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7 - 후반기 & 아시안게임 -->
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표팀 선수들은 간단한 출정식을 치룬 이후 아시안게임이 펼쳐지는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자카르타, 팔렘방 거리가 꽤 큰데?"
"어느정도?"
"400KM가 넘는다더라."
"그정도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보다 긴거 아니야?"
"그 정도면 할만하네."
"그래. 거리만 보면 할만하지. 일단 조별리그는 팔렘방에서 치뤄지고 4강과 결승은 자카르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에 정해진건가요?"
"그래. 인도네시아 사정이 좀 애매했던지라 최근에 확정됬어."
이후는 정치쪽 이야기이기에 선수들도 더 이상의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시아 대부분을 아우르는 국제대회이기에 인도네시아쪽에서도 많은 신경을 쓸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홍콩, 필리핀 같은 약팀들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지만 지난 대회에서 예상 외의 고전을 하게 만든 일본이나 마이너 리거들이 다수 끼여있는 대만을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시안게임의 조별리그의 경우 별 다른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예상대로 유성을 거르는 작전을 펼쳤지만 다른 타자들이 시작부터 폭팔해주며 조별리그는 가볍게 전경기 콜드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야구 종목에 참여한 국가가 역대 최대인 12개국이나 되었지만 턱걸이로 참여한 국가대표팀도 있었기에 어떤 팀은 콜드게임을 위한 최소 조건인 5이닝을 채우기도 전에 30점이 넘는 점수를 내준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편하게 4강에 도달한 대표팀은 4강과 결승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4강 이전에는 그냥 놀면서 해도 됬어. 나도 그래서 도루를 안 했고."
"유성이 넌 도루를 안 했다기보단 그냥 할 필요가 없었던거잖아. 짧은 단타만 나와도 1루에서 홈으로 들어가는 녀석이 말이야."
"흠흠..."
솔직히 말해서 이런 팀들을 상대로 도루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너무 아쉬운 것이었다.
유성이나 다른 선수들도 그 점을 알고 있기에 예선에서는 그 어떤 도루 시도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도루를 1명도 안 했지?"
"여기 대부분 20도루도 못해봤잖아? 매년 도루 기록 늘리고 있는 유성이는 그렇다고 쳐도 제일 기회가 많았던 민병이형도 안 뛰었잖아?"
"아니 나도 어디까지나 4강 이후를 위해서..."
"..."
"...아무튼 유성이가 또 대단하지. 전타석 고의사구는 처음 봤다니깐."
"콜드게임이 되는 점수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얻어낼줄은 몰랐지."
그만큼 대표팀에서 유성의 존재감이나 위압감이 강력했다.
다른 타자들이 2,3홈런씩 때릴때 유성 혼자 전 타석 고의사구로 인해 타율 0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4강부턴 다르겠지..."
라고 말하며 약간의 기대를 가진 유성이었으나 4강전이 시작되고 그것이 꿈인 것을 알게 되었다.
4강에서도 상대팀인 일본이 고의사구를 시도했던 것이었다.
"4강 상대인 일본은 투수 자원이 4년전보다 약해졌어. 반면 타선은 더 강해졌다고 평가 받고 있기에 투수들과 수비의 역할이 중요하겠지."
"그래서 박유성은 오늘도 고의사구를 당하고 있는거로군."
"이거 참... 겁 없이 박유성에게 덤비는 녀석은 없을려나?"
박유성이 국제대회 같은 단기전에서 성적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기에 견제가 더 강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승부를 안 할줄은 몰랐기에 스카우터들도 그냥 미리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하고 있었다.
"1,2차전 이후 하루를 쉬고 3차전을 치룬 이후에 다시 하루를 쉬면서 자카르타로 이동하고, 다시 4강을 치루고 또 하루를 쉬고 결승을 치루는 일정..."
"휴식일이 많지만 한국은 방심하지 않고 4선발을 차근차근 돌리고 있군."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성을 제외한 전원 미필인 아시안게임 멤버들 사이에서 1선발을 담당한 투수는 박세우였다.
그리고 박세우가 결승에서 상대할 팀은 대만이었다.
[지난 대회처럼 전경기 콜드승을 거두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인데요.]
[대회 시작 전에는 박유성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미필이라 논란이 되었는데요. 그래도 작년 아프챔을 경험해본 덕분인지 다들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전경기 콜드승으로 결승에 올라왔네요.]
- 이와중에 전경기 전타석 고의사구라는 신기록 쓰고 계신 분은...
- 갓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기록을 만들어주고 있네.
"오늘은 최소 1타석이라도 상대 해주는 녀석이 나오면 좋겠는데..."
"대부분 마이너리거이니 박유성과 대결하면 그 용기만으로 가산점이 붙겠지."
"호오... 그 점을 생각하면 오늘은 기대해볼 수 있을려나?"
"과연 몇녀석이나 용기가 있을지 관건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대만의 마이너리거들은 유성과 대결하는 순간을 고대하고 있었다.
만약에 유성을 잡아내기라도 한다면 나름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대만 타자들은 유성 쪽으로 타구가 향하지 않기를 빌었다.
타석에서는 고의사구로 인해 타율 0에 불과한 타자이지만 수비에서는 사실상 넘어가는거나 다름 없던 큰 타구를 홈런이 아닌 아웃으로 만들 정도로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의 수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쪽의 수비가 약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2루는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로 성장한 민병이 지키고 있고, 유격수는 20홈런 100타점의 거포 김해성이 지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포수인 준영이 그나마 약점이라 생각한 팀도 있었으나 애초에 준영이 2군에서 시작한 것은 1군 경험이 없다라는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였다.
공수 모두 박강열, 신진후보다 반수에서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 때가 되자마자 올라와서 다이노스 역사상 최초로 포수 20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공격에서 가장 확실한 타자들이 수비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대만 타자들은 박세우에게 무려 5이닝 퍼펙트로 틀어막혔고, 그러는 사이에 유성에게 겁 없이 덤볐던 대만의 선발은 3이닝 6실점으로 제대로 박살나고 이후에 올라온 불펜도 차례차례 얻어터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일본은 6회 콜드였던가?"
"그래. 대만은 그래도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7회 콜드로 끝나겠군."
딱!
그 말대로 7회째에 유성의 이번 대회 2번째 안타가 되는 투런 홈런을 끝으로 콜드 게임이 완성 되었고, 대한민국은 2018 아시안게임에서도 전승 우승을 거두었다.
전 경기 콜드승으로 전승 우승을 거두며 1명을 제외한 전원 미필 스쿼드를 구상했던 선동연 감독도 미래를 본 훌륭한 선택을 했다며 칭찬을 받게 되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네."
"원래 언론이 잘하면 이렇게 바로 태세전환을 하거든. 그 뭐냐... 우두루급 태세전환이라고 하던가?"
"하하..."
왠지 좀 연식이 있는 드립을 들은거 같았지만 유성은 웃으며 넘어갔다.
3일이라는 짧은 휴식기 이후 다시 리그가 재개되기 때문이었다.
시즌 종료까지 18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유성은 60-60 클럽을 달성하였고, 도루 부분에서는 70도루를 넘겨둔 상태였다.
[정확히 따지자면 62홈런에 71도루를 기록한 상황이죠.]
[본인의 기록인 66홈런과 수십년 된 이종언 선수의 84도루 기록이 한꺼번에 깨지는 광경을 보게 되었네요.]
며칠 안되는 휴식이지만 유성을 비롯한 다이노스 선수들에게는 아주 좋은 휴식이었고, 남은 18경기 중 10경기만에 유성은 70-70 클럽을 완성하였다.
[매년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던 한 선수는 지금 이 순간 다시 한번 야구사에 또 다른 기록을 작성하였습니다.]
[덕분에 야구 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우리가 박유성의 시대에 살고 있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오글거림.
- 그런대 멋지지 않냐?
"박유성 선수 역사상 최초의 70-70 클럽을 완성하셨고, 이제 6번의 도루만 더 성공 시키면 이종언 선수의 84도루도 갱신하게 되는데요. 남은 8경기 안에 성공 시킬 수 있을까요?"
"네. 애초에 전 도루 부분에서 갱신을 실패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70홈런을 못 할까봐 걱정이었죠. 그런대 이렇게 6경기나 남기고 성공했으니 편안하게 도루에 집중 할 수 있을듯 합니다."
- 패기봐...
- 이것이 70-70 클럽의 위엄인가...
- 본즈도 40-40 찍던 시절에 못한게 50-50 클럽인데 갓유성은 아예 70-70까지 하고 있으니...
비록 리그는 다르지만 유성의 업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본즈가 유성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본즈, 오랫만이네요."
"정말 70-70 클럽까지 해버릴 줄은 몰랐구나."
"하나씩 하다보니깐 계속 되더라고요."
"메이저에 오자마자 40-40 클럽이나 50-50 클럽을 기록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 혹시 제가 기록을 깨는게 두려운가요?"
"아니. 오히려 깨주기를 바라고 있어. 메이저리그는 항상 도전자를 환영하니깐. 그리고 넌 수 많은 도전자 중에서도 가장 특출난 선수일테니깐."
본즈는 유성의 도전에 겁 먹지 않았다.
약물 논란 이전에 본즈의 기록은 결국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지워지지 않고 남게 되었다.
그렇기에 본즈는 자신이 있었고, 그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점에 서보았던 자의 자신감이었다.
"좋아요. 한번 깨보죠. 당신의 기록까지 모두 말이죠."
"얼마든지."
본즈와의 통화를 마친 유성은 남은 경기에서 철저하게 도루에 집중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홈런 몇개 더 추가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도루도 꾸준히 추가하며 시즌 최종전이 마무리 되었을때 유성은 75홈런-92도루라는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정말... 이게 사람의 기록이 맞나 싶을 정도인데요.]
[그렇죠. 꾸준히 말해오던 84도루를 넘어서 아예 92도루까지 늘려버렸으니깐요. 게다가 다이노스도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고요.]
[네. 16시즌의 103승과 0.715의 승률을 넘어서 110승과 0.764라는 승률을 달성했죠.]
[리그가 중단되기 전에 그러니깐 126경기째를 치루었을때 100승을 달성했기에 남은 18경기에서 단 10승만 거두었음에도 이런 기록이 나왔네요.]
분명 이 기록들은 생태계 파괴나 다름 없는 기록들이었다.
하지만 한번쯤은 나올법한 기록이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분명 유성의 역할이 컸지만 김준영이라는 뉴 페이스의 등장과 기존 선수들의 각성이 한꺼번에 겹치며 완성된 것이었다.
그렇게 다이노스는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며 다시 나올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의 기록과 함께 시즌을 마무리했다.
========== 작품 후기 ==========
다음 챕터는 한국시리즈(5화 안에 종결)이며
그 다음 챕터는 전작 보신 분들은 잘 아시는 날로 먹는(퍽) 기록 정리편입니다.
덤으로 갓을 찬양해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