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91화 (외전5) (290/300)

<-- 외전 Chapter 2 - 비하인드 스토리 -->

다음날 곧 바로 이어진 방송에 부제목이 붙었는데 이름하여 썰전이었다.

"어째서 썰전이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김강문 감독님이 주고 가셨는데."

"엉? 김 감독님이 오셨어?"

"아니."

"..."

유성과 범성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2019시즌이 끝난 이후 김강문 감독은 이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건강 문제도 있고 현장에서 이탈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단에서 한번만 더 재계약을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결국 저버리지 못하고 마지막이라는 조건으로 3년 더 계약을 이어갔다.

그래서 2022시즌이 끝난 뒤에야 다이노스 감독직에서 물러나고 현재는 편하게 쉬고 있었다.

"감독님도 우리팀에서 10년... 아니 11년이네."

"정말 오래하셨지."

여담으로 2대 감독은 최일헌 전 투수코치였다.

김강문 감독을 10년이나 보좌했던 점을 고려하기도 했고, 애초에 차기 감독으로 뽑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딱히 안 변한 곳도 있고 생각보다 많이 변한곳도 있네."

"특히 프런트가 많이 변했지."

"모 기업이 게임회사라 그런가. 은근히 빠르단 말이지."

야구 외적인 이야기였다.

이미 5년 전에 자율주행차라던가 인공지능이라던가 여러 기술들이 대중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조금씩 느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이노스 구단은 한발 빠르게 여러 기술들을 도입하며 다시 연속 우승을 만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나저나 어제 어디까지 했지?"

"2021 WBC쯤?"

"내일 끝낼 수 있을까?"

"솔직히 무리지."

"에휴... 오늘도 애들 늦게 보겠네."

2021년에 박유성 2세가 태어난 이후 2024년 유성은 이번에는 딸을 얻었다.

일부에서는 아직 젊은 편인 유성이다보니 자식이 3,4명까지 늘어나는거 아니냐며 관심을 가지기도 했는데 실제로 유성도 2명에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4명까진 생각 중이야. 그 이상은 좀 아닌거 같아서."

"너도 참... 대단하다. 난 2명 정도 생각했는데."

"하하..."

자식 이야기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어제 하다가 말은 메이저리그 이야기였다.

3년차의 유성은 여러가지로 대단했다.

"타격폼 바꿨지?"

"그래. WBC에 처음 보여주고 그대로 시즌에 적용 시켰지."

"50-50 클럽도 엄청난데 50-50 타격폼을 바꿔서 60-60 클럽을 기록하다니... 정말 본 받을게 넘치다못해 후배들이 감당하기 힘든 선배네요."

"그러냐? 내가 잘 나기는 했지?"

"..."

- 그저 빛일뿐...

- 5년차에 아슬하게 300-300 못하길래 아쉬웠는데 7년차는...

"네. 그러고보면 3년만에 150-150을 달성했고, 4,6년차에 200-200, 300-300까지 하고 바로 1년만인 7년차에 400-400 클럽을 달성했네요."

"한미 통산 700-700 클럽으로 유명했지."

"메이저 400-400도 역사상 2번째니깐요."

유성이 등장하기 전까지 500-500 클럽만 해도 전세계에 단 1명.

배리 본즈만이 이룩한 것이었는데 유성은 비록 한미 통산이지만 700-700까지 기록하며 역사상 최초의 1000-1000클럽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유성이 별명 중에 우승청부사가 있지. 참가한 모든 대회,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었기 때문인데 이게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어졌다고 하더라고."

"아마 시절이면... 고등학교요?"

"아니. 야구 시작할때부터."

"...와."

당장 유성이 다이노스 6년, 레드삭스 7년간 우승한 횟수만 봐도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유성은 우승을 만들어낼줄 아는 선수였다.

유성의 3년차 시즌인 2021시즌은 유성이 타격폼을 바꾸며 새로운 기록을 작성한 시즌이기도 하지만 차세대 괴물들이 등장한 시즌이기도 했다.

안 그런것 같아도 유성과 오타니의 등장은 무수히 많은 괴물들을 불러모았고, 2021시즌 170KM를 던지는 괴물 투수의 등장을 시작으로 투수든 타자든 구분 없이 괴물들이 등장하였다.

다만 이제 막 경험을 쌓는 유망주들이거나 미완성인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은 유성이나 오타니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메이저리그에는 괴물들이 늘어나고 있지."

"진짜 괴물이 다른 선수보고 괴물이라고 하는거 보면 은근 어색하다니깐."

"내가 좀 대단하기는 하지?"

"...오히려 짜증나."

유성과 민병의 사이는 잘 알려진 것이기에 물 흐르듯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적당히 이야기를 마친 유성은 4년차 시즌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때부터 유성은 생각 나는게 많아졌는지 이전보다 일상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비중도 높아지게 되었는데 유성의 아들이 돌잔치때 공을 잡았다는 소리에 사람들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부전자전인가

- 과연 아버지를 뛰어 넘을 것인가

- 어쩌면 애는 투수 할지도 몰라.

- 그것도 좋겠네.

"투수요? 그거 좋네요. 그런대 그때까지 내가 현역으로 뛸려나? 워낙 해둔 기록이 많아서 금방 은퇴 안 하면 다행일꺼 같은데."

"은퇴 전에 한국 와야지."

"당연하지. 그런대 한국 가서도 의욕 안 생기면 어쩌지?"

"그때는 진짜 은퇴하는거지."

"뭐... 이렇게 이야기해도 10년 정도 더 뛰고도 남겠지만."

유성처럼 수 많은 기록을 작성한 선수는 매너리즘으로 인해 방황을 하기도 한다.

가정이 있고 아직 내셔널리그에서는 안 뛰어봤기 때문에 지금은 괜찮지만 내셔널리그에서도 어느정도 뛴 이후에도 이렇게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지는 솔직히 약간 의문이 있는 유성이었다.

"넌 다 좋은데 너무 고민이 많아."

"...그런가?"

"가끔은 나나 다른 동료 좀 믿고 편하게 있어봐."

"그러면 나도 좋겠지만..."

그러고보면 데뷔 초기에 여러 선배가 있던 시절과 달리 시간이 흐르며 유성에게 부담이 집중 되었다.

문뜩 그런 생각을 한 민병은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성이 4년차부터 7년차까지의 에피소드를 대부분 풀어낸 뒤에야 끝날 정도로 길었다.

유성이 이야기 진행을 빠르게 한 점도 있었지만 말이었다.

"자, 그러면 메이저리그 이야기는 적당히 한거 같으니 이제 주제를 바꿔볼까?"

"뭘로요?"

"다른 선수들은 박유성을 어떻게 보았는가."

"아... 저도 솔직히 궁금했어요."

- 다이노스 캡틴이 지켜본 박유성인가.

- 메이저리그 이야기는 솔직히 4년차까지 오니깐 특별한 에피소드 말고는 할게 없다는게 느껴지더라.

"그렇지? 그런대 시간이 다 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어?"

"시간 진짜 빠르네. 아니면 내가 말을 많이 했나? 아니 그렇게 많이 한거 같지는 않은데..."

결국 2일차 방송은 그대로 종료 되었다.

3일로 모자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메이저리그 7년간의 이야기가 2일만에 종료 되었지만 그만큼 분량을 더 뽑아낼 수 있는 다이노스에서 보낸 6년간의 이야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

민병이나 유성은 물론 다이노스 선수들 대부분은 술을 안 마셨다.

오프 시즌이기에 철저한 몸관리는 필요 없지만 어느정도 관리가 필요했기에 가볍게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내일부턴 게스트도 좀 불러야겠어."

"진짜 5일 정도 뽑아먹을 생각이야?"

"당연하지. 작품 분량도 모자라거든..."

"응?"

"아무것도 아니야."

"싱겁긴..."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이어진 3일째 방송에서도 여전히 수천명의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끌던 그들은 이내 8천명이 넘어가는 순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슬슬 어제 하다가 끊긴 이야기를 해볼까..."

"그런대 누가 이야기하는거야?"

"나."

"어... 응?"

"아니, 일단 나 이상으로 너랑 친한 선수가 몇이나 되냐? 아니 있기는 하냐?"

"...그렇게 말하면 또 할말이 없는데."

- 하긴 저 둘이라면...

- 결혼 안 했으면 저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왔을지도 몰라.

- 뭔 소리를 하는겨.

- 님 hoxy?

"첫 시즌부터 해야겠지?"

"그렇지."

"음..."

잠시 과거를 회상한 민병은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일들이라 꽤나 잊어먹은게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 여기부터 해야겠지."

그때부터 민병의 거의 독백과 같은 진행이 이어졌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이제 막 입단한 녀석이 아무리 역대 최고 계약금을 받았다지만 바로 4번 타자로 들어가더라고. 그거보고 와 이게 뭐야? 몰래 카메라인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땐 뭐... 나도 선발 라인업은 생각했어도 4번까진 생각 못했거든."

"나야 솔직히 말해서 그때 더럽게 못했으니 상관 없지만... 아무튼 입단하자마자 딱 4번 차지하는거 보고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첫 시즌부터 30-30 클럽을 딱 해버리더라?"

"당시에 경기 보는데 정말 대단했죠."

"그렇지? 단순히 지켜본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는데 옆이나 뒤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어떻겠어? 내가 더 훈련을 많이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아무튼 대단했지."

- 전설의 첫 시즌 우승.

- 최하위 예상팀이 1위를 거두며 기적을 만들던 그 시절.

- 솔직히 박유성 제일 쩔던 시절이 저때가 아닌가 싶다.

- 하긴... 이후로는 막 100승도 찍고 걍 다 털어먹었으니깐.

다이노스팬들도 공감하는 사실이었다.

이후부터 워낙 압도적이었다보니 역으로 가장 야구가 재미 있던 시즌이 13시즌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것도 유성과 범성이 떠나고 이종박, 손시한 같은 베테랑들이 떠난 이후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줄어들기는 했지만 김강문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의 다이노스는 역사상 최강의 팀이었다.

김강문 감독마저 떠난 뒤에는 1회 우승과 2회 준우승으로 이전보다 떨어진 모습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바로 다이노스였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것도 많지. 분명 시즌 시작할때 150도 제대로 공략 못했는데 중반쯤 가니깐 쉽게 공략하기 시작하고 시즌 후반 가니 아주 가지고 놀더라?"

"내가 그랬나?"

"그랬어. 너 초반에는 빠른 공에는 약했어."

과연 옆에서 꾸준히 유성을 지켜보았던 선수다운 이야기였다.

민병 입장에서도 첫 시즌의 한국시리즈는 그만큼 대단한 접전의 연속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를 지금 복기해보면 우리쪽으로 우세한거 같으면서도 또 쉽게 못 이기던 그런 시리즈였는데... 당시 상대인 라이온즈가 연속 우승을 거둘 정도로 전력이 막강하던 시절이었는데 결국 이겼지."

"그러고보면 요즘 치열함 같은걸 잊고 있는거 같기도 해."

"치열함이라... 난 요즘 다시 느끼고 있는데 2번이나 우승 놓치니깐 뭔가 투쟁심 같은것도 다시 생기고 그러더라."

"음... 그러면 FA때 약팀을 찾아가야하나."

엉뚱한 이야기였기에 가볍게 웃었으나 유성은 이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방송 진행을 위해 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때의 이야기가 영향을 끼쳤다고 훗날 유성이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자, 계속 하자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깐."

========== 작품 후기 ==========

수면 시간이 또 흔들릴려고 한다...

완결까지 15화도 안 남았습니다.

후속작은...

옆의 달동네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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