보러 간 덕분이었다.

녀석이 맡고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상담 예약은 다시 풀로 꽉 차 있었다.

딱 일주일씩만 예약을 받는 중이었다.

나는 장기적으로 예약을 미리 받을까 생각도 했는데, 강인나가 극구 반대했다. 그렇게 하면 분명히 취소자도 더 많이 나오고, 내가 취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거라고.

어차피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시간을 내서 건강상담을 해주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강인나의 판단이 옳았다.

제법 한산한 저녁시간이 돼서는 고민하고 있었다.

건강관리도 조정이 필요할 듯했고,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것도 2명.

주방 보조 그리고 홈페이지 관리 전문 직원까지.

내 일손을 덜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일은 안 하고 돈만 세겠다는 심보는 아니었다.

행복 건강즙 외에도 미라클 헬스케어의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때가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고 여겼다.

13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머릿속에는 새로운 브랜드 런칭으로 가득이었다.

머릿속에 아이디어들은 충분했다.

자본금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쌓이는 중이었다.

꽤나 올라간 매출은 내려올 줄 몰랐다.

덕분에 주방 직원도 1명을 추가로 뽑는 선에서 해결이 되지 않을 듯했다.

게다가 온라인 판매를 위한 전용공간을 하나 더 만들어야 됐다.

오픈마켓에서 판매율 베스트 상위권을 항상 차지하는 중이었고, 적립금 시스템을 만든 뒤로 자체 홈페이지 주문량도 상당히 늘어나 있었다.

어이가 없는 건 방송 출연보다 일진 논란의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었다.

어디까지나 잘 마무리된 덕분이겠지만.

이른 아침 출근길.

양손을 주머니에 꽂고 가는 길이었다.

“어?”

한 여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등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갑작스런 인사에 당황하며 나도 고개를 꾸벅였다.

“네, 안녕하세요.”

우리 가게에 온 적이 있는 손님인가 하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같이 사진 찍어주실 수 있어요?”

“예?”

“사진이요.”

학생이 휴대폰을 들고는 검지로 쿡쿡 찌르듯 가리켰다.

“왜요……?”

나도 모르게 묻자 학생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아저씨? 오빠? 아무튼 유명한 사람이시잖아요.”

“연예인도 아니고 뭣도 아닌데…….”

“그래도요. 안 돼요?”

“그래요, 뭐……. 어려울 건 없으니까.”

그렇게 학생과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감사합니다아아아.”

“네, 공부 열심히 해요.”

“다음에 저희 엄마랑 즙 사러 갈게요.”

“그래요.”

피식 웃었다.

가게로 가는데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기분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뭐라고 같이 사진을 찍는지.

가게에 도착해서는 평소와 같이 오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잠깐 남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오정득은 아이튜브의 방향성을 바꿔서 일상 같은 걸 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회수가 수천씩은 찍히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그냥 밥을 먹고 산책을 하는 영상의 댓글에 회계나 세무 관련 질문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막상 회계 및 세무 관련 영상은 조회수 자체도 엄청 적었는데.

아마 아이튜브를 하는 게 개인 사무실 운영에도 도움이 될 듯했다.

아직은 취미 수준이지만,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새삼 뿌듯하고 좋았다.

누군가가 잘 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딸랑딸랑.

“안녕하세요, 사장님.”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노우민이 씩 웃어 보였다.

녀석 때문에라도 가게 확장과 브랜드 런칭이 잘 돼야 할 텐데.

행본 건강즙 다음 브랜드가 괜찮게 된다면 세 번째는 노우민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침은 먹었냐?”

나의 물음에 노우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이따 점심 많이 먹으려고요.”

“잘 챙겨먹고 다녀야지. 어차피 이따 오후에 바른 농부단 쪽 물건 오기 전까지는 한가한 편이거든? 나가서 김밥이나 몇 줄 사올래?”

“김밥이요?”

“응, 같이 아침으로 먹게.”

“좋죠. 다녀올게요.”

녀석이 바로 나가려고 했다.

“카드, 카드 가져가야지.”

“괜찮아요, 가끔은 제가 사드릴 때도 있어야죠.”

“까불지 말고.”

내가 카드를 가볍게 흔들자 노우민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멋쩍게 웃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녀석이 가게를 나섰다.

나는 적당히 이것저것 정리를 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나도혜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나도혜입니다. 아침 일찍 실례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진짜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그거 때문에 연락드렸어요.

“네? 어떤 것 때문이죠?”

―연락을 한 번도 안 주셔서 제가 직접 했죠.

그제야 나도혜를 깜빡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가지고.”

―뭐, 바쁜 건 좋은 거죠.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비즈니스 얘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아, 네, 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나도혜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정말요? 그런 것치고는 연락이 없으셔서.

은근히 마음에 담아둔 듯했다.

“정말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이렇게 연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점심 어때요?

“네?”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하죠.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나도혜는 굉장히 차분한 사람이었다. 조금은 딱딱한 느낌마저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화끈한 여자인 듯하다.

“제가 가도 괜찮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그럼 점심식사는 오케이하신 건가요?

“네, 네. 그럼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그쪽에 도착하기 10분 전쯤에 전화를 드리도록 할게요.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그렇게 바로 나도혜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대체 어떤 비즈니스 제안일지.

설마 약 달여달라는 건 아니겠지?

한의원의 하청을 받는 건강원들은 제법 있었고, 대부분이 약을 달이는 것뿐이었으니까.

오전 8시가 천천히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우민이 가게로 들어섰고, 거의 동시에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아웃스타는 만들어놓고 왜 안 해요?]

양미희에게 온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으로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그때 끝난 거 아니었나……?”

이래저래 항상 바빠서 쉴 틈이 없다.

전부 그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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