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6 - 올스타전 -->
1볼의 볼카운트 상황에서 타자와 주자 그리고 투수와 포수의 눈치 싸움의 시작은 제 2구째였다.
이번에는 존에 절묘하게 걸친 150KM의 포심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저격을 위해 바깥쪽 코스를 요구했기에 주자는 뛸 수 없었다.
타자인 유성은 이번 타석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것을 알고 있기에 신중한 타격이 필요했고, 이 공은 지켜봐야만 했다.
[1S-1B이 되었는데요. 이 승부 어떻게 보시나요?]
[켈리 선수는 지난 시즌에 삼진 3위에 오를 정도로 삼진 능력에서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왠만한 타자는 모두 삼진으로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박유성 선수는 어떤 카운트에서든 출루를 할 수 있고, 안타를 칠 수 있고 그리고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입니다. 공 하나하나보다는 전체적 피칭 내용을 보는게 좋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3구째가 살짝 빠지는 볼이 되면서 1S-2B로 바뀌는군요.]
'다음이 승부군.'
이 순간 유성은 알 수 있었다.
능력을 이용한 것이 아닌 본능으로 알았다.
그렇기에 4구째에서 망설임 없이 스윙을 시작했고, 아슬하게 존에 걸치는 변화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담장을 넘겨버리는 박유성의 역전 투런!]
[결국 필요한 순간에 박유성 선수가 다시 해내는군요.]
- 볼때마다 그것도 결정적일때마다 홈런 치네...
- 그래서 갓유성이지.
수년간 지켜봐왔던 팬들도 이런 순간에는 전율이 솟아오를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역전 홈런은 짜릿한 맛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유성의 역전 투런으로 경기가 뒤집힌 이후 경기의 흐름은 그대로 다이노스의 승리로 흘러갔다.
양팀 선발이 7이닝씩 소화한 이후 필승조들이 마운드에 올라왔고 2이닝을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의 첫번째 경기 승자는 다이노스가 되었다.
*
[박유성 선수, 오늘 꽤나 부진했는데 홈런을 친 이후에도 바로 교체 되었거든요? 혹시 몸상태가 안 좋은가요?]
"아니요. 몸 상태는 문제 없습니다. 단지 가끔 감각이 안 좋았던게 오늘 경기였던 것 뿐입니다."
[다행이네요. 박유성 선수의 몸은 곧 개인의 몸이 아니게 되니깐요.]
"아... 순간 움찔했네요."
- 박유성 순간 이게 뭔 X소리야 라는 표정이었는데...
- 어떻게 이해했길래 움찔한걸까...
- 개인의 몸이 아니라고 해서 그런거 같은데?
- 아니 입대하는 것도 아닌데 개인의 몸이 아니라는 것도 좀 웃기지 않냐?
극성팬들로 인해서 뜬금 없이 파이어가 펼쳐지기 시작했고 이때문에 훗날 해설진은 별도의 사과를 해야했다.
그리고 이어서 치루어진 2차전은 이재후와 돌아온 김강현의 매치였다.
사실 복귀전을 다이노스전으로 치룰뻔했던 김강현이었지만 복귀전부터 다이노스를 상대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하여 일정을 조정하였다.
덕분에 전반기 막판에서야 다이노스와 맞붙게 된 김강현이었고, 김강현 본인은 2점대를 유지하고 있던 자신의 방어율이 폭팔하는 날이 오늘인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돌아온 에이스 김강현이 드디어 다이노스를 만났습니다.]
[과연 다이노스를 상대로 어떤 성적을 보여줄지 기대 되는데요.]
[수술 이전까지만 해도 최고 150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던게 바로 김강현 선수인데 일단 복귀 이후 150 초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복귀전에 바로 150이 나왔던걸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감이 있기는 한데요.]
[게다가 일부러 등판 간격을 늘려서 관리를 해줬음에도 이미 60이닝 가까이를 소화했는지라 후반기 상황에 따라 조기에 시즌을 끝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늘은 전성기 페이스까지 올라오면 좋겠는데..."
안 그러면 경기가 일방적으로 진행 될 것이다.
게다가 다이노스의 선발이 이재후이기에 와이번스 입장에서는 더욱 김강현이 전성기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빌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시작된 경기에서 이재후는 평소처럼 포심, 서클체인지업,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와이번스 타선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맥 없이 쓸려나간 와이번스 타선은 단 5분만에 이닝 교체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 타자들을 보여 만약의 가능성마저 낮아진 것을 확인한 김강현은 심호흡을 하며 다이노스 타선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초구 150KM가 나오며 체력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다이노스 타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한 김강현.
그런 김강현을 상대하며 다이노스 선수들은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위가...?'
박민병, 모창모, 나범성까지 다이노스가 자랑하는 1,2,3번이 모두 구위에 밀려서 범타로 물러난 것이었다.
"수술 받고 오니깐 구위가 터무니 없이 좋아졌네."
"우리랑 처음 맞붙는거였지?"
"그렇지."
"확실히... 다른 팀 경기에서도 구위에 밀리는 모습이 많았지."
부상에서 돌아온 비룡은 다른 것도 아닌 구위라는 새로운 무기를 가져온 것이었다.
[수술 이전의 김강현 선수는 뭐랄까... 출루를 좀 자주 시키는 성향이 있었는데 복귀 이후에는 구위가 더 강해졌어요.]
[그렇죠. 처음에는 김강현 선수를 오랫만에 봐서 그런가 싶었는데 지켜보면서 구위가 강해진게 보이더라고요.]
- 보통 토미존은 구속 빨라지는 경우가 많지 않냐?
-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 그런대 구위가 빨라지는건 뭔 현상이래...
의문이 가득한 팬들이었지만 경기는 계속해서 진행되었기에 의문은 길어질 수가 없었다.
이재후는 2회에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김강현은 박유성이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게 되었다.
[1회는 잘 넘겼지만 2회에 바로 박유성이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게 된 김강현입니다.]
[오늘 구속이 1회에 151KM까지 나왔기에 구속이 좀 더 올라올 여력이 있기는 한데요.]
[아무래도 박유성 선수를 상대하려면 여력을 남겨두는게 좋으니깐요.]
[그러고보면 박유성 선수의 경우 전반기의 끝이 다가오는 가운데 어제 홈런으로 인해 40-40 클럽까지 홈런 2개만을 남기게 되었는데요.]
[오늘, 내일 하나씩 치면 딱 되겠네요.]
[그렇죠? 과연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40-40 클럽을 완성 시킬지도 관심거리일듯 합니다.]
'40-40까지 2개 남았다고? 그렇다면 도전해주마.'
자신이 자리를 떠난 작년 유성은 60-60 클럽으로 세계 야구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올해 70-70 클럽까지 도전하고 있었다.
과거와 비교해서 100%의 실력이 돌아왔다고 하기 힘든 상태지만 이 이후로 유성과 맞붙을 일도 얼마 안 남은 상태였다.
팡!
[153KM!]
[여기서 이번 시즌 최고 구속을 기록하는 김강현 선수입니다!]
[역시 박유성 선수에게는 전력으로 던지는게 좋겠죠.]
초구를 지켜본 유성은 조용히 김강현을 보았다.
그리고 유성의 눈을 본 김강현은 작게 웃으며 다음 공을 준비했다.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팡!
[156KM! 김강현 선수의 개인 최고 구속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15시즌에 155KM를 기록한 이후로 155KM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156이 나오네요!]
- 와 진짜 이 악물고 던지고 있네
- 그동안 제일 빠른게 153이었는데 박유성 만나니깐 바로 156까지 올라왔네.
- 설마 토미존 수술로 구속 올라갔는데 일부러 조절하고 있었던건 아니겠지.
- 김강현이라면 그 말이 납득됨.
다른 선수도 아니고 김강현이었다.
젊을때부터 국가대표 에이스로써 활약하였던 투수가 바로 그였다.
"허? 그동안 150 안밖을 유지하던건 연기였나?"
"수술 이후 첫 시즌이니 일부러 조절했던거겠지."
"그래도 갑자기 3KM나 올라가는건 없..."
스카우터 중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없다고 이야기하려했으나 수년간 KBO 리그를 지켜봐온 스카우터답게 그에 부합하는 케이스를 떠올리고는 입을 닫았다.
"...보면 볼 수록 잠재력이 큰 리그로군."
"그렇지? 이곳은 보석은 물론 원석도 많아. 보석들은 아쉽게 잘못 세공된 것도 있지만 보는 것처럼 매우 잘 세공된 것도 있지."
딱!
[파울! 그리고 158KM!]
[복귀 이후 오버핸드 폼이 조금 쓰리쿼터에 근접하게 변했던 김강현 선수인데 지금은 다시 이전의 그 오버핸드 폼과 비슷하게 돌아왔네요.]
[미묘하게 다른 감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거의 기존 폼이네요.]
- 구속이 더 빨라지네.
- 이제 160 찍는거냐?
"와우... 158까지 올라왔군."
"어디까지 올라올지 그리고 박유성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
"그나저나 슬슬 변화구 타이밍인데 말이야."
김강현의 구종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포심이 158까지 올라왔다면 다른 구종도 충분히 빨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4구째로 꺼내든 슬라이더가 무려 145KM가 기록되며 유성에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헛스윙 삼진!]
[박유성 선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김강현!]
[슬라이더가 무려 145나 나왔네요.]
[정말 구속이 제대로 물이 올랐네요.]
유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강현은 그 기세를 몰아 2회 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이재후도 오늘 경기가 투수전으로 흘러갈 것을 직감하였다.
실제로 이후로 이어진 경기는 3회부터 6회까지 계속해서 0의 행진이 이어졌다.
게다가 두 투수 모두 투구수가 6이닝동안 70구가 안 될 정도로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이 흐름은 완투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7회 초에 다시 한번 이재후 선수가 무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7회 말 선두 타자로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첫 타석 삼진 두번째 타석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는데요.]
[그래도 이제는 감을 잡은듯 합니다.]
첫 타석은 포심 위주에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했고, 두번째 타석은 변화구 위주로 가다가 7구 승부 끝에 포심을 찔러 넣으며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해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은 3번째 타석이 시작되었다.
팡!
[155KM가 나오며 아껴둔 체력을 쏟아붙는 김강현 선수입니다.]
[투구수도 적은 편이고 완급 조절로 체력도 아껴두었기에 완봉을 노릴 수 있는데요. 여기서 박유성 선수만 막아낸다면 완봉승 확률이 더 올라갈겁니다.]
딱!
[파울! 2구째 143KM의 슬라이더였는데 바로 반응했네요.]
[파울이 되기는 했는데... 담장에 직격했네요.]
[그러게요. 박유성 선수의 파워가 대단하기는 해요.]
- 오늘도 갓유성 혼자 야구 할 것인가...
- 그나저나 준영이는 어디갔냐?
- 딸기랑 할때 방어율이 평소보다 구려져서 휴식도 줄 겸 뺐다더라.
- 그런대 보니깐 8,9회쯤에 들어오겠는데?
- 제일 편한건 여기서 갓유성이 쳐주는거지.
하지만 3구째 156KM의 포심을 걷어내고, 4구째 체인지업과 5구째 커브를 참아내며 투구수를 늘리던 유성은 6구째 뜬금 없이 튀어나온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지금 이건...]
[네. 스플리터네요. 그것도 148KM나 되는 슬라이더보다 더 빠른 공이었습니다.]
[믿었던 박유성 선수마저 3타석 무안타로 물러나게 되었는데요. 오늘 경기는 까딱하면 연장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김강문 감독이 아니었고, 8회 말 신진후를 대신하여 대타 김준영을 투입 시켰다.
========== 작품 후기 ==========
글 쓰면서 FM 하면 안됩니다
대략 4시간이 삭제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