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6 - 올스타전 -->
경기가 7회로 접어든 가운데 해킹은 마지막 이닝인 7회째에 그만 1실점을 하며 7이닝 1실점으로 등판을 마무리하였다.
반면 크루즈는 아직 투구수의 여력이 있었기에 완봉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6이닝이면 충분하다. 하다못해 투구수라도 늘리자."
FA 잔류로 인해 2년째 주장을 맡게 된 손시한은 선수들을 불러 모아서 리그 최강팀의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여기서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범성이부터 시작이니깐 침착하게 승부해."
"네."
나범성, 박유성, 스크럭스, 김준영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쿼터에 권희돈, 박선민이라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대기하고 있기에 이번 이닝에 제대로 찬스를 만들 수 있다면 다이노스는 리드를 잡을 수 있을게 분명했다.
'그래, 해보자.'
손시한의 말 이후 유성이 크루즈에게 있는 거의 유일한 패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크루즈는 그 타자를 잡는데 사용한 결정구를 그 경기에서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이번 전반기는 물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의 기록까지 분석한 끝에 알아냈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은 저 터무니 없는 투수가 가지고 있는 8개의 구종 중 2개가 봉인된 것이었다.
여전히 구종의 숫자가 많지만 이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심지어 제외된 그 2개의 구종은 범성의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였다.
메이저리그 성적에서 알 수 있듯 크루즈는 그 패턴을 시즌 내내 유지 시켜왔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기 때문이었다.
딱!
[파울! 간만에 공을 건드려본 나범성 선수입니다만 파울이 되네요.]
[3번째 타석이다보니 그래서 이젠 공이 어느정도 익숙해진 것 같네요.]
[이러한 흐름으로 본다면 이번 이닝이 아무래도...]
[네. 다이노스 타선이 터질때가 된게 아닌가 싶네요.]
잘 버티던 범성은 아쉽게 6구째에 갑자기 나타난 싱커로 인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유성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딱!
[초구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그리고 크루즈에게 시즌 첫 피홈런을 선사합니다!]
[박유성의 동점 솔로 홈런!]
[정말 극적인 순간에 터졌네요.]
[앞서서 나범성 선수가 6구 승부를 펼치면서 5개 구종이나 지켜볼 수 있었거든요?]
[그렇죠. 덕분에 박유성 선수가 감을 잡은듯 합니다.]
동점 홈런을 허용한 크루즈는 가만히 베이스를 돌고 있는 유성을 보며 생각했다.
"날 분석했나보군."
다음 시즌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간다면 그와는 다른 리그로 가는게 좋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아예 그와 같은 팀을 가는 방법도 있었다.
"트라웃도 한 경기만에 홈런을 못 때렸는데 쩝..."
그렇게 중얼거리며 크루즈는 나머지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스크럭스를 4구만에 정리하고 김준영과는 무려 11구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기어코 삼진으로 처리하며 다음 이닝으로 넘어갈 기반을 만들었다.
그렇게 7회가 끝난 시점에서 1대1의 스코어가 유지되었고, 8회에도 스코어는 변함 없었다.
다이노스의 경우 해킹 이후 필승조를 가동하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총력전을 펼칠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와이번스도 크루즈가 8이닝까지 던지기는 했으나 불펜이 가동되며 9회부터는 쉬게 해줄려는 의도가 보였다.
예상대로 9회에 와이번스는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기다렸다는듯 터지기 시작한 다이노스 타선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였고 결국 범성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패로 전반기 3연전이 종료 되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 1위 다이노스와 2위 와이번스의 매치를 다이노스가 스윕으로 끝내며 1위를 확고히 유지한채로 전반기를 마무리합니다.]
[다이노스가 참 희안한게 전반기에 총 80경기를 치루었는데 한번도 우천 취소가 없었죠. 그 흔한 비마저 경기 날에는 한번도 안 오더군요.]
[돔구장이 완성된 것도 아닌데 정말 신기하네요.]
- 덕분에 체력 쭉 빠짐.
- 그래도 로테이션 잘 돌려놔서 할만함. 게다가 아겜때문에 막판에 휴식기도 있고
[올해 올스타전은 다이노스의 새 홈구장 가고파 파크에서 펼쳐집니다.]
[올스타전에 맞추어서 돔구장을 완공 시키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돔구장 자체는 완성 되었고 경기가 없는 날에 시범 가동까지 몇차례 해보았다더군요.]
[그렇군요. 그런대 비가 안 와서 실전에선 한번도 못 써본게 됬네요.]
[그나마 올스타전 기간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는지라 주목해봐야겠습니다.]
- 완성했는데 비가 안 오는건 이 무슨 아이러니...
- 올스타전에 첫 가동할려나...
어찌되었든 올스타전을 앞두고 유성을 비롯하여 올스타전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올스타전을 위해 가볍게 훈련을 진행하였고, 올스타전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마산에 도착했다.
"오, 홈런 하나가 모자라서 40-40 클럽 못한 괴물이 여기 있네."
"그런 타자를 3타석 무안타로 박살내버린 투수가 뭐래요?"
"하하하."
바로 며칠 전에 유성을 제대로 잡아버린 김강현이었기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잠시 후 퓨처스 올스타전이 시작되고, 올해도 홈런레이스에 참가하는 유성도 준비를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나저나 비 올려나?"
"그래요? 뭐, 어차피 비 와도 상관 없기는 한데..."
"저기 박유성 선수!"
"응? 네?"
그때 구단 직원이 유성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어떠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유성은 웃으며 승낙을 하였고, 무엇인가를 받았다.
"뭐야?"
"구단에서 작은 이벤트 같은걸 준비했더라고요. 진행을 제가 해달라길래 알았다고 했죠."
"그래?"
가볍게 이야기를 끝내고 유성은 홈런레이스 예선을 위해 구장으로 향했다.
거기서는 이미 퓨처스 올스타전이 시작한 상황이었다.
"아직 비는 안 오네."
오늘 확실하게 비가 온다고 믿을 수 없는 기상청이 말했고 당장 보기에도 비가 올듯 했기에 유성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갔다.
[슬슬 비가 올꺼 같기도 한데요.]
[돔구장을 활용하는 장면을 오늘 처음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 저기 박유성 선수도 있네요.]
[경기 후에 홈런레이스 예선을 치루죠?]
[네. 그런대 박유성 선수도 비가 올듯할듯해서 신경 쓰이나보네요.]
"뭐하냐?"
"비를 기다리고 있지."
"아, 돔구장?"
"그래."
"곧 오겠죠?"
"그래."
[이젠 박민병 선수와 김준영 선수까지 합류했네요.]
[세 선수가 같이 저렇게 있는걸 보니 왠지 웃기네요.]
- 왜 셋이서 멍 때리고 있냐
- 비 맞고 싶나봐
그때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을 보고 있다가 빗방울에 제대로 맞은 유성은 직원에게 받은 물건을 꺼내들었다.
"뭐야. 그거?"
"돔구장을 작동시키는 리모컨."
"그래? ...응?"
쿵!
[무슨 소리죠?]
[그러게요.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 돔구장 꺼내나보다
- 돔구장 나와라!
[아! 구장 외부에서!]
[이런 식의 개폐형 돔은 처음 보는데요.]
[순식간에 하늘이 닫히기 시작합니다.]
- 와... 간지 나네.
- 완전 고척돔을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포스네.
[지금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2번째 돔 구장이자 개폐형으로는 최초의 구장이 지금 그 완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돔 시스템 가동으로 인해 잠시 경기가 지연되기는 했지만 지연된 시간은 5분도 채 안되었다.
그렇게 다시 재개된 퓨처스 올스타전은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었는데 문제는 갑작스럽게 돔구장으로 바뀌면서 투수 친화적 성향이 강했던 가고파 파크가 역으로 타자 친화적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기본적인 넓이가 있기에 홈런이 많이 나오게 된건 아니지만 장타가 늘어나며 경기는 타격전의 흐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오... 돔구장 쓰면 장타력이 올라가는구나..."
"나도 돔구장으로 뛰면 20홈런 노려볼 수 있을려나?"
"...형은 홈런 신경 쓸 시간에 출루를 해야지."
"쳇."
"홈런은 제가... 40홈런 정도 노려보죠."
"아니, 넌 아예 60개까지 노려봐."
"그렇게 많이요?"
"첫해부터 활약한 죄라고 생각해. 나도 그래서 매년 성적 올리고 있잖아."
"..."
말 한번 잘못했다가 역공을 당한 민병이나 준영은 그대로 침몰해버렸다.
그리고 유성은 70홈런의 가능성이 올라간 것을 확인하며 웃을 수 있었다.
[박유성 선수가 작동한거 같죠?]
[네. 확대영상으로 보면 리모컨처럼 보이는걸 가지고 있거든요.]
[아, 구단 직원에게 전해주는걸 보니 맞는듯 합니다.]
- 갓유성이 비를 막으셨다!
- 또 드립 치고 있네.
- 어그로냐?
- 그것보단 다이노스가 하도 잘하다보니 별에 별 드립 치는 애들이 생기고 있음.
그러는 사이에 유성과 민병은 준영을 끼워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였다.
"경기 아직 4회 밖에 안되었으니깐... 2시간 정도 여유 있다고 보고 1시간 정도만 하자. 그 뒤에 난 홈런레이스 준비 해야하니깐"
"그러고보니 준영이는 처음이겠네."
"형 내 대체자는 찾았어?"
"이녀석이 잘하면 그냥 이녀석 쓰면 되는거 아니야?"
"...그렇네?"
- 저거 돔구장 갓님이 하신거죠?
"네. 구단에서 제가 공식적인 첫 가동을 해달라고 하길래..."
"이제 후반기에 70-70 하러가야지?"
"일단 오늘 돔구장 타격 터지는거 보니깐 홈런 늘리기는 좋을꺼 같기는 해."
"전 그럼 30홈런 쳐야하는건가요?"
"무리하지는 마. 적당히 25개만 쳐도 충분히 신인왕 먹을 수 있을테니깐... 대신 내년에 40개쯤 쳐야겠지만."
"..."
- 갓유성이 직접 40홈런 치라고 하는거 보면 딱 후계자급인데
- 갓유성은 너무 독보적이라 50홈런만 쳐도 됨.
- 50홈런도 KBO 역사에서 4명뿐인 기록인데...
"제가 볼때 준영이는 FA보단 포스팅 전에 50홈런을 1,2번 정도 할꺼에요. 아니... 한 3번쯤 할려나?"
"선배님. 왜 저에게 오는 부담을 자꾸 늘리는거죠?"
"그러면 50홈런 칠 자신 없냐?"
"그건 아닌ㄷ...읍!"
"자, 들었죠? 50홈런 칠 수 있답니다."
- 악마다!
- 갓유성의 후계자 킹준영이 되어라!
"..."
"형 조용하게 있지말고 뭐라도 이야기해. 어차피 형은 내가 세운 안타 기록 도전해야할 운명이니깐."
"으아아아아!"
그렇게 유성이 두사람을 괴롭히는 사이에 퓨처스 올스타전이 종료되었고, 홈런레이스 예선이 진행 되었다.
========== 작품 후기 ==========
올스타전 진행이 느리시다고 하니
다음화에 바로 끝내드리겠습니다.
후반기랑 아시안게임 생각하면 260화쯤에 한국시리즈 돌입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