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5 - 새로운 시대 -->
어느새 8회 말 2아웃 상황이 된 경기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3대3 동점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7개가 더 잡히면 연장전으로 넘어가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에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섰기에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은 지금이 바로 경기를 끝낼지 아니면 연장전으로 넘어가게 할 것인지의 분기점이 될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내셔널리그 입장에서는 차라리 연장전으로 들어가는게 더 좋겠지만 아메리칸리그 입장에서는 여기서 유성이 한방을 터트려주는게 좋았다.
다만 그 가정은 채프먼이 마운드에 오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정으로 남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미 예열은 끝났어."
"그럼 시작부터 전력으로 가자고."
"어."
다른 타자들은 손쉽게 처리했지만 지금 타석에 들어설 타자는 분명히 급이 달랐다.
게다가 오늘 컨디션도 좋아보이는 상태였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러고보니 너 올해가 첫해라고 했던가?"
"메이저 경력을 말하는거라면 올해가 첫해가 맞아."
"대단하군. 한국에서의 기록을 봤는데... 넌 확실히 성공할만한 자질이 있어. 이렇게 대기록을 세울 정도라는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
"그래서 전력으로 상대해줄려고."
"고마운 이야기로군."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사인 교환이 끝났고, 채프먼은 그대로 특유의 투구폼으로 공을 던졌다.
팡!
[168KM! 여기서 채프먼이 오늘 경기 최고 구속을 기록합니다!]
[오타니도 오늘은 166KM를 기록하며 조절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채프먼이 터트리는군요.]
[빠르게 2구째 준비하죠?]
[169KM! 조금씩 구속이 더 올라갑니다!]
[오늘 경기의 막판을 화려한 파이어쇼로 장식하려고 하는군요.]
딱!
[여기서 150KM의 슬라이더가 나왔는데 그걸 파울로 만드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160 후반의 강속구와 150 초반의 슬라이더 조합은 사실 상대하는게 엄청 힘든데요.]
[그래서 이걸 무리 없이 걷어내니 박유성 선수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단번에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기에 빠르게 승부를 보려했던 채프먼이었으나 유성이 슬라이더를 걷어내는 것을 보며 변화구는 먹히지 않는다는 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힘으로 누른다.'
이번 공에 더 빠른 공이 올것이라 예상하였고, 실제로 더 빨라진 공이 날아왔기에 유성은 조금 더 빠른 타이밍에 스윙을 시작했다.
딱!
단순히 채프먼이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유성이 걷어낸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전광판에 기록된 구속은 격이 다른 것이었다.
171KM(106.2마일)
오타니에 비해서는 약간 떨어지지만 그것은 채프먼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더 빨라졌군요.]
[정말 흥미로워요.]
[그렇죠. 이런 대결을 쉽게 볼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 진짜 강속구 하나는 지린다
- 강속구 던지는 포스는 오타니보다 더 쩌는듯?
이 공마저 파울이 되자 채프먼은 슬쩍 오타니를 봤다가 다시 타석을 보았다.
오타니가 최고 173KM까지 던질 수 있기에 유성도 170 넘는 공을 꽤나 경험해봐서 바로 반응을 했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채프먼은 결정을 해야했다.
"오타니와 여러번 맞붙으면서 170 이상의 광속구에 대한 경험이 많아졌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해졌지."
"더 빠른 공을 던지거나..."
"변화를 늘리거나."
채프먼으로써는 지금의 구속이 한계였다.
한창 팔팔하던 시절이 다 지나가고 이젠 30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기에 구속보다는 변화에 좀 더 집중을 해야했다.
'야, 뭐 더 준비한거 없냐?'
'...있기는 한데'
'이기고 싶으면 쓰고 아니면 걍 전력으로 던져서 1방 맞아버려.'
'미완성을 어떻게 쓰냐?'
'안 되면 되게하라는 말 모르냐.'
'...'
왠지 사인이 길어지는듯 하자 유성이 타임을 요청하며 잠시 한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에 잠시 몸을 가볍게 푼 내셔널리그 배터리는 다시 사인 교환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 던진다 던져.'
'진작에 그랬어야지.'
사인 교환이 끝나고 유성이 다시 타석에 들어서자 채프먼은 우선 시선을 돌리기 위해 존에서 빠지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당연히 유성이 반응하지 않으며 2S-1B이 되었다.
단 1점으로 승부가 나는 상황이다보니 양쪽 모두 긴장되는 순간이었으나 채프먼이 먼저 움직였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유성 같은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그리고 더 오랜기간동안 메이저에서 뛰기 위해 준비한 구종을 꺼내들었다.
*
[최근까지의 메이저리그는 각 구단들도 그렇고, 투수들도 그렇고 강속구를 추구하는 비중이 늘어났는데요.]
[그런대 올해 들어와서는 조금 흐름이 바뀌었죠.]
[네. 여전히 강속구의 비중이 높지만 그와 함께 주목 받는게 생겼죠. 바로 변형 패스트볼입니다.]
[흔히 투심, 커터 정도로 이야기가 되는 구종들인데 이 중 투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죠.]
잠시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서류를 찾는척 종이를 보는 소리를 낸 그들은 말을 이어갔다.
[당장 커쇼만 해도 투심을 장착한 덕분에 2연속 사이영 상은 물론 통산 2번째 MVP까지 노리고 있는데요.]
[채프먼도 그 행렬에 합류를 했네요.]
[네. 박유성 선수에게 167KM나 되는 투심을 던져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습니다.]
"아니, 거기서 왜 투심이 나와..."
"힘내. 이젠 연장전에서 끝내는 수 밖에 없지만 말이야."
9회 타순을 5번부터 시작하지만 주자가 1,2명 나가더라도 하위타순으로 이어지기에 상위타순으로 찬스가 이어지기 힘들었다.
다른 투수도 아니고 투심까지 꺼내든 채프먼이 기다리고 있는 마운드에서 말이었다.
"켄리 잰슨이 올라올 가능성도 있지만..."
"연장전으로 간다면 채프먼이 페이스 조절을 해서 1이닝 더 소화해주는게 좋기는 하지."
아메리칸리그에서도 마무리 투수들이 마운드에 오르며 이닝을 가볍게 틀어막았고, 9회 말에 어떻게 채프먼을 공략해보려했지만 결국 뚫어내지 못하며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투수를 초반부터 너무 투입해서 아마 11회쯤이 한계일꺼야. 그러니 10회나 11회에 나가는 사람이 끝을 내야하는데 말이야."
"설마 잰슨이 채프먼처럼 갑자기 새로운걸 가져오고 그러지는 않겠지?"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하겠네..."
"그래도 구속은 채프먼보다 느리니깐 할만할꺼야."
"어째 마지막 희망이 유성에게 몰린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오늘 3안타는 커녕 2안타 이상 친 타자가 유성 뿐이잖아..."
올스타 MVP를 몰아주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다른 타자들은 부진한 상태였다.
물론 연장전에 돌입한 지금 시점에서는 유성에게 몰아주는게 맞았다.
오늘 가장 감이 좋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웃 당한 타석도 채프먼이 터무니 없는걸 공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165만 넘어도 욕 나오는데 거기에 변화까지 하는 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지."
"솔직히 그냥 170만 던졌어도 난 못 쳤을껄."
"그래. 그래서 우리가 유성에게 더 기대하고 있지. 적일땐 몰라도 동료일땐 가장 든든한 4번 타자니깐."
"...날 너무 신뢰하는거 아니야?"
"데뷔하자마자 3할 7푼에 40-40 클럽을 기록하는 타자를 신뢰 안 하면 누굴 해야지?"
"그러게. 배리 본즈랑 같이 뛰어도 이런 안정감은 없을꺼 같은데."
"별 수 없나?"
"그래. 마침 판도 깔렸고 말이지."
"응?"
시선을 돌린 곳에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메리칸리그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며 병살타만 안 터지면 유성이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이런..."
급하게 준비를 해야했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라 불리는 그들이 유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명의 타자가 더 아웃을 당하며 2사 1루가 되었고, 유성의 타석이 되자 유성은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타석에 들어섰다.
지금의 이 기회가 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찬스라는 것을 알았는지 아메리칸리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유성에게 환호를 보내주며 유성이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부르기 시작한 것은 유성이 한국 시절에 사용하던 응원가였다.
"응?"
"노래?"
"와우..."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해 의문을 표한 선수도 있었으나 한국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선수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들어봤어. 한국에선 선수마다 응원가가 있다고 말이야."
"그래? 그럼 이게..."
"그래. 박의 응원가야."
이것이 가능한 것은 VIP석에서 지켜보던 유성의 에이전트인 보라스와 홈팀인 클리블랜드의 구단주 그리고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까지 세 사람의 승인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당분간 국대 말고는 못 들을꺼라 생각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지금 자신의 기분은 최고였다.
그렇기에 단 1구만에 상황을 종료 시켰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멀리! 저 멀리 날아가면서 경기를! 끝내버립니다!]
[박유성 선수의 경기를 끝내는 연장 끝내기 홈런!]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처음 출전해서 4안타나 친것도 모자라서 끝내기 홈런까지 쳐버립니다!]
- 킹갓엠페러 유성님이 오셨다!
- 이게 우리가 알던 그 갓이다!
이 위대한 업적으로 인해 일부 한국팬들은 안 되는 영어를 쓰며 유성이 한국에서의 별명이 갓이었다는 것을 전파했고, 그동안 이름에서 가져온 스타나 메테오 같은 별명이 있었던 유성의 별명이 갓으로 바뀌게 된 첫날이 되었다.
"그야말로 갓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올스타전에서 이런 위압감이나 포스를 보여준 선수는 꽤나 오랫만이죠."
"물론 성적은 비슷하거나 근접하게 기록한 선수는 제법 됩니다만... 박유성 선수의 리그 성적까지 감안한다면 압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종 스코어 5대3으로 아메리칸리그가 승리를 거둔 2019 MLB 올스타전은 그렇게 종료 되었다.
이제 며칠 후면 2019시즌의 후반기가 시작될 것이었고, 각 구단들은 그에 따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각 구단들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내년을 위해 이번 시즌을 포기하기 시작한 구단도 있었고, 이번 시즌에 우승을 노리기 위해 전력 보강을 하려는 구단도 있었다.
그것은 레드삭스도 마찬가지였고, 또 다른 구단은 전력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나 마이너 리그에 아껴두고 있던 선수를 콜업 시키기도 했다.
전반기와는 또 다른 모습이 펼쳐질 혼돈의 후반기가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점점 감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
아니 그런대 에인절스라고?
양키스 유력 뜨길래
오! 내가 맞추는건가!
했더니 에인절스행
뭐... 내년에는 오타니의 험난한 메이저 첫시즌 보는 맛으로 MLB를 봐야...
추신수가 트레이드 안 당한다면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오타니 때문에 거론이 안 되고 있지만 스탠튼 + 저지 실화냐;;
합쳐서 111홈런이라니 ㄷㄷ
양키스가 오타니 잡았으면 역대급 전력 나올뻔 했네요.
*
그러고보니 제 착오로 채프먼이 신시내티로 가버렸군요.
하지만 스탠튼도 트레이드 되는 판인데 나이든 채프먼이 양키스에 남아있겠냐!
라는 심정으로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