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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부수는-299화 (에필로그2) (298/300)

<-- Epilogue Chapter - 후계자 -->

정말 뜬금 없는 등장에 유성은 반사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어?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새 감독이니깐."

"아니 그건 들어서 알고 있는데..."

사실 딱히 이상한건 없었다.

너무 갑작스러웠을 뿐이었다.

"같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많은데 벌써 형은 감독이구나."

"너도 늙었어. 뭐, 실력은 안 변했으니 우리팀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형도 몸만 보면 좀 뛰어도 되겠는데?"

"에이 무리야. 나 진짜 안 되는 공부한다고 몇년 동안 운동도 제대로 못했어."

난입 아닌 난입을 한 범성으로 인해 조금 혼란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이후 이야기는 간단했다.

민병의 은퇴로 공석이 된 주장 자리를 유성에게 넘기고 유성은 이야기한 4년간 후계자가 될만한 선수를 골라내야했다.

물론 그 전까진 다이노스의 4번 중견수로써 활약을 하기도 해야했다.

거기다가 다이노스가 5년째 도달하지 못한 포스트 시즌이라는 과제마저 해내야하는 상황이었다.

"말년에 또 고생하겠구만."

"그러게. 한 2년만 뛴다고 하지 그랬냐."

"진짜 그럴까?"

"...아니."

여전히 50-50 클럽이 가능한 KBO 최고의 선수를 빨리 은퇴하라고 종용하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범성이 땀을 흘리는 사이 선수단 소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로 스프링캠프 기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성이 일부러 이 시점을 맞추어서 돌아온 것도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서였다.

그대로 미국에서 바로 합류하는 것도 좋았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야하기에 같이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박유성 선배님이 새 주장이 되었다."

"진짜 주장 말대로 되었네."

"겨우 6년만에 300-300 클럽을 달성한 레전드니깐."

전임 감독 시기에 베테랑들이 대부분 은퇴하거나 팀을 떠나면서 다이노스도 초기 샌디에이고처럼 평균 연령이 매우 어린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오타니와 준영이라는 도우미가 있던 그때와 달리 지금 다이노스에서는 그를 도와줄 선수가 없었다.

코칭 스태프들은 익숙한 얼굴들이 많았기에 괜찮지만 선수단은 꽤나 난감했다.

물론 자신이 대선배이기에 이야기는 쉽겠지만 메이저리그의 경험을 살려서 팀에 적응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이노스는 이제는 하나의 관광지 같은 느낌이 된 다이노스 스프링캠프 장소인 투싼에 도달했다.

"여기도 오랫만이네."

"메이저땐 이 근처에 안 왔어?"

"레드삭스땐 플로리다로 갔고, 샌디에이고땐 그곳 자체가 괜찮은 곳이기도 하고 근처에 다저스 같은 팀들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동할 필요가 없었지."

"부럽네."

"형...이 아니라 감독님. 공석에선 이게 맞으니깐 뭐라고 하지말고."

"여전히 영악하구만..."

"머리 좋은거라고 해주지?"

현재 다이노스에서 유성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29세에 불과했다.

한국 기준이기에 42세인 유성과 무려 13살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었는데 선수들 사이에선 범성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유성을 보며 두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역시 다가가기 힘들다는 의견과 오히려 선수가 저렇게 감독과 편하게 이야기할 정도의 위치이기에 존경심을 보이는 선수들도 있었다.

"나이도 있으니깐 도착 첫날에는 쉬는게 어때?"

"작년에 내가 몇경기 뛰었는지 알면서 그러는거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리그 162경기 중 160경기를 출전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14경기를 전부 치루며 총 174경기나 되는 경기를 출전했다.

아무리 나이가 있다고 해도 그 정도 되는 경기를 소화할 정도의 체력을 보유한게 유성이었기 때문에 144경기 체제인 KBO에서는 풀타임을 뛰고도 남았다.

"그나저나 아직도 포스트시즌 제도가 안 바뀐거야?"

"북쪽은 아직 프로 야구팀이 생길 정도는 아니라서 말이지."

북한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자세한 이야기는 분야가 다르기에 하지 못하겠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던 대한민국에겐 좋은 호재였다.

덕분에 단번에 2천만이 넘는 인구가 보강되며 축구, 야구를 비롯한 각종 종목들도 선수나 관중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900만 관중을 달성한 이후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던 KBO가 상승세를 회복하여 1천만 관중에 도달한 것도 이러한 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관중수가 늘어났다 이거지?"

"그래."

"아직 죽지 않았다는걸 보여줘야겠군."

"제발 그래줘라. 구단에서 첫 시즌은 봐주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포스트시즌은 가야하지 않겠냐?"

"..."

왠지 나이를 먹더니 캐릭터가 달라진거 같은 범성이었지만 유성도 구단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

이미 다이노스는 4대 감독으로 범성을 선임한 이후로 민병에게 지도자 연수를 시키며 5,6대 감독을 준비 시키고 있었다.

"나도 나중에 감독이나 해볼까?"

"니가?"

"왜?"

"니 번호를 생각하면 10대 감독이 좋겠지만 내가 4대째인데 10대까지 갈려면 수십년은 걸리겠지?"

"그렇지. 나도 공부할 시간은 필요할테니깐 대충 7대 감독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은데."

"7대라... 어떤 만화에서 본거 같은 내용이..."

주변을 지나가던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때 두 사람은 서로 움찔했다.

그리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너도 봤지?"

"우리 젊을때 완결 났잖아? 안 봤을리가."

범성과 유성은 서로 앞뒤에 있던 타자들이었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였다.

그렇기에 유성과 민병처럼 척하면 척하는 수준으로 이야기가 잘 통했고, 차후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로 이야기는 따로 안 하는데?"

"대신 계속 서로를 확인하면서 사인을 보내고 있어."

"그러네? 과연 다이노스 왕조의 주역들이군."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후배 선수들은 유성과 범성의 활약을 지켜보며 야구의 꿈을 키워왔던 선수들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다이노스 왕조는 작게 보면 김강문 감독의 시대 10년간 리그를 그야말로 지배했던 괴물들의 집합소였고, 크게 보면 2대 감독의 시기까지 총 16년간 14번이나 우승을 한 최고의 팀이었다.

그러다보니 다이노스를 동경하는 선수들이 매우 많았고, 최근 수년간 부진에 빠졌음에도 계속해서 뛰어난 유망주들이 유입되었다.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한계가 보일려고 했었는데 때 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레전드가 감독으로 부임하고 MLB를 정복한 레전드까지 귀환하며 절묘한 타이밍에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경기는 언제야?"

"몇주 정도 기다려야할껄..."

"그러면 난 당분간 분석실에 좀 가 있을게."

"그래."

아무래도 1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보니 알고 있는 선수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창단 이후 계속 이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다보니 아예 이곳에 여러 시설을 만들어두었기에 유성은 손쉽게 전력분석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긴 내가 떠날때도 홈런 군단이 되더니 이젠 아예 홈런의 팀이 되버렸네."

그 당시의 기억들을 떠올리던 유성은 이내 그 당시의 데이터를 머리에서 지웠다.

완전히 새로운 팀을 상대한다는 심정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그렇게 유성이 전력분석에 돌입한 가운데 다이노스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 되어갔다.

물론 유성도 훈련을 빼먹지는 않았다.

게다가 유성이 참가했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연습 경기 상대팀들이 경기마다 에이스들을 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난 시즌에도 50-50 클럽을 기록했던 선수니깐. 저들에겐 최고의 경험을 쌓을 기회지."

유성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16년간 항상 MVP는 유성의 차지였다.

즉, 한 시대를 지배한 절대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팡!

"젊은 친구들은 이래서 부럽단말이지."

100마일은 가볍게 나올듯한 구속이 2월 중순인 지금 시점에서 찍히고 있었다.

다른 다이노스 타자들은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공략을 하는 선수들도 없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소용 없었는데

딱!

유성은 아직 100마일 정도는 가볍게 때려낼 능력이 있었다.

단숨에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한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마침 주자가 있었기에 투런 홈런이 되었고, 1대0으로 밀리고 있던 다이노스가 역전에 성공하였다.

- 역시 갓은 늙어도 갓이네.

- 딱 필요 할때 이렇게 쳐주는것만 해도 장난 아닌데 도루까지 50개씩 할 정도의 철인이니깐...

- 내가 말했잖아. 50억은 거품이 아니라니깐.

유성이 결정적인 한방을 해결해주면서 지난 시즌과 달리 다이노스는 중심이 잡혀있었다.

민병은 본래 테이블세터였기에 중심을 잡아주기는 모자랐는데 유성은 핵심인 4번에 위치했기에 선수들은 편안하게 경기를 치룰 수 있었다.

"올해는 다른거 같은데?"

"그러게."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응?"

"선배님이 4년 정도는 뛴다고 하셨잖아. 그 사이에 우리가 되었든 다른 녀석이 되었든 자리를 매꿀 수 있을테니깐."

"글쎄... 4년 뒤에도 여전하실꺼 같은데."

"그러게. 50-50은 못해도 30-30 정도는 계속 하시겠지."

"그럼 우리도 30-30 정도는 해야 주전이 되는건가?"

"에이 설마..."

설마라고 넘기기에는 감독인 범성부터 20-20, 30-30을 자주 했다는 것을 떠올려야했던 선수들이지만 안도한 나머지 그것은 떠올리지 못했다.

"어때?"

"잠재력은 괜찮은데... 생각만큼 포텐이 안 터졌네."

"전임 감독이 2,3년 안에 안 터지면 바로 밀어치웠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가 있었거든."

"리빌딩은 인내심이 기본인데 감독할 역량이 안되는구만."

물론 아예 시즌을 포기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는 성적을 함께 내야한다는 점도 감안해야했다.

그래도 다른 종목에서도 2,3년 정도는 기다려주는데 그보다 선수 수명이 긴편인 야구에서 2,3년 밖에 안 기다려주는건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나저나 중견수는 저녀석 밖에 없나?"

"둘 더 있는데 하나는 6년차인데 잠재력을 못 보여줘서 밀려있던 녀석이고 다른 녀석은 2년차인데 아직 기회를 못 받았어."

"흐음..."

현재 다이노스에서 유성이 차지한 중견수 자리의 대체자는 3명 정도가 있었다.

그 부분은 수비가 뛰어난 선수를 놔두면 되지만 4번 타자 자리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중견수는 3명 중에 고르면 되지만 타자는 어렵겠구만."

"고민 좀 하라고 50억씩 주고 데려온거니깐 열심히 노력해야지."

"필요 없다는데 구단이 억지로 준거였는데..."

아무튼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유성은 벌써부터 자신의 후계자가 될만한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준영 같은 괴물이 나타나는게 아닌 이상 자신의 자리를 매꾸는 것은 매우 힘들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선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때 스프링캠프가 종료 되었다.

========== 작품 후기 ==========

피곤하군요.

역시 자고 와서 계속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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