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5 - 새로운 시대 -->
올스타전은 별들의 집결 혹은 전쟁이라 불린다.
KBO나 NPB에서 그랬으니 야구의 원조인 MLB는 그야말로 빅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팬투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말한다면 올해는 다른해보다 더 압도적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100경기도 안 되서 30-30 클럽을 달성하고 40-40 클럽이 코 앞인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던 트라웃보다 더 압도적인 첫 풀시즌을 보내고 있는 유성 때문이었다.
"분명 시즌 시작 전에 모든 전문가들이 40-40까지는 예상했어. 보수적인 사람은 30-30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예상이 그랬어. 그런대 지금 녀석은 전반기 그러니깐 100경기도 안 치루고 40-40에 근접했어."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될것 같나?"
"50-50 아니 60-60도 노릴 수 있어."
"레드삭스 놈들 오버페이가 아니라 제대로 돈값 뽑게 생겼군..."
"더 끔찍한건 8년후에 유성이 매물로 나오면 저것과 맞먹거나 더 높은 금액을 쓸 확률이 높다는거지."
"뭐, 일단 레드삭스는 탈락이라는거지."
"하긴 16년 분할로 지급해야하니 다시 잡을 여력은 없겠어."
올해 올스타전이 열리는 곳은 클리블랜드의 홈 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우선 8명의 내셔널리그와 9명의 아메리칸리그 선수들을 팬투표로 선발한다.
투수의 경우 감독추천으로만 선발 되기에 제외되었다.
다시 말해 17인의 선수들이 바로 팬들의 지지를 받은 선수들이라는 이야기였고, 레드삭스는 무키베츠, 페드로이아 그리고 유성이 팬투표로 선발 되었다.
리그당 33명의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선발 되기에 각 리그마다 22,21명의 선수들은 감독추천으로 선발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성은 한때 적으로 상대했던 선수들과 오늘은 한팀이 될 수 있었다.
"너, 약이라도 빤건 아니지?"
"뭔 소리야?"
"아니면 어떻게 170을 그렇게 쉽게 공략하는거지?"
"니가 엄청 노력한건 알겠는데... 난 그것보다 더 노력했으니깐."
"...이녀석을 언젠가 더 빠른 공으로 눌러버리고 말겠어."
오타니라던가 오타니라던가 오타니라던가 왠지 끈질긴 녀석이 하나 있는거 같지만 유성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건 내셔널리그의 투수들을 한꺼번에 상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터리그로 나름 해소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 붙어보지 못한 에이스만 10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대표적으로 꼽아봐도 워싱턴 소속의 16,17 사이영 위너 맥스 슈어저, 3선발의 탈을 쓴 1선발인 지오 곤잘레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다른 팀으로 시선을 돌리면 신시내티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클로저인 채프먼이나 메츠의 토르 신더가드나 시카고 컵스의 아리에타, 레스터까지 수 많은 투수들과 상대해볼 기회는 지금 이후로는 월드시리즈 밖에 없다.
"슬슬 준비 해볼까."
"하나도 안 들었냐?"
"응? 뭐라고 했는데?"
"후... 수비 잘 부탁한다고."
"아, 미안. 수비는 걱정마."
[2019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지금 시작됩니다!]
[20-20 클럽을 3번이나 기록했던 추신수 선수도 못했던게 올스타전인데 박유성 선수는 뭐...]
[첫해부터 40-40 클럽을 예약해두면서 무려 팬투표 1위로 선발 되었죠.]
[추신수 선수도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서도 역대급이라 평가 받았는데 박유성 선수는 그 역대급을 더 역대급으로 만들어버리네요.]
- 시대가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괴물이 나오겠지. 하지만 박유성은 못 넘겠다.
- 아예 야구사를 바꿔버릴 기세니...
그러는 사이에 올스타전이 시작되었고, 첫 타석에 유성을 상대하게 된 투수는 얼마 전에 만났던 커쇼였다.
올스타전이기에 커쇼는 바로 전력으로 공을 던졌고, 시작부터 161KM의 구속이 나왔다.
이정도 구속이 시작부터 나오면 왠만한 타자들도 쉽게 치기 힘들겠지만 유성은 달랐다.
2루에 있는 주자를 슬쩍 체크하고는 2구째 159KM 투심을 가볍게 받아친 유성의 타구는 내외야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졌다.
[안타! 주자 3루 돌아서 홈으로! 가볍게 들어 옵니다!]
[1회부터 바로 1점을 뽑아내는 아메리칸리그입니다!]
1회부터 득점을 만들어내며 유성은 팀의 리드를 가져왔다.
이 모습을 보며 아메리칸리그 투수들은 전반기 동안 느꼈던 유성의 위압감을 확인했고, 아메리칸리그가 시작부터 리드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대0으로 시작된 경기는 1점이 먼저 나왔으니 점수가 더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고, 3회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신더가드를 만나 162KM의 공을 받아치며 다시 안타를 뽑아냈다.
"내가 홈런을 치라고 한것도 아닌데 안타 1개도 못 치는게 말이 되나?"
"..."
4회가 끝난 시점에서 경기는 1대1 동점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미 양팀 불펜은 투수들이 대거 몸을 풀고 있었는데 위기 상황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투수를 자주 교체해주는 것으로 양팀은 위기를 진압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은 5회에도 이어졌고, 타순까지 꼬이며 유성이 6회 선두 타자로 나서게 될 정도였다.
"이러면 내가 홈런을 치던가 도루해서 3루까지 가던가 해야겠는데..."
"홈런보단 도루가 쉽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지만... 출루하면 바로 견제 전문가를 올리겠지."
딱!
그 순간 들려온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고, 외야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도달한 곳은 담장 너머였다.
내셔널리그가 드디어 역전에 성공한 것이었다.
[역전 투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 내셔널리그!]
[스코어 3대1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보고 유성은 솔로 홈런으로 모자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뒤에 있는 선수들을 보았으나 현재 내셔널리그 불펜에서 준비 중인 투수들을 생각하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컸다.
"딱히 걸린 혜택 같은건 없지만 그래도 이기고 싶은데 말이지."
"이쪽이나 저쪽이나 작정하고 투수를 쏟아 부어버리고 있으니..."
"저쪽은 커쇼를 2이닝 던지게 하면서 투수를 약간 아꼈지만 우린 왜 그렇게 무리하게 쓰는건지 모르겠다만..."
"우린 비상용 투수가 있잖아."
"응?"
"이녀석."
선수들이 의문을 표하자 누군가가 유성을 가르켰고, 선수들은 단번에 이해했다.
연장 15회 넘게 진행되었던 경기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무려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하..."
"그렇다면 우리도 투수가 모자란건 아니군."
"문제는 그렇게 되면 결국 점수 못내고 있는 우리 잘못이 되는데..."
"...열심히 하자고."
그런 와중에도 유성은 진짜 홈런을 쳤다.
딱!
[쳤는데... 어디갔죠?]
[카메라가 순간 못 찾았어요.]
[아, 저기 있는ㄷ... 넘어간다! 넘어가!]
[박유성의 추격의 솔로 홈런이 터지며 스코어는 3대2로 좁혀집니다!]
- 엄청 높게 떴네.
- 그리고 넘어감.
- 파워 쩌네...
[이런 파워는 마치... 배리 본즈 같네요.]
[그런가요?]
[물론 약물 의혹이 있는 본즈와 달리 박유성 선수는 제가 알기로만 5번정도 도핑 검사를 받았는데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죠.]
[그거 좋은 소식이군요. 약에 부정적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깨끗한 타자가 대 기록을 세워주는게 더 보기 좋으니깐요.]
[말씀 드리는 순간 2루타가 터지며 찬스가 다시 만들어졌군요.]
유성의 추격포 이후 터진 2루타로 기회를 잡은 아메리칸리그는 안타와 희생플라이를 뽑아내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아메리칸리그가 불리해보였던 경기가 단번에 원점으로 돌아오자 관중들도 점점 분위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홈어웨이 권한이 걸렸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순수하게 메이저리거들이 전력으로 승리를 위해 맞붙고 있기 때문에 야구라는 종목이 젊은 층에게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를 덜 받고 있음에도 시선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6회가 끝나고 7회로 접어든 경기.
양쪽 모두 선발 자원을 전부 사용하였기에 남은 투수들은 불펜 자원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타자들도 점차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3대3 동점이 유지되는 한 단 1점으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딱!
투수 옆을 스쳐 지나간 타구가 순식간에 내야를 빠져나가는듯 했지만 어느새 튀어나온 유격수가 글러브로 잡아서 그리고 글러브로 2루수에게 토스했다.
그 공으 받은 2루수는 그대로 1루로 공을 던졌고, 간발의 차이로 타자를 잡아냈다.
그 다음 타자는 2루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때려냈으나 어느틈에 전진 수비를 펼치고 있던 우익수가 앞으로 달려나오고 있었고, 이내 몸을 날려서 공을 잡아냈다.
이닝이 바뀐 뒤에도 동일했다.
타자가 때린 빠른 타구가 단순에 내야를 뚫어버릴 정도로 날아갔지만 몸을 날린 3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며 3루수 직선타로 아웃이 되었다.
[갑자기 경기가 빠르게 전개 되기 시작했는데요.]
[환상적인 수비에 대부분 막히고 있지만 말이죠.]
[그래도 안타가 나오기는 하네요.]
[타구를 보면 키를 살짝 넘어가는 타구라서 잡기는 커녕 닿지도 못했군요.]
- 아웃 카운트는 빨리 늘어나고 있는데 점수가 확 안 나오네.
- 그래도 박유성이 8회에 나올테니 기대해볼만하지.
- 오늘 이미 3안타 쳤는데 또 칠 수 있을까?
- 3안타 쳤으니깐 더 기대하는거지.
그렇게 7회가 끝나고 8회로 접어들게 되며 양팀은 불펜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내셔널리그는 9회에 나올 것이라 예상 되었던 채프먼을 8회에 먼저 내보내며 유성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후..."
그러든 말든 유성은 지금 배트를 확인하고 있었다.
8,9회에 나오는 투수들은 각팀에서 클로저를 담당하고 있는 투수들이기에 빠른 공에 대응할 수 있어야했다.
그래서 유성은 평균 구속만으로도 160KM가 넘어가는 채프먼을 상대하기 위해 오늘 가져온 2개의 배트 중 가벼운 배트를 잡았다.
그러는 사이에 채프먼은 160에서 170 사이를 오가는 강속구를 앞세워 아메리카리그 타자들을 정리하며 2아웃을 만들어냈고, 유성은 만나게 되었다.
오타니 때문에 최고 구속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강속을 넘은 광속의 투수를 뽑으라고 하면 채프먼을 뽑는다.
그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수년간 보여주었던 모습이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유성은 이제 과거가 되어버린 전설을 상대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으오오오오오!
드디어 루트가 보였다!
내 의지만 버텨주면 완결까지 연참으로 달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