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83화 (282/300)

<-- Chapter 57 - 2019 월드시리즈 -->

챔피언십 시리즈가 끝나고 선수들은 마지막 단계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이 고지에 도달했기에 레드삭스 선수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반대로 레드삭스의 상대인 다저스의 경우 2년 전에 아쉽게 우승을 거두지 못했기에 더욱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눈에 불이 들어온거 같은데?"

"겨우 2년 전에 코 앞까지 갔다가 실패했으니깐..."

"우리는 밤비노의 저주가 깨진 이후로 3번 올라가서 올라갈때마다 우승했으니깐 하던대로만 해도 우승을 거둘 수 있어."

우승을 경험한 멤버는 페드로이아 정도만 남아있었지만 레드삭스는 큰 부담이 없었다.

이번 시즌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고, 유성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던 경기에서도 자신들만의 힘으로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사무국 덕분에 유성도 꽤나 활약할 수 있게 되었으니깐."

"너무 쉽게 이기면 그것도 재미 없을것 같은데 말이야."

"뭐... 남은건 우리보다 2일이나 더 쉰 다저스에게 달린거지."

레드삭스 선수들은 걱정이 없었다.

올해 우승을 위해 18시즌을 버린만큼 우승을 위해 그만큼 착실하게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우리 팀에 월드시리즈 경험자가 없기는 하군. 다들 뭐 궁금한거 있나?"

"딱히 없는데."

"그런가..."

"아 우승하면 백악관 간다면서?"

"그래."

"관광해도 될려나?"

"하하하! 재미 있는 이야기로군. 그래도 2번 정도 가보면 그 뒤로는 좀 재미 없을껄?"

"그러면 최소 3번은 가봐야겠군."

꽤나 당황스러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레드삭스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유성의 야망, 실력 그리고 레드삭스의 현재 전력과 미래의 전력까지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유성이 있는 8년간 3회 우승은 못 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상도 노려볼만 했다.

그래서 레드삭스 선수들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설령 올해 실패하더라도 앞으로 7년은 더 도전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레드삭스의 여유에서 느낀 것이 있는지 다저스는 이번 시리즈가 그 어떤 시리즈보다 힘들 것이라 예정하였고, 패배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162경기를 치루는 정규 시즌과 다르게 월드시리즈에서는 7번의 경기 중 4번만 승리를 거두어도 됩니다. 그래서 커쇼를 1,4,7차전에 투입하는 식으로 모든것을 올인 할 수 있죠.]

[반대로 한번 기세를 내주면 그대로 밀려버릴 수도 있죠.]

다음 라운드를 생각해야해서 전력을 아꼈다는 변명 같은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그런 시리즈가 바로 월드시리즈였다.

"모두 준비 되었나?"

"전 항상 준비 되었죠."

"이녀석이 준비 되었다고 하니 전 먼저 나가봐야겠군요."

챔피언십 시리즈동안 2번으로 나서다가 고의사구 제제가 결정된 이후 페드로이아는 다시 1번으로 경기를 나서게 되었다.

당연히 유성은 4번으로 나서게 되었고, 다저스는 현재 사무국과 각 구단들이 협의 중인 고의사구 횟수 제한에 대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고의사구는 정말 필요할때만 사용하도록 하고, 그 외에는 존을 크게 잡아서 아슬하게 승부를 걸도록 하게. 아무리 커쇼가 준비를 철저하게 해왔다고 해도 녀석과의 차이는 크거든."

"본인이 들으면 꽤나 화내겠네요."

"별 수 없지. 인터리그나 올스타전때 자신의 뜻대로 승부를 했다가 당했던건 결국 본인이니깐."

"냉정하군요."

"솔직히 말해서 그보다 10살 정도 더 젊은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지."

무슨 소리인지 알것 같다.

커쇼는 이미 2번의 만남에서 모두 패배했다.

올스타전은 그렇다고 쳐도 이번 1차전의 결과가 나오면 더 이상 반박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녀석을 상대할 방법은 찾았는가?"

"...솔직히 말해서 한숨이 나오더군요.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 수 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덤벼들었지만 디비전 시리즈때 오타니가 무너지면서 강속구는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애초에 그것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투수가 없지."

"그래서 변화구에 좀 더 집중을 하기로 했죠. 유성은 KBO 시절 너클볼과 스크류볼까지 상대해봤을 정도로 경험이 많습니다. 그나마 상대해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그 두 구종의 타율이 낮은것인지라 경험이 생기면 바로 만회가 될테고요."

"결론은?"

"솔직히 말해서 고의사구마저 막힌 지금 시점에서 녀석을 공략하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던 KBO에도 5할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거죠."

"5할이라..."

"출루율을 감안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게 문제지만요."

유성의 타율은 3할 7푼대에 머물렀지만 출루율은 4할 9푼대를 기록하며 아쉽게 5할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단순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기록을 해석하면 아래처럼 생각 할 수 있었다.

'승부를 건다면 40% 이하의 확률로 막아낼 수 있지만 승부를 피하면 50%의 확률로 출루를 시킨다. 다만 시즌 중의 기록이기에 포스트 시즌 한정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출루 확률은 90%를 넘어간다.'

KBO 시절의 기록까지 생각한다면 타율도 5할이 넘어가기에 위험하지만 승부를 피하면서 출루 시키는 것보단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유성을 막아낼 확률이 더 높은 정면 승부를 택하는게 좋다.

"결국 승부를 하는건가..."

"그러니 대신 타선이 얼마나 많은 점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죠."

"만약 박유성을 못 막고 레드삭스 타선만 막는다면 몇점까지 내줄것 같나?"

"주자를 출루 시키는걸 얼마나 억제 시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타자를 다 막고 박유성만 풀어버린다고 해도 5실점 정도는 각오해야할겁니다."

"그게 최소라면 최대는?"

"그냥 졌다고 생각해야죠."

"쩝..."

냉정한 이야기였지만 이상을 추구하다가 멸망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또한 다저스가 고민 끝에 구상한 전략은 다른 구단들이 유성을 막는 것에 집중 했다면 다저스는 나머지 타자를 막는 것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었다.

"박유성은 솔직히 못 막아. 1,2타석은 어떻게 막아도 그 이상으로 돌아오거든. 그러니 차라리 다른 타자들을 전부 틀어막는거지. 녀석이 4,5타석에 들어서도 주자가 없다면 많아봐야 4,5점이니깐."

"문제는 디비전 시리즈,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루면서 레드삭스 타선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거지."

"박유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생각보다 쉬워요. 명백하게 약점이 존재하고 전 그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깐요."

"그렇다면... 알렉스. 너만 믿도록 하지."

*

[이 순간을 기다린 사람들이 많겠죠?]

[당연하죠. 올해의 끝을 알리는 가장 거대한 결승전 중 하나가 바로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시리즈이자 결승전인 월드시리즈니깐요.]

[그러면 2019 월드시리즈가 잠시 후 이곳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LA 다저스가 만나게 되었는데요. 양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만났던게 무려 1916년입니다.]

[100년하고도 3년이 더 되었군요.]

- 103년만의 만남;;

- 그와중에 레드삭스가 이겼다네.

[다저스는 이번 월드시리즈 진출을 통해 역대 3번째로 월드시리즈 20회 진출에 도달하였습니다. 다저스보다 먼저 20회 진출을 한 팀은 뉴욕 양키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습니다.]

[여기에 1가지 기록이 더 있는데 다저스는 지난 월드시리즈까지 13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는데 양키스와 함께 최다 준우승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 말은 이번에 또 준우승을 하면 최다 준우승이 되는것이군요.]

[그렇죠. 반대로 레드삭스는 8회 우승, 4회 준우승을 보유 중인데 밤비노의 저주가 깨진 이후 그러니깐 2004년부터 진출한 3번의 월드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이번에 우승을 거둘 경우 역대 4번째 9회 우승을 달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양팀 모두 여러 기록들이 걸려있죠.]

- 최다 우승 5,6위팀의 대결이네.

- 둘 다 역사가 빵빵하기는 하네.

[다저스는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무려 31년이나 되었기에 정말 간절할텐데요. 바로 2년전에 실패를 경험했기에 더욱 그럴겁니다.]

[반대로 레드삭스는 6년만에 월드시리즈에 도달했는데요. 그 중심에는 박유성 선수가 있습니다.]

[정규시즌에 타격 전관왕 확정에 MVP도 사실상 확정인 상태인데요.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는 집중 견제를 받다보니 디비전 시리즈 4차전과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데일리 MVP를 받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견제 받는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타격감만 살아있다면 월드시리즈 MVP를 노려볼만 할겁니다.]

"가장 최근에 왕조라 불렸던 팀은 10년부터 14년까지 5년간 3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지."

"연속 우승이 없던건 아쉽지만 강력하기는 했지."

"거기서 좀 더 과거로 가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이 있지."

"레드삭스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꽤 화를 낼지도 모르겠군."

"양키스가 3연속 우승을 거두었으니깐 말이야."

"게다가 01,03년에 준우승 2회까지 거두면서 6년간 월드시리즈 진출 5회라는 기록까지 가지고 있지."

단기적으로 레드삭스의 목표는 눈 앞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양키스의 우승 기록은 근접하지 못하더라도 양키스가 20세기 끝무렵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이루었던 왕조를 레드삭스가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수 많은 전문가들이 그래서 유성의 8년을 최고의 계약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중간에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양키스의 시대는 재현할 수는 없잖아?"

"양키스의 시대? 그걸 재현하는건 너무 크지 않아? 그 오랜기간 생각하면 너 혼자서는 무리일텐데?"

참고로 여기서 양키스의 시대란 1921년부터 1964년까지 43년간 양키스가 무려 20번의 우승, 10번의 준우승을 기록한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올드 그레이트 양키스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포스를 보이던 시절이었으며 메이저리그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기였다.

"연속 우승이 몇회가 최고였지?"

"아마... 5회?"

"그럼 6회 이상 연속 우승을 하는걸 목표로 하지."

"..."

그것이 레드삭스의 장기적인 목표가 정해진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내용을 보다보면 분명 고의사구 횟수 제한은 2020시즌부터인데 왜 구단들이 벌써부터 사리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텐데요.

양키스는 이미 졌으니 넘어가고 에인절스는 갑자기 사무국이 저렇게 똭 선언해버리니 놀래서 손을 못 썻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다저스의 경우 메이저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이다보니 팬들의 시선도 그렇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고의사구 작전을 애초에 안 쓸 생각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양키스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 때문에 이기기 위해서는 별에 별 방법까지 다 쓴다는 인식이 제법 있는지라...

*

170KM 이상 던진 투수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채프먼이 106마일(170KM)을 던져 보았죠.

현실 먼치킨 덕분에 작중에서도 170 이상의 구속이 자주 나오게 된거죠.

나중에 신작을 쓴다면 주인공이 170을 던지겠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