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57화 (57/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57화

15. 누구나 과거는 있다 (4)

“뭔데? 뭐야?”

나는 놀라면서도 기대감으로 가슴이 잔뜩 부풀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검색어에 올랐다는 게 좋았다.

“이거, 이거.”

강인나가 기사 하나를 띄웠다.

내가 ‘우리는 몸신이다’ 출연할 예정이고, ‘세상에 이런 일도’와 ‘일의 달인’에도 나왔었다는 내용이었다. 곁들이 정도로 노화 방지가 주제라는 이야기가 함께였고.

이번 주 방영분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는 몸신이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몇몇 기자들이 관련 키워드로 기사를 쓰다가 다음 주 방영분에 대해서도 쓴 듯했다.

나는 이미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었고, 잠깐이지만 아이튜브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기에 기사거리로 썩 나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잠깐 검색어로 인한 유입을 위해 활용하는 정도겠지만.

“오빠 짱이다. 무슨 연예인 같네.”

강인나는 기사에 실린 사진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왠지 모르게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표정이 왜 그래?”

“내 표정이 뭐어?”

녀석의 눈은 손톱자국처럼 완전히 휘어져 있었다.

“변태 같아.”

“변태라니!”

강인나가 툴툴거리는 사이, 어느새 오정득이 컴퓨터 앞에 있었다.

“어? 새 기사 떴다.”

이번에는 나 혼자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양미희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핫바디 양미희 옆의 훈남은 누구?]

기사 제목부터 어그로를 끌려고 작정을 했다.

마치 열애설이라도 되는 양 꾸며놓고는 정작 내용은 같이 ‘우리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면서 사진을 찍고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고.

사실 친분이랄 것도 없는데.

“야, 훈남이랜다. 훈남.”

오정득은 괜히 불만이 있는 것처럼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강인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실실 웃었다.

“오빠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구나?”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강하게 부인했다.

“무슨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

“그럼 싫어?”

“싫다는 건 아닌데, 아니, 그냥 같이 사진 찍은 걸로 뭘 이런 얘기까지 흘러가.”

그때 오정득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야, 또 떴다.”

양미희가 실시간 검색어 끝자락에 오르고,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은 물론, 추측성 기사들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양미희와 내가 검색어 7위와 8위를 차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내 양미희 측에서 열애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는 기사도 올라왔다.

괜히 멋쩍어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내가 뭐라고 열애설까지 나는지.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양미희에게 관심이 쏠린 거겠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이 붕 떴다.

6

그날 밤이었다.

나에 대한 검색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양미희가 자신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추측성 게시물이나 댓글을 올렸다.

―내가 볼 때는 사귀는 거 맞네. 100%임.

―아무리 봐도 둘이 연애할 거 같지는 않은데?

―안 어울림...

―이럴 때는 조용~히 응원해줘야죠~^^***

―양미희 계속 방송 쪽 기웃거리는 게 연예인 사귈 줄 알았는데 의외네.

―둘이 사귀는 거 맞음. 내가 저번에 둘이 있는 거 카페에서 봄. ㄹㅇ임.

―행복 건강즙에 몇 번 가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 여기 사장님 사람 진짜 좋습니다. 무료로 건강상담도 해주고 좋은 분이심. 제가 볼 때 사장님이 양미희 같은 여자랑 사귈 것 같지는 않음. 좀 수수한 느낌이라...

―저기 사장님 너무 바빠서 사람 만날 시간 없겠던데.

―전생에 나라 구했나보다. 부럽다. ㅆㅂ

악플들도 꽤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읽었는데, 나중에는 그냥 스크롤을 확 내려버렸다. 스트레스만 받았으니까.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욕들을 하는지.

있지도 않은 일들이 사실처럼 굳어져가는 것도 어이가 없었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냥 무시하면 되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오정득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야, 댓글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다 좋은 징조니까.]

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바로 답장했다.

[이게 뭐가 좋은 징조야?]

[어차피 사실이 아닌 거고, 뭐가 어찌됐든 너에 대해서 더 알려지게 됐잖아. 이것도 다 홍보에 도움이 돼. 그러니까 그냥 좋게 생각해. 나쁜 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 신경 써줘서 고맙다.]

[쉬어.]

[ㅇㅋ]

어느덧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휴대폰 그만 보고 잠이나 자자.”

의지를 확고히 다지고자 괜히 목소리를 내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새로고침을 눌렀다.

새로운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미라클 헬스케어 대표 강건희 일진 논란]

“이건 또 뭐야 씨발?”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곧바로 기사를 클릭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간략히 요약하면 이랬다.

현재 깨끗하고 건강한 즙을 팔며 무료 건강상담을 하는 등 착한척을 하는 강건희의 모습은 전부 가면을 쓴 거라고.

학창시절 아이들을 괴롭히고 때리고 돈을 뺏던 악랄한 일진이었으며, 자신은 내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고.

화가 나면서도 찔렸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으니까.

쌈박질만 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성인이 되고서는 손을 대지 않았지만, 학생 때는 담배도 피웠다.

떳떳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유 없이 아무나 괴롭히고 돈을 뺏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게 맞은 놈들은 다 그럴만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딴 글을…….”

7

다음 날이었다.

―확실하게 말씀해주셔야 돼요. 지금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해요. 만약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 사실이라면 촬영하신 것도 못 써요.

‘우리는 몸신이다’ 작가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단 한 번도 학생들 돈을 뺏은 적이 없습니다.”

―폭력은요?

“학생 때 치고 박는 일이 있기도 하잖습니까. 일방적으로 때린 적이야 있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로, 스스로를 방어한 것뿐이었고요. 제가 모범생은 아니었습니다만, 절대 선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하아……. 그래도 싸우거나 한 사실은 있으신 거네요.

“네, 그건 사실입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일진이어고, 가만히 있는 학생을 괴롭히거나 한 일은 없습니다.”

―확실하신 거죠?

“그렇습니다.”

―그 사실을 기사로 내실 수도 있나요?

“그래도 된다면요.”

―그럼 저희 쪽에서 기자 한 분 연결해드릴게요.

“네, 그렇게 해주십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벌써 인터넷에서는 난리였다.

나는 연예인도 뭣도 아닌데도 그랬다.

검색어 1~2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을 기다렸던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 물어뜯을 대상만을 기다리는 상어들 같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는 얘기들도 많았지만,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말들도 많았으니까.

주먹에 힘이 빡 들어갔다.

누군지 찾아내고 만다.

8

‘우리는 몸신이다’의 작가가 연결해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짧은 미팅을 마치고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반박 기사가 올라갔다.

당연히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고, 다른 한마디를 덧붙였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에 대한 거짓말을 올려놓은 사람과 꼭 만나고 싶다고.

반박 기사가 올라가도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싱싱한 고깃덩어리를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보였다.

충분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겠다는 거지.

나는 글을 올린 아이디를 인터넷에 검색하며 나름대로 추적을 하려고 했지만, 특별히 나오는 건 없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이라면 오정득 역시 사람까지 써가며 나름대로 알아보는 중이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었다.

평소였다면 2시부터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계속 건강상담을 해야 됐다.

하지만 건강상담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많은 예약 취소가 일어났다.

그래봤다 4건이긴 하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몰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온라인 주문도 취소가 꽤 많이 일어났다.

미간과 이마에 주름이 사라질 틈이 없었다.

그렇게 잔뜩 열 받은 상태에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덕분에 가게의 분위기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오빠……. 괜찮아?”

강인나가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숙모도 애써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럴 때도 있는 거야.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어. 아마 곧 오해는 풀릴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나는 씩 웃어 보이고는 강인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해. 갑자기 주문 취소가 많이 들어와서 네 일이 많이 늘어났다.

“나야 괜찮은데…….”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바른 농부단 대표 엄현석의 전화였다.

“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바른농부단 엄현석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저야 잘 지냈죠. 다른 게 아니라…….

“지금 인터넷에 퍼진 것 때문에 연락주셨나요?”

―그거 보고 연락드린 건 맞는데, 여러 가지로 걱정이 돼서…….

바른 농부단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세우는 브랜드이지만, 그전에 깨끗하고 올바른 이미지가 깔려 있어야 했다.

현재 행복 건강즙에서 판매되는 즙이 바른 농부단과 협업을 하는 곳 중 가장 컸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다.

“대표님, 우선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런 말씀을 들으려고 전화를 드린 건 아니에요.

“본의든 아니든 이미 일이 벌어졌잖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지금 사태에 대해 어떤 확실한 대답을 드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건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지금 그런 상황이고요.”

나는 목소리에 힘주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기사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한 톨의 거짓말도 섞여 있지 않습니다. 정말입니다.”

―네, 사장님 믿습니다. 지금 많이 힘드실 것 같아서, 그래서 전화드렸어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사장님 봬서 알잖습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빠른 해결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이번에는 오정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야, 찾았어.

“찾았다고?”

―어, 이거 글 올린 거 누군지 아냐?

“왠지 상상은 되는데, 그게 아니길 바라는 중이야.”

―그래?

“응. 누군데?”

―안영기야.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여러 가지 타이밍상 그놈일 것 같았다.

“진짜로?”

―정확히는 안영기 여자친구. 여자친구 아이디로 글을 남긴 거더라고. 참나.

“아무튼 고맙다. 진짜 고맙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제대로 반격에 들어가야지.”

―반격?

“응, 팩트로 뭉쳐서 직구 한 번 던져야지.

9

오후 9시가 조금 넘어서야 기자와 얘기를 마칠 수 있었다.

나름대로 반박자료도 준비하고, 곧 정정기사가 올라갈 예정이었다.

안영기는 폭행을 당하는 그런 부류의 학생도 아니었다는 걸 강조했다.

둘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오래전 일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먼저 덤빈 것은 안영기였다는 걸 강조하면서 ‘여전히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온라인을 위한 대처도 나름대로 마친 상태였다.

이걸 사람들이 어떻게 받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이걸로 잘 풀려야 될 텐데. 그나저나 안영기는 언제 만나지? 만나지 않는 게 나으려나? 마음 같아서는 옛날처럼 뒤지게 패고 싶네.

“아오…… 빡쳐.”

다시 곱씹어봐도 화가 났다. 뭐 이런 치사한 양아치 새끼가 있는지. 역시나 사람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