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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31화 (31/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31화

8. 사장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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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담은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방송에도 나갔고, 가게 앞에도 써 붙여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 없이 찾아와서 생떼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중에는 즙을 구매하면서 은근히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는데, 예약을 하고 나중에 오라고 하자 즙 구매를 취소하기도 했다.

속상했지만 괜찮았다.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보다는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친절한 이들이 훨씬 많았으니까. 갖은 아르바이트들을 통해 진상에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기도 했고.

지나와서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다시 되돌아보니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그래,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도 있었다.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경험해서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이 내가 살아왔다는 증거 그 자체다.

이미 과거에는 망상이나 하던 삶이 기적처럼 현실이 돼서 살아가는 중이었다.

‘설마 여기 더?’ 라는 생각은 현실이 됐다.

이 드라마틱한 삶이 죽여줬다.

소문난 돈까스집처럼 새벽부터 줄을 선 걸 봤을 때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됐다.

첫 손님부터 즙을 종류별로 한 박스씩 다 구입하겠다고 하지를 않나, 사과즙만 10박스를 달라고 하지를 않나.

덕분에 오후 6시가 채 안 돼서 가지고 있던 재고들을 전부 소진했고, 가게 앞에 관련된 문구를 써 붙여 놔야 했다.

그렇다고 쉴 시간은 없었다. 오후 8시까지 건강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마지막으로 찾아온 중년 남자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며 손으로 목 뒤와 승모근, 어깨 등을 짚어 보였다.

“전부 엄청 쑤셔요.”

“그리고 또 불편하신 곳은요?”

“평소에 자고 일어나면 속도 쓰리고…….”

그의 얘기만 들으면 종합병원이었지만, 막상 문제가 있는 것은 역류성 식도염 정도였다. 그것도 늦은 밤에 술과 기름진 안주를 먹고 바로 자는 버릇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저녁 7시 이후로 물 이외에는 드시지 마세요. 물도 자기 2시간 전부터는 드시지 마시고요. 술 끊으시고, 양배추 많이 드시면 금방 좋아지실 겁니다.”

“그리고요?”

“그게 전붑니다.”

“예? 정말요? 그걸로 끝이라고요?”

“네, 제 말대로 2주일만 해보세요. 분명히 좋아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석연찮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야식이랑 술 금지입니다. 양배추 꼭 드시고요. 그래야 낫습니다.”

남자가 뜨끔했는지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실실 웃었다.

“알겠습니다.”

“아, 저, 그, 양배추는 얼마나 먹어야 됩니까?”

“너무 지나치게 많이 드시는 것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어느 정도 많이 드셔도 괜찮아요.”

“하긴, 제가 무슨 소도 아니고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어요. 하하하하!”

“예,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런데 혹시 양배추를 즙으로 먹으면 안 됩니까?”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그러셔도 됩니다.”

“양배추즙은 안 파세요?”

“팔 계획은 잡고 있는데 아직 없네요.”

“그래요? 거, 좀 팔아드리려고 했는데…….”

“다른 곳에서 구입하셔서 드셔도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남자가 활짝 웃었다.

“진짜 무료봉사하시네. 이거 참, 괜히 미안해서.”

“아닙니다. 대신 꼭 야식이랑 술 끊으시고, 건강 관리 잘하세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올게요. 감사합니다.”

“예, 들어가세요.”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나니 오후 8시 10분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재고들이 전부 팔려서인지 가게가 휑해 보였다.

나는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리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바로 작은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5

문을 열어 작은아빠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전화로 얘기해도 되는데.”

“이런 얘기는 만나서 제대로 해야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작은아빠와 마주앉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 잘 됐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란 쉽지 않다. 속이 좁아서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거라 생각된다.

작은아빠에게 하루 만에 재고가 전부 소진될 정도로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을 전부 털어놨다.

믿어서이기도 하지만, 설사 작은아빠가 배가 아프더라도 괜찮았다. 그 아픈 배가 나을 만큼의 약을 줄 준비가 돼 있었으니까. 어차피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기도 했고.

할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을 도우라고 능력을 줬다. 하물며 가족을 챙기는 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능력이 아니었어도 내가 잘 된다면 작은아빠와 고모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사람들이었고.

의무감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였다.

당장 작은아빠에게 고견을 구하고 싶기도 했고.

“잘 돼서 다행이다.”

작은아빠가 씩 웃어 보였다.

“잘 되니까 잘 되는 대로 고민이네.”

“그치? 원래 다 그래.”

“이대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네가 더 사업에 재능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조언할 위치가 되냐?”

나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어렸을 때처럼 불렀다.

“아, 삼초온.”

작은아빠는 낄낄 웃다가 사뭇 진지한 눈을 하곤 물었다.

“뭐가 제일 고민인데?”

“아무래도 지금 밀려드는 손님들이 감당이 안 돼서 그렇죠. 지금도 기계 돌리고는 있는데, 오늘 팔리는 거 봐서는 밤새서 만들어도 점심쯤이면 물건 다 나갈 거 같거든요.”

“그래? 밤새도 안 돼?”

“예.”

“그럼 쉬어.”

“예?”

작은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말 그대로 쉬라는 게 아니라, 잠깐 가게 문 닫고 재고 쌓으란 얘기야.”

“지금 이 시점에서 가게 문을 닫으라고요?”

“그래. 어차피 밤새서 일해도 안 될 거 같다며. 오늘 밤새서 일하고, 내일 하루 종일 일하고, 계속 했다고 치자. 그 다음 날은 또 어떻게 할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지금 바로 손님들 밀려드는 타이밍인데 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그래도 파는 양이 꽤 돼서. 만드는 대로 다 팔리니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 많을 텐데, 헛걸음하게 하는 거잖아요.”

“그 헛걸음이 차라리 나아.”

“그게 무슨 말이래요?”

“야, 왔다가 다른 사람들은 사서 가는데 자기만 못 사고 그냥 돌아가. 여기 또 오고 싶겠냐? 그런 사람도 있긴 하겠지. 그런데 다시 안 올 사람들도 많단 말이야.”

작은아빠는 손짓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이번 주에 여름휴가를 딱 내버리고, 그 기간 동안 재고를 쌓아둬. 분명히 휴무 끝나고 몰려올 테니까. 확실하게 준비해서 장사하는 게 훨씬 낫다. 그리고 너 컨디션 관리도 해야지. 그렇게 밤새서 일하고 했을 때 상품에 이상 안 생길 거 같아? 분명히 문제 생긴단 말이야.”

“그럼 이번 주 내내 쉬라고요?”

“그래, 오늘이 목요일이지? 일요일 원래 쉬는 날이고. 목, 금, 토, 일. 이렇게 4일 동안 준비하면 되겠네. 직원도 뽑고.”

“직원?”

“그래, 과일 손질하는 거랑 설거지 도와줄 사람 하나만 구해도 훨씬 낫지. 그리고 방송 보니까 오후에 슬러시만 담당하는 알바도 따로 쓰고. 사업할 때 인건비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그거 아끼겠다고 혼자 붙들고 있으면 이도저도 안 돼. 특히 장사 잘 될 때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래야 될 거 같긴 하네요.”

“결정은 네가 하는 거니까 알아서 잘해봐. 잘할 거라고 믿는다. 이제 시작한 사업 벌써 여기까지 끌고 올라왔잖냐.”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감사해, 네가 한 건데.”

“항상 감사하지 뭘.”

작은아빠는 코웃음을 쳤다.

“차.”

그러고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민간요법은 언제 그렇게 다 알았어?”

“아, 그거……. 그냥 우리 집 환경이 좀 그랬잖아. 그래서 건강염려증도 있고 하니까 이래저래 관심이 많았지. 동네 어르신들 좀 살펴봐드리고 한다는 게 잘 들어맞아서 그렇게 됐네.”

“그래?”

도저히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 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증명을 해내면 믿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런 능력의 기본은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되는 거니까.

“그럼 끊임없이 노력해야 되겠네.”

작은아빠가 말했다.

“예? 예, 예. 그렇죠.”

“계속 공부해야 돼.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은 너 믿고 오는 거잖아. 네 말만 믿고 그대로 해볼 거고. 그냥 심심해서 오는 사람, 방송 나왔다니까 오는 사람, 그냥 기분이 별로여서 오는 사람, 기분이 좋아서 오는 사람, 호기심에 오는 사람 등 다양할 거야. 하지만 진짜로 간절해서 오는 사람들도 많을 거라고.”

“그쵸, 그쵸.”

“그러니까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돼. 계속 공부해야 돼.”

“그래야죠. 해야죠.”

“말로만 하지 말고 인마. 너 공부 더럽게 못했잖아.”

“아,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작은아빠는 잠시 낄낄거리다가 금세 웃음기를 싹 뺀 뒤 말했다.

“아무튼 진짜로, 열심히 공부해.”

“알겠어요. 재미없어도 죽어라 해야지.”

“재미있으면 그게 공부냐? 원래 공부는 재미없는 거야. 그리고 너 이게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항상 조심하고.”

“뭐를 조심해요?”

“너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분명히 그런 사람들도 생길 거야. 병원에서 못 고치는 병 달고 있는 사람들. 이것저것 대체의학 찾아보면서, 간절함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사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시한부로 사형선고 받은 사람들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겠냐?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라고.”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작은아빠는 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은……. 아무튼 나 또 가게 보러 가봐야 되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알았지?”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웅했다.

“예,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래, 간다.”

작은아빠는 가게를 나섰다가 다시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야.”

“네, 왜요?”

“지금은 슬러시 없냐?”

“슬러시는 없고, 주스는 좀 있는데.”

“그거라도 줘봐.”

“무슨 맛으로?”

“포도.”

그렇게 작은아빠는 포도주스 한 잔을 받아들고서는 진짜로 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져 있었다.

속으로 다시금 되뇌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6

여름휴가 1일째.

영업용 번호는 자동응답으로 돌려놓은 상태였고, 가게 앞에는 휴무일인 일요일까지 포함하여 4일 동안 여름휴가라고 써 붙여 놓았다.

어제 하루 만에 모든 재고가 소진됐다. 온라인 판매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폭주하는 전화문의부터 감당이 안 돼서 결국 강제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됐다.

휴가 아닌 휴가였다. 이 기간 내에 대책을 강구해야 됐으니까.

그래도 작은아빠 덕분에 많은 고민을 덜어냈다.

이 비상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모, 오정득, 박종만도 만날 예정이었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모두 시간이 각자 다르게 나서 띄엄띄엄 만나게 됐다.

나는 우선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현재 다루고 있는 모든 과채류의 주문량을 늘리고 일을 했다.

손질을 하는 실력은 아직도 성장 중이었다.

능력을 전수받고 최대치의 속도를 내는 줄 알았는데, 머릿속에 담긴 이론을 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머리도 이론을 따라가지 못했다.

뭐든지 해봐야 알 수 있었고, 늘게 마련이었다.

간단한 예로 글씨를 잘 쓸 수 있는 것만 해도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명검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스는 법.

나는 모든 것에 더 열정적으로 임했다. 당장은 늘어나는 손님들을 대비해야 되기에 시간이 없었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생전 안 하던 공부도 하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었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을 즈음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가게를 열었을 때였지만, 오늘은 계속해서 과채류 손질에만 매달려 있었다. 이미 기계들은 전부 돌아가는 중이었다.

30kg씩 즙을 내는데 8시간씩 걸리니, 빡빡하게 24시간 풀로 가동한다고 해도 기계 하나당 90kg가 한계였다. 이래저래 소모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90kg을 즙으로 내리는 데 25시간이 걸린다고 보면 됐다.

그래도 지금 내 방식대로면 하루에 기계 하나당 약 2,700팩, 기계가 3대이니 약 8,100팩을 뽑아낼 수 있었다.

몇몇 즙들은 개수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팩에 1박스. 그러면 혼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하루에 약 162박스.

이걸 매일매일 전부 팔면 박스당 3만 원만 잡아도 486만 원이었다.

하루에 400만 원 매출만 잡아도 한 달이면 1억이 넘어갔다.

생각대로만 되면 한 번에 투자비를 건지고도 남았다.

한 번 사면 장기간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언제까지고 매출이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이미 대박이 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소규모 건강원을 기준으로 월 매출이 3,000만 원만 돼도 상당히 잘 되는 편에 속하니까. 그것도 강남 쪽에 위치한 업체를 기준으로 해도 그랬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오전 중에 만나기로 한 박종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똑똑똑. 딸랑.

가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종소리가 작게 울렸다. 박종만이 온 듯했다.

“네에에에에에.”

나는 곧바로 장갑과 마스크를 벗으며 가게 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해 있는 것은 박종만이 아니라, 웬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였다. 아마도 커플인 것 같았다.

가게 문을 여는 와중에 남자가 웃으며 “거봐, 내 말 맞지?” 라고 하는 게 들렸다.

문을 연 나는 의아함을 얼굴로 드러내며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그리고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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