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52 - 메이저리그 개막전 -->
시범경기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쳤기에 유성은 역으로 후반으로 갈 수록 조기에 교체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144경기였다지? 이곳에서 162경기를 치룰려면 시범경기에서는 체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네. 게다가 포스트 시즌까지 간다면 더더욱 그렇지."
"애초에 8점이라는 리드가 만들어졌으니 빼신거잖아요?"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기는 하지."
"그러고보니 우리 개막전 상대가 누구죠?"
"뉴욕 양키스"
"...시작부터 치열하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유성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대타로 들어선 페드로이아가 쓰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팽팽하던 경기를 단숨에 가져왔기 때문에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며칠 후 시범경기가 종료되었고, 다시 며칠이 흘렀다.
"이제 시작되는군."
"개막전부터 아주 팽팽하겠는데?"
"보스턴은 새로운 4번이 어떤 활약을 해주냐가 관건이고, 양키스는 예상과 달리 개막전부터 바로 오타니를 올렸군."
"서로 한국과 일본에서 뛰던 시절에는 국제 대회에서만 만나서 박유성이 압도를 했다지?"
"국제대회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박유성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지. 난생 처음 본 169KM에 달하는 강속구를 기어코 때려 냈으니깐."
양키스와 레드삭스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라이벌 팀들이 맞붙는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
당연히 양팀의 팬들은 물론 빅매치를 좋아하는 중립팬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팬들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2년 전에 동부지구 우승을 거두었지만 디비전 시리즈에 탈락하였던 레드삭스와 17시즌에 그러한 레드삭스에 밀려 와일드 카드로 진출했지만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갔던 양키스.]
[그리고 두 팀 모두 18시즌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죠.]
- 누가 이기겠냐.
- 아무리 박유성이 상대 전적으로 오타니 털어버린다지만 다른 타자들은 오타니 처음 상대해보는거잖아?
- 그럼 박유성이 오타니 잡을 수는 있다는거네? 포셀로만 잘 던지면 되겠네.
양키스가 오타니를 개막전 선발로 내세운 가운데 레드삭스는 예정대로 1선발이자 16 사이영 위너인 릭 포셀로를 등판 시켰다.
비록 17시즌에 큰 부진을 기록했지만 18시즌에 다시 회복할 기미를 보여주었기에 다시 1선발로 중용 받게 되었다.
"100마일 대전이로군."
"그러게."
어느덧 메이저에 데뷔한지 10년째를 맞이한 포셀로는 본래 최고 구속이 97마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18시즌에 갑자기 각성을 하기 시작한 것인지 구속이 최고 4마일이나 올라가는 괴력을 보였다.
덕분에 투심 패스트볼 위주의 투수에서 포심과 투심을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하는 스타일로 변환을 거쳤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감을 잡으며 오로지 스트레이트 하나로 상대 타자들을 박살내며 완봉승을 거둔 경기가 있을 정도로 회복세를 보였기에 이번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포셀로는 개인 통산 2번째 사이영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대로 오타니는 지난 시즌 일본에서 규정이닝과 규정타석에 모두 성공하며 체력적으로 향상 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증명하였고, 1점대 방어율과 3할 30홈런까지 기록하며 실력마저 정점에 오른 것을 과시하였다.
타자로 출전할테니 내셔널리그를 원했을테지만 예상 외로 내셔널리그 구단들이 아메리칸 리그 구단들에 비해 금액이 조금씩 모자랐고, 마침 유성이 아메리칸 리그로 향했기에 오타니도 아메리칸 리그로 방향을 돌렸다.
"8년간 지겹게 상대하겠군."
"난 그 전에 은퇴해야겠어. 커리어 평균을 다 까먹기는 싫거든."
"그러면 그 전에 우승 좀 더 해봐야겠는데?"
"열심히 해. 팀에서 우승을 위해서 널 데려온거니깐."
"우승이라면 한국에서 6년 연속으로 해보기는 해서 말이야."
"아아, 한국에서의 기록은 봤어. 나가면 니가 어떻게든 불러줄테니깐 난 열심히 출루해야겠지."
보통 같은 지구의 팀끼리 개막전부터 맞붙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개막전이 펼쳐질 홈구장이 어디가 될것인가로 논란이 있었으나 양키스쪽에서 단순명료하게 양키 스타디움이 부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홈에서 개막전을 치루게 되었다.
2009년에 완공된 뉴 양키 스타디움은 2018시즌이 끝나고 부분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5만석에서 조금 모자라던 관중석을 정확히 5만석하고 50석으로 확장하였다.
"5만하고 50이라..."
"대충 4만 5천 이상이 양키스팬이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그러면 나머지 5천 이하는 우리 팬인가?"
"우리 팬들도 있고... 중립팬도 있지."
하지만 오늘은 약간 달랐다.
이미 수년전부터 다나카가 양키스에서 뛰었기에 꾸준히 뉴욕에서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타니까지 오며 더 많은 일본인들이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박유성이라고 하는 한국인 타자가 비록 상대팀이지만 이곳 뉴욕에 왔기에 몰려든 상태였다.
[2009년 이후로 단 한번도 우승은 커녕 월드시리즈 진출도 하지 못하며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팀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양키스와 마찬가지로 2013년 이후로 한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레드삭스가 이렇게 양키 스타디움에서 맞붙게 되었는데요.]
[오늘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 다른 곳도 아닌 양키스의 홈이기에 양키스가 이길겁니다.]
- 3억 7천만짜리를 박살내라!
- 169KM로 찍어 눌러라!
현지 해설진은 당연히 양키스 전담 해설진이었기에 양키스에게 우호적인 해설을 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당연히 유성이 뛰고 있는 레드삭스를 밀어주고 있었다.
[비록 경기를 치루는 곳이 양키스의 홈인 양키 스타디움이지만 오늘 양키스의 선발인 오타니에게 우리 박유성 선수가 매우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게다가 또 하나 좋은 점이 뭐냐면 양키 스타디움은 보기와는 달리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입니다. 타자 친화적이라는 이야기죠.]
[여차하면 바로 넘어간다는 이야기죠?]
[그렇죠.]
- 야 서양 애들 지금 박유성한테 저주 걸고 있는데?
- 거기 양키스쪽 아니냐? 그럼 다나카때부터 있던 일본 애들까지 끼였을텐데?
- 님 메이저 몇년 보심?
- 박사장님 시절부터 봤지.
- 고수였네.
- 고수보단 유물 아닐까.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오타니가 마운드를 향하고 있었다.
다만 눈은 레드삭스의 덕아웃에 향하고 있었다.
[오타니가 레드삭스 덕아웃을 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박유성 선수가 의식이 될 수 밖에 없겠죠.]
[그렇죠. 당장 레드삭스의 1,2,3번 타자만 해도 어려운데 자신에게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준 박유성 선수가 4번 타자 자리에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깐요.]
타석에 들어서던 페드로이아는 오타니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슬쩍 보고는 오늘은 출루에 초점을 맞추기로 정했다.
딱!
[파울!]
[초구부터 160KM가 나왔는데요. 조금 밀린듯 하지만 망설임 없이 걷어내는 페드로이아입니다.]
[오타니 선수가 양키스행을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계속 내셔널리그를 원하고 있었는데요. 잘 알다시피 투타겸업을 위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을 바꿔서 아메리칸 리그로 왔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내셔널리그를 그렇게 원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게 박유성 선수와 맞붙기 위해서라는게 유력한 분석인데요.]
그 사이에 오타니가 볼을 하나 던지며 1S-1B의 카운트가 만들어졌기에 한국 중계진은 승부가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좀 더 이야기를 진행하였다.
[사실 내셔널리그로 가면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가 없기 때문에 투수로 나오는 경기에는 타석에 들어서지만 그렇지 않는 날에는 대타로 들어서거든요. 반면 아메리칸 리그는 지명타자가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90경기 이상은 지명타자로 출전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더군요.]
[차라리 오타니가 레드삭스에 왔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기용이네요.]
[네. 레드삭스의 지명타자는 오티즈 이후 헨리 라미레즈가 이어받기는 했지만 노쇠화로 인해 작년에는 6,7번으로 내려간 상태였거든요?]
[오늘 경기도 6번으로 나오고 있죠.]
비록 노쇠화가 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타력은 살아 있었기에 6번에 기용되며 라미레즈는 30홈런을 꾸준히 노리고 있었다.
유성의 경우 기본적으로 투자한 자금이 있기에 최소한으로 잡아도 40홈런을 때려 줘야하는 입장이었다.
그 사이에 페드로이아가 공을 한번 더 참아내고, 다시 한번 파울을 기록하며 볼카운트는 2S-2B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도 워낙 잘했기에 딱히 걱정은 안 됩니다만 하나 걱정인건 박유성 선수의 타점인데요.]
[페드로이아만 해도 10홈런 이상을 때려내는 리드오프고, 베닌텐디와 무키 베츠는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장타력을 보유한 타자들이니깐요.]
[시범경기때는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컨디션을 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타점 상황이 비교적 많이 나왔지만 시즌이 개막한 지금부터는 상황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딱!
그렇게 말하자마자 페드로이아가 163KM의 포심을 맞추며 안타를 때려내며 출루에 성공하였다.
5구만에 안타를 때려낸 페드로이아는 1루 코치에게 사전에 이야기된 사인을 통해 정보를 건내주었고, 1루 코치는 그대로 덕아웃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렇단 말이지... 이봐, 스타."
"네?"
페드로이아의 안타가 터지자 글러브와 배트를 동시에 들고 있던 유성은 글러브를 놔두고 배트를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스타라고 불려지는게 익숙해졌는지 유성은 빠르게 코라 감독에게 페드로이아의 사인을 확인했다.
메이저리그는 매년 새로운 세이버메트릭스 기록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그 중에는 실전에 적용 시켜도 될 정도로 정확하고 완성도 높은 기록도 있었다.
이번 시즌 레드삭스는 새롭게 투수의 구위에 대한 기록을 찾아냈고, 오늘 선발인 오타니는 물론 다음 경기에 등판할 다나카에 대한 분석까지 마친 상태였다.
"오타니를 마지막으로 상대해본게 17시즌이 끝난 직후라고 했었지?"
"네."
"일단 작년 시즌인 18시즌에 구위가 약 17% 상승 되었어. 그래서 이전보다 구위가 약하다는 평가가 확연하게 줄어들 수 있었고, 올해는 시범경기의 데이터 밖에 없지만 18시즌보다 5% 이상 상승 되었다고 나와있네."
"그렇다면 지금 페드로이아는..."
"그렇지. 데이터가 나왔으니 실전에서 직접 확인해본거지."
이렇게까지 상세한 데이터에 유성은 괜히 식은땀이 흘렀다.
현미경 야구라 불리는 일본보다 메이저리그가 더욱 철저한 현미경 야구를 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런 자료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결론은 제가 마지막으로 상대한 시점에서 약 20% 정도가 상승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는건가요?"
"역시 이해가 빠르군."
파울이 된 1구와 4구의 파울타구가 다르다는 것을 유성은 느끼고 있었다.
그런대 그러한 변화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납득이 되었다.
유성이 데이터의 핵심만 빠르게 체크하는 사이에 2번 베닌텐디가 4구만에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다.
"어때?"
"갑자기 구속을 올려버리는 바람에 다음 타석은 되어야 감을 잡겠어."
확실히 160 초반을 유지하던 구속이 갑자기 167KM까지 바로 올라가있었다.
그러나 오타니는 계속해서 위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레드삭스의 클린업이 오타니를 상대하기 위해 타석에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머리가 굳었나...
글 써지는 속도가...
아무튼 드디어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한 시즌으로 분량이 엄청 나올 예정입니다.
9팀만 주구장창 상대하는 한국과 달리 상대해야할 팀이 15팀이 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