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logue Chapter - 은퇴 -->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한국에 귀국했을때 많은 전문가들이 다이노스가 드디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승률이 8할이 넘어갈정도였기 때문이었는데 단순히 연습경기 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연습경기때 보였던 다이노스의 전력은 생각 이상으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도 수년만에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하였고, 2035시즌의 개막이 다가오게 되었다.
[이 선수 정말 오랫만이죠?]
[네. 기억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현 30,40대 정도 되는 분들은 이 선수가 KBO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실겁니다.]
[다이노스라는 팀이 처음 1군에 등장했고, 그와 동시에 왕조를 열었을때 4번 타자로 뛰었던 다이노스 올타임 넘버원에 해당하는 선수죠.]
[그 당시에 단 6년만에 300-300 클럽을 기록하며 KBO를 그야말로 정복하고 떠났는데요. 덕분에 최근 두 시즌동안 매진에 실패했던 홈 개막전을 이번에는 매진 시켰습니다.]
시범경기 성적이 좋았던 것도 있고, 새 감독으로 범성이 온것도 제법 영향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목이 가는건 유성이었다.
- 오늘 성적 얼마 나올꺼 같냐?
- 가볍게 4타석 4안타.
- 에이 설마...
- 작년까지 메이저에서 뛰면서 50-50 찍고 오신 분이잖아.
유성이 지난 시즌에 보여주었던 모습은 분명 현 KBO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16년만에 돌아온 리그에 얼마나 적응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는데 그런 걱쟁이 무색하게도 유성은 1회부터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딱!
[자, 초구를 바로 받아쳤습니다! 이 타구는 단숨에 담장을 넘겨버립니다! 박유성의 선제 쓰리런 홈런!]
[시작부터 3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하는 다이노스! 그리고 멈춰 있던 홈런 시계가 16년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와 지렸다
- 이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맛인가
- 우리 팀에 이런 거포가 있었던게 언제였지?
- 우리 용병 타자가 호리호리한 친구가 된 이후로 없었지.
여담으로 지난 시즌에 파워가 모자람에도 4번을 차지하고 있던 용병 타자는 이번 시즌에 3번으로 전진한 상태였다.
덕분에 한층 더 짜임세가 좋아진 다이노스 타선은 이후 유성이 다시 한번 홈런을 때려낸 것을 앞세우며 시작부터 화력을 폭팔 시켰고, 3년만에 개막전 승리를 거두었다.
*
그 이후 유성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수년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우선적으로 팀의 성적이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유성은 경기가 완전히 결판난 경우를 제외하면 항상 풀타임을 출전해야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뛰었기에 체력적인 문제는 상관 없었고, 시즌의 1/3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20-20 클럽을 달성하며 과거의 공포를 다시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한번 자세를 이렇게 잡아봐."
그와는 별개로 유성은 적게는 15살에서 많으면 20살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에게 조금씩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아직 시즌이 1/3 정도 밖에 진행이 안 되었다지만 20-20 클럽은 물론 4할 타율을 유지하며 모든 타이틀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그만큼 후배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그런대 보통 이런건 타격 코치가 해야하는거 아닌가?"
"최근에 일이 생겨서 지금 1군 타격 코치가 공석이거든."
"???"
보통 그런 상황이 되면 2군이나 3군 코치를 끌어 올리는게 기본인데 코치진에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런 유성의 의문을 알고 있다는듯 범성은 이야기했다.
"젊을때도 나나 다른 애들한테 잘 가르쳐줬잖아? 그래서 선수 겸 코치로 만들어놨지."
"...권한을 그렇게 사용해도 되는거였어?"
"뭐, 어때? 팀은 5년만에 1위에 올랐고, 타격을 가르치고 있는 선수가 타격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인데."
"자연스럽게 나한테 감독직이 이어지게 만들 생각인가봐?"
"그렇다고 봐야지."
아무튼 지금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유성의 후계자를 찾는다면 차라리 유성이 직접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쓸만한 녀석은 있어?"
"1명이 날 매꾸는건 무리고, 3,4명 정도가 가능성이 보이는데... 1명은 나이가 많아서 최종적으로 3명이 중요해. 뭐, 밸런스를 생각하면 3명이 딱 좋겠지만."
제법 재미 있는 것은 유성이 지목한 4명은 우익수, 유격수, 2루수 그리고 포수였다.
그나마 우익수도 작년까지 중견수였다는걸 생각하면 유성이 지목한 선수들은 모두 센터라인의 선수들이었다.
"오호라..."
"포수가 나이가 많아서 조금 아쉽지만... 애초에 포수에게 공격력은 있으면 좋은 수준이니깐."
조금이라도 더 젊었다면 타격 포텐을 제대로 터트릴 수 있었을테지만 선수로써 뛰면서 경험이 적은 코칭까지 같이 해야하는 유성 입장에서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3명의 포텐을 터트리는 것도 제법 빡빡했다.
"아무튼 타격 코치 좀 구해봐. 1살이라도 젊을땐 여력이 남겠지만 이것도 몇년 더 지나면 힘드니깐 말이야."
"알았어."
사실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코치들이 이렇게 세세하게 가르치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계가 타격 폼 등을 교정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KBO에선 여전히 코치들의 권한이 강했기에 코치들이 일일이 가르치는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나중에 은퇴하면 꼭 이런 시스템 도입해야지."
"선배님."
"...응?"
"훈련 끝났어요."
"벌써? 어, 그렇네."
유성이 지목했던 3인은 과거 범성, 민병, 유성이 다이노스 대표 선수로 활약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스타일도 비슷했다.
도루가 많은 스타일, 홈런이 많은 스타일 그리고 둘의 밸런스가 맞는 스타일까지 유성이 3명 다 담당하기보단 범성과 민병이 각자 담당하는 것도 좋아보였다.
아쉽게 민병이 미국으로 연수를 받으러갔기에 가능성은 낮았다.
그들을 보며 유성은 자신이 늙었다는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왠만해서는 멀쩡하던 몸이 조금이나마 녹이 슬었는지 시즌 초반만큼의 몸상태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은 더 뛸 수 있었다.
전반기 30-30 클럽을 달성하고, 후반기에도 차근차근 스텟을 쌓아가며 40-40, 50-50 클럽까지 기록 그 자체나 다름 없는 타자는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압도적인 활약 덕분에 다이노스는 리그 3위를 기록하게 되었고, 5년 만에 포스트시즌 그리고 6년만에 한국시리즈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승에는 실패했는데 준플레이오프는 4경기만에 끝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간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만에 승부를 내주며 다이노스는 6년만의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시즌 내내 가르친 덕분에 유성이 지목한 3명의 선수들 모두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간만에 신인왕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었다.
물론 모든 타격 타이틀은 유성이 가져갔지만 말이었다.
"후... 슬슬 중견수도 그만 해야할까봐."
"그러냐? 나보다 더 오래 뛰고 있으니 슬슬 무리가 올때가 되기도 했지."
"올해는 어떻게든 전경기를 다 뛰었지만 수비를 계속할려면 전 경기는 이제 무리일꺼야."
"그러면 몇 경기 정도는 지명타자로 나서면 되겠네."
"자리가 있던가?"
"없으면 없는대로 만들어야지. 지명타자로 바꾸면 남은 3년도 다 뛸 수는 있을테니깐."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에 176경기나 뛰었던 유성은 이번 시즌에 158경기만을 뛰었음에도 몸에 부담이 왔다.
이 나이가 되자 매년이 다르다는 것이 체감 되었기에 조금씩 준비를 해야했다.
"정말 안될꺼 같으면 4년 안 채우고 은퇴할 수도 있어."
"중견수 대체자를 빨리 찾으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대체자는 정해놨잖아?"
"그렇기는 하지."
사실 1년이면 충분했다.
아직 유성이 충분히 뛸 수 있기에 좀 더 널널하게 진행했을 뿐이었지 이미 알게 모르게 유성이 집중적으로 조련한 3인방은 팀의 1,2,5번 타순에 고정 되어 있었다.
"박유성이 돌아오고 딱 한시즌 치루니깐 테이블 세터랑 클린업이 완성 되어있네."
"덕분에 하위 타순이 빡빡해져서 이쪽도 제법 좋아졌고 말이지."
"투수진은?"
"어려워. 최일헌 감독님 같은 분이 솔직히 말해서 없어. 지금 코치가 나쁜건 아니지만..."
"대충 알겠어. 그래도 투수진에 개선이 없으면 좀 그런대..."
"아쉽게도 투수는 당장 답이 없어."
"그러면 타선이 좀 더 응집력을 가지게 만드는 수 밖에 없겠네."
그렇게 그들이 고민하고 있을때 우연이 한 사람이 찾아왔다.
누가봐도 놀랄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는데 바로 오타니였다.
"벌써 은퇴했어?"
"아무래도 투타 겸업을 하다보니 몸의 한계가 빨리 와서 의사가 더 이상 뛰는건 무리라더라."
"한 2년쯤 더 뛸줄 알았더니..."
"뭐, 누구 덕분에 우승도 꽤나 해봤으니 나쁘지는 않았어."
"훗. 그나저나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듣자하니 여기선 선수 겸 코치를 한다면서?"
"그건 또 누가 이야기한거야?"
"미국에도 유명하다고? 언론보고 알았지."
설마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 뒷방 늙은이(?)를 아직도 관찰하고 있는 기자가 있을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최고의 시나리오였다.
오타니라는 최고의 재능이 다이노스 투수코치로 새로 합류하였기 때문이었다.
보통 천재 선수들은 가르치는데 재능이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타니는 생각외로 가르치는 것에도 재능이 있었다.
샌디에이고 시절에 그가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기에 유성은 볼것도 없이 찬성했고, 당시 일화를 들은 범성도 OK 사인을 내면서 다이노스는 다시 한번 언론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유성의 복귀는 예정된 일이라고 쳐도 그 오타니가 코치로 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준비가 마무리된 다이노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 2년이 더 흘러 2038시즌이 되었다.
각 구단들은 이번 시즌에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유성이 복귀한 이후 다이노스는 첫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3연속 우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왕조를 부활 시켰다.
그리고 각 구단들은 유성에게 수 많은 기록을 헌납했기에 유성이 각 구단의 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룰때마다 그들이 유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야기해주었다.
과거 이승현이 최초로 이루었던 은퇴 투어는 이후 이대오, 최성, 박민병과 같은 선수들에게도 이어졌고, 이제는 유성이 자신의 시대를 끝낼때가 온것이었다.
타이거즈, 와이번스, 베어스, 트윈스, 히어로즈, 위즈, 이글스, 자이언츠, 라이온즈 그리고 다이노스.
일부는 최초의 40-40 클럽 허용 기념 상품을 선물하기도 했고, 어떤 팀은 아예 70-70 허용 상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팀은 유성이 마지막 4년간의 활약 끝에 기어코 달성하고만 KBO 500-500 클럽 기념 상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앞선 두 시즌동안 풀시즌을 뛰지 않았고 또 중견수 출전마저 대폭 줄였던 유성이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전 경기에 중견수로써 출전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각종 1호 기록들 작성하였던 이곳 다이노스의 홈 구장인 가고파 파크에서 유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꺼 같은데..."
"괜찮아. 나도 은퇴할땐 나도 모르게 좀 울었어."
"난 더 많이 울꺼 같은데?"
"넌 엄청 오래 뛰었잖아."
무려 26년이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16년.
그 시간동안 각각 1400개가 넘는 홈런과 도루를 기록했고,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기록들을 양산해냈다.
존재 자체가 말이 안되는 그야말로 야구의 신이나 다름 없는 선수도 오늘만큼은 인간이었다.
은퇴식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구장 한편에는 민병, 범성 등의 번호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오늘 유성의 번호인 10번도 그 옆에 자리하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이제 유성이 마지막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죠."
당장 복귀한 이후의 4년만 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주심을 제외하면 심판들이 모두 사라지기도 했고, 국가대표에서도 35 프리미어 12와 37 WBC를 마지막으로 유성은 국가대표를 은퇴하였다.
우승은 그쯤되면 유성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2013년에 데뷔한 제가 25년이나 지난 2038년 시즌 최종전에 이렇게 은퇴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고, 또 많은 분들이 질타를 해주셨습니다."
"아마 팬 여러분들이나 동료 선후배들이 없었다면 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겁니다. 젊은 시절부터 절 지탱해준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고맙고요."
"어릴땐 프로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이노스에게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를 프로의 세계에 들여보내주었고, 긴 선수 생활의 마무리도 할 수 있었으니깐요."
"정말 감사했고, 감사했습니다."
다이노스 2013 ~ 2018
레드삭스 2019 ~ 2026
샌디에이고 2027 ~ 2034
다이노스 2035 ~ 2038
우승 23회
MVP 26회
3개 구단 10번 영구결번
2039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
모든 것이 끝났다.
정확히 따지자면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2년 뒤에 녀석을 잡으려면 고생 좀 해야할텐데 말이죠. 뭐, 녀석이 원하면 제 번호를 써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원한다면 번호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의지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 FIN -
========== 작품 후기 ==========
원래 더 긴 분량을 생각했던 에필로그 챕터입니다만
1월 완결이라는 독자님들과의 마지막 약속마저 깰 수는 없었기에
분량을 최대한 조절해서 3화에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만족스럽지 않은 글이 나왔습니다만
다음을 위해 아쉬움을 감수하려 합니다.
짧을게 분명한 후기가 오늘(몇시간) 안에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