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2 - 메이저리그 개막전 -->
2번째 타석마저 물러나게 되자 양키스 해설진은 작게 환호를 했고, 반대로 한국 중계진은 아쉬움을 표하며 탄식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유성이 2타석 연속으로 물러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힘에서 밀리는 경우를 본 적은 없었다.
하다못해 파울 홈런이라도 만들어냈는데 오늘 두 타석에서 파울 홈런은 커녕 장타성 타구조차 없었다.
[이것 참...]
[박유성 선수가 이렇게까지 맥 없이 밀리는 것도 처음 보네요.]
[과연 메이저리그라고 해야할까요. 상대 투수가 박유성 선수처럼 3억불 이상을 받은 최초의 투수이자 세계 최초로 170KM의 경지에 도달한 그 오타니라는 것을 감안해도 말이죠.]
[어쩌면 오타니는 아직까지 성장할 여력이 더 남아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유성을 단 5개의 공으로 처리한 오타니는 그 기세를 이어 뒤의 두 타자도 7구만에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노히트 같은 기록은 이미 깨진지 오래이기에 오타니는 오늘 7이닝 정도를 한계점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타니는 4이닝째를 던진 시점에서도 아직 57구 밖에 안 던졌기에 7이닝을 채울 확률은 매우 높았다.
"아주 큰일 났구만."
"그래도 이건 오타니가 터무니 없이 잘 던지고 있어서 그렇지."
"반대로 말하면 오타니를 공략 못하면 이길 수 없어. 지금은 포셀로가 버티고 있지만..."
"그래. 아마 둘 다 투구수가 늘어나는 6회 이후가 고비가 되겠지."
포셀로도 11구만에 이닝을 마무리하며 4이닝 50구째를 기록.
1회가 끝났을때 10구 넘게 차이나던 투구수가 이제는 7구 차이가 나면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게 되었다.
- 둘 다 타선이 아주 작살 나고 있네.
- 3억 넘게 썼더니 시범경기만 잘하고 정규시즌 말아먹는거 아니냐?
- 아직 1경기도 안 끝났다.
양팀 선발들의 팽팽한 투수전은 5회에도 이어졌고, 5회가 끝난 시점에서 오타니는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투구수가 77구까지 늘어났고, 포셀로도 안타 1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가까스로 막아내며 72구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어느덧 3번째 타석이 되었기에 공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타자들은 좀 더 물고 늘어지며 투구수를 늘리려고 했다.
그리고 6회 초 선두 타자 무키 베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타니는 남은 체력을 생각하고 있었다.
'5개로 처리했으니 이제 82구를 던졌군. 혹시나 싶어서 투구수를 아껴둔게 다행이군. 덕분에 아직 170KM를 더 던질 여력은 있다.'
'첫 타석에 170KM로 삼진을 잡았고, 두번째 타석에 170KM 2개와 169KM 1개로 찍어 누른 뒤에 변화구 3개를 연달아 던져서 날 범타로 유도했지.'
여러번 붙어보며 서로를 수 없이 분석하였기에 단번에 둘은 각자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타석에서는 오타니보다는 유성이 유리하다는 것도 직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유성에게 이번에도 승리를 거둘 자신이 있었다.
꾸준히 열세였던 상대전적과 달리 오늘은 자신이 우위를 잡고 있었고, 자신의 컨디션도 여전히 좋은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초구부터 167KM의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1스트라이크로 우위를 잡으며 승부를 시작한 오타니는 다음 공을 고민했다.
컨디션이 좋은 것과 별개로 체력 소모가 꽤 되었기에 170KM를 던지는 것은 많아도 3개가 한계였다.
지금의 투구수라면 6이닝은 물론 7이닝째도 던질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 투구수를 최대한 적게 소모하는 것이 좋다.
다시 한번 156KM 고속 커터가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노려온 것은 그러한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1번 당해봤던 유성은 2스트라이크가 될 것을 감수하고도 이 공을 참아내며 다음 공을 기다렸다.
[2스트라이크가 됬습니다.]
[박유성 선수가 앞선 두 타석에서 허무하게 물러나기는 했지만...]
오타니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일부러 공을 던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그렇기에 경기 내내 그런 오타니의 움직임에 적응 되어있던 해설진은 갑작스럽게 속도가 달라진 오타니로 인해 이야기를 하다말고 오타니가 던지는 공을 보았다.
딱!
[쳤습니다! 하지만 파울 라인을... 넘어가면서 파울!]
[지금 169KM였는데 저렇게 때려 내고 있네요.]
[확실히 다른 타자들은 대부분 맥 없이 물러났던 오타니의 165가 넘는 강속구들을 꾸준히 파울로 만드는걸 보면 컨택력은 메이저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합니다.]
[문제는 자랑이라는 장타력을 쓸 수가 없죠.]
"후..."
일부러 배트를 미세하게 더 가벼운 것으로 가져왔다.
배트가 가벼워지면 더 빠른 스피드를 얻을 수 있기에 스피드가 빨리지면서 생기는 여유를 파워에 몰아 넣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타구의 비거리가 살아나기 시작했기에 배트 교체가 효과를 본듯 하다.
하지만 이러한 0의 행진 속에서는 단번에 점수를 뽑아줄 커다란 한방이 필요하다.
오타니가 커터라는 비밀 병기를 숨겨두고 있었다면 유성도 비밀이 하나 있었다.
유니폼 속에 입고 있는 옷이 겉보기에는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 KG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특수한 옷이라는 사실이었다.
KBO 마지막 시즌이던 2018시즌에 유성은 이 옷을 입고 뛰었음에도 70-70 클럽을 달성한 상태였고, 그 효과를 제대로 체감했던 유성은 이번 시즌에도 이 옷을 입고 있었다.
생각이 정리 되었다.
오타니의 4구째인 스플리터가 볼이 되는 것을 확인한 유성은 타임을 요청했다.
[자, 박유성 선수가 타임을 요청했는데요.]
[배트를 교체하네요.]
[보니깐 앞선 두 타석과 다른 배트를 가져왔는데 다시 배트를 바꾸네요.]
[이건 원래 쓰던 배트 같은데요.]
가벼운 배트, 길이가 긴 배트 그리고 유성이 가장 많은 시간동안 사용하는 밸런스가 잡힌 배트로 3가지 배트가 있었는데 유성은 가벼운 배트를 통해 속도를 따라 갈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파워를 늘려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럴때 쓰는 말이 봉인 해제였던가?"
유성의 말을 듣고 산체스는 순간 움찔했으나 유성은 오타니의 170KM를 가만히 지켜보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만 산체스는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유성을 보다가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대체...'
유성을 세 타석 연속해서 막아냈음에도 양키스의 주전 포수인 산체스의 표정이 좋지않자 양키스 해설진은 물론 팬들도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마운드에 있던 오타니는 산체스가 왜 저러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는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는게 다행이군."
유성과 4번째로 맞붙는다면 확률 문제도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유성이 홈런을 때려 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성에게 철저하게 당해왔던 그이기에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봐, 산체스."
"어?"
"정신 차려. 하나만 더 잡으면 이닝 교체니깐."
"아. 그렇군. 대단한 녀석이야."
"당연하지. 난 트라웃이나 하퍼 같은 타자들보다 유성이 더 위라고 생각하거든."
"라이벌이기 때문인가?"
"그런 것도 있지만... 녀석에게 당했을때 느껴왔던 무력감은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거든."
"...무력감인가."
둘의 맞대결 기록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이야기이다.
오늘 경기에서 유성에게 완승을 거두었음에도 여전히 부담이 되는 상대였기에 오타니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이 말을 남겼다.
"다음 대결에서는 내가 질 확률이 높아. 녀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 하고 있어."
"과연... 저런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 진화한 것인가."
두사람의 상황에 대해 이해한 산체스는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레드삭스의 5번 타자를 4구만에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6이닝 무실점 92구로 이닝을 마무리한 오타니를 보며 포셀로는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렇게까지 밀린다면 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유성이 덕아웃에 들어온 이후에 한 행동으로 인해 딱히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순히 옷을 갈아입고 온 것으로 보이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딱!
약간의 상념에 빠진 상태에서 던진 초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그것도 직선이나 다름 없을 정도의 라인드라이드로 날아갔으나 순식간에 나타난 유성이 타구를 잡아내며 1구만에 원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다.
[박유성 선수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진거 같은데요?]
[그러게요. 단순히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저희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리플레이를 확인한 팬들도 유성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점을 알 수 있었다.
- 스타트 속도부터가 달라진거 같은데?
- 그런 차이까지 알 수 있냐?
- 갓유성을 무려 6년이나 봤은니깐. 5년차부터 좀 느려진거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빨라진듯?
- 무슨 야구 선수가 힘을 숨김 같은 것도 아니고...
눈썰미가 터무니 없이 좋은 다이노스 팬이 빨라진게 맞다고 이야기했으나 다른팀 팬들은 믿지 못했다.
하지만 유성이 수KG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하며 풀시즌을 치루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확신에 찬 모습으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한국시간으로 곧 1시가 되는데요.]
[이쯤되면 한국의 선수들도 이 경기를 보고 놀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다른 선수도 아니고 KBO에서 야구의 신으로 등극했던 박유성이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무안타라는건 매우 놀라운 일이니깐요.]
"4번째 타석 오면 하나 치겠는데?"
"유성이 성격상 이런 경기에서 무안타로 끝낸적이 없거든. 하다못해 출루 해서 3연속 도루로 1점 뽑아오기라도 할껄?"
"어우 그거 포수 입장에선 정말 끔찍하지..."
1아웃을 공 1개로 잡아내며 여유가 생긴 포셀로는 바로 안타를 하나 허용하기는 했으나 역으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6-4-3 병살로 단 6구만에 이닝을 마무리하며 투구수를 다시 크게 벌렸다.
[단 6구만에 이닝을 마무리하는 릭 포셀로!]
[이번 이닝까지 투구수가 78구에 불과하기에 7회는 물론 8회까지 나오고도 여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네요.]
[반대로 오타니는 길어도 8회가 마지막이 될듯 한데요.]
[포셀로는 본래 삼진을 잡기보다는 맞춰잡는 성향이 강하기에 그렇다고쳐도 파워피처 성향인 오타니가 6이닝동안 10K도 못 했다는게 꽤나 놀랍네요.]
[네. 오타니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레드삭스 타선이 전체적으로 좋은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생각하면 될듯합니다.]
타선의 중심인 유성이 삼진을 2개나 내주기는 했지만 레드삭스는 오타니의 공에 제법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만남이기에 오타니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기에 다음번에 만날때는 레드삭스가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경기는 이제 7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진행 속도를 어느정도로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어느정도 속도의 감이 잡히면 그때부터 다시 쭉 쓸 수 있는데
그 감이 안 잡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