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53화 (53/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53화

14. 확실함 (3)

“제가요?”

녀석이 깜짝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입을 뗐다.

“응. 너 이제 다 할 줄 알잖아. 가능하지 않겠어?”

“뭐…… 알려드리는 거야 가능하긴 한데, 그래도 더 확실하게 하시려면 사장님께서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 보이면 내가 끼어들면 되고. 일단 해보라는 거야. 너에 대한 테스트도 되지 않겠냐?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

“아, 저야 당연히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대로만 하고 있죠.”

“그럼 그렇게 알려드리면 되겠네.”

노우민은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이내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 좀 할게. 내 손 안 가게 다 잘 알려드리면 보너스 줄게.”

“정말입니까?”

“많이는 아니고.”

“진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보너스 때문은 아니고…….”

“보너스 때문이지, 아니기는.”

내가 장난스레 손을 치켜들자 노우민은 하하 웃었다.

녀석은 내 직원이지만,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

“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공인중개사 그리고 집 주인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드디어 모텔 생활도 끝이다.

1층이라고 하지만, 사실 진짜 1층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층. 딱히 계단을 내려가지는 않지만, 구조적으로 찬란한 햇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남향인지라 아침과 낮에 큰방에는 햇빛이 든다. 방은 2칸.

과거에는 반지하라고 부르는 곳도 더러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뭐지? 지층이 맞겠지 아마도.

월세 500에 31.

1만 원은 관리비다. 일반 주택에 붙어 있는 집인데 왜 관리비가 드는지는 모르겠다.

이에 대해 묻자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붙이긴 하는데 석연찮았다.

그래도 저렴하게 나온 곳인지라 월세 1만 원을 더 낸다고 생각했다.

도배랑 장판도 새로 해준다고 하니.

대출을 쓰면 꽤 번듯한 전셋집도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단순히 빚이 생기는 게 싫어서는 아니다. 부자가 되려면 적절하게 대출을 써야 하니까. 대출을 많이 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내가 안다. 쥐뿔도 없을 때는 은행에서 대출은 안 해준다. 사금융권에서도 빨대를 꽂을 수 있을 만큼의 소액만 허용한다.

대출도 자산이라고 하지.

내가 저렴한 월세에 들어간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지금 구한 집도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다. 지금은 상담실이 된 쪽방 그리고 모텔 달방을 살던 내게 궁궐이나 다름없다.

다른 하나는 전세에 돈이 묶이는 게 싫어서이다. 전세에 묶인 돈만큼 다른 쪽으로 투자든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굴려보겠다는 마음이다.

건강상담을 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건강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했다.

건강은 타고나는 게 가장 크다고들 한다.

평생 탄산음료를 달고 살면서 100살이 넘게 장수한 할머니가 한 말이 있다. 자신에게 탄산음료를 끊지 않으면 금방 죽게 될 거라고 했던 의사들이 전부 죽었다고.

수십 년 동안 라면만 먹어도 건강한 할아버지, 평생 술, 담배를 즐겼는데도 100살 가까이 산 할머니.

하지만 타고나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관리가 필수다.

관리에는 돈이 든다.

간단한 예로 미국의 중산층 이상보다 서민층에 비만율이 훨씬 높다.

건강한 음식들보다 인스턴트식품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더 극단적이다. 체감물가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니까.

채소나 과일 같은 것들은 임금대비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비교해도 가장 비싸다.

그러니 가난할수록 건강도 챙기기 어렵다.

백날 봉사를 하고, 수많은 조언들을 하는 것보다 당장 입금되는 돈 몇 푼이 더 크게 와 닿고 도움이 될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경제적으로 나아지면 스트레스도 줄어드니 건강에도 좋다. 내가 건네는 건강관리를 더 충실하게 지키기도 쉽고.

그래서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개인적인 욕구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보다 숭고한 목표도 함께했다.

그래서 더 의욕이 불타올랐다.

건강한 동기부여가 머리를 맑게 했다.

8

“이렇게 씨를 다 제거해주셔야 돼요.”

노우민이 사과를 손질하며 말했다.

숙모는 진지한 얼굴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는 씨까지 함께 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 과일들도 있긴 한데, 이렇게 일일이 다 까야 되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사과 같은 경우 씨에 독소가 있어서 반드시 제거해야 돼요.”

과채류 손질 정도야 어려울 리 없었다. 수십 년을 주부로 살기도 했고, 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으니까.

노우민은 나보다도 더 꼼꼼하게 교육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군기가 빡센 주방 일을 해본 녀석이라 더 그런 걸로 보였다. 보너스도 절실할 테고.

녀석은 밤에 하는 일을 확 줄였다. 아마 나중에는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듯했다.

그래서 의외였다. 호텔조리과를 나왔는데, 요리가 전공인 놈인데 내 밑에서 일하는 걸 메인으로 둘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간단한 요리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재능도 있는 것 같던데.

가능하면 노우민의 적성을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에게서 이따금씩 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니, 나보다는 훨씬 낫다. 할 줄 아는 것도 있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다른 형제들까지 책임지고 있었으니까.

그냥 환경 때문에 포기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그랬다.

“나 잠깐 미팅 때문에 나갔다 올게.”

나는 노우민에게 말을 건네고는 숙모와 눈을 마주쳤다.

“숙모 일은 좀 어떠세요?”

“재밌어.”

“그래요?”

“사장님이랑 우리 우민 씨도 너무 좋으시고.”

숙모의 말에 피식 웃었다.

“사장님은 무슨…….”

“가게에서는 사장님이라고 해야지.”

먼저 이렇게 위계질서를 잡아주니 편했다. 감투를 쓰고 있다고 그걸 이용해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지만,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안 그러면 아쉬운 소리도 하기 힘들고.

아는 사람과 일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가까울수록 더.

동업은 절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일이란 게 아는 사람하고 하면 안 좋을 수밖에 없다.

일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쉬운데, 서운한 말을 하기가 힘들다. 일을 잘해도, 아는 사람이기에 더 큰 걸 바라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들이 끊이지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강인나가 대단하다. 녀석은 자유자재로 선을 뛰어넘어 다니지만, 할 일을 분명하게 하고, 사과할 게 있으면 확실하게 사과한다. 그리고 바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우리 가게에서 고작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직원으로 남아 있을 녀석이 아니다.

“인나야, 오빠 다녀올게.”

“응.”

“오늘 건강상담 없는 거 알지? 만약에 문의 들어와도 지금 바로 예약 못 받는 거랑.”

“응, 공지 띄워 놨어.”

“잘했어. 그럼 갔다 온다.”

“올 때 맛있는 거 사 와.”

“봐서.”

“아, 진짜.”

“알았어, 사올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무거나 다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중얼거렸다.

“오케이……. 인나 간식으로 과자……. 나머지는 피자…….”

“아, 그러기야?”

“피자 콜?”

“콜!”

“숙모하고 우민이한테도 물어봐.”

강인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목소리를 높였다.

“이따 간식으로 피자 괜찮아요오오오?”

어찌나 우렁찬지 가게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난 주방 쪽으로 가서 물어보란 얘기였는데.“

“네에에에에에.”

“좋아요오오오오.”

대답이 들려오자 강인나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렸다.

“괜찮대.”

“다 들려.”

“아무튼.”

천진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따 내가 전화하면 앱으로 주문해.”

“오키.”

그렇게 가게를 빠져나왔다.

미팅이 2개나 잡혀 있었다.

9

‘우리는 몸신이다’ 그리고 ‘일의 달인’ 출연을 확정했다.

둘 다 다음 달에 촬영을 들어가게 됐다.

‘세상에 이런 일도’와는 다르게 하루면 촬영이 끝나는 것들이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다른 종류의 부담이 있다면 ‘우리는 몸신이다’ 촬영이었는데, 아무래도 연예인 그리고 다른 패널들과 함께라는 점이 그랬다.

가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실외에 작은 현수막이 붙었다. 바로 나의 보유 자격증 목록이었다. 당연히 실내에는 자격증 실물을 액자에 넣어 각종 수료증과 허가증과 함께 벽에 자리했다.

식생활교육지도사, 약용식물관리사, 약초관리사, 약초이용발효지도사, 식품가공기능사까지.

나의 학력으로 빠르게 딸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손에 넣은 셈이었다. 다른 자격증들은 수년에 달하는 실무 경력이나 학력이 필요했다.

기본적인 조건은 충족하고도 남는 걸로 보였다.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신뢰감을 줄 수 있겠지.

10

여느 날과 같이 퇴근하기 전에 뒷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노우민이 항상 퇴근 전에 깔끔하게 해놓는 편이었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숙모가 사실상 손을 댈 것이 없게 만들어놓았기에 딱히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거라고는 매출을 살펴보는 게 가장 컸다.

홈페이지 관리는 강인나가 가장 많이 하기에 온라인 매출은 녀석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오빠 진짜 부자 되겠다. 덕분에 나도 월급 많이 받아서 좋고.”

“더 벌어야지.”

“욕심도 많으셔.”

“그럼 욕심 부려야지. 탐욕스러운 게 아니라, 건강한 욕심. 욕심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가지.”

강인나는 헛웃음을 쳤다.

“오빠 그것도 병이야.”

“어? 뭐가?”

“건강병. 평소에는 안 그런데, 가끔 보면 무슨 할아버지 같다니까?”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짜 그럴지도.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철학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작은아빠로부터 영향을 받은 게 대다수였으니까.

가게 마감까지 10분 전이었다.

“주스나 한 잔 마실까?”

“좋아.”

우리는 마주앉아 각자가 원하는 것으로 주스를 한 잔 따랐다. 메뉴가 늘어 선택권이 많아지니 질릴 틈이 없었다.

“인나야,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앞으로 뭐?”

“언제까지고 계속 여기서 일할 수는 없잖아.”

“그럴 생각이었는데?”

“까분다.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음…….”

강인나는 잠시 고민하듯 눈동자를 위로 한 채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다 다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중에 카페나 하나 차리고 싶어.”

“카페?”

“응. 솔직히 이런 말하면 요즘 애들은 꿈이 없네, 열정이 없네, 목표의식이 확실하지 않네, 그런 말들을 하거든? 근데 난 하고 싶은 게 카페야.”

“그래?

“응. 이게 내 꿈이야. 조금 더 있다면…… 카페 운영하면서 아이튜브도 좀 해보고 싶고.”

“어떤 걸 주제로?”

“그냥 브이로그. 일상 공유하는 거지. 꼭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람들하고 이것저것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 일상이 주제니까 아무래도 컨텐츠의 한계도 적은 것 같고. 그러다 잘 되면 좋은 거고.”

“그러니까 아이튜브를 하는 카페 사장이 꿈인 거네?”

강인나는 입가에 시원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카페는 무슨 카페를 하고 싶어? 준비는?”

“글쎄? 일단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따야겠지? 안 그래도 요즘 책 보면서 공부하고 있거든.”

녀석이 이따금씩 휴식시간에 책을 읽던게 머릿속을 스쳤다.

“커피 말고 다른 거는?”

“다른 거 뭐?”

“이건 어때?”

내가 주스를 들어 보였다.

“응? 주스가 왜?”

“건강 주스 위주의 카페는 어떠냐는 거지. 커피는 기본적인 거 몇 가지만 두고.”

“건강 주스 카페? 오빠 카페 차리게?”

“카페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나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콕콕 찌르며 씩 웃었다.

“여러 가지가 머릿속에 있지.”

“여러 가지?”

“응, 그래서 상호명도 바꿀 생각이야.”

“행복 건강즙 말고?”

“그치. 언제까지고 건강즙 하나만 팔 건 아니니까.”

“그래? 난 계속 건강즙만 하는 줄 알았지.”

“이걸 손에서 놓겠다는 건 아니야. 단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거지. 내가 회사 이름 생각해봤는데 들어볼래?”

“응!”

강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가 이내 불안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런 걸 나랑 얘기하는 게 맞나? 내가 뭘 안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들었을 때 어떤지가 중요하잖아. 뭐, 사실 그렇게 특별하고 대단하지 않아. 그냥 상호명인데 뭐.”

“그럼 말해봐.”

“미라클 헬스케어.”

강인나가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떴다.

“좋은데? 적어도 행복 건강즙보다는 훨씬 좋아.”

“그래?”

“응!”

“그렇다고 행복 건강즙도 완전히 빼버릴 수는 없으니까 로고도 하나 넣으려고.”

“어떤 로고?”

“세잎클로버.”

강인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하필이면 세잎클로버야?”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야. 그리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사람들이 행운만 찾다가 곁에 있는 행복을 지나치곤 하거든? 행복이 제일 중요한 거잖아. 다들 행복하게 살길 원하고. 뭐, 원래 가게 이름이 행복 건강즙이기도 했고.”

괜히 머쓱해서 웃어 보이자 강인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좋다. 진짜 좋아.”

“그래? 괜찮은 거 같아?”

“완전!”

“차차 하나씩 해보려고. 일단 자본금이 좀 모여야겠지만. 그래도 지금 매출 상태라면 금방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

일에 대해 확신은 없었다.

누가 성공의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 누구도 100%를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가 있었다.

이 일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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