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4 - 인터리그 -->
유성이 마운드에 서게 되자 다른 선수들은 면목 없다는듯한 표정이었다.
모든 투수가 다 소진되고 급하게 유성이 올라왔다는건 명백하게 그들이 부끄러워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찬스를 유성에게 만들어주지도 못했고, 유성이 만들어줬던 찬스마저 점수로 바꾸지 못한건 결국 그들의 잘못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레드삭스 타자들은 부끄러워 해야합니다.]
[네. 박유성 선수를 제외하면 2번 이상 출루 한 선수가 1명 밖에 없을 정도거든요.]
"일단 여기서 막는게 우선이야."
"그래. 이것도 못 막으면 망신이겠지."
메이저리거로써의 자존심이 있기에 선수들도 여기서 배수의 진을 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레드삭스 선수들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포심과 투심 위주의 피칭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던지는 유성의 피칭으로 인해 자이언츠 타자들이 맥 없이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왠만한 투수보다 잘 던지는거 같은데?"
"연장 15회라는 점과 박유성이 생각보다 많은 구종을 구사한다는 점 때문에 그렇겠지."
"하긴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서 급하게 올라온줄 알았더니 제법 퀄리티 있는 변화구가 추가 되었으니..."
"체력만 된다면 몇이닝이고 던지겠군."
"더 이상의 투수를 쓰는건 남은 일정을 생각해도 힘드니깐."
그나마 다행이라면 16회 초 레드삭스 타자들이 드디어 승리를 위한 1점을 뽑아냈다는 점이었다.
3타자 연속 안타에 볼넷 그리고 다시 2타자 연속 안타로 단번에 4점을 몰아친 레드삭스는 16회 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유성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며 최종 스코어 6대2로 16회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마지막에 등판해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박유성 선수가 승리 투수까지 가져갔네요.]
[다시 봐도 놀랍네요. 1이닝은 그렇다고 쳐도 2이닝을 막아내는건 다른 투수들도...]
[힘들죠.]
[네. 왠만한 투수보다 잘 던졌습니다.]
- 이거 실화냐.
- 3억 7천만에 준 필승조급으로 던질 줄 아는 타자를 사왔네.
물론 오늘은 불펜이 전멸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유성이 등판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등판은 여러 의미로 레드삭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먼저 2,3연투를 펼쳤던 투수들이 오늘 쉬면서 내일부터 나올 수 있게 되었고, 차후에 다시 한번 이러한 연장 접전이 펼쳐지더라도 유성이 1,2이닝을 버텨줄 수 있기에 타팀보다 투수를 1명 더 쓰는 그런 효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경기의 승리로 흐름을 잡은 레드삭스는 이후 2경기에서도 자이언츠의 불펜을 공략해서 스윕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내셔널리그 구단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파죽의 기세로 내셔널리그 구단들에게 승리를 강탈하던 레드삭스는 그 팀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시즌 아메리칸 리그에 보스턴 레드삭스가 있다면 내셔널 리그에는 LA 다저스가 존재했다.
어느 시즌에나 그러했지만 다저스는 2013년 이후로 지난 시즌인 2018시즌까지 6년 연속 지구 우승을 기록 할 정도로 누구나 인정할 정도의 강팀이었다.
올해도 지구 우승을 차지할 기세를 보이고 있기에 7년 연속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6년 연속이라..."
"한국에서도 6년 연속 우승을 해봤다면서?"
"그래. 그리고 올해도 우승할 기세더군."
메이저리그 일정이 절반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KBO도 절반 가까운 일정이 진행 되었는데 유성이 나가면서 이전처럼 타 팀을 위압감 하나로 찍어누를 정도가 되지는 않았지만 박유성의 후배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차세대 국대 포수로 꼽히고 있는 김준영이 그 자리를 매꿔주고 있기에 다이노스는 올해도 7할 승률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거 부럽군."
"응?"
"우린 1위 하다가 떨어진 적이 있으니깐..."
"아..."
2011년의 레드삭스는 여러 의미로 대단했다.
8월까지 지구 1위를 유지하며 포스트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는데 9월이 되자마자 8승 20패라는 역대급 DTD를 기록하고만 것이었다.
결국 레드삭스는 93승에서 98승 정도로 예상되던 8월까지와는 다르게 90승에 그치게 되었고, 지구 1위는 91승의 템파베이에게 내주게 되었다.
단 1승 차이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심지어 이 DTD의 원인이 팀의 핵심 선발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유성에게 좋은 점이라면 이번 인터리그의 압도적인 성적 덕분에 7할이 넘는 압도적인 팀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선수들이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9월이 되기 전에 100승을 찍어두면 9월에 또 DTD를 해도 문제 없을꺼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 페이스라면 너무 여유롭게 가능하네..."
162경기의 시즌 중 90경기를 치룬 레드삭스는 90경기에서 68승을 거두며 0.756이라는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이번 인터리그에서 대량으로 승을 쌓으면서 7할 근처를 오가던 승률이 급격하게 오른 것이었는데 마침 다저스도 아메리칸 리그팀들을 무너트리며 6할 5푼까지 승률을 급격하게 끌어 올리며 뛰어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72경기중 32승만 하면 100승이니깐... 남은 경기에서 5할을 실패해도 지구 우승을 거둘 확률이 높아졌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없었어도 이번 시즌에 지구 우승이 가능했을꺼야. 아, 양키스에 오타니가 없어야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야."
"그래? 우리 팀이 방해는 아니었지?"
"방해? 무슨 소리야. 이런 팀과 함께하는데 뭐라고 하는게 오히려 더 이상해. 이번 시즌에 레드삭스보다 뛰어난 팀은 없거든."
*
[이런 이야기 하는게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한 두 팀은 아마 다저스와 레드삭스일겁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시즌 초반부터 계속 보여주고 있었으니 자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기는 하죠.]
[다저스의 경우 6년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이 있기에 대규모 부상만 아니면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죠. 우승도 해본 팀이 더 잘한다고 하니깐요.]
[반대로 레드삭스는 13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둔 이후 16,17시즌 연속 지구 우승 그리고 18시즌에 잠시 내려갔다가 이번 19시즌에 박유성 선수의 영입을 기점으로 다시 우승을 노리고 있습니다.]
[최근 6시즌으로 보았을때 레드삭스는 지구 우승 1회와 와일드카드 2회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 1회를 기록했고, 다저스는 지구 우승 6회와 월드시리즈 준우승 1회네요.]
- 포시 자주 나간다고 월시 자주 가는건 아님.
- 차라리 레삭처럼 중간에 1년씩 버리면서 전력 구축하는게 좋을때도 있음.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지구 우승은 단 1번인데 그 1번에 월드시리즈 우승이 있죠.]
[네. 다저스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올해도 우승을 못한다면 1년 정도 전력을 재 정비하는게 어떤가 싶기도 하네요.]
물론 다저스라는 팀의 자금력이나 지난 수년간의 행보로 보았을때 1년을 통째로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팀 페이롤을 줄일때도 우승 전력을 유지하면서 세대 교체를 진행 했기에 이번 시즌에도 월드시리즈 진출을 하지 못하면 고액 연봉자 일부를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 할 확률이 높았다.
"아무튼... 운이 좋다고 해야 안 좋다고 해야하나."
"뭐가?"
"커쇼를 마지막 경기에 상대하잖아."
"안 좋은거 아닌가..."
"앞의 경기를 다 잡으면 커쇼에게 지더라도 크게 손해는 아니야. 결과적으로 우리의 우세 시리즈니깐."
"아하. 그런 식의 계산이었군."
물론 다저스의 다른 선발 투수가 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커쇼를 상대하기 이전에 레드삭스는 리치 힐과 류연진이라는 내셔널 리그 최고 수준의 3,4선발을 상대해야했다.
다저스였기에 그들이 3,4선발로 구분 되었지만 막상 그들의 성적을 보면 다른 팀에서는 2선발 혹은 선발진이 약한 팀에서는 1선발이 가능할 정도였다.
특히 류연진이 더욱 그러했다.
17,18시즌의 부활을 기반으로 이번 시즌 13시즌 이후 처음으로 180이닝 이상을 소화할지도
모를 정도로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에 방심하면 단번에 말려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류연진과 유성의 대결로 인해 간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 미리보는 월드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드삭스와 다저스의 격돌 그 1차전이 시작 되었다.
[류연진과 박유성이 만났습니다.]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이미 추신소, 오승훈 선수와 만나봤죠.]
[하지만 두 선수는 타자와 불펜이라는 위치이기에 선발 대 타자로는 오늘이 처음이 되네요.]
[다만 모든 상황은 류연진 선수에게 불리하죠.]
[연장 16회까지 갔던 그 경기 이후 레드삭스는 매 경기 8점 이상을 뽑아내고 있을 정도로 타격 페이스가 좋은데요. 박유성 선수는 그러는 사이에 30-30 클럽에 도달하기도 했죠.]
[도루는 그 경기에서 대폭 성공 시킨 덕분에 현 시점에서는 아예 40도루를 기록했죠.]
- 아직 100경기도 안 치뤘는데 WAR가 10에 근접했어. 이거 실화냐?
- KBO에선 아예 20을 찍었는데...
- 심지어 그게 투수 친화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나온거였지.
WAR 20을 돌파했던 시즌이 기존보다 더 투수 친화적인 성향을 가진 가고파 파크를 사용한 18시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박유성이라는 선수는 KBO 수준을 진작에 초월했다는 답이 나올 뿐이었다.
[한국에서 뛸때 박유성 선수는 항상 투수 구장에 가까운 구장이나 투수 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는데 레드삭스에서는 잘 알다시피 타자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죠.]
[그러나 18시즌보다는 성적이 내려왔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양 리그간의 수준 차이가 여전히 제법 규모 있게 존재 한다는거죠.]
한편으로는 이번 시즌 내셔널리그 기준으로는 처음 펼쳐진 코리안 매치였기에 다저스는 코리안 데이를 조정해 오늘로 지정하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제법 크게 확장을 했던 다저스타디움을 만원 관중으로 만들어냈다.
"여기도 저기도 코리안들이 많이 보이는군."
"익숙해서 좋네."
"그래? 그러면 오늘 기대해도 되겠지?"
"음... 그건 좀..."
"왜?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어?"
"아니, 단지 오늘 경기보단 뒷 경기가 신경 쓰여서."
류연진이 알았다면 꽤나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유성의 신경은 눈 앞의 류연진보다는 다저스 덕아웃에서 3차전을 준비 중인 그 투수에게 향해있었다.
물론 다저스 선수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기에 유성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와 어떻게 하면 레드삭스보다 더 많은 점수를 뽑아 낼 수 있을 것인가 같은 고민을 했다.
그렇게 다저스와 레드삭스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충격과 공포의 삼민호 이전 황재균의 88억과
이후 손아섭 98억 그리고 돌아온 파괴신
아니 진짜 박병호가 벌써 돌아올줄은 몰랐는데...
그 성격상 1년쯤 더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ㄷㄷ
내년에 넥센하고 붙으면 무실점은 기대 안 하는걸로...
그리고 민은 결국 롯데 갔군요.
LG는 왜 이리 입을 열심히 터는지 모르겠네
한화만 아니었으면 LG 최하위라고 확신했을텐데
*
지금 알았는데 류현진 결혼하네요?!
17시즌 120이닝 던졌으니 18시즌에 160이닝 정도 던진다고 생각하면 19시즌은 다시 190이닝 던지던 13시즌까지 올라갈 수 있을듯
부상,수술로 날려먹은 15,16이 제일 아쉽게 되었군요.
나이상 정점을 찍어야하는 시기에 2년이나 날렸으니...
*
어느새 이번달도 2일도 안 남았군요.
슬럼프가 너무 길어져서 면목이 없습니다.
12월에는 정신 좀 차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