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86화 (완결) (285/300)

<-- Chapter 57 - 2019 월드시리즈 -->

홈에서 2연승을 거둔 레드삭스는 다저스 원정에서 시리즈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내고 홈에서 퍼레이드 하면 딱 좋겠는데?"

"그리고 백악관으로 가고?"

"잠깐 뭐가 먼저지?"

"뭐가 되었든 일단 이기고 생각하면 되잖아?"

"하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레드삭스는 그야말로 파죽의 기세였다.

3차전에서 다저스는 류연진+마에다라는 예상 외의 한수를 시도하였는데 1+1 전략 덕분에 레드삭스 타선은 8이닝 동안 단 2점만 획득하는데 그쳤고, 반대로 4점을 내주며 스코어 4대2로 끌려가고 있었다.

[다저스가 과감한 수를 사용했죠?]

[네. 덕분에 4대2로 리드를 잡고 있지만 마지막에 하필 타순이 안 좋네요.]

경기 내내 리드를 잡은 다저스지만 마지막에 레드삭스의 2번부터 시작하는 타순에 걸리고 말았다.

물론 오늘 레드삭스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부진에 빠져있었지만 여차하면 경기가 뒤집히기 때문에 만약을 위한 준비를 모두 하기 시작했다.

- 이거만 막으면 이긴다!

- 제발 홈에선 이기자!

- 1점 줘도 좋다. 박유성이라도 막아라!

다저스팬들은 다시 한번 준우승을 거두는것 이전에 스윕으로 시리즈를 내주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딱!

[쳤습니다만 유격수! 잡아서 2루수에게 바로 1루로!]

[몸을 날려서 공을 잡아내고 일어나기보단 2루수에게 토스해서 빠르게 타자를 처리했네요.]

[다저스가 정말 여기서 어떻게 흐름을 1번 끊을 각오를 했네요.]

분명 그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유성에게 추격의 솔로 홈런을 허용했음에도 나머지 타자들을 끝내 막아내며 최종 스코어 4대3으로 월드 시리즈 3차전을 자신들의 손으로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시리즈 전적은 2대1이 되었다.

그러나 레드삭스는 조급해 하지 않았다.

애초에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6차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칠때부터 월드 시리즈에서 1패 정도는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5차전? 6차전?"

"이렇게 보여도 나 메이저 첫 시즌이라서 빨리 끝내고 싶거든."

"그러고보니 그렇네?"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좋아. 괜히 길게 끌고 갔다가 분위기 넘겨주면 안되니깐 5차전에 끝내자고."

5차전에 끝낸다.

그런 생각으로 4차전에 돌입한 레드삭스는 예상대로 커쇼가 4차전에 먼저 나오자 준비한대로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세상에 알려줄때가 되었어."

"...뭘?"

1차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주자가 쌓였고,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커쇼의 공을 가볍게 받아치며 뒤에 앉아있던 알렉스에게 말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걸."

[넘어갑니다아아아아!]

[박유성의 선제 쓰리런!]

[3일을 쉬고 나온 커쇼에게 1회부터 쓰리런을 날립니다!]

이 홈런을 시작으로 폭격을 시작한 레드삭스는 커쇼를 마운드에 끌어내리는데 3이닝도 채 사용하지 않았다.

2.2이닝 8실점이라는 성적은 그 누가 보더라도 1차전보다 더욱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졌군."

"그래. 다른 투수도 아니고 그 커쇼가 2번이나 무너졌지."

"차라리 류연진, 마에다를 1+1으로 기용한 경기가 더 안정적이었지."

결국 다저스는 커쇼의 초반 붕괴로 인해 경기의 흐름을 내주었고, 4차전에서 패배하였다.

시리즈 전적이 3대1이 되며 레드삭스는 13시즌 이후 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기게 된 것이었다.

"곧 우승인데 느낌이 어때요?"

"아직 우승 안 했는데..."

"그래도 커쇼를 무너트렸고, 5차전에는 세일이 등판하니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니깐요."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 시즌이죠. 시즌 전에 준비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요? 경기 하는 모습을 보면 전혀 안 그렇게 보이던데요?"

"제가 KBO 시절보다 성적 떨어진것만 봐도 아실텐데요."

"그렇게 말하면 또 저희가 할 말이 없지만요."

5차전을 위해 인터뷰는 짧게 끝나게 되었다.

애초에 유성이나 한국 언론이나 5차전에서 결착이 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었고, 실제로 5차전 선발로 나선 세일이 예상대로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위한 발판을 깔고, 타선이 적절하게 점수를 뽑아내며 9회에 돌입했을때 스코어는 5대1로 레드삭스가 승리의 9부 능선을 넘긴 상태였다.

[이제 아웃카운트 3개면 우승이 확정 되겠군요.]

[선수들도 바쁘겠네요.]

[아무래도 마지막 3개니깐요.]

"여기로 안 오면 좋겠는데..."

좌익수 베닌텐디가 조용히 중얼거렸고, 그 이야기를 듣기라도 한듯 유성이 좌익수 방면으로 시프트를 움직였다.

그리고 타구는 시프트대로 좌익수 방향으로 향했고, 유성과 베닌텐디는 순간적으로 사인을 주고 받았고 베닌텐디가 자신의 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후... 오지말라니깐 오는건 뭐야?"

"긴장 풀지말라고 날아온거겠지."

"아무튼 이제는 안 오면 좋겠어."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날아가면 내가 잡아줄게."

"말이 그렇다는거지..."

그렇게 순조롭게 아웃 카운트가 하나 늘어난 가운데 내야수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경험이 있는 페드로이아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그러는 사이에 승부가 진행 되고 있었다.

딱!

소리가 들리자마자 유격수와 2루수가 동시에 움직였고, 유격수 젠더 보가츠가 공을 잡는듯 했으나 글러브로 건드리는 수준 밖에 하지못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는데 반박자 늦게 움직인 2루수 페드로이아가 유격수 백업을 들어가는 타이밍과 맞아 떨어지며 페드로이아는 보가츠가 잡지 못한 공을 잡아서 바로 1루로 던졌다.

그 결과는 아쉽게 세이프였다.

"아오!"

"젠장..."

그렇게 키스톤 콤비가 아쉬워할때 1루수 호스머는 무엇인가 미묘한 것을 느꼈다.

1루 코치도 비슷한 것을 생각했는지 호스머에게 사인을 보냈고, 호스머도 동의했다.

[여기서 챌린지가 나옵니다.]

[이제 마지막이니깐요. 사용할껀 다 사용해야죠.]

잠시 판독을 기다리는 사이에 내야수들은 내야수대로 외야수들은 외야수대로 모여서 판정을 기다리며 다음 플레이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온 판정은 놀랍게도 아웃이었다.

[아웃! 아웃입니다! 이건 정말 예상 외의 상황인데요.]

[1사 1루가 될뻔한 상황이 2사 주자 없음이 되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다저스 팬들이 경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네요.]

[이 판정만 아니었어도 희망을 살려봤을텐데 챌린지로 인해 바로 사라지고 말았으니깐요.]

판정이 나온 덕분에 선수들은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할지 정할 수 있었다.

무조건 잡아낸다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것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다저스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진 코디 벨린저였다.

그러다보니 내야수들은 한발씩 뒤로 움직였고, 외야진도 3,4발 뒤로 가며 큰 타구에 대비했다.

반대로 유성은 다른 선수들처럼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벨린저가 간격이 커진 내야와 외야 사이를 노릴 것을 대비해서 타격음이 들리자마자 앞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모두의 시선이 투수와 타자에게 집중 되어 있었고 이내 승부가 갈렸다.

딱!

[쳤습니다! 내야수 키를 넘기고! 중견수! 중견수가아아아아!]

[잡아냈습니다! 경기 끝! 201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승자는 보스턴 레드삭스입니다!]

[통산 9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금 달성하게 됩니다!]

- 우승 세레머니 가즈아아아아아!

- 마지막 수비 지려버렸다

- 다 끝났으니 팬티 갈아 입고 와야겠다.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력을 과시했던 레드삭스는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였고, 유성이 공을 잡자마자 베닌텐디와 무키 베츠가 유성을 잡아서 내야로 끌고 갔다.

"아니 내 발로 갈 수 있는데 왜 그래?"

"뭔 소리야? 너 발 풀렸어."

"우리보고는 뒤로 가라고 했으면서 넌 바로 앞으로 뛰더라? 얼마나 다리를 긴장 시켜놨으면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더라."

"허... 고마워."

"아니, 우리가 고맙지."

사실 유성의 영입을 실패했다면 레드삭스의 우승 계획은 몇년 더 미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유성의 영입에 성공하면서 레드삭스는 역으로 왕조를 건설할 계획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고, 유성을 중심으로 한 타선도 역대급 공격력을 과시하며 왕조의 시작을 알릴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둘에게 잡혀서 내야로 끌려가던 유성은 포수 뒤의 관중석에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얼굴을 보고 유성은 몸을 지탱하던 긴장까지 풀고 말았고, 순간 넘어질뻔 했지만 아슬하게 내야수들이 받아주면서 넘어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월드시리즈가 종료 되었다.

*

[이제 마지막 순서만 남았나요?]

[그렇네요.]

타율, 출루율, 장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도루, 2루타, 3루타, 전체 루타, OPS, 볼넷 등 10개가 넘는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만큼 유성은 만장일치로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을 수상하였다.

KBO에서 6년간 뛰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시즌 유성의 성적은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작성한 것이기에 기자들의 이견은 없었다.

그리고 골든글러브와 실버슬러거, 행크아론상, 월드시리즈 MVP까지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획득한 유성은 마지막 하나만을 남기고 있었다.

[타이틀이... 정말 많군요.]

[새 역사를 작성한 선수니깐요.]

[그 마지막을 이 상으로 장식해서 다행이네요.]

[2019 아메리칸 리그 MVP는 다들 잘 아시겠죠?]

[그렇죠. 저에게 표가 있었으면 그 선수에게 줬을테니깐요.]

[하하하, 그럼 공개 하죠.]

2019 아메리칸 리그 MVP - 박유성 (만장일치)

[보스턴 레드삭스의 박유성 선수가 만장일치로 MVP를 수상하였습니다!]

[축하해요. 와우... 레드삭스가 만장일치 MVP를 배출한게 얼마만이죠?]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뭐, 만장일치 신인왕까지 같이 받은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전무하죠?]

[아마... 그렇겠죠?]

140년이 역사가 있다보니 중계진마저 기록을 확신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것은 둘째치고 이제 유성은 길었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시즌이 끝나고 바로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지만 각종 시상식으로 인해 일정이 밀리고 말았고, 유성도 시상식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2019 프리미어12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으로 넘어간 상태였기에 일정이 맞지 않았다.

2019 프리미어12부터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리게 되었기에 최소 4강이 목표인 대한민국이었는데 주장으로써 출전한 유성이 우승을 이끄며 대한민국 대표팀은 가뿐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였다.

시상식과 더불어 국제대회까지 치루고 돌아온 유성은 그때서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어느덧 유성도 한국 기준 26살, 미국 기준 25살이 되었기에 그동안의 논란에 대해 정리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 박유성 선수도 나이가 제법 되었는데 아직도 결혼 생각이 없으신가요?"

"어... 사실 그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건..."

"네.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한국에 있을때부터 호감을 가지던 분이 있었습니다."

"아!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곧 결혼 예정입니다."

갑작스러운 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식이 그날 바로 한국과 미국에 알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이노스의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정보가 공개 되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상대는 세나였다.

- 다이노스 구단주의 조카...

- 박유성보다 3살 연상...

- 스펙 몬스터...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다이노스 시절에 동료 선수들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그녀와 보냈다고 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는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꾸준히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는 직접 관람을 하며 박유성 선수가 우승을 확정하는 장면까지 직접 지켜보았다고 한다.]

- 다이노스 시절부터면...

- 6년이니깐... 7년이나 알던 사이네.

- 그 정도면 뭐...

"다행이네요."

"뭐가요?"

"30줄 되기 전에 하게 되어서."

"하하..."

이것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 끝났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것은 2번째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성은 앞으로도 위대한 업적을 계속해서 쌓아나갈 것이다.

먼 훗날 사람들은 그를 '기록을 부수는 타자'라고 불렀다.

========== 작품 후기 ==========

완결입니다.

정확히는 본편만 완결입니다.

아직 외전이 남아있습니다.

*

솔직히 고민 많이 했습니다.

완결 전에 휴재 하는게 제 패시브가 되는건 아닌가 하고...(퍽)

본래 이 작품은 400화까지 구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연재를 하다보니 제 급전개병 때문에 400화는 무리라는 답이 나와서 350화로 줄이고 이것만큼은 꼭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급전개병을 해결하나했더니 이번에는 제가 이 이상 반복적인 패턴의 전개를 하는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완결을 내버렸습니다.

사실 월드시리즈로 1편 정도 더 쓸 수도 있었는데...

그냥 빠르게 끝내기로 했습니다.

*

그래도 300화는 채울 생각이기 때문에 진짜 완결은 아닙니다.

제가 초반에 구상했던 엔딩 챕터도 아직 못 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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