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7 - 2019 월드시리즈 -->
목표를 정했다면 이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단기적인 목표를 차근차근 성공 시킬때였다.
그 첫번째 목표가 바로 이번 월드시리즈 우승이었기에 레드삭스는 다저스를 잡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것은 다저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만이네."
"그러게."
"그러고보니 너 어디쪽이냐?"
"뭔 소리야?"
"아니... 쿼터라며?"
"아, 그 이야기야? 당신 정도면 한참 전에 알고 있을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한국인이었지."
"그래? 미안. 내가 상대하는건 투수다보니 포수는 잘 안 찾아봤거든."
"미안하면 한번 죽어주던가."
"그건 또 싫은데."
경기 시작 전 가볍게 신경전을 펼친 두 사람은 이내 자신의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경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두 사람이 신경전을 펼칠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어때?"
"역시 저 녀석은 주의해야할 녀석이 맞아."
"그렇단 말이지..."
최근 2년 사이에 다저스 투수진의 성적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그 중심에는 포수인 알렉스 한이 존재했고, 실제로 다저스의 핵심은 커쇼나 다른 선수가 아닌 알렉스였다.
"1점대 방어율의 커쇼는 물론 리치 힐, 류연진, 마에다 같은 선수들까지 역대 최강의 투수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타선도 우리팀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하고 말이지."
"비교하자면 양팀 모두 탄탄한 창과 방패를 가지고 있지만 우린 창이 조금 더 뛰어나고 다저스는 방패가 조금 더 뛰어나다는거겠지."
실제로 수 많은 전문가들과 해설진들도 양팀의 전력을 그렇게 보고 있었고,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저쪽이 자랑하는 방패를 뚫으러 가야지."
"그 전에 준비는 되었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몇년이나 기다린 우승인데 준비는 항상 되어 있었어."
"그러면 문제 없겠군."
*
[드디어 2019 월드시리즈 그 첫 경기인 1차전이 시작됩니다!]
[이미 양팀의 전력은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에 공개 되었죠.]
[네. 남은건 양팀의 약점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그리고 강점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같은 것들이 남았죠.]
- 가자마자 우승하면 어떻게 될까.
- 뻔하지 KBO 6년 연속 우승 + 메이저 첫해 우승이면 걍 한국 야구사를 새로 쓰는거지.
한국 야구사에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선수는 유성이 3번째였다.
그리고 우승 반지를 획득한 선수는 당시 애리조나에서 뛰던 김병현이 유일했는데 또 다른 월드시리즈 진출 선수인 박찬오는 아쉽게 우승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이 이번에 우승한다면 선수로써는 2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게 된다.
선수로써라는 조건이 붙은 것은 이만송 전 KS 와이번스 감독이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불펜 캐쳐라는 코치 자격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 반지를 획득한 적이 있기에 이 경우를 포함하면 유성은 한국인 중 3번째로 우승 반지를 얻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유성에게 순서 같은 것은 상관 없었다.
그의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극 소수만이 달성한 열 손가락의 반지였기 때문이었다.
"내 나이가 많아서 아쉽군."
"아직 그렇게까지 많은건 아닐텐데?"
"내 나이가 벌써 35살이야. 남은 계약기간도 2년 밖에 안되고 말이지."
"그래도 4,5년 정도는 충분히 더 뛰겠네."
"그렇게 봐준다면 고맙지만..."
그러는 사이에 경기가 시작될때가 다가왔고, 선수들은 각자의 수비 위치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중 레드삭스의 승률이 더 높았기에 레드삭스가 먼저 홈팀의 자격을 얻은 것이었다.
레드삭스의 1선발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크리스 세일의 자리였다.
타석에 들어선 1번 타자를 보고 세일은 일부러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1차전 등판 이후 3일만 쉬고 4차전에 등판하면서까지 휴식 기간을 확보했는지 피칭으로 보여주었다.
팡!
"스트라이크!"
[단번에 삼진으로 세 타자를 모두 처리해버리는 크리스 세일!]
[이건 대단하다는 수준을 넘었군요.]
[네.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이후 5일을 쉬고 등판한만큼 체력적으로 문제도 없으니깐요.]
이번 시즌의 세일은 그야말로 커리어 하이 중에서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방어율은 역대 시즌 중 가장 낮았고, 커리어 6번째로 200이닝 돌파 그리고 다시 한번 300탈삼진에도 도달했다.
그리고 커리어 하이의 성적을 기록한 세일은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도달했기에 시작부터 전력으로 달려갔다.
2일의 휴식을 가진 레드삭스의 불펜이라면 자신이 빠르게 소진 되더라도 뒤에서 충분히 버텨줄 것이라는 확신과 그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닝이 교체되며 레드삭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배트를 들고 먼저 나서는 타자는 당연히 페드로이아였다.
"1번이라..."
꽤나 오랫동안 1번 타자로 나서왔다.
2007년 첫 풀타임을 뛰면서 신인왕을 수상했고, 첫 우승도 경험했다.
그 다음해에는 아예 MVP까지 받으며 2루수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11시즌 20-20 클럽을 달성하고 16시즌에 200안타를 달성하는 등 부상을 제외하면 항상 3할 안밖의 타율을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이런 활약을 몇년이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페드로이아는 자신의 3번째 우승을 위해 배트를 잡았다.
*
[볼때마다 대단하네요.]
[그러게요. 2년 전 준우승을 거둔 다저스보다 6년만에 이 무대에 돌아온 레드삭스의 열정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부분이 더 뛰어나보입니다.]
[페드로이아의 안타에 이어 베닌텐디의 볼넷. 거기서 멈추지 않고, 무키 베츠의 안타가 터지며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저스는 정말 열 받겠네요. 고의사구에 대한 제한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인 제한이 생긴 상태라서 함부러 상대하기도 힘든데 말이죠.]
'거를까?'
'아니. 한번은 붙어봐야지.'
커쇼의 의지는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벤치의 의중을 확인할때다.
하지만 벤치에서는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커쇼의 챔피언십 등판 일정은 1차전과 5차전이었다.
그렇기에 월드시리즈에서도 1차전과 5차전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본인은 4차전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십중팔구 7차전을 염두에 둔 이야기일것이다.
'대량 실점을 감당하더라도 투구수를 최소화해라.'
'그러죠.'
실점을 하더라도 투구수는 최소화하라.
그 말의 뒤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최대한 적은 투구수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라.
"더럽게 어려운 일을 던져주는군."
"왜? 홈런이라도 맞지 말래?"
"당신 같은 타자를 상대하는데 홈런을 맞지 말라니 생각이 없어도 적당히 없어야 가능한 이야기겠지."
"그렇다면 다른 지시라는 이야기겠군."
알렉스는 지난 2년간 상대해본 수 많은 타자들 중 유성이 가장 까다롭다고 느꼈다.
컨택, 선구안, 파워, 주력과 같은 타자가 갖출만한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는데 마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듯 의중을 단번에 파악해왔다.
아마 지금도 어느정도 감은 잡고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음에도 유성은 본질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디로 던지든지 소용 없는데 말이야. 강속구는 오타니 덕분에 전부 정복해봤으니 이젠 터무니 없이 변화 하는 공 정도는 되어야지."
"너클볼 같은 공을 던지는 투수는 멸종한거나 다름 없는 상태라서 말이지. 덕분에 나도 너클볼을 받아본적은 없어."
"메이저리그에 넘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게 그거야. 진정한 너클볼을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둘 다 슬슬 이야기는 그만하지?"
"이런 죄송."
월드시리즈답게 주심부터가 민감하다.
물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인을 천천히 주고 받고 있었기에 지적을 받을쯤에는 이미 사인 교환이 끝난 상태였다.
그렇게 초구가 날아들었고, 유성은 평소처럼 초구를 지켜보며 공의 상태를 확인했다.
지켜본 감상은 나쁜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리그때 봤던 100%의 공은 아니었다.
실제로 150 초중반이 유지되고 있는 구속이 그 증거였는데 물론 인터리그는 그 당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금의 구속은 오히려 힘을 아끼기 위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른 포스트시즌 경기도 아니고 월드시리즈에서 이렇게까지 힘을 아낄 필요가 있을 정도로 구속이 낮았는데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만 해도 커쇼는 150 중후반의 구속이 나왔다.
그런 선수가 5차전에 평균 구속이 조금 내려가더니 월드시리즈 1차전에는 더 내려간 것이었다.
'계속 평균 구속을 줄이고 있다. 구속을 줄인다는 것은 체력을 아끼기 위한 것.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체력을 아끼는건...'
2구째가 아슬하게 벗어나며 볼이 되고 알렉스가 주심에게 잠시 말을 걸고 있는 사이에도 유성의 생각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3구째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2S-1B이 되었을때 생각이 종료 되었다.
'4차전 등판을 생각 중인건가...'
마침 볼카운트도 적당한 상태로 바뀌었으니 다음 공으로 실험해볼만하다.
그렇게 날아든 4구째가 볼이 되었기에 유성은 다시 지켜보았고, 이어진 5구째는 볼 것도 없이 풀스윙을 시도했다.
딱!
'이건...?'
[쳤습니다!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입니다!]
[중견수가 잡았지만 이미 2,3루 주자는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는 3루에서 멈추면서 세이프!]
[시작부터 가볍게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박유성!]
- 고의사구만 아니면 다 두들겨팬다니깐
- 그러니 더욱 고의사구를 제한하는게 맞음. 대부분 볼넷으로 나가서 실제 타격한건 몇 타석 안되는데 타율이 10할 나오면 역대급일테니깐.
- 박유성은 지금 이대로 해도 역대급이라는게 함정...
"후... 방금 그거 투심 같은데..."
"포심 아닌가?"
"포심처럼 보였는데 마지막에 뭔가 변해서..."
안타를 맞는건 어쩔 수 없지만 홈런은 최대한 억제한다.
아쉬운건 유성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해야한다는 점이었다.
도루 저지율이 40%에 근접한 알렉스조차 유성의 도루는 저지는 커녕 지연 시키는게 한계였을 정도로 유성의 도루 능력은 그야말로 정점의 경지였다.
알렉스 자신도 포수로써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유성처럼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이건 산 넘어 산일려나..."
유성이라는 산은 지나갔지만 보가츠나 모어랜드 같은 타자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저스의 1회는 생각 이상으로 험난할 예정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2점이나 더 내준 뒤에서야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현수야??? 115억???
미국에서 1년만 더 구르라니깐...
택진이형 성범이랑 민우 나중에 꼭 잡아줘
못 잡으면 진짜...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 간다고 하면 안 말리겠는데
kbo 다른 팀 간다하면 진짜 운다 울어...
성범이는 어! 막 김현수보다 비싸게 한 120,130억 주고!
민우는 막 200억 원한다니깐 타협해서 150,160 정도로 해결하고! (민우야 이렇게 빌게 5년 뒤 fa때 150,160에 사인해줘 OTL)
*
불펜 캐쳐라는건 결국 불펜 포수라는 이야기인데요.
KBO에선 불펜 포수가 정식 선수도 코치도 아니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선 불펜 포수를 정식 코치로 구분 하기 때문에 코치로써 반지를 얻은게 맞습니다.
*
요즘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막말하고 고인 능욕 하는 사람이 온라인에 많이 보이는데요.
그 사람들은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걸 모르는듯하군요.
걸리면 인실ㅈ이 뭔지 경험 시켜주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