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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30화 (30/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30화

8. 사장님 (1)

1

협회와 한의원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무고로 인해 검색어에 올라 화제가 된 덕에 몰렸던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촬영이 막 끝났을 때만 해도 ‘이제 어떻게 하지? 직원이라도 뽑아야 되나?’ 하며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감당이 됐다.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건강상담을 해주지 않는다고 써 붙여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여전히 막무가내인 사람들도 있고, 가게 바로 근처에서 전화를 해서는 지금 안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능한 단호하게 대처하는 중이었다. 형평성이 무너지면 사람들의 불만이 폭주할 테니까.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건강상담만을 목적으로 오는 이들이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것보다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는 것 때문에 방문자 수가 확 줄어든 것 같았다.

예약을 할 정도로 절실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대다수가 그저 재미삼아서, 공짜니까 건강상담을 받으러 오겠다는 마음이 컸던 거겠지.

반면에 즙이나 주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는 늘어난 상태를 계속 유지 중이었다.

하지만 신규 고객들보다도 중요한 건 재구매 고객.

아직은 두고 볼 필요가 있었지만, 희망적이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영원히 타는 불꽃은 없다. 그렇듯 인터넷에 잠시 지펴진 불꽃도 꺼지는 듯했다.

그래, 영원한 건 없다. 적어도 이 세상에는 없다.

옛날에는 천국이니 지옥이니 사후세계니 뭐니 그딴 게 어디 있냐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무엇도 완전하게 부정할 수가 없다.

세상에 100%라는 게 없다는 말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비과학적인 것까지 포함이 될 줄이야.

이러한 사실은 나를 긍정적으로 돌려놓았다.

먼저 떠나간 가족들과 언젠가 재회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게 했으니까.

삶에 대한 태도 자체도, 마인드 자체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인해서, 능력을 계속 보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진정으로 바랐던 간절함을 알게 된 탓도 있었다. 그리고 죽으면 끝이 아니기에, 최대한 착하게 살아야 나중에 좋은 꼴을 볼 수 있지 않겠나.

딸랑딸랑.

가게이자 집, 내 삶의 터전, 기적과 같은 곳의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들어섰다.

“나 왔다.”

오정득이었다. 녀석은 오자마자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펼쳤다.

“아직 시작 안 했지?”

“응, 이제 곧 시작할 거야.”

오후 8시 49분. 6분만 있으면 내가나오는 ‘세상에 이런 일도’가 방영할 시간이었다.

촬영을 한 지 3주 만이었다.

논란으로 타오른 불꽃은 꺼졌지만, 나의 노력과 능력 그리고 진심이 담긴 밝은 불꽃이 타오를 예정이었다.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면서 걱정됐다. 나쁘게 비춰질 장면은 없을 거라 생각되면서도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박성민이 그럴 사람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기란 쉽지 않았다.

“야, 먹으면서 보자.”

오정득은 떡볶이와 튀김, 순대 등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잔뜩 사왔네.”

“먹는 게 남는 거잖아. 오!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의 인사로 시작됐다.

‘세상에 이런 일도’는 평균적으로 회당 4가지 사연을 담아낸다. 나의 순서는 가장 마지막이었다.

기본적으로 가장 무게가 실리는 사연이 마지막인 경우가 많다. 그 다음으로 흥미를 끄는 사연이 첫 번째고.

오정득은 세 번째 사연까지 금세 몰입해서는 재밌게 봤다.

“이야, 무슨 개가 우유도 사다주고 문도 열어주고 리모컨도 갖다 주네. 나도 저런 개면 한 마리 키울 텐데. 어디 저런 개 없나?”

“쟤는 세상에서 손꼽힐 정도로 천재니까 저기 나온 거지. 그리고 너 혼자 살잖아. 너 출근하면 개는 맨날 혼자 있어야 되는데 얼마나 외롭겠냐?”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개가 저 정도로 똑똑하려면 주인이 하루 종일 붙어서 케어해줘야 돼. 그러니까 저렇게 되는 거야. 교감이 있어서. 타고난 것도 있지만.

“아, 그냥 말만 해본 거야. 개박사 나셨네.”

괜히 티격태격거리던 중 내 사연 차례였다.

[진단에서 처방까지! 진짜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원 사장님!]

제목이 조금 자극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의료행위가 아닌 건강상담이니까. 하지만 진단을 하고 의료행위나 의약품이 아니라 민간요법을 처방하는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익숙한 장면들이 내 기억과 겹쳤다. 눈으로 보면서도 당시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맞춰보게 됐다. 화면으로 보는 내 모습과 목소리가 괜히 어색했다.

“야, 생각보다 화면빨 잘 받는데?”

오정득이 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 난 이상한 거 같은데.”

“실물보다 낫다.”

“그건 아니지.”

때마침 오정득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뭐야? 나 왜 저렇게 찐빵처럼 나오냐? 진짜 살 좀 빼야겠다.”

오정득의 말에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였다.

“비슷한데? 어려 보이게 잘 나온 거 같은데.”

“아니지, 실물보다 훨씬 못 나왔지.”

긴장감은 많이 가셔 있었다. 내 가게를 홍보해준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이야, 이거 출연하길 진짜 잘했다 너. 그치?”

오정득의 물음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때 내가 궁금했던 장면이 나왔다.

윤정섭 할아버지가 내게 건강상담을 받고 난 다음 박성민이 인터뷰를 진행한 장면이었다.

[어르신, 어르신. 잠시만요.]

[네, 왜 그러는데요?]

[방금 건강상담 받고 나오셨잖아요?]

[아, 그랬지요.]

[따로 계산은 안 하세요?]

[그런 거 없어. 돈 안 받아.]

[아무것도요? 아무 대가도 없이 그냥 상담을 해줘요?]

[아, 그렇다니까. 진짜 난 사람이야, 난 사람.]

[상담을 받으시고 효과는 있으셨어요?]

[아, 그걸 말이라고 해요? 효과 없었으면 이 더운 날씨야 계속 저 양반 보려고 오지도 않지.]

[그래요? 어떤 효과를 보셨어요?]

[내가 원래 한 보름 전까지만 해도 지팡이를 짚고 다녔어요.]

화면은 잠시 윤정섭 할아버지의 몸을 잡았다가 다시 얼굴에 고정됐다. 그리고 박성민이 물었다.

[지금은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그러니까, 이게 다 저 양반 만나고 괜찮아진 겁니다. 난 아직까지 허리나 무릎은 괜찮아요. 그런데 어지럼증이 심해서 지팡이 없이 다니지를 못했어. 그런데 지금은 봐요, 그냥 쌩쌩하게 혼자 다니지.]

[와, 대단하시네요. 건강해지셔서 다행입니다.]

[나 말고도 저 양반 덕에 몸 좋아진 사람 많아요. 이 동네에 복이 온 거지, 복이 왔어. 전부 가짜들이 진짜인척하는 세상인데, 저 사람은 진짜배기야.]

방송을 보던 오정득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힐끗 쳐다봤다.

“네가 진짜 도움이 많이 되긴 하나보다.”

“그러게…….”

오정득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내 어깨에 잠시 손을 얹었다.

방송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전문의의 인터뷰도 담겼다. 그는 민간요법에 대해 강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질환이 호전되는 경우는 있다고. 하지만 함부로 따라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나는 진짜 건강한 식품을 팔고, 무료로 건강상담을 돕는 마음씨 좋은 사장님으로 방송에 비췄다.

2

“야, 반응 장난 아닌데?”

오정득이 인터넷을 보면서 말했다.

녀석과 나는 방송이 끝나고 딱 맥주 한 캔씩만 옆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야, 검색어 1위야.”

오정득은 눈을 크게 뜨고 호들갑을 떨었다.

“너 대박 나는 거 아니냐?”

“저번에도 검색어 1위긴 했잖아.”

“그거랑은 완전 다르지. 그건 검색어 자체도 경찰에 관한 거였고, 이건 네가 중심이잖아.”

호들갑을 떨어도 이상할 게 없긴 했다. 나도 계속해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화두가 되니 떨렸다.

세상에 이런 일이 건강원, 건강상담 건강원, 건강상담 무료 건강원, 무설탕 무첨가물 건강즙 등 다양한 검색어들이 올라 있었다.

네티즌 수사대는 예나 지금이나 매섭다. 상호명과 위치는 물론, 이미 몇 주 전에 논란이 됐던 그 건강원이라는 얘기까지 전부 퍼졌다.

전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띄워주기 아니냐, 뭔가 수상하다, 돈 주고 홍보한 거네, 시청률 올리겠다고 일부러 골랐네,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사기꾼 같다 등 셀 수도 없이 다양했다.

하지만 금세 직접 나를 만난 사람들의 얘기가 쏟아지며 금세 묻혔다. 특히 슬러시를 사러 자주 들르는 학생들의 화력이 굉장했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애들한테 친절하게 한 것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카르마라는 것을 믿게 된다. 인과응보(因果應報)는 분명히 있다.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3

방송이 나간 다음 날이었다.

자는데 자꾸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듯했다.

“음……?”

자다 깬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47분.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베개에 뒤통수를 붙이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잠에 들려는 찰나였다.

덜컹, 딸랑.

누군가 잠겨 있는 가게 문을 건드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뭐지? 도둑인가?

방송에 나갔으니 범죄의 표적이 되기에도 충분했다.

과거에 산골소녀 가족이 방송에 나왔다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으니까. 이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나쁜 놈들이 널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표적을 잘못 골랐다. 그냥 당하고 있을 내가 아니니까. 나는 어두운 방 안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었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긴장감에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감각이었다. 철없던 학창시절 쌈박질을 벌일 때 매번 느꼈던 거였으니까. 오랜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덜컹, 딸랑.

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았다. 그러다 입가에 헛웃음을 머금었다.

“후우우우…….”

마음은 조급했지만 행동을 최대한 침착하게 했다. 찾고 찾다가 집어든 것은 청소기 봉이었다.

나는 휴대폰 불빛마저 지워버리고는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움직였다. 맨발로 방에서 빠져나간 순간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가게 앞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황급히 카운터 뒤로 몸을 숨겼다.

몇 명이었지? 최소 서너 명은 돼 보였는데? 더 됐나? 실루엣을 봤을 때는 여자도 있던 거 같은데?

나는 휴대폰으로 112를 눌러뒀다. 통화만 누르면 됐다. 어떤 흉기를 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혼자 상대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설사 내가 이긴다고 해도 우리나라 현행법상 정당방위 판결을 받는 건 쉽지 않을 테고.

민중의 지팡이가 괜히 있는가. 이럴 때 도움을 받으라고 있는 거지. 얼마 전 일 때문에 경찰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건 경찰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잘못인 거니까.

그렇게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였다.

“하하핫, 이거 되게 웃긴다.”

웃음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뭐야?

이어서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렸다.

“새벽인데도 너무 덥다.”

“그러게.”

뭔가 이상했다. 천천히 카운터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새 조금 밝아져 시야가 트였다. 몇몇 사람들이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전부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한 남자는 가게 문에 등을 대고 있는 상태였다. 그의 움직임에 가게 문이 밀려서 소리가 난 듯했다.

나는 여전히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가게 불을 밝혔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전부 놀란 얼굴이었는데, 반가움이 섞여 있었다.

“이게 대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에 등을 대고 있던 남자도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다시 문이 덜컹거리며 종소리가 작게 울렸다.

나는 문을 열고 물었다.

“무슨 일들이세요?”

그러자 가게 문에 등을 대고 있던 볼이 통통한 남자가 대답했다.

“줄 서 있는 중입니다. 언제 오픈하세요? 오늘은 좀 일찍 여시나요?”

“예?”

그의 뒤쪽으로 늘어선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왔다.

가게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

그런데 새벽 5시도 안 된 시간에 7명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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