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33화 (33/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33화

8. 사장님 (4)

“예?”

김성환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헤르페스라면…….”

가예림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미묘하게 앞으로 다가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헤르페스는 바이러스성 질환인데요. 1형과 2형으로 나뉩니다. 지금 성환 씨처럼 입술 주위에 포진이 생기는 게 1형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흔합니다. 평생 자기가 헤르페스 보균자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고요.”

나는 테이블 위로 양손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증상이 전형적이에요.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좀 떨어질 때, 그렇게 입술이나 옆에 포진이 생겨요. 만약에 그게 터져서 진물이 흐를 정도일 때는 전염력이 훨씬 강해지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앗, 그럼 성환이가 여기에 바이러스 퍼트리고 다닌 거예요? 아까 설거지도 했고, 포도즙도 먹다가 뿜었고…….”

가예림이 살짝 놀라며 말했다. 반응으로 봐서는 헤르페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듯했다.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보균자라고 하니 가볍게 여길 만했다. 조심하면서 면역 관리는 해야 되지만, 위험하다고 하기는 어려웠고.

“그렇지는 않죠. 성환 씨는 아까 주방에서는 마스크에 장갑도 착용하셨고, 설거지도 대야 딱 하나 하셨잖아요. 그것마저 왕창 찌그러져서 버려야 되고요. 아까 저한테도 포도즙 튀었는데 제가 어떻게 했나요?”

“그냥 아무렇지도 않으셨어요.”

“네, 괜찮으니까 그런 겁니다. 직접적으로 체액이 점막을 통해 흡수가 되거나 먹는 게 아니라면 문제없습니다. 가게 내부에 튄 거야 바닥에 조금 흘린 수준이었고, 살균력 강한 세정제까지 써서 깨끗이 닦아냈고요.”

내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헤르페스가 전염력이 있긴 하지만, 무슨 좀비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입술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예림 씨의 경우는 연인이시기에 더욱요. 진물이 흐르거나 할 때 옮기 쉽다고 말씀드렸죠? 연인 사이시잖아요? 키스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증상이 안 나타날 뿐, 예림 씨도 보균자이실 확률이 높습니다.”

말을 해놓고 보니 가예림이 썼던 컵이 괜히 신경 쓰였다. 사실 동시에 식기류를 같이 쓰는 정도가 아니면 전염될 확률은 거의 없지만, 촬영이 끝나면 설거지부터 빡빡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증상이 없을 뿐, 이미 헤르페스 보균자일 수도 있는 거지만.

“아…….”

가예림은 조금 당황한 듯하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죠?”

“일단 헤르페스에 완치란 없습니다. 한 번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보균하게 되면 평생 달고 산다고 보셔야 돼요.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보균자이고, 평생 자신이 보균자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시면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나는 김성환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성환 씨가 보균자이시고, 예림 씨는 확실하지 않으니 일단 조심하시고, 조만간 혈액검사를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증상인 바이러스 보균까지는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없었다.

김성환이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말 그대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헤르페스가 뭔지 몰라서 무슨 큰 병인가 했는데, 그냥 아무나 다 있는 거고 피곤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거잖아요? 그쵸?”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성환은 헤르페스 1형만 지니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게는 얼굴에서 보였다.

헤르페스 2형. 주로 성기 근처에 물집이 생기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성병이었다.

헤르페스 1형과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재발하는 증상이 있다. 재발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완치가 없었다.

이게 김성환이 달고 온 빅엿이었다. 포장에 싸여 있지만, 말 몇 마디만 던지면 금세 까질 것이었다.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김성환이 사전에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대야를 망가트리고, 정성스레 만든 포도즙을 쥐어짜고 뱉어버리는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의 기로에 섰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 능력이 고작 앙갚음이나 하기 위해 있는 건가?

정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이용하기 위한 능력이 아니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그새 좀 살만해졌다고 옛날 버릇이 나오는 건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가는 철없던 시절, 아니, 개념 없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었다.

입을 잠그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가예림 앞에서는 그랬다. 김성환은 확실히 질환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니 따로 얘기를 해줘야겠지.

그때 가예림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테이블 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내가 묻자 가예림이 고개를 들고 눈을 맞추며 목소리를 냈다.

“선생님.”

“저 선생님 아니에요.”

“아, 맞다.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헤르페스 1형과 2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2형은 뭔가요?”

“1형과 특징은 비슷한데요, 부위가 다릅니다. 주로 생식기 근처에 물집이 잡힙니다. 항문 부근에 생길 수도 있고요.”

가예림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고개를 끄덕거리다 물었다.

“그럼 성병이라는 얘기네요?”

“그렇…… 죠.”

“그럼 1형이 2형으로도 번지고 그래요?”

“꼭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죠. 아무래도 형태 자체가 많이 다르니까요. 헤르페스 2형은 주로 성접촉에 의해서 감염됩니다.”

“그럼 1형과 2형을 동시에 보균할 수도 있나요?”

“예, 그렇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성환이 미소를 머금은 채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 저는 그럼 면역 관리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네요. 어떤 게 좋을까요?”

“일단 잠 충분히 주무시고, 물도 충분히 마셔주시는 게 좋습니다. 적당한 운동도 필수적이고, 음식도 자극적인 것이나 인스턴트 혹은 패스트푸드보다는 자연식 위주로 드셔주시는 게 좋습니다.”

“특별히 추천해주실 게 있나요?”

“저희 즙을 드시면…… 하하하하! 농담이고요. 면역력 향상을 위한 음식들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성환 씨의 경우 마늘이랑 프로폴리스 그리고 유산균을 챙겨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제품을 성분을 따져서 드셔도 좋고, 그릭요거트 같은 것도 좋습니다. 또한 마늘과 케일도 드시면 좋고요.”

김성환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야, 제가 머리가 별로 안 좋아서 다 기억을 못하겠네요. 나중에 영상 다시 확인해야겠어요. 오케이이이, 그럼 이제 예림이 차례로 넘어갈까요?”

가예림에게서는 당장 특별한 질환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금은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기본이고, 당연히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는 그런 건강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가예림은 적절한 리액션을 하며 입가에 힘을 한껏 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두 눈은 촉촉해져서는 충혈돼 있었다.

어느새인가부터 가예림이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게 느껴졌다. 아마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김성환도 눈치를 챘는지 건강상담을 마치자마자 휴대폰 화면에 대고 종료 멘트를 했다.

“자, 저희가 사장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어서 빠르게 마쳐야 할 것 같아요. 편집도 하고 자막처리도 해서, 더 정확하고 재미있는 영상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안녀어어어어엉!”

그는 바로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도 인사 한 번 해주세요.”

“아, 네.”

나는 곧장 휴대폰 화면에 대고 고개를 꾸벅였다.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가예림은 휴대폰 화면에 나오지 않도록 고개를 뒤로 확 빼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면서도 팔을 뻗어 화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

길게 끌면서 발랄한 척을 했지만, 이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김성환은 실시간 스트리밍을 종료하자마자 가예림을 살폈다.

“자기야, 왜 그래? 갑자기 왜 그래?”

“나쁜 새끼…….”

“뭐?”

가예림이 이를 꽉 깨물며 싸대기를 날렸다. 짝,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개새끼야! 너 그때 그런 거지! 같이 태국 갔을 때애애애애애!”

그녀는 벌떡 일어나 빡빡 소리가 나도록 김성환을 향해 양손을 마구 휘둘렀다.

김성환은 몇 대 얻어맞으며 뒤로 물러나다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갑자기 왜 때리고 그래!”

“너 지난달에 같이 태국 가서 마사지 받았을 때! 가림막치고 받았잖아! 그때 쪽 소리도 들리고, 네가 이상한 소리 내서 내가 뭐냐고 물어봤었지? 그러니까 시원해서 낸 소리라고 했었지? 지랄하네! 개새끼!”

가예림은 이를 꽉 깨물고 손을 치켜들며 또다시 달려들었는데, 김성환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돌아서 내 쪽으로 몸을 피했다.

“아, 왜 그래 진짜! 뭐 하는 거야? 오해야아아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자기야! 정신 차려!”

“뭐? 오해? 오해애애애애? 정신 차리라고? 너나 정신 차려 개새끼야아악!”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악을 쓰며 씩씩거렸다.

“너 여행 갔다 온 이후로 아가리에 헤르페스 생겼잖아. 딱 그때가 기점이잖아. 그리고 거기 다녀온 다음부터 나랑 안 했지? 개가 똥을 끊나 했나 진짜. 어쩐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랬던 거잖아!”

“아, 오해라니까. 그때 그 천쪼가리 가림막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옆에 네가 있는데 하긴 뭘 하겠어?”

“그러니까 네가 짐승만도 못한 새끼지! 개색…… 아니, 개한테도 미안하다. 이 쓰레기 새끼야! 쓰레기한테도 미안해! 씨팔놈아아아아!”

“아, 진짜 아니라니까! 정말로! 하늘에 맹세하고 진짜 아니야!”

김성환은 정말 억울하다는 듯이 결백을 주장했다.

가예림은 어느새 눈물을 멈췄고, 얼굴에는 분노만 가득했다. 그러다 헛웃음을 쳤다.

“그래? 진짜 아니야? 그럼 바지 까봐.”

“뭐?”

“그렇게 당당하면 바지 까보라고. 그럼 알 수 있겠네. 그 더러운 아가리에 달린 헤르페스, 아래도 달려 있나 보게. 자신 있으면 바지 까봐. 깨끗하면 믿어줄게.”

“아, 진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대체. 지금 여기 사장님도 계신데 이게 무슨 민폐야.”

“그래? 그럼 따라 나와. 차로 가서 보여줘. 차 안에서 까보라고.”

순간 생각지 못한 전개에 당황하며 보고만 있었다. 나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저기……. 일단 진정하시고…….”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딸랑거렸다. 고모였다.

가게에 들어선 고모는 놀란 얼굴로 나와 가예림, 김성환을 번갈아보다가 다시 내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무슨 일이니?”

10

김성환과 따로 밖에 나와 있었다.

“지금 아래쪽도 그러시죠?”

나의 물음에 김성환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1형 얘기할 때도 알고 계셨던 거죠? 이미 병원도 다니고 계시고.”

김성환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하아…….”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나는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리며 말했다.

“일단…… 아까 말씀드린 대로 치료 잘하시고요. 제가 달리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한테 죄송할 건 없고……. 예림 씨한테 사과하시고요. 사이가 어긋나더라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

“……그래야죠.”

“먼저 들어가 봐요.”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성환은 내게 90도를 인사하고 몸을 돌리자마자 끅끅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아마 가예림과의 사이를 돌이키기 힘들 것을 알고 있는 거겠지. 그냥 바람을 피운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서자 아직도 울고 있는 가예림을 고모가 달래주고 있었다.

“끄흐윽, 흐흐흐흑……! 나쁜 새……! 흑, 죄송합니다.”

고모는 가예림을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토닥거렸다.

“아니에요. 기운 내요.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아니, 속상하긴 하겠지만 이미 벌어진 걸 어쩌겠어. 더 늦게 알았다고 생각해봐. 차라리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아요. 며칠 속도 아프고, 가만히 있어도 계속 생각나면서 괴롭겠지만, 그것도 결국은 다 지나가요.”

“네……. 감사합니다.”

“본인을 더 소중히 여겨요. 괴로운 감정에 계속 붙들려서 시간 버리지 말고. 그러는 건 자신한테 미안한 거니까. 알았죠?”

“네에에헤, 헤, 헤, 헤, 허어어어어엉……!”

고모의 달램이 더 마음을 물렁하게 했는지 가예림은 펑펑 울었다.

“그래요, 차라리 지금 실컷 울고, 내일부터는 다시 웃어요.”

고모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가예림을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그러면서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눈짓으로 말을 대신했다.

나는 슬며시 주방 쪽으로 빠져 있었다.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씁쓸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서럽게 울고 있는 가예림은 물론이고, 심지어 원인 제공자인 김성환의 마지막 모습도 조금은 안 돼 보였다.

만약에 내가 일부러 여기에 불씨를 당겼다면? 아마 꽤나 죄책감이 들었겠지. 지금도 이렇게나 찝찝한 기분인데.

나도 웃으며 살고 싶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11

“실례 많았습니다.”

가예림은 화장이 다 지워지고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실례는요. 괜히 제가 죄송하고 그러네요.”

“사장님께서 뭐가 죄송해요. 저랑 그…….”

그녀는 욕이 나오려는 걸 한 번 꿀꺽 삼킨 듯했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다시 입을 뗐다.

“그 김성환이라는 사람이 폐를 많이 끼쳤죠.”

조금 전까지 연인이었던 김성환을 완전히 남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분노한 것보다도 더 무서운 감정이었다. 완전히 차갑게 식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게 느껴졌다.

“사장님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한창 바쁘신 시기에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영상 같은 거야 못 쓰게 됐어도 좋은 경험이 됐어요. 마지막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좀 그렇게 됐지만…….”

“아, 영상은 쓸 거예요.”

내 귀를 의심했다.

“네?”

“나중에 사장님께서 건강상담 문의 관련해서도 정해지면 말씀해주신다고 했잖아요? 꼭 연락주세요. 그 부분도 영상에 넣어드릴게요. 아마 그전에 제가 영상 올라갈 거에 관해서 연락을 드릴 것 같지만요.”

“아니, 영상을 어떻게……. 지금 두 분 사이가…….”

“그건 걱정 마시고요. 무엇보다 사장님께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 없게 할게요. 동의서 작성한 것처럼 영상 올리기 전에 보여드릴 거고요.”

커플 아이튜버가 이제 깨졌는데 대체 영상을 어떻게 올리겠다는 건지. 각자 개인 채널이 있다고는 해도 영상 대부분이 계속 함께 나와서 아무리 편집을 해도 한계가 있을 텐데.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방금 큰일을 겪은 가예림을 붙잡고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연락을 하면 되겠지.

“그럼 일단 들어가세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내가 말하자 가예림은 씁쓸해 보였지만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가볼게요.”

가예림은 고모에게 폴더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머님 아니었으면 진짜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아니에요. 조심히 들어가요. 밥 잘 챙겨먹고. 알았죠?”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락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가예림도 가게를 나섰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고모도 진이 빠지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에효……. 기운이 다 빠지네.”

“고모 오자마자 많이 당황했겠네.”

“당황하다뿐이니? 아무튼 안 됐다. 많이 좋아했던 것 같던데. 사람들도 많이 알고. 엄청 힘들 거야.”

“그래도 고모 덕분에 좀 진정한 거 같더라고.”

“나야 뭐 그냥 얘기 좀 들어준 거지.”

고모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죄짓고 살면 안 돼, 죄짓고는……. 어떻게든 돌아와. 항상 떳떳해야 돼. 아마 그 김성환이라는 사람은 평생 후회할 거다.”

나는 말없이 동의했다. 그리고 왠지 내게 하는 말 같아서 괜히 찔리기도 했다.

짧은 생각으로 가볍게 저지른 일 하나가 큰 복을 부를 수도 있고,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정말 한 순간에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다.

즉, 누구나 영향력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중시하는 것은 영향력의 크기인 듯하다. 적어도 예전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크기보다 먼저 중시해야 할 것은 ‘선함’이라 생각된다.

당연히 나는 누구에게든 좋은 영향을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진실로 웃고, 먼저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사악한 사람에게만 아니면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다.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자 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