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4 - 인터리그 -->
이번 시즌 레드삭스의 인터리그 첫 상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레드삭스는 시작부터 찬스를 가져왔다.
딱!
[파울!]
[시작부터 작정하고 돌리고 있네요.]
[범가너도 박유성 선수가 나오기 전까지는 140 후반에서 150 초반 정도의 구속을 유지했는데 박유성 선수가 나오자마자 158KM라는 자신의 최고 구속을 꺼내 들었습니다.]
마일로 환산하면 98마일에 달하는 그야말로 전력 투구를 펼치고 있는 범가너를 상대로 유성은 침착했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듯 말이었다.
'어차피 범가너는 포심과 투심,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 정도만을 사용하는 투수야.'
범가너 정도 되는 투수라면 알것이다.
초구가 파울이 된 것도 유성이 조절했기에 그 정도에 그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와서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들을 수 없이 상대하면서 증명된게 있죠.]
[박유성 선수가 빠른 공에 강하다는 점이죠. 오타니와 다시 맞붙었을때도 삼진 하나를 내주었지만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압도했거든요.]
[네. 거기에 패스트볼에 관한 기록에 따르면 140에서 150 사이의 공들은 4할 초반의 타율이 나오고 150에서 160 사이는 3할 후반 그리고 160 이상은 3할 중반이 나오더군요.]
[그야말로 빠른 공 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60 이상의 공에 3할 5푼 이상의 타율을 보여주는 타자는 극소수거든요.]
- 어차피 다들 알던거 아니냐.
- 한국에서도 160 이상 가볍게 후두려패던게 박유성인데...
- 오히려 메이저에서 좀 떨어진 느낌이 드는데...
- 한국이랑 메이저랑 급이 다르다는걸 감안하면 오히려 박유성이 선방 하는 중인거지.
2구째 몸쪽을 파고 드는 슬라이더는 가볍게 무시했다.
결정구로 사용하기보다는 유인구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뭐 원하냐.'
'알면서 그러냐.'
서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잠시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진행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우위에 있는 것은 그리고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뿐이다.
딱!
3구째에 다시 들어온 투심을 커트하고 4구째 커브를 참아내며 2S-2B의 카운트를 만든 유성은 5구째로 들어온 포심을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이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박유성의 선제 투런 홈런!]
[1회부터 이러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참 힘들죠.]
[네. 다른팀도 아니고 레드삭스를 상대로 1회부터 리드를 내주면 정말 힘들죠.]
시작부터 홈런을 맞은 범가너는 크게 호흡을 하며 침착함을 찾으려했다.
그런 범가너의 모습을 보고 레드삭스 선수들은 기회를 찾았다는듯 덤벼들었으나 그것이 연기라는 것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느덧 30대가 되며 경험이 쌓인 범가너에게 이 정도 연기는 딱히 어려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유성에게 한방 먹은 것은 타격이 꽤나 컸다.
"이번 시즌 포셀로가 사이영급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략 불가의 투수인건 아니야."
"그래서 4,5점 정도를 뽑아두는게 베스트지."
"맞아. 문제는 오늘같은 경기에서는 4,5점 뽑는게 매우 힘들다는게 문제지만 말이야."
에이스 매치라는 이름이 괜히 존재하는게 아니다.
한쪽 투수가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는 이상 양팀 합해서 5,6점 이하의 점수로 결판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인게 에이스 매치이다.
게다가 이번 인터리그에서 홈팀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명타자 제도가 존재하는 아메리칸 리그팀이 아닌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 리그팀이기에 오늘처럼 작정하고 맞붙는 경기에서는 많은 득점이 나올 수가 없다.
"그러면... 일단 지금의 점수를 지키는 것부터 생각해야겠군."
"그래. 내 느낌으로는 1점 정도 더 뽑아야할꺼 같지만 일단 이것부터 지키고 생각해야겠지."
그때부터는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유성이 안타를 치고 나가거나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투수 개인의 능력이나 수비진의 활약으로 무실점 행진이 이어졌다.
딱!
[범가너! 큽니다! 이건 넘어갑니다! 정말로 넘어갑니다! 동점!]
[2대0의 스코어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범가너가 직접 동점을 만들어내는 투런을 때려 냅니다!]
[답답해서 내가 친다. 마치 그런 느낌이죠?]
[네. 덕분에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군요.]
2대2 동점이 만들어진 이후 투수전은 계속 이어졌고, 범가너는 홈런만 안 맞는다면 무실점으로 막아낼 자신이 있었기에 유성에게는 절대 쉬운 공을 주지 않았다.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과감하게 걸러버리며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유성도 다른 선수라면 마음 놓고 뛰겠지만 범가너가 좌완 투수라는 점과 포지라는 리그 최고의 포수의 존재로 인해 2루는 가더라도 3루로 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1루와 2루의 차이는 컸고 유성이 짧은 단타로도 홈을 노릴 정도로 빠른 타자라는걸 감안하면 범가너에게는 매 순간이 부담되는 승부였다.
결국 양 선발이 7이닝씩 던진 상황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았기에 불펜 싸움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승부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연장 11회인데요.]
[박유성 선수가 일단 출루는 계속 하고 있는데 뒤에서 불러 들이지를 못하고 있어요.]
[오늘 박유성 선수가 도루만 5개째를 성공했네요.]
[그러나 득점은 없었습니다.]
- 안타 하나만 치라고 막장 놈들아!
- 샌프 불펜이 너무 빵빵해서 문제네...
- 차라리 걍 이쪽에서 져버리면 모를까
- 그러기에는 레삭도 불펜이 빵빵해서...
말 그대로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상황이다보니 서로 눈치만 보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되고 만 것이었다.
물론 이 시점까지 오면 지는 것보단 불펜 소모를 더 하더라도 이기는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레드삭스는 먼저 움직였다.
[레드삭스 불펜에 킴브럴이 준비를 시작했군요.]
[매 이닝마다 새 투수를 올린 자이언츠와 달리 2명의 투수로 4이닝을 틀어 막은 레드삭스니깐요.]
[확실히... 장기전으로 본다면 레드삭스가 어느정도 우위를 잡고 있군요.]
이 연장 승부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레드삭스는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낼 준비를 했다.
이미 쓸만한 카드를 대부분 소진한 자이언츠와 다르게 레드삭스에는 비상용 카드까지 있기에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유성. 혹시 저 위에서 던질 수 있겠는가?"
"어디... 어... 저기요?"
"그렇네."
"던질 수는 있는데 불펜에 아직 투수가 있지 않나요?"
"킴브럴은 다음 경기를 생각해서 1이닝만 던지게 할 생각이고 몇명은 관리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킴브럴 이후로는 1명 밖에 안 남았어."
25인 로스터로 구성된 메이저리그는 보통 투수를 12명만 사용한다.
일부 팀의 경우 13명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레드삭스는 12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논의 되고 있는 25인 로스터 확장에 대해 찬성을 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라 오늘 경기에서 남은 투수가 킴브럴과 또 다른 투수 1명 뿐이라는 것이다.
선발 5명, 불펜 7명 중 선발은 당연히 다음 경기를 위해 아껴야하고 불펜 7명 중 2명은 이미 사용한 상태.
남은 5명 중 2명은 준비 중인 상황이고, 3명은 인터리그 시작 전에 2,3연투를 한 상태라 오늘은 무조건 쉬어야하는 상태였다.
"14회쯤에는 마운드에 올라야겠군요."
"남은 투수들의 이닝 소화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되겠지."
"그 전에 끝나도록 노력해보겠지만 오늘따라 다들 상태가 안 좋은듯 하니 준비는 해두죠."
무려 3억 7천만불에 달하는 몸값.
분할 지급 조항이 붙어있기에 1년에 받는 금액은 2천만불 정도지만 이런 거액 연봉의 선수가 투수가 없다지만 등판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되면 자신을 기용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어차피 오늘 경기에서는 내셔널리그 룰이 적용되고 있기에 유성이 중견수 자리에 있을때보다는 수비 부분에서 손해를 보겠지만 지명타자처럼 공격에 관한 부분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역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유성이 다시 한번 출루하고 오늘 경기에서만 7개의 도루를 성공 시켰음에도 다시 득점에 실패하자 레드삭스 원정팬들은 레드삭스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유성이 직접 해결한 1회의 공격을 제외하면 5번이나 되는 득점권 찬스를 그대로 날려버렸기 때문에 그 분노는 더욱 심각했다.
설상가상으로 14회가 끝나고 15회가 되었을때 유성이 마운드에 오르자 분위기는 더욱 화끈해졌다.
[세상에...]
[준비 하는 투수가 없어서 야수가 나오는건 예상했는데 박유성 선수가 투수로 나오는건 예상 못했는데 말이죠.]
[정말 말 그대로 혼자서 야구하네요.]
- 박유성 빼고 나머지 타자들은 니들이 프로냐!
- 시즌 내내 타율 3할 후반 찍으면서 출루 기계보다 더 출루 잘하면서 홈런, 도루 쭉 뽑아내면서 뭐하냐! 나머지가 안 도와주는데!
- 그동안 잘했는데...
- 그 잘한다는 놈들이 타율 3할이나 출루율 4할 찍는게 1명 밖에 없냐!
중계방송의 채팅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였기에 선수들이 못 들어서 다행이었지 팬들의 분노는 제법 대단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레드삭스의 타선은 유성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유성의 비중이 높았는데 사실 이건 유성이 너무 잘해서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이 못하게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는데 때 마침 이런 답답한 경기가 나오자 인내심이 부족한 팬은 그대로 터져버린 것이었다.
"니가 진짜 마운드에 오를줄은 몰랐는데..."
"뭐, 사람 일이라는건 모르는거니깐."
"그래. 구종은 어떻지?"
"포심, 투심, 커브, 체인지업."
"...장난이지?"
"아니. 코리안시리즈에서도 이렇게 던졌어. 아, 투심은 안 썼네."
"..."
외야에서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15회에 마운드에 오른 유성은 오르자마자 150KM를 기록하며 자신이 왜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강견이라 불리는지 구속으로 증명하였다.
[와우... 93마일(150KM)이 나오는군요.]
[제구도 괜찮은데요?]
- 이와중에 실화냐?
- 코리안시리즈때 영상을 봤는데 그때도 잘 던졌어.
그렇게 유성의 준비가 끝나고, 15회 말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범가너에게 3타석 1안타 2볼넷으로 전타석 출루에
이후에도 3타석 더 출루해서 6연속 출루에 7도루까지...
그런대 점수가 안 나옴
일해라 이놈들아!
*
제 손이 이렇게 쓰는걸 어쩌겠습니까...
애초에 흐름이 안 타지는건 둘째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