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3 - 에이스 킬러 -->
2대0으로 벌어진 경기는 결국 계속해서 필승조를 투입한 레드삭스가 승리를 굳히는 것으로 종료 되었다.
미네소타 4연전이 1승 1패로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남은 2경기에서는 포셀로와 세일을 앞세운 레드삭스가 유성의 활약까지 합쳐지며 단번에 3연승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분위기 한번 좋군."
"다음 상대가 어디였지?"
"음... LA로 날아가야겠군."
"에인절스?"
"아아. 골치 아픈 팀이지."
게다가 에인절스에는 그 선수가 있었다.
세계 최고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점에 위치한 타자.
마이크 트라웃.
"...이 둘이 붙는다고 생각하니 장난 아니군."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와 최고를 노리는 신성이로군."
"당장 개막 이후 오늘까지의 성적은 박유성이 우위야."
"하지만 1년도 안 되는 성적으로 트라웃보다 위라고 할 수는 없지."
트라웃의 이미지, 위명, 포스와 같은 것은 7년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통해 쌓인 것이다.
아무리 유성이 지금 시점에서 맹활약을 펼치더라도 기자들은 1년도 안 뛴 유성보단 7년이나 뛴 트라웃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유성을 4번에 배치한 레드삭스와 달리 에인절스는 트라웃을 2번이나 3번에 배치하고 있었다.
물론 유성의 경우 본인이 원해서 4번에 들어간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황이다보니 레드삭스 타자들은 유성을 1회부터 나오게 만들기 위해 단 1명이라도 출루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조금 분하지만 난 몰라도 너라면 트라웃과 맞붙을 수 있어."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말이지."
팀원들의 기대감은 잘 알고 있다.
가볍게 배트를 돌리며 유성은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출루에 초점을 맞춘 덕분인지 주자 2명이 루상에 나가있는 상황에서 유성에게 타석이 왔기 때문이었다.
*
"오늘 트라웃과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느낌이 어떠신가요?"
"전 오늘 트라웃이 아닌 에인절스의 투수와 대결을 하는겁니다"
"그렇다면 그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인가요?"
"네... 라고 하면 재미 없겠죠? 당장의 승부는 투수와 하지만 결국 타이틀은 그와 경쟁을 해야합니다. 만약 그의 타구가 제쪽으로 온다면 오늘 그는 안타를 절대 칠 수 없을겁니다."
그야말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 없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일부는 놀랐고, 일부는 화를 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0경기도 안 뛴 루키가 7년 넘게 뛰어온 트라웃에게 겁 없이 덤볐기 때문이었다.
- 그래. 이런걸 원했어!
- 트라웃이라고 해도 영원하지는 않아. 그리고 그에게 도전하는 사람도 많지.
왠지 이 경기를 지켜볼 높으신 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발언이기는 했지만 신성이 신에게 도전하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타석에 들어선 유성은 잠시 투수를 보다가 내야진의 수비 시프트를 확인했고, 이후 그를 보았다.
마이크 트라웃
그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것은 2011년이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그의 커리어를 위해 130타석을 채우기 전에 다시 마이너로 내려보냈다.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30타석 이상을 소화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11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풀시즌을 뛰기 시작한 12시즌부터 지난 시즌인 18시즌까지 트라웃은 7번의 시즌에서 3번의 MVP와 3번의 MVP 2위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강이 되었다.
그 정점이 바로 2018시즌이다.
타율 0.342, 출루율 0.465, 장타율 0.647, OPS 1.112, 43홈런, 31도루, 117타점, 130득점이라는 터무니 없는 기록을 작성하며 메이저리그에서 WAR 관련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bWAR와 fWAR에서 모두 WAR 12를 달성하는 정점을 찍었다.
"박유성은 KBO에서 15를 찍지 않았나?"
"아마 20을 넘겼을꺼야."
"그거 끔찍한 이야기로군."
WAR 20
듣기만 해도 터무니 없는 수치를 유성은 KBO 마지막 시즌에 달성했다.
"다만 리그 수준 차이를 감안해야지. 게다가 메이저에서 건너간 에이스급들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투수들이 트리플A에도 못 미치는 허접한 투수들이었으니깐."
"하긴 시즌 초반인데도 박유성의 타율이 4할이 안되니..."
"지금은 적응기라고 생각하면 되는거야. 어차피 박유성은 가만히 놔두어도 알아서 WAR 10 이상을 기록하고도 남는 타자거든."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누적된 성적 같은건 트라웃이 압도적이다.
각각 3회씩 있는 MVP 1위와 2위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리그 수준 차이를 감안해도 유성은 짐작이 되지가 않았다.
딱!
그리고 유성은 차려진 밥상을 그대로 받아먹으며 선제 쓰리런을 쏘아올리며 트라웃에게 무력 시위를 했다.
[역시 박유성 선수네요.]
[득점권에서 타율이 1할 이상 올라간다라는건 지금 3할 7푼이 넘는데 4할 7푼 이상이라는 이야기죠.]
[득점권 타율은 세이버 메트릭스 분야에서는 부정적이라고 하던데요.]
[그런대 박유성 선수 같은 특이 케이스는 어쩔 수 없죠.]
실제로 유성을 보며 세이버메트릭스로 유명한 오클랜드의 사장인 빌리 빈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저딴 괴물이 있냐?"
"그나마 다행인건 저 녀석이 예외라고 해야할까요..."
"그 예외가 존재하는게 문제지."
"언제 기회가 되면 득점권 타율 분야를 다시 분석해봐야겠어."
자신의 철학을 깨야할지도 모를 정도로 유성의 존재는 충격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득점권 상황이 되자 귀신같이 선제 쓰리런을 때려냈다.
"순도도 높아. 동점 상황에서 리드를 잡는 홈런이나 3점차 이하의 차이일때 점수 차를 벌리는 홈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 홈런."
"정말 팀에 필요한 타자로군요. 게다가 도루 성공률도 KBO 시절부터 꾸준히 95% 이상을 유지했으니..."
"수비에서도 실책이 없었고..."
그야말로 무결점 타자다.
리그 수준이 낮다는 단점도 4할 중반의 타율과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출루율과 압도적인
장타율 그리고 70-70 클럽까지 각종 기록들로 해결 된다.
유성의 홈런을 지켜본 이후 이닝이 마무리되며 덕아웃에 들어온 트라웃은 배트를 잡았다.
'확실히... 하퍼보다는 저녀석이 내 경쟁자로 더 걸맞을지도 모르겠군.'
오늘 경기에서 자신은 3번 타자로 나선다.
그렇다면 여기서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1,2번 타자의 출루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러한 흐름을 느낀 다른 두 타자도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에 들어설 준비를 했다.
딱!
[쳤습니다!]
[과감하게 초구를 노렸는데요. 수비시프트 때문에 역동작이 걸리는 바람에 정상 위치라면 잡을 수 있는걸 못 잡았네요.]
[3점을 뽑아냈지만 바로 선두 타자를 출루 시키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레드삭스 입니다.]
- 이거 설마 동점각이냐
- 에이 설ㅁ...
딱!
[다시 쳤습니다! 투수는 물론 2루수도 유격수도 잡을 수 없습니다! 내야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안타!]
[단번에 무사 1,3루가 만들어졌네요.]
[이거 참... 야구 몰라요. 레드삭스가 리드를 잡았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에인절스가 동점 기회를 그것도 최고의 타자에게 선사하고 있네요.]
- ????
- 개꿀잼 몰카보다 더 한데???
- 이런게 재미 있는 경기지.
어찌되었든 무사 1,2루의 상황이 만들어졌고, 타석에는 트라웃이 들어섰고,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레드삭스는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였다.
'흐음...'
시프트를 슬쩍 확인하며 수비의 위치를 확인하던 트라웃은 유성을 보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성은 시프트를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좌우익수쪽은 제법 큰 변화가 있었는데 라인 근처까지 떨어지며 중견수인 유성의 수비 부담 범위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담장을 넘기던가 그렇지 않으면 박유성 선수의 수비 범위를 뚫어야하는군요.]
[이런 대결 구도가 나오네요.]
레드삭스가 유성을 영입할때 원한것은 유성의 타격 능력도 있지만 수비 능력도 있었다.
완벽하게 유성과 트라웃의 무대가 깔린 가운데 그것을 확인한 선발 투수 드류 포머란츠는 이왕 판이 깔린거 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포심을 찔러 넣은 것은 그것을 위한 피칭이기도 했다.
트라웃의 표정은 겉보기에는 변함이 없지만 미세한 움직임은 있었고, 포머란츠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2구째를 다시 포심을 던지며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과감한 피칭으로 단번에 2스크라이크를 만드는 포머란츠입니다.]
[초구는 트라웃의 성향을 생각했을때 그렇다고 쳐도 2구 연속 포심은 꽤나 거슬리겠는데요.]
[돌아보면 짜여진 판에 강제로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니 트라웃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하군요.]
'2연속 포심이라... 보통이라면 3연속은 없겠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여기까진 잘 잡았지만 다음 공이 문제로군.'
"...다음 공이군."
세 사람이 짧은 생각을 마치자마자 포머란츠는 3구째를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립을 잡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역시 포심...!?'
딱!
'걸렸군.'
[쳤습니다! 큰 타구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우중간! 우중간을! 박유성! 몸을 날려서 잡아냅니다!]
[멈추지 않고 바로 3루로! 아슬아슬한데요!]
[아웃! 아웃입니다! 저걸 잡았어요! 대단합니다!]
단 한번의 플레이로 2아웃을 처리했다.
무사 1,2루의 찬스는 단숨에 2사 1루로 바뀌었고, 흐름을 타기 시작한 포머란츠에게 나머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레드삭스가 3대0의 리드를 유지하며 경기가 이어졌고, 3회에 유성과 트라웃은 안타를 때려내며 이번 타석에서는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차이가 있다면 유성은 점수를 추가하는 적시타라는 점이었다.
4대0의 스코어가 이어지는 가운데 6회에 드디어 트라웃이 추격을 알리는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따라가는듯 했으나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레드삭스 타선이 터지기 시작하며 역으로 6회가 끝났을때 7대2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포머란츠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내려간 이후에는 레드삭스 불펜진이 올라와서 3이닝동안 1점만을 허용하며 최종 스코어 7대3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 작품 후기 ==========
삼성의 강민호...??????
역대급이네 정말 역대급이야...
이걸보니깐 NC는 영입 안 해도 되니깐 성범이랑 민우만 좀 잡아줘라...
*
중요 경기 1경기에 5화 몰빵한다는건 예시입니다
솔직히 진짜 5화씩 뽑으면 제 체력부터가...
그런대 남은 편수 계산해보니깐
포스트시즌 때문에 세밀하게 할만한 편수도 얼마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