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4 - 인터리그 -->
2회 초에도 무득점을 기록한 레드삭스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첫 타석의 유성을 잡아냈는데다가 경기 초반이기에 아직 체력이 넘치는 상태였기에 타순이 2바퀴 정도 돌것으로 예상되는 6회쯤이 승부를 던질 시기였다.
"커쇼 정도 되는 투수는 1바퀴 돈다고 바로 공략이 가능한게 아니지."
"특히 지금처럼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때는 더욱 그렇지."
이미 경기는 1점 싸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2회 말에 마운드에 오른 세일이 160KM의 강속구를 앞세우며 이번 이닝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기 때문이었다.
[2회도 양팀 모두 무실점으로 물러나게 되었군요.]
[두 투수 모두 강속구를 앞세워서 타자들을 찍어 누르고 있으니깐요. 힘이 빠지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흐름이 바뀌기는 힘들겠죠.]
[네. 게다가 둘 다 투구수 관리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5,6이닝 정도 던진걸로는 흐름이 바뀌지 않을듯 하네요.]
[그래서 1점 싸움인거죠.]
하위 타순이 나오는 3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레드삭스의 경우 1번 페드로이아의 타순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1회와는 달라진 커쇼의 피칭으로 인해 맥 없이 물러나게 되었다.
"계획했던게 완전히 폐기 되었군."
"100마일까지 구속을 끌어올리는걸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어?"
레드삭스의 계획은 진작에 망가졌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구상할 수 있는 계획은 고전적인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 뿐이었다.
"이대로 방치하면 7이닝 이상 던질지도 모르니깐 지금부터 노력해야겠지."
그러는 사이 4회 초가 되며 레드삭스의 공격이 돌아왔고, 2번 베닌텐디의 타석으로 공격이 시작되었다.
[2번째 타석이 돌아온 레드삭스인데요.]
[솔직히 말해서 2번째 타석인데도 칠꺼 같지가 않아요.]
[그런가요? 박유성 선수라면 이번 타석에 뭔가 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 상황에서 뭔가 해낸다면 단 1점이라도 뽑아낼 수 있는 홈런이 필요한데 구속까지 빨라진 커쇼가 과연 홈런을 허용할지가 좀... 의문이랄까요.]
[확실히 이번 시즌의 커쇼는 피홈런이 1경기에 0.1이 될까말까 할 정도로 홈런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에는 100마일을 던질줄 아는 유망주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그들이 끝내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지 못하거나 자리를 못 잡는 것은 제구를 못 잡기 때문이다.
커쇼는 구속을 낮추는 것으로 제구를 잡아냈고, 이후 투심, 체인지업을 장착하고 그 비중이 늘어나기 전까지 3신기라 불리던 구종이 완성된 이후 커쇼는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되었다.
3구종만 던지던 시절에도 1점대 방어율을 3번이나 기록했던 커쇼였기에 구종이 늘어나고 구속마저 돌아온 올해 수십년만에 1.2 이하의 방어율에 도전하고 있었다.
"아직 커쇼의 투구수가 적으니깐 투구수를 늘리는쪽에 집중해. 가능하면 출루까지 하고."
"어려운걸 내주네. 뭐, 지금은 그것말고는 답이 없기는 하지만 말이야."
3이닝동안 40구도 안 되던 커쇼의 투구수를 생각하면 7이닝은 물론 8이닝까지 던지게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억지로라도 물고 늘어져서 투구수를 늘리게 만들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귀찮게 하는군."
5개나 던졌으나 아웃을 잡아내지 못했다.
작정하고 늘어져서 자신을 빠르게 끌어 내리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커쇼로써는 이 뒤를 생각해서라도 힘을 아껴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대기 타석쪽을 슬쩍 확인한 커쇼는 아직 그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던 구종을 꺼내들어서 가볍게 땅볼로 처리했다.
[여전히 강력한 투심이네요.]
[네. 그렇죠. 투심과 체인지업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해도 여전히 커쇼의 3신기는 포심, 슬라이더, 커브이기 때문에 다른 두 구종은 의식적으로 이번에 안 던질 것이라는 그런 인식을 가진 경우가 제법 되거든요.]
- 구종 3개일때도 1점대 찍던게 커쇼였으니...
- 누군가가 운 좋게 1,2점 뽑을텐데 그렇게 따지면 커쇼보단 세일이 실점할 확률이 높기는 하지.
크리스 세일도 이번 시즌에 아메리칸 리그에서 뛴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2점대 초반 방어율을 기록 중일 정도로 커리어 하이급의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커쇼의 우위를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2루 잡았지만 역동작!]
[뒤로 던져서 유격수에게! 1루로!]
[판정은... 아웃!]
베닌텐디가 아웃된 이후 타석에 들어섰던 무키 베츠는 나름 끈질기게 달라 붙으며 투구수를 늘리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였고, 오히려 다저스 키스톤 콤비에게 명장면을 연출하게 해주었다.
"FUxx!"
"..."
무키 베츠가 유성을 지나서 덕아웃으로 돌아갔고,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유성은 이내 눈을 뜨고 타석으로 향했다.
[자, 이제 다시 박유성 선수 타석이 돌아왔는데요.]
[앞서 두 타자가 어떻게 10구를 던지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커쇼의 투구수는 50구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완급조절을 통해서 체력 안배를 꾸준히 해놨기에 첫 타석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을겁니다.]
유성이 타석에 들어오자 사인을 주고 받던 커쇼는 이내 사인을 정리하였다.
빠르게 유성과 승부를 보기 위해서 말이었다.
그렇게 초구 160KM의 강속구가 다시 날아들었고, 유성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늘 경기 전까지만 해도 커쇼는 150 중반의 구속을 유지했다. 아무리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160KM를 안 던진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어.'
하지만 커쇼는 그런것은 상관 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의문이 든다.
우승에 실패했던 17시즌에는 왜 이런 공을 사용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 말이었다.
"머리가 복잡한가보군."
"응?"
"작년 아니 오늘 전까지만 해도 커쇼는 이런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그런대 오늘 갑자기 100마일을 꺼내들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지?"
"머리가 좋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이해 할만 하지 않나?"
"그렇군. 니가 연관 되어 있는거로군."
"정답. 뭐, 난 그에게 조언을 해줬을뿐이야. 직접 구속을 끌어 올리며 각성해버린건 커쇼 본인이거든."
단순히 커쇼만 주의하면 된다라고 하기에는 지금 홈 뒤에 앉아있는 녀석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유성은 기대감을 가졌다.
한국에 있는 자신의 후배와는 분명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비슷한 점도 많기 때문이었다.
"너, 작년에 데뷔했다고 했던가?"
"그래."
"내 후배가 작년에 한국에서 데뷔했는데 너랑 같은 포수지. 그녀석이랑 비교해보면 재미 있을꺼 같아."
"...그거 좋은 이야기로군."
팡!
"경쟁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심심해지려던 참이었거든."
존 아래로 떨어지며 볼이 되는듯했던 체인지업을 프레이밍으로 끌고 올라와서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낸 그는 유성이 말한 후배의 존재에 기대감을 보였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지만 유성은 2스트라이크로 몰리며 불리해진 상태였으나 유성은 볼 카운트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 공이 볼이 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2S-1B로 바뀐 볼카운트에서 유성은 4,5구째를 걷어내며 파울로 만들었다.
그렇게 커쇼의 투구수가 50개를 넘어간 것을 확인한 유성은 끝을 볼 준비를 시작했다.
"슬슬 적응도 끝나가는데 주자도 없으니 승부를 피하는건 어때?"
"...그럴 생각이었으면 2스트라이크를 안 잡았겠지. 애초에 널 출루 시키면 괜히 힘만 더 빼거든."
그리고 6구째는 볼이 되었기에 유성은 다시 말을 걸었다.
"다음껄로 승부할꺼냐 아니면 그 다음껄로 승부할꺼냐?"
"조용히 하면 안되냐?"
"니가 먼저 말 걸었잖아."
"..."
"다저스에서 한때 에이스였던 선수가 한국에서 투 머치 토커라고 불리는데 내가 그분한테 좀 고통 받았거든."
"누군지 알꺼 같은데 그렇게 심하냐."
"난 약과일꺼다."
딱!
살짝 걸쳐 들어오는 공을 파울로 만들어내며 승부는 8구째로 이어지게 되었고, 유성은 슬슬 때가 된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그런 유성의 모습을 보며 알렉스 한은 결정구를 고민하였으나 커쇼의 의견을 존중해서 다시 한번 포심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9구째가 날아들자 유성은 앞선 타격과는 다르게 제대로 스윙을 시작했고,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와 함께 하얀색의 무엇인가가 날아가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넘어갔습니다! 균형을 깨는 박유성의 솔로 홈런!]
[이거죠! 오늘 같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했던 장면이 이겁니다!]
그렇게 레드삭스가 앞서나가기 시작했으나 다저스 선수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커쇼가 다음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하며 4이닝까지 투구수가 60개도 안 되기 때문이었고, 2번째 타석이 돌아온 다저스 타선도 슬슬 세일의 공에 적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선두 타자를 7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처리했으나 2,3번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크리스 세일은 4번 타자의 희생플라이로 인해 1대1 동점을 허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5번 타자를 쉽게 처리하며 세일도 투구수를 적절히 유지하게 되었다.
"불펜을 준비 시킬까요?"
"이제 4회가 끝났으니 아직 필요 없네. 지금의 흐름이라면 양쪽 다 7이닝까지는 갈꺼야."
그 말처럼 5회에는 하위타선을 맞이한 두 선발 투수들은 10구만에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6,7회에 사용할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1대1 동점이 유지된 가운데 이어진 6회 초에 레드삭스는 9번부터 타순이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2명이 출루해야 다시 유성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5이닝을 던졌음에도 70개도 안 던진 커쇼는 단 1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듯 여러 구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이로인해 7회 초 공격은 3번부터 시작하는 상황이 되었고, 세일도 유성에게 기대를 걸며 6회를 무실점으로 막기 위해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세일은 이번 경기의 이 투수전을 냉정하게 보고 있었다.
커쇼는 6이닝째를 막아내며 투구수가 이제 80개에 도달한 상태였으나 자신은 5이닝만 던졌음에도 이미 80구에 근접한 상황이다.
즉, 투구수를 아끼더라도 7이닝이 한계인 상황이었다.
[커쇼는 8이닝 혹은 완투까지 노릴 수 있는 투구수입니다만 세일은 7이닝 운 좋으면 8이닝인 수준이네요.]
[이 1이닝 차이는 생각보다 클텐데 말이죠.]
결국 6회를 다시 한번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세일의 호투 덕분에 레드삭스는 동점 상태로 7회 초에 돌입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최근 몇주간 잠 자는 시간이 박살나는 바람에 신체 밸런스가 좀 흔들렸다고 해야하나 안 좋은 느낌이네요.
11월에 잘 안 써질때 걍 1~2주 정도 확 쉬어버릴껄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단 어떻게 하루 1편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 2월 넘어가기 전에 완결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