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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27화 (27/174)

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27화

7. 산불 (2)

“저희 때문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셨죠? 피곤하시겠네요. 이거 참, 실례가 많습니다.”

박성민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새벽 4시 50분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남녀가 섞인 제작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박성민은 많이 받은 질문이었는지 혹은 나의 눈치를 읽었는지 이에 대해 먼저 얘기를 늘어놨다.

“제가 직접 찍고, 인터뷰도 진행하기 때문에 따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아마 사장님이랑 저랑 둘이 있을 때도 많을 겁니다.”

“아, 네.”

“그냥 방송이 원래 이런 식으로 진행되나? 조그만 거 찍을 때도 제작진 수십 명씩 있던데?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설명을 드립니다. 인원이 적은 게 더 편하시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촬영도 촬영이지만, 평소처럼 일을 하셔야 되니까요.”

“그럼요. 가게가 워낙 협소해서. 하하.”

“구조가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넓은 느낌인데요?”

“그런가요?”

박성민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깨끗한 건강원은 처음 와봅니다.”

“요즘은 많이들 깔끔하게 하세요. 건강원에 인테리어 필요 없다는 것도 옛말이죠 이제.”

“하하하, 제가 몰랐네요. 그럼 이따 6시부터 바로 촬영 들어갈 건데, 괜찮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가능하면 평소와 똑같이 해주세요. 방송이라고 뭐 계속 말씀하셔야 되고 그렇지 않거든요. 그냥 평소처럼 일해주시면 됩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원래는 원활한 촬영을 위해서 과채류 손질을 미리 해두려고 했다. 일을 아주 줄이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적당량으로 최대한 카메라에 잘 담기도록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재고가 쌓일 틈이 없을 정도로 모든 즙들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에 오르내린 홍보 효과가 생각보다 컸다. 마치 산불처럼 삽시간에 번지는 중이었다.

고모에게 반 농담으로 방송 타게 도와주러 오라고 했던 게 진짜로 필요해졌다.

이 매출이 언제까지고 계속 지속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산불도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당분간은 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세상에 이런 일도’가 방송되면 다시 한 번 상승세를 탈 것 같았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4

“네에, 이제 촬영 시작할게요. 평소처럼 해주시면 됩니다. 평소처러엄. 제가 말을 걸지 않을 때는, 그냥 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박성민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오른손에 든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하며 왼손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여느 때처럼 과채류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다는 게 의식됐지만, 조금 지나니 신경 쓰이지 않았다.

금방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일이 힘드니 카메라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조금씩 당황스럽기 시작했다. 박성민은 정말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중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되나? 기합 소리라도 좀 낼까? 그냥 평소처럼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일을 하던 중 가게로 누군가 들어섰다. 고모였다.

“벌써 촬영 중이구나.”

고모는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가 금세 긴장해서는 눈치를 살폈다. 그때 박성민이 먼저 괜찮다는 듯이 목소리를 냈다.

“안녕하세요! ‘세상에 이런 일도’ 박성민 피디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사장님 고모님이시죠? 얘기 들었습니다. 저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중간중간 질문을 드리면 그때만 대답을 해주시면 됩니다.”

“네에, 알겠습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앞치마와 장갑, 위생모와 마스크 등을 고모에게 내밀었다.

“이거부터 걸치시고.”

고모는 내가 내민 것들을 걸치며 자연스레 앉아서는 함께 사과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건강원을 운영했었으니 고모도 웬만한 건 알고 있을 수밖에.

“너 사과 손질 엄청 잘한다? 장난 아니네?”

“그래?”

“응, 할머니보다도 빠르겠다.”

확실히 내가 사과를 손질하는 속도는 기가 막혔다. 거의 모터가 달린 거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의 능력 덕분이었지만.

박성민도 아까부터 내가 특정 과채류를 손질하기 시작할 때 가까이 다가와서 카메라에 담아갔다.

“고모도 엄청 빠르네.”

내가 말하자 고모는 피식 웃었다.

“지금도 계속 손쓰는 일 하는데 당연하지. 옛날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도 많이 도와줬고. 이걸 또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얘.”

고모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어 보였다.

“히힛,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치이?”

“그러게 말이에요. 나도 고모한테 부탁하게 될 줄은 몰랐네.”

촬영 중이던 박성민이 갑자기 내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물었다.

“항상 이렇게 같이 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평소에는 저 혼자 하죠. 그런데 요즘 갑자기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그래서 고모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죠.”

박성민은 고모에게로 카메라를 옮기며 입을 열었다.

“아까 할아버지 할머니 얘기는 뭐죠?”

“아아, 그거요.”

고모는 나를 한 번 가리키고는 말을 이었다.

“얘 할아버지,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 때부터 건강원을 했어요. 아버지께서 좀 일찍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저희 어머니가 수십 년 동안 했고요. 얘가 지금 자기 할머니가 하던 자리에서 계속 이어서 하는 거예요.”

“오, 그러면 신장개업이 아니라, 리뉴얼이라고 봐야겠네요? 수십 년의 긴 전통이 있는 거고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가게 이름도 바뀌고 다 바뀌었으니 신장개업이긴 한데, 그건 맞아요. 지금 제가 만드는 제품들은 전부 저희 할아버지의 비법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 그러면 특별할 비법이랄 게 있나요?”

“일단 당연히 재료가 좋아야 하고요. 그 다음은 기본적으로 위생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그리고 정성이 필요하거든요. 아무리 손이 많이 가도 일일이 하나하나 꼼꼼하게 합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뭔가 더 없어요?”

나는 하하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이상은 비밀이죠. 다 알려드리지는 못하죠.”

그렇게 하는 일은 평소와 거의 같으면서도 특별한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5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가는 중이었다.

고모는 과채류를 쪼개고, 까고, 벗기는 등의 작업만 도와주고 간 상태였다. 고모도 미용실을 열어야 되니까. 세척 및 손질만 끝내면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해도 되는 작업들이었다.

“와, 진짜 쉬지를 않으시네요.”

박성민이 놀라움 섞인 목소리를 냈다.

“평소에는 10시 전에 마치는데, 수량을 늘렸더니 시간이 좀 더 걸렸네요.”

“그럼 이제 끝인가요?”

“요즘은 기계가 좋아져서 세팅만 해두면 즙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안 되고요, 수시로 가서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모든 기계들을 작동시키고 이제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릴 때였다.

적막감이 흐르려고 할 때, 내가 박성민을 보며 물었다.

“식사…… 하셔야 되지 않아요?”

“아, 식사요. 사장님 드실 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아침식사도 안 하셨잖아요?”

박성민이 다시 말했다.

“아, 제가 다시 제대로 질문할게요. 그럼 답변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지금 벌써 점심 때 다 되어가는데, 식사는 언제하세요? 아침식사도 안 하셨잖아요.”

“아침은 보통 대충 때우는데요, 아무래도 일이 바빠서 못 먹을 때도 많죠.”

나는 즙이 들어 있는 박스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럴 땐 즙 한두 개 먹는 걸로 대신합니다. 이제 곧 점심 먹을 때네요. 손님이 제일 없을 때라서요.”

박성민은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았다. 여전히 촬영 중이긴 했다.

“평소에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해드세요? 아니면 사드세요?”

“요즘은 거의 직접 해서 먹습니다. 반찬가게에서 사서 먹을 때도 있고, 뭐 좀 바쁘거나 피곤할 땐 시켜먹기도 하죠.”

“그럼 촬영하시는 동안에는 제가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예?”

내가 조금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박성민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거죠. 뭐, 대단한 식사는 아니어도 이렇게 매일 뵙는 동안에라도 같이 식사하시면서 얘기 많이 나누시죠. 그럴 때 방송이 더 잘 나오기도 하고요. 이 주변에 뭐 있나요?”

“한식, 중식, 양식, 분식까지 다 있습니다.”

“그럼 중식 괜찮으신가요?”

“네, 저야 다 잘 먹습니다.”

우리는 짜장면 2그릇에 탕수육 1개가 오는 세트를 주문했다. 금세 음식이 도착했고, 테이블 가운데 두고 마주앉았다. 아무래도 편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크게 불편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 꼴 보기 싫은 놈들하고 같이 있을 때가 불편했지. 식사하는 중에도 계속 일 얘기를 하면서 갈궈댔고.

“소스는 어떻게……?”

박성민이 포장을 벗기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

“아, 저는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찍어서 먹는 걸 좋아해서.”

그게 진짜 중요해서 물어본 게 아닌 것쯤은 알고 있었다. 박성민은 소소한 이야기로나마 계속해서 분위기를 풀어가는 중이었다.

확실히 매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며칠씩 보면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작은 부분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게 능숙하다 싶었다. 특히 ‘세상에 이런 일도’ 특성상 개성이 다소 강한 사람들도 많았을 테니 더 그럴 수밖에.

“평소에도 여기에서 식사하세요?”

박성민이 물었다.

“아니요, 평소에는 저 안쪽에서 먹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간에는 웬만해서 손님이 잘 안 오셔서 괜찮을 거예요. 안쪽 공간이 많이 좁기도 하고요. 냄새야 즙 내리는 향도 강하고, 환풍기 돌리면 금방이니 문제없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식사를 거의 다 마쳐가고 있을 때였다.

가게 밖에서 낯이 익은 할아버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윤정섭 할아버지였다.

“앗, 손님 오시네요.”

내가 말하자마자 박성민은 곧바로 카메라를 들었다.

나는 황급히 먹던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윤정섭 할아버지가 가게에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죄송해요, 밥 먹고 있었어가지고.”

“아,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게 왜 죄송해?”

“하하하하,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건 뭐여?”

윤정섭 할아버지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박성민을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SBC ‘세상에 이런 일도’를 총괄하고 있는 박성민 피디입니다.”

박성민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촬영 동의를 구했다.

윤정섭 할아버지는 쿨하게 응했다.

“아, 안 될 거 없지.”

나는 곧바로 평소처럼 윤정섭 할아버지와 마주앉아서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좀 어떠세요?”

“아, 많이 좋아졌지.”

“특별히 불편하신 데는 없고요?”

“이제 어지럼증은 거의 없어졌어.”

“그래도 관리는 계속하셔야 되는 거 아시죠?”

“자네가 봤을 때 어떤 걸 좀 더하면 좋아질까? 전체적으로 말이야.”

“비타민D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원래 일광욕이 좋은데―”

윤정섭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며 손을 저었다.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지금 날씨에 잘못하면 쓰러져.”

“아, 그럼요. 알죠. 그러니까 비타민D가 많은 식품을 드셔줘야죠. 달걀 하루에 하나 정도 드시면 좋고요. 표고버섯이나 목이버섯 말린 것도 좋고, 시래기도 좋아요. 미역이나, 다시마, 김 같은 해조류도 좋고요.”

“시래기 무친 거랑 국이랑 열심히 먹어야겠네.”

“하하하, 억지로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말고요.”

“어어, 그러엄. 알지.”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이 많이 더우니까, 지금처럼 햇빛 많이 내리쬘 때는 야외활동 자제하시고요. 또 필요하신 거 있으실 때 들르세요.”

“그럴게. 매번 고마워.”

“찾아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조심히 들어가시고요.”

“응, 수고해.”

그렇게 윤정섭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향했다.

박성민이 내게로 카메라를 고정한 채 물었다.

“민간요법이라고 해서 사실 좀 비과학적일 줄 알았거든요? 왜 옛날에 개한테 물리면, 문 개의 털을 잘라서 불로 그슬린 다음 그걸 상처에 발라야 된다는 그런 거 있잖아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 민간요법도 있나요?”

“못 들어보셨어요? 저희 시골에서는 그랬는데.”

“그래요?”

“네네. 아무튼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방식이네요.”

“대부분의 민간요법들이 마냥 비과학적이고, 무슨 주술에 가깝고 그렇지는 않거든요. 실제로 의학적,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들도 많고요. 저도 당연히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는 만큼 따로 공부도 하면서 노력 중에 있습니다.”

그 와중에 박성민은 자꾸만 가게 밖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나를 살폈다. 뭐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촬영 중에 죄송한데,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내가 묻자 박성민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자암시만요, 제가 방금 들렀던 할아버님께 기다려달라고 말씀을 못 드려서요. 다른 사람들도 다 점심을 먹으러 가가지고. 금방 올게요?”

“아, 네. 네.”

박성민은 황급히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잠시만요오오오, 선생님이이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을 살폈다.

윤정섭 할아버지는 어찌나 정정한지 그 잠깐 사이에 꽤나 멀리까지 가 있었다. 그의 건강에 내가 보탬이 됐다는 게 기뻤다. 처음에 볼 때만 해도 지팡이를 짚고 다녔었는데.

박성민은 카메라를 들이댄 채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윤정섭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향해 뭐라뭐라 말을 하다가 우리 가게 쪽을 가리켰다. 당연히 가게 안에서는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성민이 가게로 돌아왔다. 날이 어찌나 더운지 그새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약간 쇠 냄새 같은 게 났다.

“아, 다시 아까처럼 자리에 앉아주시겠어요? 질문드리던 거 이어서 하게요. 방송에서는 편집으로 붙여서 나갈 겁니다.”

“아, 네. 일단 숨 좀 돌리세요.”

“하하하, 네. 감사합니다.”

내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박성민이 물었다.

“그냥 이게 끝인가요?”

“네?”

박성민이 잠시 카메라를 내리며 씩 웃어 보였다.

“그 아까 왜, 할아버지께서 그냥 가셨잖아요? 사장님께서는 아무 대가도 안 받으셨고요. 그거에 대한 질문입니다.”

“아, 네네.”

“다시 갈게요?”

그가 다시 말했다.

“그냥 이게 끝인가요?”

“그럼 뭘 더 해야 되나요?”

“그래도 건강을 위해 상담을 해주시고 했는데, 상담비 같은 건 없나요?”

“전혀 없습니다. 일단 법적으로 그래서도 안 되고, 저도 그러려고 하는 게 아니라서요.”

이후에 김민지 작가와 사전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쭉 이어서 했다.

한 자리에서 쭉 이뤄지지는 않았다. 내가 일을 하는 동선을 따라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다.

그러다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그때는 내가 물었다.

“그런데 아까 할아버지께는 뭘 물어보신 거예요? 그리고 뭐라고 하셨어요? 궁금하더라고요.”

박성민이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게 궁금하셨구나. 비밀입니다.”

“예에?”

“좋은 얘기였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그 부분은 방송에 꼭 담아낼 거니까, 나중에 방송으로 확인하세요.”

“이거…… 믿어도 되는 겁니까?”

내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눈을 가늘게 뜨자 박성민이 하하 웃었다.

“아, 그럼요. 정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손님 많이 오실 때인가요?”

“원래 요즘 항상 바빴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찾아오시는 분들이 좀 적네요.”

“전부 뭘 사러 오는 손님들은 아니죠?”

“예, 아무래도 그렇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단 그래도 계속 상담은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찾아오시는 분들의 수가 더 늘어나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예약을 받으신다던가 해야 될 거 같네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수익은 못 내시는 거예요?”

“지금 이렇게 상담하는 형태로는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몇 가지 머릿속으로 구상해두고 있기는 한데…….”

박성민이 눈을 살작 크게 뜨며 물었다.

“그래요? 뭔가요?

“지금 여기서, 그것도 방송에 대고 말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아서요. 이건 나중에 뚜렷해지면 그때…….”

“하하하하, 그때 또 제가 찾아뵐 수도 있겠죠.”

“예, 그렇죠. 그럼 좋겠네요.”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말했다.

“아, 손님 많이 찾아오는 거 물어보셨죠. 어쩌다 지금은 좀 한가하긴 한데, 이제 1시간 정도 지나면 그때부터 손님들이 많아져요. 학생 손님들이 오거든요.”

“그럼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는 거네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마도요? 왜요?”

“다른 게 아니라, 시범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시범이요?”

“제일 신기한 게, 수많은 민간요법 같은 걸 알고 계시는 것도 그렇지만, 정확한 진단을 해내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돼서요.”

“아, 그건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해서…….”

박성민이 한껏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게 얼마나 대단합니까. 병원에서도 오진이 나곤 하는데. 최첨단 의료기기조차 오류가 나고요. 아직까지 정확하시다고 들었거든요. 한 번 해보실 수 있겠습니까?”

“예, 뭐…….”

나는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그게 제가 매일 하는 거니까요.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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