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81화 (280/300)

<-- Chapter 56 - 포스트시즌 -->

양키스에게 리드를 내주었던 레드삭스가 경기를 뒤집은 것은 과감하게 유성을 제외하면서부터였다.

유성이 빠지면서 레드삭스의 타선의 절대적인 파워는 분명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양키스 투수들 입장에서는 견제해야할 상대가 1명에서 3,4명으로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 되었고, 경기 후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레드삭스 타선은 한층 더 폭팔하게 되었다.

[승리는 거두었지만 레드삭스는 아쉽군요. 박유성이라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있으나 마나가 되버렸으니 말이죠.]

[수비와 주루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입니다만...]

[더 중요한 타격이 막혔으니깐요.]

시즌 중에 가장 믿음직했던 타자가 포스트시즌에는 딜레마가 되고 말았다.

물론 선수들이나 팬들이나 지금의 상황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기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책이 필요한데 말이야."

"일단 4차전도 타격전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 하지만 2차전처럼 투수전으로 흘러갈 확률도 높기 때문에 유성을 선발에서 빼는 방법은 불가능해."

"결국 투수들에게 답이 있다는 이야기로군."

점수가 적게 나온 2차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것이 유성이었기에 점수가 적게 나오거나 하다못해 레드삭스가 크게 리드를 잡는 상황이 만들어져야한다.

"너무 열심히 쳐서 힘들려고 하는데?"

"그래봤자 타석으로 따지면 얼마 안되잖아. 힘든건 오래 서 있으면서 자주 타구가 날아오는 수비지."

"그나마 외야쪽으로 가면 편한데 막 내 옆을 지나가는 그런 안타 나오면 괜히 열 받을려고 한다니깐?"

"그건 내야수들 전부 해당하는 이야기야."

"외야수들은 열심히 따라갔더니 담장 넘어갔던게 제일 뭐같아."

"하긴 내야 뚫고 나온 안타는 그래도 외야수에게 막히기라도 하지 홈런은..."

"그런대 우리 4차전 준비 해야하는거 아니었냐?"

"아, 그렇지."

그제서야 준비를 하러 각자 자리로 흩어진 선수들과 그런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던 코라 감독도 고민이 가득했다.

"오늘도 5회가 지난 시점에서 리드를 못 잡으면 교체하면 되는건가?"

"네. 5차전까지 안 가는게 베스트지만 5차전까지 갈 경우도 생각해야하니깐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메이저리그는 더 많은 연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감독과 선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기에 3차전에 있었던 유성의 교체는 유성이 코라 감독에게 제의한 것이었다.

실제로 결과가 좋았기에 유성이라 코라 감독이나 4차전에서도 다시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양키스는 상황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박유성을 뺄줄은 몰랐지."

"그렇죠. 2차전때도 그렇고, 박유성을 너무 과하게 견제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나마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는 우리가 우위에 있는게 다행이군요."

"불펜 소모량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 없으니 골치 아프군."

승부의 추가 레드삭스에게 기울어진 가운데 양키스는 어떻게든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 가야했다.

그렇기에 5차전 선발인 오타니와 2,3차전에 등판한 선발들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준비 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이렇게 몰린 상황의 팀은 선발 요원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투입할 준비를 하거든요?]

[가끔 아예 1선발이나 2선발을 불펜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말이죠.]

[레드삭스라면 모를까 양키스가 그 수를 사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꽤나 되겠죠.]

챔피언십 시리즈를 생각해야하기에 레드삭스도 4선발을 준비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1선발인 세일을 불펜으로 투입할 생각도 하면서 만약을 위한 대비를 하면서도 총력전을 펼칠 준비를 했다.

[어떻게든 끝을 보려는 팀과 어떻게든 뒤집으려는 팀의 대결이군요.]

[레드삭스가 3차전처럼 박유성 선수를 교체 시키는 것과 같은 과감한 수를 다시 한번 성공 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지켜볼 부분이죠.]

끝을 향하는 디비전 시리즈.

이미 먼저 경기를 치룬 내셔널리그측은 워싱턴 내셔널스가 연장 14회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시카고 컵스를 3대1로 꺾으며 챔피언십 시리즈로 올라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LA 다저스와 만나기에 누가 월드시리즈에 올라올지는 아직 미궁이었다.

반대로 아메리칸 리그에서도 먼저 경기를 시작한 에인절스와 인디언스의 경기가 에인절스의 우세로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레드삭스와 양키스의 매치에 조금씩 전미의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

시작은 3차전과 같았다.

유성은 견제 당했고, 레드삭스 타선과 양키스 타선은 초반부터 1점씩 주고 받으며 한방을 몰아칠 타이밍을 보기 시작했다.

- 앞경기에서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점수를 못 내고 있는건가

- 그와중에 박유성 13타석 12볼넷...

- 다들 안타는 적당히 나오는데 1방이 안 터지네.

- 서로 간보고 있는거 같은데? 1,3차전에 워낙 피터지게 싸워서 불펜도 아낄 겸 말이야.

- 하긴 디비전 시리즈가 끝은 아니니깐.

4회가 끝났을때 스코어는 2대2 동점이 이루어져 있었고, 유성은 두 타석에서 모두 고의사구로 걸러지며 3번째 타석까지 흐름의 변화가 없다면 유성의 의도대로 교체될 확률이 높았다.

[이러다가 박유성 선수는 무안타로 포스트 시즌을 마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우승을 해도 무안타면 그것도 꽤나 대단한 기록이 될듯 한데요.]

[문제는 아직까진 박유성 선수의 감각이 살아있다고 해도 이후에도 이런 식이 된다면 감각이 죽을 수 밖에 없으니깐요. 월드시리즈에선 역으로 박유성 선수가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타격음이 울렸다.

딱 소리와 함께 카메라는 타구를 찾기 시작했고, 타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카메라가 자신을 찾든말든 신경 쓰지 않고 날아갔다.

그렇게 한참 떠 있던 타구는 점차 내려오기 시작했고, 양키스 스타디움 담장 상단에 말 그대로 꽂혀버렸다.

갑자기 터져나온 레드삭스의 역전 투런 홈런을 때려낸 주인공은 레드삭스의 주전 포수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였다.

[역전 투런으로 앞서가기 시작하는 레드삭스!]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하위타선이 여기서 터집니다!]

거기서 공격이 끝나면 다행이지만 레드삭스는 멈추지 않고 2점을 더 몰아치며 스코어 6대2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점수차가 벌어진 가운데 주자 만루라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13타석 중 12타석에서 고의사구를 얻어낸 유성이었다.

[드디어 박유성 선수가 의미 있을 확률이 높은 타석을 맞이했군요.]

[여기서 1방이 터지면 단번에 8점차까지 벌어집니다.]

[반대로 고의사구로 출루를 하더라도 7대2가 되며 5점차로 벌어지게 됩니다.]

앞선 경기에서도 양키스는 단 1번이지만 만루에서 고의사구를 사용한적이 있었다.

다만 그 상황은 양키스가 리드를 잡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 이미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유성에게 일부러 볼넷을 내줄 이유는 없었다.

[앞선 3경기에서 만루 상황에 고의사구를 내준건 단 1번이었고, 그때는 양키스가 리드를 잡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주자가 없거나 1,2명만 있을때뿐이었으니...]

[레드삭스가 리드를 잡고 있으면서 만루 상황이 만들어져야 박유성 선수에게 고의사구를 못 쓰게 되는군요.]

[이론으로는 그렇지만 양키스가 지금도 고의사구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양키스는 4회가 시작될때부터 카메라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준비 중이던 에이스 오타니를 마운드에 올렸다.

양키스가 보유한 투수들 중 대 박유성전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것이 오타니였기 때문에 양키스는 오늘 경기가 결정적인 경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오타니를 4차전으로 끌어 왔다.

[여기서 오타니가 나오는군요.]

[박유성 선수를 상대했던 기록들을 보면 오타니가 박유성 선수에게 한방을 맞고 무너진 경우도 꽤 되지만 반대로 박유성 선수를 안정적으로 막아낸 경우도 제법 됩니다.]

[결국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를 꺼내는 것이군요.]

"1차전때는 도망가더니 이제는 덤빌려고?"

"니가 특이할 정도로 체력이 빵빵하고 몸이 튼튼한거지. 오타니는 그정도까진 아니거든. 애초에 투타 모두를 한다고 체력이 더 빨리 소모되기도 했고 말이지."

"그래서 체력은 회복 되었을려나?"

"...너라면 알고 있을텐데 후반기때 오타니의 피칭이 어떠했는지 말이야."

"잘 알고 있지."

오타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170KM대의 강속구 봉인.

전반기의 오타니는 잊을만 하면 170KM를 던지며 힘으로 경기를 끌어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후반기부터는 170KM를 봉인하고 대신 맞춰 잡기 좋은 구종의 비중을 끌어 올렸다.

덕분에 전반기보다 조금 더 좋아진 이닝당 투구수와 평균 소화 이닝을 바탕으로 전반기에 2점대 중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하던 투수가 2점대 초반을 기록할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아마 후반기에 제일 빨랐던게 165였던가?"

"166이었어. 뭐, 지금부터 나올 공을 생각하면 별 다른 차이는 없겠지만."

"여기서 그걸 던지면 생각보다 더 어렵겠군. 채프먼이라도 1번 더 만났으면 걱정 없었을텐데 아메리칸 리그에서 강속구 좀 던진다는 놈들은 죄다 160 초중반이었으니깐."

"채프먼이 없어서 아쉬운건 우리쪽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팡!

"스트라이크!"

[포스트 시즌 14번째 타석만에 스트라이크가 나왔네요.]

[1차전에 박유성 선수가 아웃 당했던것도 볼을 억지로 때린것이었으니 이번이 처음이 맞네요. 그리고 이 공으로 인해 이제 고의사구는 안 할 확률이 더 높겠네요.]

[오타니를 여기서 마운드에 올렸다는 점과 오타니가 던진게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였다는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겠죠.]

[홈런을 맞으면 4점을 내주고, 고의사구는 1점을 내주지만 승부를 해서 잡아낸다면 0점이니 양키스는 박유성이 만루에서 아웃을 당한다는 낮은 확률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승리를 위한 도박이군요.]

초구는 가볍게 떡밥을 깔기 위한 것인지 163KM 밖에 안 나왔었다.

그래서 유성은 한번 더 지켜보기로 결정했고, 2구째가 단번에 168KM까지 올라가며 오타니가 이미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대로 아웃 당하는건 아니지?"

"더 빠른거나 던져."

"얼마든지."

딱!

171KM까지 단번에 구속이 올라왔으나 유성이 파울로 만들어내며 승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투심, 스플리터까지 꺼내들며 오타니는 오로지 유성만 잡으면 된다는것처럼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볼 3개가 늘어나며 2S-3B로 풀카운트가 된 상황에서도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던게 개막전 이후로는 처음이던가요?]

[아마도 그럴겁니다. 지금 파울이 된 공까지 8구째인데 이 정도로 승부를 이어간 승부는 개막전 이후로 처음입니다.]

해설진마저 조용해지기 시작한 가운데 양팀의 팬들마저 이 승부에 시선을 집중하였고, 양키스타디움은 이례적일 정도로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두 선수의 대결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알지 못했다.

173KM

불펜으로 나왔기에 체력 관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오타니가 얼마나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있는지 말이었다.

174KM

사실 오타니가 더 빠른 공을 던진다고 해도 알 수가 없었다.

175KM

쾅!

모두의 시선이 그 두사람에게 집중 되어있었고, 긴 승부 끝에 레드삭스를 챔피언십 시리즈로 이끄는 홈런을 유성이 때려냈기 때문이었다.

멀리 날아간 유성의 타구는 담장을 넘어 전광판에 그대로 직격했다.

그리고 직격한 곳에 적혀있던 것은 오타니가 던진 마지막 공의 구속이었다.

177KM

========== 작품 후기 ==========

전광판 직격때문에 전광판이 고장난게 분명합니다

177이 아니라 175를 던진거라고요!

*

어째 흐름이 완결로 향하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최근에 다시 구상을 바꾸었기에 본편의 완결은 멀지 않았습니다.

목표였던 350화를 달성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350화를 갈 수는 있겠지만 이미 편수 더 늘릴만한 소재인 국제대회도 모든 대회에 다 우승을 해봤으니 더 쓰면 결국 내용을 억지로 늘리게 되는 수준이 되다보니...

*

다른 작가들처럼 철면피 쓰고 억지로 내용 늘리고 반복 시켜서 100화쯤 더 써버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그렇게 할 끈기는 물론 그럴 의사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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