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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38화 (38/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38화

9. 윈윈 (4)

강인나가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란 것처럼 걸음을 멈췄다.

“오…….”

“어?”

“오빠아아아아아아아!”

녀석이 갑작스레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나를 때리고 흔들어댔다.

“너무 오랜만이야! 왜 이렇게 보기가 어려워! 너무 오랜만이다!”

“하하, 하하하하. 바빠서 그랬지. 오랜만이네.”

“그러니까! 오빠 살 빠졌다. 멋있어졌네? 진짜 아저씨 같았는데 갑자기 오빠처럼 됐어.”

“원래도 오빠였어.”

“아니, 아니, 여기가…….”

강인나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 앞쪽을 훑는 듯하더니, 이내 양손으로 몸 아래쪽까지 위아래로 움직였다.

“다 바뀌었잖아.”

“까분다 또.”

어렸을 때부터 워낙 활발하고 날 잘 따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조카 같기도 하지만, 친동생처럼 여겼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일은 4시부터인데.”

내가 묻자 강인나는 배시시 웃었다.

“오빠 보려고 일찍 왔지.”

“웃기지 말고.”

“엄마가 요즘 오빠 엄청 바쁘다고 일찍 가보라고 했거든.”

“그래. 고모가 그랬구나.”

나는 고모에게 고마운 마음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그러다 노우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인사드려.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야.”

“안녕하세요.”

강인나가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건네자 노우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꾸벅였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나는 피식 웃음이 나오려던 것을 참았다.

강인나는 워낙 어리니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도 아직 노우민과 적당히 불편한 관계로 지내고 있었으니까.

“너무 얼어 계시는 거 아니에요?”

강인나가 웃으며 한마디 툭 던졌다.

“네? 예? 아뇨, 그냥……. 낯을 좀 가려서요.”

노우민은 당황하며 버벅거렸다.

낯을 가리기는. 낯가리는 사람이 면접에서 그렇게 당당한가? 낯을 가린다면 이성한테만 가리는 거겠지.

그래도 노우민이 당황하는 모습에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만약 노우민이 처음부터 능글거리면서 강인나에게 추파를 던진다면 싫었겠지.

“밥은 먹었어?”

내가 묻자 강인나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먹었지.”

“뭐 안 먹어도 괜찮아?”

“응, 밥 많이 먹고 왔어. 오빠 빨리 먹어.”

녀석은 노우민에게도 생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는 없는데…….”

나는 의자를 하나 빼주며 말했다.

“여기 앉아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응.”

그렇게 다시 식사를 하던 중에 전화가 울렸다. 건강상담에 관련된 문의였다.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오정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것이었다.

고맙게도 오정득은 자신이 직접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후배 중에서 그쪽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문제는 사람을 구해서 홈페이지 제작에 들어간다고 해도 최소 2, 3주는 걸릴 것으로 생각됐다. 그럼 앞으로 2, 3주 동안은 계속 전화에 시달려야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전화만 받는 직원을 뽑을 수도 없었고.

그때 강인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11

강인나가 컵에 슬러시를 받고 뚜껑을 씌운 뒤 빨대를 꽂은 뒤 나를 쳐다봤다.

“이렇게만 하면 돼?”

“응. 전화는 여기 적혀 있는 것처럼 받으면 되고.”

“응, 알았어. 그런데 오빠 글씨 원래 이렇게 잘 썼어? 완전 명필이다.”

나는 피식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전화 받았다가 뭐 좀 얘기 복잡해지거나 하면 오빠한테 줘. 알았지?”

“응, 그럴게.”

강인나는 원래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일하는 것이었는데, 2시간을 늘려 2시부터 8시로 변경했다. 그리고 시급을 1천 원 더 주기로 하고 전화를 받는 업무까지 맡겼다. 슬러시 손님이 많을 때는 내가 전화를 받아야겠지만.

어느 정도 일이 정리가 되어가는 듯했다.

노우민도 첫 출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을 잘했고, 강인나도 어릴 때부터 똑 부러지는 면이 있어서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오후 2시였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건강상담 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루에 4시간으로 정했다.

진단서 등을 인증하거나, 거리와 시간 등의 문제로 2시부터 6시 사이에 방문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오전이나 저녁에 예약을 잡을 때도 있을 것을 감안해서 정한 시간이었다.

조금 있으면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올 때였다.

나는 나름대로 깔끔한 반팔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머리도 가볍게 손질했다. 그러다 계속 밖에 있는 강인나가 신경 쓰였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강인나가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엇? 갑자기 왜 각 잡았어?”

“뭐? 각?”

강인나는 머리를 넘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응, 이렇게 머리도 삭 넘기고. 나하고 저기 안에 오빠한테 일 맡기고 어디 데이트 가는 거야?”

“데이트는 무슨, 이제 손님들 한창 오실 시간이니까 깔끔하게 있는 거지.”

“그전에 오는 손님들은?”

“그전에도 지저분하게 있던 건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

“아무튼 왜 계속 나가 있어? 들어와.”

“어? 슬러시 팔아야지.”

“지금 손님도 별로 없을 시간이잖아. 들어와 있어도 돼. 밖에서 벨 누르고 호출하면 그때 나가.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계속 나가 있어.”

나는 손짓을 하며 문을 더 활짝 열었다.

“얼른.”

“난 진짜 괜찮은데? 여기 그늘 있어서 별로 안 더워. 그리고 장사 열심히 해야지. 시급 값은 해야 되잖아. 이렇게 서 있어야 손님들이 더 오지.”

“그럼 사람 지나갈 때나 나가 있어. 지금 사람들도 별로 없잖아. 그러다 너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 고모한테 맞아 죽는다. 빨리.”

“진짜 괜찮은데.”

강인나는 구시렁거리면서 이내 가게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곧장 에어컨 쪽에 서서는 눈을 감은 채 배시시 웃었다.

“안에가 시원하기는 하다.”

“그치? 거봐.”

“그러게.”

이래서 조금 고민했었다. 밖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날씨다. 밖에 서서 슬러시를 판다는 게 생각보다는 고된 일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소중한 사촌동생이 고생하는 꼴은 보기가 싫었다.

고모의 성화도 있었고, 강인나도 하고 싶다고 해서 결국 시켰지만.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을 뽑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듯했고.

그나마 이제 저녁에는 조금씩 나아지는 듯해서 다행이었다.

억지로 시킨 게 아니라, 강인나도 원해서 하는 것이니 윈윈이었고.

슬러시 손님이 와서 호출 벨을 울린 순간이었다.

“네, 나가요오오오오오오.”

강인나는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흐뭇했다.

노우민은 계속 주방에서 일을 하는 중이었고, 나는 나대로 쉴 틈이 없었다. 방송 직후처럼 줄을 설 정도는 아니었지만, 잠깐 앉아서 쉴만하면 손님이 찾아왔다.

올 사람은 온다. 제품의 품질만 지키면 된다.

작은아빠의 조언이 옳았다.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고 가게를 열기로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건강상담 받기로 해서…….”

내가 씩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혹시 정시내 씨 되시나요?”

“네, 맞아요.”

“여기 앉으시죠.”

정시내는 의자에 앉으면서도 이리저리 살폈다.

“어디 특별히 불편하신 곳이 있으신가요?”

나는 물어보면서 정시내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신체에 큰 이상은 없었지만, 안 좋은 곳들이 있기는 했다.

혈관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척추도 안 좋은 듯했다.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손발이 많이 차거든요. 이게 별로 안 좋다고 하길래요. 예전에 한의원에서 약도 타서 먹고 해봤는데, 별로 안 맞는지 얼굴에 홍조 올라오고 그러더라고요.”

“지금도 약을 계속 드시고 계신가요?”

“아니요, 그때 홍조 올라오자마자 바로 끊었어요. 그러고 지금까지 계속 그냥 살았는데, 저번 주에 방송 봤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손을 내밀었다.

“실례지만 손 좀 한 번…….”

정시내는 곧장 손을 내보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조금 전까지 뜨거운 땡볕 아래를 걷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차가웠다.

“어우, 굉장히 심하시네요.”

“그런가요? 많이 안 좋은 건가요? 어디 심각하게 아픈가요? 그런 건 아니죠?”

정시내는 금세 근심이 가득한 얼굴을 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놓으며 웃어 보였다.

“아니요, 그렇게 걱정하실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기본적으로 혈액순환이 안 좋거든요. 그리고 허리도 안 좋고요.”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요즘 들어서 허리도 자주 뻐근하더라고요.”

“안 좋은 자세도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우선 자세부터 신경 쓰셔야 돼요. 혹시 아침에 일어나시면 가장 먼저 뭘 하시나요?”

“아침에 보통……. 일어나서 애들 깨워서 씻기고, 어린이집 보내고…….”

정시내는 골똘히 생각하면서 말을 하다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아, 이런 거 물어보시는 게 아니겠죠?”

“아뇨, 그냥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네, 그럼…… 보통 그런 식이에요. 아이들 깨워서 씻기고, 밥 먹인 다음 어린이집 보내면 바로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러죠. 오후에는 일 나가고요.”

“식사는요?”

내가 물었다.

“식사요? 식사는 애들 먹일 때 대충 챙겨먹을 때 있고, 아니면 보통 애들 어린이집 보낸 다음에 먹어요.”

“그럼 아침에 일어나서 언제 처음으로 물을 드세요?”

“그때그때 달라서…….”

“일단 내일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셔야 될 건―”

“물 마시기요?”

“아니요.”

나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이 정시내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럼요?”

“스트레칭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5분에서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잠이 조금 부족하시더라도 꼭 그렇게 해주세요. 현재 정시내 씨는 10분 덜 자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몸에 더 좋습니다. 가능하면 1시간 일찍 일어나시고, 낮에 30분 정도 낮잠을 주무시는 게 더 좋고요.”

“아아…….”

정시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마친 다음에는 물부터 드세요. 아침에 물을 드시되 가능하면 미지근한 물이 가장 좋습니다.”

“따뜻한 커피나 차는요?”

“커피는 물이 아니니까 안 되고요. 차를 드시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드신 다음 드세요. 차는 너무 뜨겁지 않은 게 좋고요. 시원한 것도 괜찮고요.”

“그렇게만 하면 되나요?”

“아니요, 현재 수족냉증의 가장 큰 원인인 혈액순환을 개선하셔야 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걸로도 도움이 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세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생강을 많이 챙겨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강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네. 생강차도 좋고, 음식에 넣어서 먹는 것도 좋죠. 그냥 드셔도 좋은데 아무래도 먹기가 조금 힘든데요. 생강을 설탕에 졸인 다음 말려서 간식처럼 드셔도 됩니다.”

“설탕은 몸에 안 좋지 않나요?”

“아무래도 좋다고 보기는 힘들죠. 하지만 과자처럼 계속 먹는 간식이 아니니까, 생강을 드시는 게 힘드시면 이런 방법으로 조금씩 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건 좀 그렇고, 오늘은 생강차를 마시고, 내일은 생강이 들어간 반찬 그리고 모레는 생강 간식을 먹는 식으로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될까요?”

“파도 많이 드시면 좋습니다. 파야 활용도가 높고, 한식에는 여기저기 다 들어가잖아요? 파도 많이 드세요.”

정시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예, 다 됐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시면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만약에 개선되지 않거나, 또 다른 이상증세가 느껴지시면 연락주시고요.”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답례를 어떻게 해야…….”

“제가 말씀드린 방법으로 건강해지시면 그게 곧 답례입니다.”

“아니, 그래도…….”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아무 답례를 받지 않으니 이렇게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정시내는 몇 번이나 정말 괜찮은지를 확인했고, 나는 계속 같은 답을 내놨다. 이 실랑이가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가 가고 나니 2시 14분이었다. 20분이 되면 다음 사람이 올 예정이었다.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20분마다 건강상담을 위해 사람들이 오기로 돼 있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오전이나 오후에 추가됐고. 그 와중에 즙을 사러 오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노우민이나 강인나가 응대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워낙 싹싹하게 잘해서 마음 놓고 건강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즙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때는 내가 말을 해야 됐지만.

한 중년 남자가 포도즙을 사며 어디에 좋냐고 물었고, 나는 이에 관한 내용을 줄줄 읊었다. 그러자 남자는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완전 박사님이시네, 박사님.”

“그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에 관해서는 계속 공부를 하고 있어서요.”

“하긴, 맞아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건강이 없으면……? 아닌데, 건강이 아니라, 그 뭐더라?”

내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병이 없으면 그게 신선이다’라는 말이요?”

“예, 맞아요! 그 말이요! 이야아, 모르는 게 없으셔. 아무튼 이거 자아아알 챙겨먹고 더 건강해져야겠습니다. 그럼 먹어보고 좋으면 또 오겠습니다!”

“네에, 또 오세요.”

그렇게 남자를 배웅하고는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금 뭐였지?

‘병이 없으면 그게 신선이다’라는 말은 내가 내뱉는 순간 처음 들었다. 나는 그걸 마치 옛날부터 알던 말인 양 당연하게 했다.

단순히 민간요법에 대한 것만 전수를 받은 게 아닌 것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스스로에게 놀랄 일이 있을 줄이야.

전수받은 능력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할아버지에게 받은 것밖에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뭐든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인데.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윈윈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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