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민간요법 치료사 5화
2. 확신(1)
1
건강원 냄새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마 이 냄새를 뺄 수는 없을 듯하다. 아예 페인트칠까지 새로 싹 해서 덮어버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리라.
눈앞에 앉아 있는 정석용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싹 가셨다. 제법 진지하면서도 궁금증과 약간의 근심을 끼얹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 뭘 보고 지방간이랑 고지혈증이 있는 걸 알았나? 그게 얼굴만 보고도 나오는가?”
“얼굴에서도 티가 나긴 하죠. 여러 가지 여쭤봤을 때 특징들이 들어맞았고요.”
“그래, 내가 올해 건강검진에서 다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그거 두 개가 특히 문제였거든. 어떻게 해야 좀 좋아지겠나? 흑마늘진액 같은 거 먹으면 좀 나을라나?”
정석용은 아주 다급한 사람처럼 말했다.
“여기 공사 끝나면 자네가 계속 건강원 이어서 할 거잖아. 내가 개시로 팔아줄게.”
“공사 끝나고 저도 재오픈하려면 준비 기간이 좀 걸릴 거예요. 그리고 당장 흑마늘진액 같은 거 아니어도 효능 보실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래? 뭔가?”
지방간에 좋은 것들과 고지혈증에 좋은 것들이 수십 가지가 떠올랐다. 떠오르는 것들 모두 도움이 될 것은 확실했다.
나는 당장 정석용에게 가장 빠르고 좋은 효능을 보일 것들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일단 식초를 드시면 좋으실 겁니다.”
“식초? 난 식초 냉면 먹을 때 빼곤 안 먹는데? 다른 건 없나?”
“……없지는 않지만, 저 믿어보신다고 하셨잖아요.”
“흠흠, 그랬지. 알았어, 말해봐. 식초를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거야?”
“아무 식초나 드시면 되는 게 아니고, 사과식초여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기농 천연발효식초로 드세요. 점심 저녁으로 식전에 한 숟가락씩 드시는데, 그냥 드시기는 힘드니까 미지근한 물에 타서 드세요.”
정석용은 듣기만 해도 신맛을 느끼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꼭 미지근한 물이어야 되나? 그리고 유기농 천연발효 사과식초는 어디서 구해?”
“인터넷에 검색 한 번만 하시면 국산부터 해외 상품들까지 줄줄 나옵니다.”
“그래? 그거면 되나?”
“한 가지 더요. 쐐기풀이랑 질경이를 같이 넣어서 차로 우려서 드세요.”
“쐐기랑 질경이를?”
“예. 신체 내의 항염에도 좋고, 대사기능을 자극하여 지방간에도 도움을 줍니다. 식후에 한 잔씩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 쐐기랑 질경이는 얼마나 넣으면 되지?”
“한 잔에 각각 4그램에서 6그램 사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정석용이 왼손을 살짝 들어 보이며 오른손으로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잠깐마안. 적어놔야지, 까먹겠어.”
“예, 천천히 하세요.”
그는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물어가며 내가 일러준 민간요법을 휴대폰에 입력했다.
좋은 기회였다. 마음속으로 분명히 효능이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피어오르는 걱정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내가 빠르게 효능을 보고 변하는 것도 경험했고, 눈앞에서 마주했던 할아버지도 믿는다.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능력이 실현된다는 걸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고 싶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내가 시간 많이 뺏었네. 이만 가볼게.”
“예, 들어가세요.”
“그럼 공사 끝나고 보자고. 내가 연락 줄게.”
“예, 예. 주중에 기계랑 짐 다 빼놓을게요.”
“응, 만약에 다 처분 못 하거나 다시 들여놓을 짐들 있으면 그냥 가게 앞에 내놔. 혹시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니까 쪽지 하나 써 붙여 놓고.”
“그럴게요.”
정석용이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내가 다시 목소리를 냈다.
“아, 사장님.”
“어?”
“술 드시면 안 됩니다. 당분간 가능하면 붉은 고기도 좀 자제하시고요. 아무리 좋은 치료법을 써도 근본적인 게 안 고쳐지면 아무 소용없어요.”
“아, 알았어. 노력해 볼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노력해 보시는 게 아니라, 술은 무조건 끊으셔야 합니다. 적어도 당분간만이라도 끊으세요. 그리고 나아지시면 조금씩, 가끔만 드시는 거고요. 일단 건강 챙기셔야죠.”
“알았어. 거, 우리 집 마나님처럼 잔소리하네.”
“하하하. 꼭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알겠다니까.”
“잠도 푹 주무시고요. 그럼 고지혈증이랑 지방간 둘 다 좋아질 겁니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 정석용이 자리를 떴다.
나는 다시 건강원에 들어온 김에 바로 가지 않고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간판과 인테리어부터 기계들까지 알아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건강원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막막함은 아주 얇디얇아 판자 정도에 불과했고, 마그마처럼 솟아오르는 설렘이 더 컸다.
능력 같은 것들 떠나서 새로운 시작 자체에 큰 의미를 가졌다. 평생 남 밑에서만 오지게 굴렀는데, 처음으로 사장이 되는 거였으니까.
잠시 건강원 운영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다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기며 기계들을 손으로 슥 훑었다.
“전부 고물상에 넘기는 거 확정.”
2
나는 건강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하는 편에 가까웠다. 그 특유의 약 달이는 냄새와 후끈한 열기가 싫었다.
초등학생 때는 건강원집 아들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순수하지만 악의로 가득한 애들의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야, 야, 강건희네 집 건강원이래.
―집이 건강원이라고?
―건강원이 뭔데?
―강아지랑 염소, 개구리, 달팽이, 토끼, 자라, 고양이 같은 거 죽여서 먹는 데야.
―뭐어? 진짜?
―응, 진짜야. 우리 엄마가 말해줬어.
―너네 집 강아지 키우지? 조심해.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걸? 병아리 키우잖아.
―우리 집도 거북이 키우는데.
애들의 사악한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 혹은 경멸스러운 눈초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당연히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뭉쳐서 커진 목소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놀릴 거리가 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계속 놀림감이 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당하게 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처음 얘기를 꺼낸 녀석의 가슴팍을 밀치면서 성질을 냈다. 그러자 녀석이 건드리면 안 되는 곳을 건드렸다.
―엄마도 없는 새끼가!
그 말에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녀석이 눈으로 투명한 즙을 짜고, 코에서는 포도즙을 콸콸 쏟아낼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팼다.
당연히 그다음부터는 틀에 박힌 이야기처럼 흘러갔다.
할머니가 와서 고개를 조아렸고, 그 재수 없는 놈의 더 재수 없는 엄마는 애 얼굴이 이게 뭐냐며, 어떻게 할 거냐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할머니는 부기에 좋다며 박스에 포장된 호박즙을 내밀었고, 나 역시 고개를 숙이면서 일단락이 됐다.
그날 이후로 건강원을 더 싫어했다. 철이 없었다. 할머니 속도 많이 썩였고.
나중에는 정신 차리고 이따금씩 솥도 닦고 그러긴 했지만, 정말 가끔이었다. 자주 좀 도와드릴 걸.
건강원을 빠져나와 문을 잠그면서 코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곧 기억이 잔뜩 담긴 이곳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게 되겠지.
왠지 모르게 관자놀이에서 열이 올랐다.
그래도 괜찮다.
이곳의 모양새는 바뀔지라도 담고 있는 의미는 그대로일 테니까.
할머니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던 말들을 곱씹고, 할아버지가 강조했던 게 무엇인지를 되새긴다.
삶이라는 배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노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히 나였다.
3
“아, 그렇습니까?”
내가 살짝 놀란 목소리로 묻자 노무사가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해도 된다 싶었는지 시원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 어려울 것도 없고, 신경 쓰실 것도 없습니다. 주휴수당도 받으실 수 있고, 야근하신 부분도 전부 연장근로로 계산해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연차수당도 따로 나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거는 대로 다 걸리는 곳도 드문데 말이죠.”
퇴직과 관련하여 생각 이상으로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수임료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착수금을 따로 받는 곳들도 있고, 상담비만 해도 꽤 되는 거 같던데.
“저기 비용은 어떻게…….”
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노무사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전혀 내실 필요 없습니다. 정득이랑 얘기 마쳤습니다.”
“예? 그래도…….”
“공짜로 해드리는 거 아닙니다. 정득이가 지불하는 거예요.”
“예? 걔한테 받지 마시고 저한테 받으세요. 얼마 드리면 되나요?”
노무사는 계속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정득이랑 약속했거든요. 수임료는 내시려면 정득이한테 주시면, 저한테 준 게 되시는 겁니다.”
“하, 이거 참…….”
“아무튼, 맡겨만 주십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또 뵙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그러다 노무사를 힐끗 쳐다봤다.
혈색도 좋고, 피부도 깨끗하니 크게 문제가 될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얼굴만 본다고 해서 전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신체 다른 부위를 살펴야 되기도 했고, 특정 증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했다. 그러다 노무사의 오른쪽 귀밑, 턱뼈 뒤쪽이 살짝 부어 있는 게 보였다.
침샘염 혹은 침샘비대증. 운이 나쁘다면 결석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 종양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저기 혹시…….”
내가 운을 떼자 노무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을 크게 떴다.
“예?”
“잠시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어떤…….”
“귀 아래가 좀 부으신 거 같은데.”
“아, 이거요.”
노무사는 부은 쪽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멋쩍게 웃었다.
“요즘 계속 피곤해서 임파선이 좀 부은 거 같아요.”
“제가 좀 살펴봐도 될까요?”
“예? 의료 계통 종사자는 아니시잖아요?”
“의사는 아닌데, 이쪽으로 조금 알아서요.”
“예, 뭐…… 그러세요.”
그는 조금은 당황한 것처럼 보였으나 크게 거부를 하지도 않았다. 딱히 손해 볼 건 없을 테니까. 아니면 친구의 친구이자 고객이기에 딱 잘라 거절하기가 어려워서일 수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초면에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예, 예.”
조심스럽게 양손 검지와 중지로 노무사의 침샘 쪽을 살폈다. 역시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양쪽 크기 차이가 상당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수천 번은 해본 듯이 자연스레 침샘을 짚어가며 살폈다. 그리고 이따금씩 문지르듯 살살 누르며 물었다.
“이렇게 누르면 아프세요?”
“아프다기보다는 조금 거슬리는 정도예요.”
“여기는요?”
“조금 뻐근한 느낌이 드네요.”
나는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의 침샘을 살폈다. 딱히 만져지는 것은 없었다. 완두콩 같은 몽우리가 잡히지 않으니 됐다. 일단 종양일 가능성은 제로. 그냥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석의 경우 침샘관 어느 부위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고, 촉진으로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천천히 손을 옮겨 턱 밑을 살폈다. 작은 몽우리가 만져졌다. 종양은 아니었다. 침샘의 염증으로 인한 반응성 임파선 결절이라 생각됐다.
나는 손을 떼고 다시 맞은편에 자리하며 물었다.
“혹시 식사하실 때 부은 쪽이 아프시고 그런가요?”
“가끔 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약간 시큰거린다고 해야 하나요?”
“언제부터 그러셨죠?”
“몇 주 된 거 같아요. 예전에도 이랬다가 나아졌었는데 또 반복이 되네요.”
“아마 만성적인 침샘염이나 침샘비대증으로 보입니다.”
“임파선이 아니고요? 혹시 큰 문제는 아니겠죠?”
노무사는 조금 놀란 듯 물었다.
“예. 식사하실 때 아픈 것도 그렇고, 증상과 위치가 딱 그래요. 일단 종양의 가능성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종양이 있는 건 부었던 게 다시 가라앉지 않거든요. 촉진으로도 만져지는 게 없고요. 그나마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타석증, 그러니까 결석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나는 침샘비대증이라는 걸 지금 처음 귀로 들었다. 스스로가 말하는 거로 처음 들었다. 침샘에 결석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몰랐고, 염증이나 종양에 대한 이야기까지.
당연히 알고 있던 것을 얘기하듯 말하면서도 신기했다.
“잠깐 입을 아― 벌려보시겠어요?”
“예, 예.”
노무사는 입을 크게 벌렸다.
나는 휴대폰 전등 불빛으로 입 안쪽을 들여다봤다.
“혀 한 번 들어주시겠어요?”
딱히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결석 때문이라면 안쪽에 위치했다는 뜻이었다.
“일단 물 많이 드시고, 숙면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신 음식을 먹어서 침을 많이 분비시켜 주세요. 그럼 침샘관 같은 곳에 있던 결석이 빠질 수도 있거든요. 결석 때문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지켜보긴 해야 하니까요.”
“큰 문제인가요?”
“당장 증상도 심하시지 않고, 제가 봤을 때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보이거든요? 말씀드린 방법으로 일주일 정도 해보시고, 그래도 호전이 안 되면 이비인후과에 내원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노무사는 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자일리톨 껌 같은 걸 씹어서 침샘을 자극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커피나 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는 피하시고요. 아, 양치와 가글로 구강도 항상 청결히 하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항염이 중요한 상태거든요. 그러니 푸른잎채소 많이 드시고요.”
“네, 네.”
“많이 걱정되시면 일단 초음파 먼저 한 번 받아보시고요. 항생제는 필요가 없을 것이고, 불편하시면 소염제는 도움이 될 겁니다. 참고로 타이레놀은 소염제가 아니니 도움이 안 됩니다.”
노무사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꾸벅였다.
“이거, 제가 진료비를 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냥 아는 선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말씀드린 겁니다. 일단 일주일 정도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보세요.”
“예, 꼭 그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하죠.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노무사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일종의 진료상담을 해주고 그에 대한 처방까지 하는데 그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진짜 의사가 된 기분도 들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던 노무사가 어느새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서 지워지지를 않았다.
이 맛에 하는 거구나.
이런 맛이구나.
아마 할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4
체형은 펭귄을 닮았고, 둥그런 만두 같은 얼굴에 알이 작은 안경을 쓴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미안하다 야. 내가 일이 밀려서. 많이 기다렸지?”
내게 노무사를 소개해준 오정득이었다.
“아니야, 너 점심 먹었다고 해서 근처에서 밥 먹은 다음 이것저것 좀 보고 있었거든.”
“그때 장례식 때 보고 조만간 술 한잔하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또 보게 되네.”
“그러게 말이다. 야, 그런데 수임료를 네가 계산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얼마 나왔는데?”
“아, 그거?”
오정득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걔가 나한테 빚진 게 많아. 그래서 따로 뭐 안 해줘도 돼. 그리고 네 케이스 같은 경우는 워낙 쉬운 거라서 일도 아니란다.”
“아니, 그래도…….”
“내가 나중에 걔한테 밥이나 한번 사면 돼.”
녀석은 갑작스레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말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의사가 된 거야?”
“뭐? 아…….”
“그 노무사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네 말 듣고 바로 병원에 다녀왔대.”
“그래? 병원에서 뭐라고 했대?”
“전부 네 말대로였대. 초음파 검사에서 별거 나온 거는 없고, 그냥 한쪽 침샘이 조금 더 크고 턱 밑에 반응성 임파선 결절이 작게 보인다고. 침샘염 판정받고 그냥 일단 지켜보자는 거, 말해서 소염제 처방받아서 나왔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