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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부수는-285화 (284/300)

<-- Chapter 57 - 2019 월드시리즈 -->

1회부터 4점이나 내주며 끌려가기 시작한 다저스는 2회에 어떻게든 만회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4점의 리드를 안고 있는 세일은 1회와 달리 변화구의 비중을 올리며 다저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젠장..."

"영리하군. 하지만 괜찮아. 이제 1차전의 2회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니깐."

"4점차를 뒤집을 수 있겠어?"

"솔직히 말해서 선발 싸움은 이미 우리가 졌어."

"..."

"불펜은 동급이라고 보는지라 선발에서 우위를 가져와야했는데... 별 수 없지. 불펜을 노려보는 수 밖에..."

그러는 사이에 다저스 타자들이 볼넷을 1개 얻어내며 2사 1루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알렉스는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향했다.

'불펜을 노려본다고 했지만... 선발끼리 맞붙을때 최대한 점수 차를 줄여놔야해.'

주자가 나갔으니 세일은 변화구 위주의 피칭에서 강속구를 추가하는 변칙 스타일로 투구패턴을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구는 버리고 포심이 올때까지 버틴다.

딱!

어떻게 2개는 파울로 만들었다.

2S-2B의 카운트는 그렇게 나온 결과이다.

하지만 초구부터 과감하게 포심을 던지며 알렉스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듯한 피칭을 보였던 세일은 이후 단 하나의 포심도 던지지 않고 있었다.

다시 하나의 공을 더 커트한 알렉스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포심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역으로 공세를 나서는게 더 좋았다.

물론 자신이 목표를 바꾸었다는 것을 들켜서도 안된다.

'더럽게 까다롭군.'

세일도 4점의 리드가 있기에 2점 정도는 괜찮다는걸 알고 있지만 쉽게 보내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여기서 찍어누르는 것이 차후 불펜 싸움으로 넘어갔을때 더 편하기도 했다.

딱!

[다시 한번 파울이 나옵니다!]

[두 선수의 대결이 정말 치열하네요.]

[끈질기기도 하고요.]

[분명 알렉스라면 하나를 정해서 나왔을텐데 이렇게 승부가 길어지는걸 보면...]

[그러고보니 다른 구종은 다 나왔지만 포심은 초구 이후로 1번도 안 나왔네요.]

'그렇군.'

방금의 파울로 세일은 확신했다.

알렉스가 원하는 구종이 무엇인지 말이었다.

그렇다면 원하는대로 해줄 뿐이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담장으로! 중견수가 따라가는데요! 이 타구를... 잡았어요! 박유성 선수가 잡아냅니다!]

[와...]

[놀라운 수비입니다! 박유성 선수가 우익수 방향으로 가 있었는데 그걸 수십미터를 좌익수 방향으로 달려가서 잡아냈어요.]

- 실화냐?

- 간만에 갓유성이 뭐 빠지게 수비하는 모습 봤네.

- 처음 아니냐? 맨날 여유롭게 수비하는 모습만 봤는데.

어찌되었든 유성의 호수비로 2회가 마무리되며 레드삭스는 4대0의 리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거기서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추격의 기회가 날아가면서 다저스는 이후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하며 그저 이닝을 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닝이 전환되며 4회가 종료 되었고, 그 시점에서 스코어는 오히려 5대0으로 레드삭스가 1점 더 달아나게 되었다.

[다저스로써는 최악의 월드시리즈 시작이겠군요.]

[그런대 아직 커쇼의 투구수에 여유가 있는데 불펜이 준비 중이네요.]

[흠... 무슨 생각일까요?]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1차전을 버리고 커쇼를 4차전이나 5차전에 길게 가져가겠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레드삭스의 페이스를 생각하면 좀 무리인거 같지만... 챔피언십 시리즈 이후 4일을 쉬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해볼만한 도박 같기도 합니다.]

- 1차전을 버리는건 좀 위험한데...

- 어차피 우주의 기운이 레드삭스에게 몰리고 있음.

이렇게되자 레드삭스도 슬슬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 다저스의 상황이나 경기의 흐름으로 보았을때 다저스가 역전을 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러다보니 5회까진 선발 멤버를 유지하더라도 6회부터는 조금씩 교체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 우리가 5점차의 리드를 잡고 있고 다저스도 역전 시킬만한 여력은 없지만 안심해서는 안되는 단계입니다."

"흐음... 그렇다면 일단 긴 이닝을 던져줄 불펜 하나를 준비 시켜두게."

"네."

다저스의 움직임에 뭔가 느낀것이 있는듯 코라 감독은 롱 릴리프의 준비를 지시하였고, 다저스는 그런 레드삭스의 움직임에 레드삭스가 안전하면서도 확실하게 1차전을 잡아내려는 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저쪽은 선발을 바로 끌어내리는 방법은 못 쓰겠지."

"이거 완전히 힘을 빼기도 힘들겠군요."

"그래도 이 정도 움직임은 예상 범위에 있었으니 이걸 이용해서 다음 경기를 위해 잘 지는게 좋겠지."

이기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언젠가 이길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100경기가 넘는 장기 시리즈를 치루는 프로야구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이야기였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결승전이라도 단판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1경기를 내주고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식의 방식의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1차전은 버린다는건가..."

상황을 파악한 유성도 제법 머리를 잘 굴렸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와 같은 7연전을 치루는 시리즈전에서는 1차전의 의미는 매우 컸다.

KBO의 이야기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팀이 우승할 확률이 80%가 넘어갔다.

메이저리그는 양대리그 제도로 인해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지만 1차전 승리팀이 우세를 가지는 것은 분명했다.

"일부러 불리한 길로 간다라..."

속 편하게 생각하면 다저스가 우승을 포기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2년 전에 실패를 거두었으니 당연히 올해 우승을 노리는게 맞았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지불하는 팀이라면 응당 우승을 노리는게 맞기도 했다.

[다저스가 불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자 레드삭스도 준비를 시작하는군요.]

[다른 점은 레드삭스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요원이 준비 중이라는거죠.]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승은 레드삭스가 기록했고, 레드삭스의 팀 연봉은 전체 3위입니다. 반대로 다저스는 2번째로 많은 승을 거두었고, 팀 연봉도 전체 2위입니다.]

[그렇네요. 양팀 모두 투자를 성적으로 바꿔내고 있죠.]

어느 팀이 승리를 거두든 역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다저스는 1차전을 포기할려는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좀 더 점수를 벌려야겠군."

"그러게. 저쪽 상황을 보면 안심할 단계가 아니기는 해."

이제서야 5회가 끝났다.

그리고 다저스는 커쇼를 내리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하지만 레드삭스는 방심하지 않고, 세일을 6회에도 마운드에 올렸고 레드삭스 타선도 추가점을 뽑아내며 8대0까지 스코어 차이를 만들어냈다.

"어떻게 생각하나?"

"차라리 불펜을 아껴요. 내가 며칠 뒤에 나와서 오늘처럼 던진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무슨 소릴..."

"에이스니 뭐니 하지 마시죠. 우승을 위해서라면 9이닝 그 이상도 던질 수 있으니깐요."

본래 레드삭스도 6회를 끝으로 세일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세일의 의지가 강력하였기에 레드삭스는 불펜에서 준비 중인 투수마저 벤치로 불러들이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계속 던지는거야?"

"그러고보면 녀석도 우승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으니 말이지."

"과연... 투구수의 여유도 있으니 더 던지고도 남겠지."

레드삭스 타선이 이후로도 1,2점씩 점수를 추가하며 어느덧 스코어를 12대0으로 만들었을때 경기는 종료 되었다.

세일이 기어코 완봉승으로 경기를 끝낸 것이었다.

[경기 종료! 201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크리스 세일이 완봉승을 거두었습니다!]

[초반부터 리드를 내주었던 다저스가 결국 단 1점도 만회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군요.]

[누가 상상했을까요?]

[솔직히 아무도 상상 못했죠. 레드삭스의 승리를 생각한 사람은 많았겠지만 이런 완봉승은 예상 못하죠.]

[네. 덕분에 다저스는 2차전부터 레드삭스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 솔직히 다저스는 끝인거 같다.

- 1차전을 너무 쉽게 내줬지...

2차전에 다저스는 리치 힐이 마운드에 올랐다.

알렉스의 존재로 투수진이 한 단계 더 강화 되었기에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을 대비해서 선발보단 불펜의 보강에 집중했다.

팡!

"스트라이크!"

[커쇼가 5이닝 5실점으로 물러나고 말았기에 불안한 점이 제법 많았습니다만...]

[리치 힐은 안정적으로 6이닝동안 2점만 내주며 호투를 펼치고 있습니다.]

[네. 분명 좋은 피칭인데... 타선이 안 터지고 있죠.]

2차전은 투수전으로 진행되면서 빠르게 경기가 진행 되었고, 스코어도 2대0이 유지 되며 다득점보단 확실한 한방 싸움으로 전개 되고 있었다.

"또 지고 있군."

"2차전까지 내주면 다저스의 패배는 확실하지."

"2번째 준우승이라... 커쇼도 불운하군."

"별 수 있나. 1차전에서 또 본인이 말아먹었는데."

수년간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덕분에 커쇼는 이제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리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7년에 이어 이번에도 월드시리즈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골수 다저스 팬들은 우승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커쇼가 또 무너졌어."

"결국 그는 코팩스가 될 수 없었던거지."

분명 커쇼는 다저스를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도록 만든 선봉장이자 에이스지만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정점이 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다저스 팬들의 실망감을 이끌어냈고, 타선이 가까스로 2점을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어냈으나 환호는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바로 다음 이닝에 유성이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균형을 깨버렸기 때문이었고, 레드삭스는 그 흐름을 타고 그대로 최종 스코어 7대3으로 다저스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파죽의 기세로 이어진 레드삭스의 2연승이었다.

그것은 다저스에게는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 잡았군."

"아직 방심하면 안돼. 한국에서도 내가 있던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했지만 상대팀이 항상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를 6,7차전까지 끌고 갔거든. 뭐, 반대로 스윕으로 끝낸 적도 있지만."

"그럼... 이제 다저스의 홈이니 잘못하면 우리 홈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생각해야겠군."

"돌아오더라도 그 순간 끝나겠지만."

레드삭스에게 승기가 기울어진 가운데 선수들은 보스턴에서 LA로 이동하였다.

========== 작품 후기 ==========

일이 이것저것 있어서 연재가 계속 밀렸네요.

크리스마스에 연말에... 전 여전히 솔로지만요.

새해부턴 다시 꾸준히 연재할테니 올해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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