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6 - 포스트시즌 -->
첫 경기를 양키스에게 내주며 막대한 불펜 소모와 폭팔적인 화력을 과시한 타선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거두었기에 레드삭스는 시작부터 손해를 보았다.
"세상 사는게 원하는대로 돌아가는건 아니니깐요."
"...저 녀석 뭐냐?"
"글쎄... 어제 죄다 승부를 피해서 해탈했나?"
다른 상대도 아닌 양키스였기에 선수들은 3연승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유성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기에 3연승을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타격전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하면서 이후를 확신하기 어려워진 상태였다.
"이러면 계획을 좀 바꿔야하나..."
디비전 시리즈를 3연승으로 끝내고 챔피언십 시리즈를 5경기로 끝낸다.
그게 유성이 생각한 최초의 계획이었다.
1차전에 패배하면서 다 꽝이 되었지만 말이었다.
"계획을 좀 바꿔야겠지."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는 5차전까지 갈 경우를 고려해야했다.
냉정하게 평가했을때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만날팀은 양키스보다는 약간이나마 전력에 손색이 있었다.
무려 4선발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올릴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팀에게 그 정도 평가는 아깝지 않았다.
이렇게 평가해도 결국 레드삭스가 승리를 거둔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말이었다.
"일단 2차전을 잡고 생각해보자고."
"그래."
5차전까지 갈 경우를 고려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양키스에게 1번 더 질 경우를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차전은 예상과 달리 열기가 식어 있었는데 어제 너무 과하게 타격을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오늘은 페이스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1차전에 합해서 25점 이상이 나왔던 경기와 달리 2차전은 합해서 5점도 안 나오는 초접전이 펼쳐졌다.
문제는 양키스가 2차전에도 고의사구 작전을 펼치면서 유성은 오늘도 안타를 때려내지 못했고, 1차전에 출루하지 못했던 타석으로 인해 2경기 타율 0이라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도루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꾸준히 시도하며 득점을 올렸기에 양키스와 달리 레드삭스는 무조건 1점은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2차전은 최종 스코어 3대1로 레드삭스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2차전에는 투수전이 전개 되었는데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점은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차이죠.]
[그렇죠. 1차전의 존은 솔직히 말해서 메이저리그 평균 스트라이크 존보다도 살짝 더 작은 편이었거든요?]
[반면 오늘의 주심은 어제보다 1개 이상 더 큰 존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공 1개 크기의 차이가 이렇게 투수전과 타격전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버리는군요.]
[이렇게 되면 3차전 주심은 힘들겠어요.]
[1,2차전의 중간을 잡으면 되는데 원래 중간을 잡는게 제일 어렵거든요.]
그러다보니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3차전 심판에 대해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홈원정이 바뀌기 때문에 하루 휴식이 생겼음에도 이럴 정도였으니 바로 3차전을 치뤄야했으면 어땠을지 충분히 예상이 될 정도였다.
"중간을 못 잡는다면 존이 작은 쪽을 고르죠."
"역시 그게 좋겠지."
메이저리그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야구라는 종목의 본질을 해치는 7회 단축 경기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채용하며 경기 시간을 줄여왔다.
다만 그것에 숨겨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매년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씩 작아진 것이었다.
과거 타고투저 시절의 시간과 시간단축 전의 투고타저 시절의 시간을 비교했을때 예상과 달리 투고타저 시절의 시간이 더 길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타고투저를 유도하더라도 이 시간 단축 룰만 잘 조정하면 경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18,19시즌은 그 예상대로의 상황이 이루어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타고투저를 유도한 것은 젊은 층들이 야구보다는 NBA(농구)나 NFL(미식축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면 투고타저의 흐름으로 인해 경기가 전체적으로 얌전한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타고투저의 경우 쉴틈 없이 점수가 나다보니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투수전보단 타격전을 더 좋아한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흥행을 위해 투수전과 타격전 사이를 잡기보다는 타격전을 유도하기로 한 것이었다.
*
3차전은 1차전의 재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점수가 쉴틈 없이 뽑아져나왔다.
2차전으로 인해 몇몇 선수가 감이 떨어지면서 1차전 수준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무실점 이닝도 나오면서 팽팽함은 3차전이 더 뛰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레드삭스에게 큰 문제점은 3차전에도 유성이 봉인 되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타격전의 흐름이 돌아오면서 유성이 도루를 시도할 상황이 2차전에 비해 확 줄어들고 말았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유성은 사실상 양키스 투수들에게 없는 타자가 되고 말았다.
[11타석 1타수 무안타 10볼넷]
[출루율 하나는 최고네요.]
[타격 기회도 없다는게 문제지만요.]
- 진짜 독하게 거르네.
- KBO에서도 이렇게까지는 안 걸렀는데...
- 점수 주더라도 찾아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걍 막 가네.
- KBO에서 이런게 불가능했던 이유가 뭘까? 점수 주면 만회 한다는 가능성이 낮았던건지 자신감이 없는 겁쟁이들만 있었던건지...
- KBO랑 MLB 보다보면 답이 나옴. 걍 KBO 수준이 낮음. 리그 수준이 올라간건 메이저급 외인 선수들이랑 거기에 대응하는 톱클래스 일부 때문이지 전체적인건 여전히... 안습하지.
- 난 구데기라고 할려고 했는데
- 그건 너무 했다.
욕을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유성이 견제를 당하고 있는 것은 유성의 괴물 같은 활약이 또 영향을 주었는데 이렇게 고의사구 작전이 나왔을때 유성은 배트를 던져서라도 존을 벗어나는 공마저 억지로 때려버린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런 자료들과 이번 시즌의 경험으로 양키스 투수들은 유성이 어떤 괴물인지 매우 잘 체득했기에 배트를 던져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던져서 고의 사구를 만들기도 하면서 양키스는 유성을 봉인했다.
"이게 레드삭스 입장에서 더 짜증나는건 박유성의 앞뒤에 있는 무키 베츠나 잰더 보가츠가 타격감이 좋은 상태인데도 저렇게 계속 거른다는거지."
"1명이 꽉 막힌 레드삭스와 달리 양키스는 위험 대상이 2명이라 쉽게 견제하기도 힘들고 말이지."
[이런 흐름이라면 양키스가 3차전에도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아지는데요.]
[그런대 시즌 중에 이렇게 철저한 견제를 안 한건 무슨 이유일까요?]
[레드삭스는 박유성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다들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박유성 선수 영입 전부터 이미 이번 시즌의 유력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었습니다. 그런 전력에 박유성 선수가 추가되면서 우승팀이 단순한 우승팀이 아닌 역대급 전력을 가진 압도적인 우승팀이 된거죠.]
[확실히 레드삭스는 초반부터 엄청난 페이스로 우승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죠.]
[네. 덕분에 시즌이 진행되며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지만 역대 최대승을 기록하기에는 충분했죠.]
레드삭스가 초반부터 타팀들을 박살내며 승을 쌓은 덕분에 유성에 대한 1차적인 분석이 끝난 5월이 되었음에도 타팀은 레드삭스의 페이스에 밀려 유성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과거 KBO에서 뛰다가 메이저로 넘어온 박병훈이나 테임즈가 초반에는 잘하다가 5월부터 성적이 내려오기 시작한게 바로 이 1차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약점이 없다는 무결점 타자로 평가 받고 있었기에 1차 분석으로는 공략하기가 힘들었고, 마침 레드삭스 타선이 좋은 페이스였기에 그대로 얻어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2차 분석이 되는 후반기에 유성을 막자니 전반기가 끝난 시점에 레드삭스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유지한 상태였기에 유성을 막더라도 유성의 개인 기록만 어떻게 막을 수 있을뿐 레드삭스의 독주를 막기는 힘들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각 구단들은 각자 방향을 잡았다.
내년을 위해 유성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구단과 포스트시즌에 유성을 상대할 경우를 위해 '대박유성 전용 전술 ver.포스트시즌' 같은 이름의 작전이 만들어질 정도로 각 구단들은 활발하게 유성을 막기 위한 준비를 펼쳤다.
"다른 구단들이 알면 놀라겠군."
"어차피 우리 계약 조건이니 그건 딱히 상관 없잖아?"
"하긴..."
한편으로는 월드시리즈 진출이 가장 유력한 아메리칸 리그팀이 레드삭스로 예상되는 상황이었기에 내셔널리그의 몇몇 구단들은 물밑에서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만약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 간다면 다저스, 컵스, 내셔널스 중 1팀이 유력하기 때문이었다.
당장 디비전 시리즈만 봐도 다저스는 자신들의 상대인 애리조나에게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3대0의 스코어로 애리조나를 박살내고 가장 먼저 챔피언십 시리즈에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양키스 놈들이 저렇게까지 할줄은 몰랐는데..."
"녀석들도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니깐."
"게다가 사무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있었으니깐."
"존이 너무 오락가락하니깐..."
"그런대 컵스랑 내셔널스는 지금 이럴 시간이 없지 않나?"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니깐... 나나 이 친구나 결과만 확인해도 충분해. 하나하나 신경 쓸 틈이 없기도 하고 말이지."
2승 1패로 내셔널스가 리드를 잡고 있지만 컵스도 만만한 팀은 아니다보니 현재 양팀의 디비전 시리즈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펼쳐지고 있는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매치처럼 매우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오? 이걸 뒤집었네?"
"어디가?"
"레드삭스가 역전에 성공했어. 대신 아예 박유성을 빼버렸군."
"큰 결정을 내렸군."
"3경기 11타석동안 볼넷만 10개를 얻어냈으니깐 좀 더 많은 득점을 뽑아낼 수는 있게 되었지만 확실한 한방을 때려줄 타자가 사라진거나 다름 없게 되었으니깐..."
"그런대 박유성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비중이 클텐데..."
"아마 방법을 찾아서 오겠지. 결국 우승을 거두려면 박유성이 필요할테니깐."
오늘 레드삭스의 승리로 인해 먼저 3승을 채운 다저스를 제외하고 레드삭스, 내셔널스, 에인절스는 2승 1패로 1번만 더 승리를 거두면 시리즈를 종료 시킬 수 있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각 잡고 2,3편 뽑아내던 페이스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젠 주변 환경이 변수가 되었군요...
일단 일요일에는 쉴겁니다.
아무튼 쉴겁니다.
다음주부터 달리기 위해 준비 해야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