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8화
7. 산불 (3)
박성민은 화색을 띠고는 두리번거리다 말했다.
“여기 작가들이랑 다 어디 갔어?”
머리가 긴 촬영감독이 대답했다.
“잠깐 커피 사러 갔어요.”
“빨리 오라고 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제작진이 가게에 들어섰다. 전부 안에 있기에는 인원수가 많아서 몇몇은 카운터 뒤쪽으로 빠져 있었다.
띵, 띵띵, 띵띵띵띵.
나는 에어컨 온도를 18도로 맞추며 말했다.
“사람이 많다보니 벽걸이 에어컨 하나로 한계가 있네요. 날도 더운데 슬러시 한 잔씩 하실래요?”
내가 말을 꺼내자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반겼다.
주문에 따라 한 잔씩 내주는데, 박성민은 그 과정 또한 카메라에 담아내며 물었다.
“이것도 건강 슬러시인가요?”
“그럼요. 저희 상품 대부분이 즙이긴 하지만, 주스도 판매하고 있거든요. 슬러시도 설탕이나 첨가물 하나도 안 쓴 건강 슬러시입니다.”
“그럼 손이 많이 가지 않나요? 원가도 비싸고.”
“그쵸, 마진 생각하면 정말 남는 거 없어요. 일반 슬러시용 원액을 사다가 팔면 100ml당 원가가 50원 수준이에요. 저는 진짜 과일에서 추출하여 파니 비교가 안 되죠. 게다가 일일이 과일 손질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비교 자체가 미안한 거죠.”
“아, 진짜 그렇겠네요.”
“그럼요. 기성품 원액은 사다가 물에 붓기만 하면 끝이니까. 밑지는 장사 없다고 하지만, 진짜로 슬러시는 돈 벌려고 한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박성민이 카메라를 내렸다. 그리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도 한 잔 주실 수 있으시겠죠? 사과 맛으로…….”
“아, 그럼요. 당연히 드려야죠. 큰 컵에 드릴까요?”
“아니요, 작은 컵이면 될 것 같아요.”
“여기 있습니다.”
나도 포도 슬러시를 한 잔 마시면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슬러시를 마시며 몸을 식히던 중이었다.
“그럼 이거 주신 거 먹으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드릴게요.”
박성민이 슬러시를 들어 보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반응했다.
“네, 네.”
“미리 짜고 그런 거 없이 리얼로 갈 거거든요? 만약에 내키지 않으시면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검증을 위한 내용이 들어갈 건데, 알고 계시죠?”
“예, 얘기 다 들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 한 분이라도 응하시면, 그전에 같은 질환으로 병원기록이 있으신 분으로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는 걸로 갈 거거든요.”
“아, 네. 그럼 아까…….”
박성민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렇죠,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 아까 할아버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생각 좀 해보시겠다고요. 연락주신대요.”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제작진 진단하고 그런 부분을 꼭 하지 않으셔도 되긴 합니다. 이 부분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가능하면 그대로 방송에 나갈 거거든요. 조금 부담이 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격렬하게 느껴질 정도의 강조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행여나, 혹시라도, 마아아아안약에라도, 사장님께 상담 및 민간요법 처방을 받아서 몸이 괜찮아졌는데도, 병원에 가서 검사했는데 어떤 수치상의 변화는 조금 미미할 수도 있잖아요? 그 부분은 그대로 나가지만, 저희 측에서 몸으로 괜찮다는 걸 느끼신 분들의 인터뷰를 위주로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게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사람들에게 처방하는 민간요법에 의심은 없었다. 나 역시 꾸준히 민간요법을 시행하며 효과를 체험하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낯빛부터 달라지고, 여러 안 좋은 증세들이 호전됐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내가 처방하는 민간요법들은 전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도 많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능력을 전수받으며 공력이 이어져 그 효능이 극대화됐으니, 사실상 비현실적이었다.
과연 현대의학으로도 검증이 될는지.
“어떻게 하시겠어요?”
박성민이 조심스레 물었다.
“제 대답은 같습니다. 하시죠.”
“하하하하! 그런 자신감 좋습니다!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방법은 간단했다.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주면 됐다. 여기서 진단을 받은 제작진들은 평소에 내게 건강상담을 받는 손님들과 함께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모든 촬영준비가 끝났고, 나는 테이블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먼저…… 자기 건강이 걱정되시거나, 걱정되는 게 있으신 분 먼저 오시죠. 지원 먼저 받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제작진들은 서로의 눈치만을 살폈다. 그러던 중 모자와 안경을 쓴 남자가 손을 들었다.
“저…… 저 받아보고 싶습니다.”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가 맞은편에 앉았다.
“일단 먼저 좀 볼게요.”
나는 남자를 유심히 살펴봤다. 당장 얼굴만 봐서 나오는 건 없었다.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이 아예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어디 특별히 불편하신 곳이 있으세요?”
내가 묻자 남자는 귀 쪽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아니요,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사장님께서 한 번 봐주시면 모르는 게 나올까 해서요.”
“특별히 아프신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앉으신 김에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뺨에 여드름 흉터가 좀 있으시잖아요?”
“네, 네. 피부과 가려고 해도 너무 비싸서……. 효과도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요.”
“여드름 흉터가 완전히 다 사라진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좀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잘 익은 바나나 한 개에 꿀 티스푼으로 두 숟가락을 넣어서 완전히 으깨세요. 이걸 원하는 부분에 팩처럼 바르고 30분 동안 둡니다. 30분이 지나면 미온수로 씻어내고요. 이걸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해보세요. 분명히 좋아질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저 믿고 한 번 해보세요. 화장품은 자극적인 거 쓰지 마시고, 화학성분 없는 걸로 쓰시고요.”
남자는 밝은 얼굴을 한 채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하지만 다른 제작진들의 표정은 그저 그랬다. 남자의 피부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바나나와 꿀을 섞은 팩. 이것 또한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효과가 바로 증명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다른 지원자는 없으신가요?”
다들 딱히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 나는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뽑아야 될 사람이 2명 있었다. 다른 말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 특히 한 명은 치료가 시급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2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분 나와주세요.”
지목을 당한 사람들은 다소 놀라는 반응이었다. 젊은 여자 작가는 커다래진 눈으로 두리번거리다 내 앞에 가장 먼저 앉았다. 그 옆에 서 있는 피부가 검은 중년 남자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다렸다.
“저 딱히 아픈 곳 없는데…….”
여자가 말했다.
“그래요? 특별히 불편한 곳 없어요?”
“딱히 모르겠어요.”
그때 여자가 다시 말했다.
“아, 저도 피부 때문에 조금 고민이 있어요. 요즘 뾰루지가 자주 올라와서……. 화장으로 커버를 하고 다니기는 하는데, 더 안 좋으니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의 입술 아래와 턱 부근에 뾰루지 자국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이 안 좋아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게 아니어도 얼굴을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피부가 아니라, 다른 곳을 관리하셔야 되는 상황입니다.”
“다른 곳이요? 어디요?”
“음……. 이게 조금 민감한 부분이라서…….”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메모지에 글을 썼다.
[부인과 질환인데, 말씀드려도 됩니까?]
여자는 내가 내민 메모지를 보고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고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그럼 말씀드릴게요. 자궁 쪽이 안 좋으신 거 같습니다.”
“자궁이요?”
“예.”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뾰루지가 고민이라고 하셨잖아요?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 그렇게 여성분 턱 쪽에 특별한 이유 없이 뾰루지가 올라오면 자궁이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생리통이 좀 심하시다거나 그에 관련된 특이사항이 조금 있으실 거예요.”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조금 심각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맞아요. 근데 큰 문제는 아닌 거 같아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저보다 심한 친구들도 많고요.”
“자궁 쪽에 문제가 있다는 게 꼭 무슨 큰 문제라는 건 아니고요. 조금 신경을 쓰시면 여러 가지로 좋아지실 수 있다는 거죠. 뾰루지도 나아지실 거고요. 건강을 잃은 다음에 되찾는 게 아니라, 있을 때 지키는 겁니다. 모든 병은 방치하면 커져요. 자연치유되는 병도 있지만, 관리가 필요하죠.”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전부 구하기 쉬운 것들이 아니에요. 작정하고 찾아야 되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나마 하나 추천드릴 게 개나리열매 정도가 있겠네요. 말린 개나리열매를 10g 정도씩 세 잔 정도 나오게 차로 달이세요. 그걸 아침, 점심, 저녁 드시면 많이 좋아질 겁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상태가 많이 나쁘거나 한 건 아니라서, 병원에 가셔서 진단 받으시고 약 타서 드셔도 금방 좋아지시리라 생각됩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여자는 메모지를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걸 박성민에게 보였다. 박성민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여자가 소곤소곤 말을 건네자 박성민은 ‘오’ 소리를 내듯 입 모양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내가 지목했던 중년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눈두덩이가 두텁고 피부는 일부러 태닝이라도 한 것처럼 어두웠다.
“평소에 특별히 불편하신 곳 있으세요?”
내가 묻자 남자는 스스로 뒷목을 주무르며 대답했다.
“크게 이상은 모르겠고요. 그냥 좀 자주 피곤합니다.”
“술, 담배 전부 하시죠?”
“하하, 예. 술 좀 줄이고, 담배도 끊어야 되는데…….”
“건강검진은 언제 마지막으로 받으셨어요?”
“저요? 작년에 받았죠.”
“그때 어떻게 나왔나요?”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간수치가 좀 높게 나왔었습니다.”
“작년에 얼마나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금은 더 높으실 거예요.”
“예?”
“지금 얼굴만 봐도 간이 안 좋으신 게 보일 정도입니다. 술이랑 담배 당장 끊으셔야 합니다.”
“아, 그게, 예. 하하, 거참…….”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스트레스도 받지 마시고요.”
나는 메모지에 곧바로 남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제가 적어드릴게요. 꼭 챙겨 드세요. 부추, 미나리, 다슬기, 브로콜리, 사과, 당근, 마늘, 버섯 같은 거 많이 드시고요. 헛개차 꼭 드세요. 헛개나무로 숙취해소제도 많이 나오고 그러죠? 괜히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꼭 드세요. 그리고 부추랑 미나리 같은 경우 정력에도 좋으니까 몸으로 확 느껴지실 겁니다.”
“아, 네……. 오우!”
남자는 내가 내민 메모지를 받고는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하하, 글씨 장난 아니네요.”
그는 메모지를 들어서 카메라 쪽에 내비쳤다.
“제가 살면서 본 사람들 중 글씨 제일 잘 쓰는 것 같습니다.”
박성민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글씨는 어떻게 이렇게 잘 쓰세요?”
“그냥…… 비결이랄 건 딱히 없습니다.”
“그냥 잘 쓰신다? 타고나셨다?”
“하하하하.”
나는 엄지와 검지를 붙인 채 내밀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금? 그렇다고 봐야죠?”
“그리고 지금 저희 제작진들 건강 상태를 봐주셨는데, 확실한가요? 병원에 가도 똑같은 말이 나올까요?”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촬영이 끝이었다.
어느새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학생들만 오는 게 아니었다.
어쩐지 요즘 들어서 가장 손님이 없더라니. 내게 건강상담을 받으려는 손님들이 몰려왔다. 절반 이상이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슬러시를 팔면서 손님들의 건강상담을 동시에 하는 것은 무리였다.
“밖에 슬러시는 제가 맡을게요.”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줬던 김민지가 손을 들어 보였다.
“오, 그러면 되겠네. 김 작가가 고생 좀 해줘.”
박성민이 엄지를 세웠다.
“아니, 제 일인데 그럴 수는…….”
내가 손을 뻗으며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김민지가 양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이것도 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사장님은 더 중요한 일과 촬영이 집중해주십시오! 슬러시는 저도 담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김민지가 밖에 나가서 슬러시를 판매하고, 나는 몰려드는 손님들의 건강상담을 했다. 총 13명이 몰려들었는데, 1명 빼고는 전부 촬영에 동의해서 딱히 문제는 없었다.
7명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건강상담을 받고 즙을 구매해서 간 사람들은 2명뿐이었다.
“진짜 건강상담만 받고들 그냥 가시네요?”
박성민이 웃음과 놀라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예, 그러시는 분들도 많죠. 애초에 무조건 무언가를 구입해야 상담을 해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어디까지나 건강을 지키는 방법, 스스로의 면역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알려드릴 뿐입니다. 그래서 상담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아서 다행이죠.”
내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박성민이 다시 물었다.
“그래도 일하시는 데 많이 방해가 되거나 하지는 않으세요?”
“방해가 된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제가 이렇게 건강즙을 판매하는 이유도,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말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시길 바라서 하는 거거든요. 건강을 팔고, 건강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6
촬영 3일째.
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박성민뿐이었다. 나머지 제작진들은 쉬거나, 이따 합류하기로 돼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내 손님들 몇몇과 함께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그럼 오늘 결과 나오나요?”
나의 물음에 박성민이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는 대답했다.
“예, 그럼요. 아마 곧 결과가 바로 알려질 겁니다.”
“저도 결과가 궁금하네요. 병원에서는 어떻게 말할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잠시 촬영을 멈추고 그제와 어제처럼 박성민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내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계속 얻어먹으니 괜히 죄송하네요.”
“아이고, 아닙니다. 이것도 다 제작비에 포함되는 건데요 뭐. 게다가 저희가 얻어 마신 즙이랑 주스 값이 더 나왔을 걸요?”
“하하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친구 분은 언제 오신다고 하셨죠?”
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대답했다.
“아마 30분에서 40분 정도 뒤에 도착할 거예요.”
나는 이번 방송을 홍보의 장으로 완벽히 활용하려고 작정을 했다. 그리고 늘어나는 손님들에 따라 결단을 내렸다.
온라인 판매도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오정득의 도움을 조금 받기로 했는데, 방송에 그대로 담아낼 생각이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방송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걸 알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굉장했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에 이런 일도’에 출연하는 가치가 있었다. 금전적인 가치로 따지면 천만 원 이상의 홍보 효과라고.
그렇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중간에 찾아온 손님 한 명을 맞이했다. 건강상담은 안 받고 즙만 구입해갔는데, 왠지 그게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때 박성민이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얼굴 옆으로 가져갔다.
“어, 김 작가. 어떻게 됐어?”
그는 조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어, 어. 그래서. 전부? 다 그렇대? 알았어. 응, 바로 이쪽으로 넘어와. 그래. 어르신들 잘 모셔다드리고. 응, 당연히 전부 댁으로 모셔다드려야지. 그래, 오케이이이.”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검사 끝났답니까?”
내가 물었다.
“그렇다네요.”
“결과가 어떻다고 합니까?”
내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떨렸다. 심장과 국부가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박성민의 무거운 얼굴이 더 그렇게 만들었다.
“전부…….”
박성민은 잠시 뜸을 들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씩 웃었다. 그리고 이내 목소리를 크게 내며 호들갑을 떨었다.
“전부 사장님 진단대로랍니다! 저희 제작진이랑 손님들 전부요!”
내가 처방하는 민간요법이 현대의학적으로도 검증이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