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64화 (263/300)

<-- Chapter 53 - 에이스 킬러 -->

양키스와의 개막전에서 2연승을 거둔 레드삭스는 3차전에서 유성의 멀티 히트에도 불구하고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개막 3연전 시리즈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아쉽군. 개막전부터 제대로 찍어 누를 수 있었는데 말이야."

"뭐, 시즌은 많이 남았으니깐."

개막전부터 같이 우승권으로 구분 되던 양키스에게 이런 경기력을 보여줄 정도의 페이스라면 이번 시즌의 레드삭스는 확실하게 우승을 노릴 수 있다고 자부 할 수 있었다.

"다음 상대는 어디지?"

"어... 클리블랜드네."

"클리블랜드라..."

전력상으로도 그렇고 누가봐도 레드삭스의 우위가 예상되는 매치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금씩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는 유성은 다이노스 시절처럼 초반부터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1년 넘게 착용하고 있던 수KG의 특수한 옷을 벗게 되면서 몸이 한층 가벼워진 유성은 이번 시즌에 최대 180경기를 치룰 것을 가정하여 준비를 했으나 지금이라면 그 이상도 충분히 치룰 수 있게 되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그만큼 그 몸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체력도 줄어드니 더 장기전으로 뛸 수 있다는 이야기지."

"이런 무식한 방법이 아직도 있다니..."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긴것 같지만 나니깐 이런 훈련을 소화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니가 보통 철인이 아니니 이해는 한다만..."

유성의 피지컬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기에 할 말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다른 선수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그런 방식이었다.

아무튼 다시 이번 경기로 이목을 돌리면 클리블랜드는 16시즌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17,18시즌 연속 지구 우승을 거둔 강팀이지만 FA로 인해 이전보다 전력이 약화된 상황이었다.

딱!

[쳤습니다! 타구가 좌측으로 날아가는데요.]

[그린몬스터를... 넘어갔어요! 박유성이 홈 개막전 첫 타석부터 그린몬스터를 넘겨버립니다!]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가 홈런이 안 나오는 구장이 된 가장 큰 이유인 그린 몬스터를 가뿐하게 넘겨버리는 거대한 홈런을 때려내며 유성은 클리블랜드와의 1차전부터 맹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단번에 클리블랜드 1,2차전에서만 3홈런 7타점을 몰아치며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을 폭격한 유성을 앞세우며 레드삭스는 2연속 위닝시리즈로 순조로운 시즌 스타트를 기록 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차전은 이야기가 좀 달랐는데 로테이션이 1바퀴 돌아가면서 각팀의 에이스들이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14,17시즌에 2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코리 클루버가 무섭게 활약하고 있는 유성을 막기 위해 등판한 것이었다.

*

"153KM의 투심, 136KM의 파워커브, 145KM의 커터. 여기에 체인지업도 있고..."

"어째 메이저리그에 오니깐 투심을 쓰는 투수가 늘어난거 같아."

"포심보단 투심이 좀 더 효과적인건 사실이니깐 말이야."

KBO에서 100마일의 공을 많이 상대해봤다.

구속으로 따지면 165KM도 아주 가끔이지만 상대해봤을 정도였다.

그런 유성이지만 아이러니하게 150KM 이상의 투심은 상대해본 경험이 적었다.

물론 구사하는 선수가 있기는 하지만 150 아래거나 완성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다른 투수도 아니고 사이영을 2번이나 수상한 선수니 방심은 금물이야."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오타니한테도 고전 했는데 사이영을 받을 정도면 얼마나 힘들련지..."

솔직히 말해서 오타니는 최고 170KM의 강속구를 앞세워서 유성에게 우세를 잡은 것이기에 스타일이 매우 다른 클루버와 비교하기에는 조금 손색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클루버는 1회 말 레드삭스의 공격을 단 5개의 공으로 마무리 지어버리며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안타 2개를 허용하며 힘겨운 1회를 보냈던 포셀로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1회만 본다면 클루버가 좀 더 여유롭게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마의 1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1회가 힘든 투수도 있으니 일단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요.]

2회 초부터는 포셀로도 점차 자신의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기에 가뿐하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유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클루버와 맞붙게 되었다.

[데뷔하고 5경기동안 5홈런을 때려내며 경기당 1홈런이라는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데요.]

[페이스가 언젠간 떨어지겠지만 3경기당 1홈런만 유지해도 50홈런이거든요.]

그만큼 유성의 장타력에 많은 시선이 집중 되어있는 상황이었는데 유성은 그 점을 노려서 오늘은 출루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자신에게는 장타력 말고도 아직 무기가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성은 초구를 지켜보며 클리블랜드 수비진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시프트의 시대라는 말에 걸맞게 메이저리그는 매년 수비시프트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은 수비시프트에 대해서 KBO 시절부터 메이저급이라 평가 받고 있었기에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는 지금도 수비시프트에 관해서는 완전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3억 7천만불이나 투자한 선수에게 이런 자율권이 없으면 팀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점차 세이버메트릭스가 일상화 되어가며 단순히 연봉이 높은 것보다는 세이버 스텟이 좋은 선수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초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유성과 같은 선수들은 확고한 주전 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었다.

[초구 투심을 지켜본 박유성 선수입니다.]

[KBO 시절에는 극단적일 정도로 초구를 지켜보던 선수니깐요. 여기서도 초구를 지켜보는건 이어지고 있네요.]

[오히려 KBO 시절에는 워낙 승부를 피하다보니 볼이 되는 공까지 때려야했을 정도니깐요.]

[그렇죠. 메이저리그에서도 KBO 시절처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또 볼을 건드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너무 압도적이라 4할 4푼에 70-70 클럽까지 했다.

- 솔직히 박유성 정도면 첫 시즌부터 50-50 클럽 찍는거 아니냐.

- 진짜 그 기록 나오면... 대체 무슨 괴물을 만들 생각인거냐.

괴물이니 뭐니 하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유성의 시즌 스타트는 놀라웠다.

물론 투자한 금액을 생각하면 이 정도 모습을 보여주는게 맞기는 하지만 일종의 편견이 있었기에 어렵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

동양인이라는 점이나 하위리그로 구분 되는 KBO에서 뛰던 선수라는 점을 들어서 유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었는데 유성은 얼마든지 기대치를 올려도 된다는 것을 시즌 초반 페이스로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커브와 커터를 지켜본 유성은 1S-2B로 볼카운트에 우위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3개 다 이리저리 휘는 공들이라 생각보다 더 까다롭네...'

선구 능력이 아니었다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을지도 모를 정도로 변화가 심했기에 유성은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며 다음 공을 예상했다.

일단 3구째로 들어온 커터를 다시 쓸 확률은 낮다.

그렇다면 투심과 커브 아니면 예상을 깨고 체인지업이 들어올 수도 있었다.

물론 저쪽 입장에서는 볼카운트에 하나의 여유가 있기에 하나 더 빼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여유가 하나 밖에 없기에 스트라이크를 노려 올 수도 있다.

"머리가 좋은 것도 이럴땐 조금 힘들군."

그 잠깐의 순간에 어떤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질지 볼로 던질지 스트라이크로 던진다면 몸쪽인지 바깥쪽인지를 시뮬레이션 하며 유성은 단번에 20가지 정도의 패턴을 생각해냈다.

[박유성 선수가 한국의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공부도 잘 했다더군요.]

[그래요? 어느정도였죠?]

[아마 공부에 집중했으면 한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에 들어갔을지도 몰랐다는 군요.]

- 공부까지 잘 한다네...

- 왜 지능형 타자라는건지 알겠다.

일단 한번 더 참았다.

그리고 투심이 아슬하게 볼이 되면서 유성은 생각해두었던 패턴들을 단숨에 7개로 줄이며 적중도를 높혔다.

'아예 볼넷으로 날 보내던가 아니면 스트라이크를 넣겠지.'

그리고 예상대로 클루버는 유성을 볼넷으로 출루 시켰다.

메이저리그에는 수 많은 도루 왕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 타자들이 지금은 도루를 많이 안 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연봉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가 주요 이유인데 그래서 메이저리그 전문가들도 유성이 한국에서는 무려 90도루까지 기록하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리 많아도 40도루 정도에 그 칠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매년 4천만불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최고 연봉자이기에 그만큼 부상을 더 조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부상을 대비해서 조심하는게 맞기는 하지만 일일이 조심스럽게 하다가는 뽑아낼 수 있는 점수조차 못 뽑아내게 된다.

그렇기에 출루 이후 초구부터 도루를 시도한 것은 그런 유성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뜁니다! 포수는 던지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완벽하게 도루 타이밍을 훔쳤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빠르네요.]

[네. 다만 도루를 안 할것이라 생각했는데 도루를 했네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무려 70-70 클럽을 기록한 선수니깐요. 고액 연봉을 받는만큼 부상 방지를 위해서 도루 숫자를 줄이는게 좋겠지만 반대로 부상 걱정이 없다면 충분히 50도루 이상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홈런만 해도 50홈런 이상 한다는데 도루까지 50개를...?

- 못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미 70-70까지 해봐서 뭐라 말을 못하겠네.

단번에 무사 2루의 찬스가 만들어진 가운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은 여기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2구째에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대비하고 있던 클리블랜드의 포수가 바로 3루로 송구를 했다.

[다시 뜁니다! 3루로!]

[빨라요! 그리고 세이프!]

[놀라운 질주력이네요. 단번에 3루까지 가면서 도루 2개를 적립하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KBO 시절에도 3루 도루를 제법 많이 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줄은 몰랐네요. 이정도 도루 능력이라면 박유성 선수가 마음만 먹으면 정말로 50도루 정도는 가뿐하게 할것 같네요.]

1S-1B의 카운트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유성이 1루에서 3루로 가버리며 클루버는 물론 레드삭스 선수들마저 할말을 잃고 3루를 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어제 지진은...

놀랍게도 제가 잔다고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작년에 있던 2번의 지진은 다 느꼈는데...

뭐 덕분에 고3인 제 동생만 고통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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