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3 - 에이스 킬러 -->
에인절스와의 경기는 내내 치열했다.
유성과 트라웃의 타격 대결이 좀 더 커져서 양팀의 타선끼리의 싸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첫 경기부터 기선 제압에 성공했던 레드삭스가 우위를 가져오며 우세 시리즈로 시리즈를 마무리하였고, 그 기세를 타며 점차 1위를 굳건히 유지하기 시작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고 24경기 정도 밖에 안 치루었습니다만 레드삭스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은데요.]
[네. 첫 24경기에서 18승 6패라는 기록은 승률로 따지면 0.75인데요. 역대 레드삭스의 시즌 중 이 이상으로 좋은 스타트를 보였던 시즌은 거의 전무합니다.]
그만큼 좋은 스타트를 보이고 있는 레드삭스는 시즌이 진행되어갈수록 점차 페이스를 더욱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전체 시즌의 1/3인 54경기를 치룬 시점에서 43승 1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3억 7천만불의 사나이인 유성이 있었고, 유성은 54경기만에 20-20 클럽을 초과 달성하며 리그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분명 시즌 초반에 그를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만 벌써 왠만한 부분은 분석이 다 되고도 남은 시기인데도 박유성은 여전히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점차 그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남은건 후반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나 아예 2,3년은 뛰어봐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 뿐이죠.]
[저희도 일단 풀시즌을 치루어봐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평가를 미뤄두겠습니다.]
[뭐, 지금 페이스만 유지하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50-50 클럽에 도달하고도 남겠지만요.]
한편으로는 각팀에서 조금씩 올스타전 후보들이 정해지기 시작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은 압도적인 성적과 레드삭스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팀내 1위 그리고 아메리칸 리그 TOP3에 해당하였다.
"트라웃, 박유성, 애런 저지의 3파전인가."
"3명 다 30홈런 이상을 때려내고도 남는 타자들이로군."
"타율이나 OPS 같은 클래식 기록부터 WAR로 대표되는 세이버 스텟까지 모두 확인해보면 그 중 최고는 박유성이군."
"솔직히 어느정도 예상은 했는데 그래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앞서고 있단 말이지."
KBO에서 그것도 바로 작년에 보통 기록도 아니고 무려 70-70 클럽을 기록한 타자다.
그것도 한창 성장할 나이에 말이었다.
게다가 나이로 따지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나이였다.
실제로 KBO 마지막 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하면 유성의 피지컬은 수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에 대한 비밀은 유성에게 짐을 안겨주던 특수한 옷이 원인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스카우터들은 유성이 한단계 더 진화했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시기도 멀지 않았지."
"아, 그 시기 말이로군."
기나긴 메이저리그에서도 1/3 지점을 지나기 시작한 레드삭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도달하였다.
이것은 10승 고지부터 이어져온 그야말로 이번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만 허용된 그런 고지였다.
그런 레드삭스라도 완전할 수는 없기에 74경기째를 치룬 시점에서 53승 21패로 이전보다는 페이스가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타팀 입장에서는 여전히 무서운 페이스였기에 일부 팀들은 얼른 그 기간이 되기를 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는 유성은 압도적인 리그 1위를 이끌면서 같은 아메리칸 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리거와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텍사스의 추신소와 뉴욕 메츠와 2년 700만불에 계약하였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탬파베이로 트레이드 되었던 오승훈이었다.
"13시즌 이후로 처음이던가요?"
"그래."
지난 시즌인 18시즌에 오승훈은 2점대 후반의 방어율과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며 17시즌의 부진을 깨고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다른 팀이면 모를까 메츠였기에 오승훈의 마무리 기용은 예상 밖이었는데 절묘하게 메츠 불펜진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오승훈은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가치가 올라온 오승훈은 올해 리빌딩 모드에 들어간 메츠가 트레이드 카드로 쓰면서 처음으로 아메리칸 리그로 넘어오게 되었다.
"아메리칸 리그는 어때요?"
"내셔널보다 더 힘들지."
"하긴 방어율이 3점대로 올라온 것만 봐도... 좀 더 빡신 느낌이 들겠네요."
오승훈의 나이가 있다보니 구위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작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탬파베이에서 베테랑 투수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경기 전부터 유성의 위험성을 이야기 해주며 안 그래도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최고의 타자들 중 1명이던 유성은 오늘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승격된 상태였다.
"그렇게까지 경계하실 필요는 없는데... 저도 KBO보다 좀 떨어진 편이니깐요."
"떨어진 성적이 타율만 해도 3할 7푼이 넘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데 경계 안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오승훈은 이 시리즈에서 1경기만 등판하였으나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하며 탬파베이 불펜진 중 유일한 1점대 이하 방어율의 투수가 되었다.
레드삭스가 우위 시리즈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추신소의 텍사스와 맞붙은 경기는 이번 시즌 레드삭스에게 몇 안되는 동률 시리즈였는데 전성기로 돌아온듯 날뛰는 추신소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추신소는 유성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찬오 선배가 은퇴 전에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했잖아?"
"그러셨죠. 실제로 그러셨고..."
"나도 마지막 1,2년 정도는 그래볼까 싶더라고. 너도 은퇴 전에 MC 다이노스로 돌아갈꺼라면서?"
"네. 6년간 왠만한 기록은 다 가져왔지만 아직 가져오지 못한 기록도 있으니깐요."
"욕심도 많네."
'추신소의 한국행 고려' 라는 이름으로 기사가 나가면 매우 화재가 되겠지만 이 이야기는 유성하고만 이야기한 것이기에 언론에 알려질 일은 없었다.
대신 유성은 오승훈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신소형 계약이 20년에 끝나죠?"
"그래."
"그럼 승훈이형은 언제까지 메이저에서 뛰실꺼에요?"
"글쎄... 내년까진 버텨도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러면 말이죠."
그렇게 유성은 자신과 추신소 그리고 탬파베이로 이적할때 에이전트를 해고하였던 오승훈에 자신의 에이전트인 보라스와 자신의 고향 같은 구단인 다이노스까지 모두 이어지는 큰 그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그림이 밝혀지는 것은 차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 아메리칸 리그 구단들이 원하던 그 시기.
즉, 인터리그 시기가 되면서 레드삭스는 아메리칸 리그팀이 아닌 내셔널리그팀과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그래서 레드삭스는 우선 자신들이 있는 동부에서 서부로 날아가게 되었다.
*
메이저리그에는 인터리그라는 제도가 있다.
사실 일본 프로야구에도 존재하고 과거 KBO에서도 잠시 진행한 적이 있지만 어찌되었든 인터리그의 원조는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로 나누어진 메이저리그는 매년 각팀당 20경기씩 다른 리그의 팀과 경기를 치룬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레드삭스는 순서상 내셔널 리그 서부지구의 팀과 맞붙게 되는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있는 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콜로라도 로키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리고 LA 다저스가 있었다.
"이번 원정에서 가장 중요한건 월드시리즈 상대로 유력한 다저스와 대결하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너희도 잘 알고 있겠지."
레드삭스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면 수년에 걸친 점검이 끝난 다저스는 현재 내셔널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미리보는 월드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매치였다.
인터리그에서 레드삭스가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게다가 2017 WBC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범가너와 포지가 이번 시리즈에 나오기에 리턴 매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단순히 범가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리즈에서는 제프 사마자와 자니 쿠에토까지 로테이션에 들어있기에 완벽하게 레드삭스와 전면전을 펼치게 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대어를 잡기 위한 계획을 시작하였다.
[비록 다저스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18시즌에 있었던 꽤나 규모 있었던 조정 덕분에 이번 시즌에는 서부지구에서는 다저스 뒤를 이은 지구 2위이자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중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전체 시즌의 절반 가까이가 진행 된 시점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10개 팀 중 하나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네. 다저스의 기세가 워낙 좋다보니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는 애매합니다만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팀이죠.]
- 일정 실화냐
- 인터리그 시작이 샌프고 마지막이 다저스네.
"이건 대체 누가 짠 일정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일단 이 녀석들 상대하고 생각하자고."
"그러는게 편하겠군."
매디슨 범가너, 제프 사마자, 자니 쿠에토로 이어지는 3선발진을 상대하기 위해 레드삭스도 릭 포셀로, 크리스 세일, 드류 포머란츠로 이어지는 3선발을 내세웠다.
선발진만 본다면 양팀 모두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멤버들이었다.
문제는 자이언츠의 타선이었는데 18시즌의 개편으로 인해 타선이 18시즌보다 약해진 상태였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아졌으나 위력 자체가 약해졌으니 이렇게 힘든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일단 우리가 저녀석들에게 점수를 뽑아내느냐 마느냐가 문제이기는 해."
"타자쪽은 포지 정도를 빼면 주의할만한 선수는 없으니깐."
결국 레드삭스 타자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첫 경기에 등판한 것은 다른 투수도 아닌 범가너였으나 범가너에게는 약점이라기보다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사이영상을 단 1번도 얻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18시즌에 사이영 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였으나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시즌보다는 뛰어나지만 공략 불가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침 이번 시즌에 페이스가 좋은 무키 베츠가 출루에 성공하며 유성 앞에 주자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유성과 범가너는 무려 2년 반만에 다시 대결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기다렸다고."
"저녀석이나 너나 아주 나한테 이 가는게 보이는데?"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나나 저녀석이나 그때의 패배를 잊지 않았거든."
"재미 있겠군."
이렇게까지 자신과의 승부를 준비해왔다면 2년 반 전과 비교했을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으로 1번 붙어보았기에 한계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타니는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녀석이 특이한거고...'
그렇다.
오타니는 유성이 보아도 특이 케이스라고 할 정도로 급격하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였다.
반대로 범가너는 리그에서 10년 정도를 활동하며 위대한 업적을 쌓은만큼 신체적으로는 한계에 이른 상태였다.
"직접 느껴주지. 리그 중에 범가너와 커쇼 중 누가 더 대단한지를 말이야."
"그런 말을 들으면... 더욱 니녀석을 잡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솔직히 말해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약빠는 거고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게 승부 조작입니다.
원정 도박이나 불법 토토는 그 다음이고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승환 쉴드니 아니니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일단 제 생각이라는걸 말씀드리고요.
정작 이 망할 KBO는 약쟁이 처벌이 제일 약해...
아무튼 오승환 72경기 징계는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미 징계 소화한 임창용은 뭐냐하시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안XX, 윤성환은 또 뭡니까
오승환의 경우 당시 KBO에서 안 뛰고 있다는 점과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종의 조건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결국 소설이니깐 작가놈 마음대로 하는거잖아! 라고 하실분이 분명 계시겠지만... 그 부분은 감수하겠습니다.
*
그런대 분량 문제때문에 나올 수 있을지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