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4 - 진격의 다이노스 -->
사실 모든 에이전트들에게 정보가 간 것은 아니었다.
기준점을 잡자면 약 500만 불 이상의 계약을 2번 이상 해낸 에이전트들에게만 정보가 주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각 구단에도 정보가 배포 될 예정이었으니 보라스를 비롯한 네임드 스카우터들은 약간 빨리 받은 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당장 보라스만 해도 이 정보를 이용해 스카우터들을 통해 각 구단에 경고장이나 다름 없는 소식을 보내며 사실상 선전 포고를 한 상태였다.
"박유성을 얻으려면 1년 계약을 하더라도 7천만불이라는건가..."
"애초에 저렴한 가격으로 그를 얻으려고 했던게 잘못일지도 모르죠."
이제는 계산이 복잡해졌다.
그 가격을 투자해서까지 잡으려는 구단은 정말 몇 없기 때문이고, 그 구단들마저 장기 계약을 시도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우리 구단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4년 정도의 계약이 한계야."
"1억 6천만불에 포스팅 3천만불... 정말 현실적인 금액이군요."
"4년만에 2억을 쓰는게 현실적이라... 아무튼 방해 공작을 위해서라도 3천만불을 작성하는 구단이 분명 존재할테니 포스팅은 변함 없이 가도록 하지."
다른 곳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구단은 바로 LA 다저스.
"사무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군. 심지어 박유성쪽은 보라스를 상대해야하는데 말이야."
"계획보다 금액이 커지겠지만 7년까지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습니다."
"7년이면..."
"3억 1천만불이군."
"차후 커쇼에 대한 계약까지 진행해야하는걸 생각하면 우리의 맥시멈 금액입니다."
"결국 3억불이 넘었군."
"포기하실겁니까?"
"아니, 월드시리즈를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양키스와 워싱턴도 유성과 최소 6년 이상의 계약을 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둔 상태였기에 두 구단에 이어서 다저스도 박유성 쟁탈전에 돌입하였다.
"사장님."
"자네 왔나?"
"왜 각 구단에게 미리 정보를 넘겨주었는지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자네도 알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정보가 시한부 정보라면 빠르게 처리하는게 좋아. 마침 이 정보를 뿌리는 것으로 우리에게도 작은 이득이 있거든."
"이득이라면...?"
"대상의 집중."
그렇게 말하는 보라스의 시선은 자이언츠와의 3차전을 준비하고 있는 유성에게 향해있었다.
*
"허... 사이드암이라니..."
"101마일 사이드암은 처음 보는데..."
오늘 다이노스의 선발 레이크와 달리 자이언츠의 선발 로커스는 사이드암 투수였다.
그것도 최고 구속 101마일을 보유한 투수였다.
"이젠 투구폼 다른 투수까지 한국에 오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박유성도 더는 한국에 없을텐데 무슨 먹거리가 있다고 이렇게 기어들어오는건지 모르겠네."
"뭐, 높은 연봉에서 알 수 있잖아?"
"하긴... 자이언츠가 그렇게 돈을 쓸 줄은 몰랐지."
무려 250만불이 투자 되었다.
200만불을 투자한 다이노스와 달리 자이언츠는 로커스 영입을 위해 250만불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만큼 오늘 경기는 앞선 두 경기보다 더욱 팽팽한 투수전이 예고 되어 있었다.
강력한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고 개막 이후 3경기에서 전부 도미넌트 스타트를 기록할 정도의 이닝이터로써의 능력까지 있었다.
팡!
"컨디션은 어때?"
"오늘은 꽤 괜찮아."
"그거... 기대해도 되겠지?"
"너야말로 어제처럼 놀라운거 보여달라고."
"그건 걱정마."
경기 시작이 다가오며 마운드로 향하기 시작한 레이크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오늘 밤에 저녀석들은 잠도 못 잘테니깐."
그렇게 시작된 경기.
마운드에 먼저 오른 레이크는 가볍게 158KM의 공을 던지는 것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던지고 있는 레이크입니다.]
[마침 상대인 로커스가 같은 지구에서 몇번인가 붙어보았던 상대거든요. 그래서 더욱 집중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듯 합니다.]
[그렇군요.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맞붙었다면 시작부터 페이스가 올라올만 하죠.]
해설진은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레이크는 로커스를 신경 쓰지 않았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KBO에서는 아무리 그를 신경 써도 투수 대 타자로 상대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남는 것은 경기가 끝난 후에 누가 더 좋은 피칭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는가만이 남게 된다.
그렇기에 레이크는 팀의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팡!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멍하니 쳐다보며 그대로 루킹 삼진! 구속은 물론 구위도 장난이 아니네요.]
[이럴때 손아성 선수라도 있었으면 뭔가 분위기를 바꾸는 시도라도 해보았을텐데 손아성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떠난 상태니깐요.]
[그렇다고 황재규 선수를 잡은 것도 아니기에 작년보다 타선의 위력이 아쉬운 자이언츠입니다.]
'아니 이걸 어떻게 치라는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덕아웃으로 돌아온 전준오는 다음 타자들이 똑같이 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조언을 한두가지 해주었지만 레이크는 그 이상의 피칭으로 자이언츠 타자들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억지로 맞추려고 해도 안 맞아요."
"별 수 없지. 한 타순은 지켜 보는 수 밖에..."
상위타선인 1,2번이 모두 맥 없이 물러났고, 지금도 3번이 힘 없이 물러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준비를 하고 있던 로커스는 이닝이 마무리 되자 천천히 마운드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로커스가 마운드로 향하고 있습니다.]
[레이크는 일단 첫 이닝을 2개의 삼진을 포함해 11개로 마무리 했는데요.]
"리그 최강의 타선을 보유한 팀이라..."
메이저리그에서 수억불을 들여서 노릴려는 괴물은 둘째치더라도 나머지 타자들도 방심할만한 팀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4할에 가까운 타율을 보여주고 있는 1번 타자나 3할 5푼 넘는 타율을 유지하면서 선구안과 장타력까지 좋은 2,3번를 제대로 막지 못하면 단숨에 4번을 상대하게 될테니 대충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1회 말.
초구부터 사이드암의 투구폼에서 나오는 160KM의 강속구가 미트에 들어갔다.
160KM가 넘는 강속구를 꾸준히 봐왔던 민병이 움찔할 정도로 사이드암의 160은 어색했다.
'오늘은 간만에 리드오프 역할 좀 해야겠네.'
사실 그동안의 경기에서도 잘 해왔지만 공을 지켜보기보다는 빠른 타격을 통해 주자로 나서며 투수의 신경을 흔드는 플레이 중심으로 해왔기에 오늘은 공을 지켜볼 예정이었다.
그러든말든 로커스는 2구째도 다시 직구를 던졌고,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역시 이쪽도 공격적인 피칭이네.'
대부분의 외인 투수들이 그렇지만 다들 강속구에 자신감이 강하기에 공격적인 피칭을 주로 했다.
그래도 이 카운트까지 몰고 간 뒤에는 변화구가 나왔다.
직구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3구 연속 직구를 할 정도로 간 큰 투수는 드물었다.
그렇기에 민병은 3구째가 변화구인 것을 예상했고, 예상대로 변화구가 날아왔다.
하지만 로커스의 구종은 분명 변화구가 맞지만 변형 패스트볼로 불리기도 하는 구종인 커터였다.
딱!
[쳤습니다만 투수 잡아서 가볍게 1루로 송구!]
[지금은 박민병 선수가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같은걸 생각한거 같은데 커터가 들어왔죠?]
[네. 박민병 선수가 볼 카운트가 몰렸다고 해서 막 휘두르고 하는 그런 선수가 아닌데 지금은 제대로 속였네요.]
[그렇죠. 분명 변화구를 생각했을테고 거기에 맞춰서 스윙을 했을텐데 변화구이면서도 패스트볼인 그런 공이 와버렸으니깐요.]
"어때?"
"타이밍이 좀 많이 애매해. 분명 구속 자체는 느린데 말이야..."
"흠... 일단 직접 봐야겠네."
이재후와 연습경기로 몇차례 붙어봤기에 사이드암에 대해서는 나름 익숙한 다이노스 선수들이었기에 160KM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창모마저 2구만에 날아들어온 커터를 잘못 맞추며 땅볼로 물러나게 되었고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던 범성과 유성은 그때서야 이상한 점을 확인했다.
"변화각이..."
"보통의 커터와 다르네."
"사이드암이라서 그런가?"
"일단 좀 더 지켜봐."
"알았어."
레이크의 피칭을 생각하면 오늘 경기는 투수전 혹은 다이노스의 우세로 진행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1이닝 정도는 정보 수집으로 이용해도 충분했다.
"그나저나 사이드암 투수가 싱커를 쓰는건 자주 봤는데 커터라..."
에이스급 투수라면 무조건 꺾고야 마는 유성이었기에 좀 더 자세하게 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범성은 초구부터 들어오는 포심에 헛스윙을 했지만 이후 2개의 볼을 지켜보며 1S-2B의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지금 나범성 선수가 잘 지켜보면서 2개를 걸러냈는데요.]
[커터의 변화가 참 묘한데요?]
[네. 저도 처음 보는 변화라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횡 슬라이더에 라이징 패스트볼 형식이 들어갔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설명이 힘드네요.]
- 그냥 옆으로 휘는건데 그러면서 살짝 올라가는 느낌 아니냐?
- 쉽게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대 나도 이런 변화는 처음 보네. 포심이나 투심이 그러는건 봤어도...
결국 범성도 4,5구째에 연달아 헛스윙을 하며 물러나며 이닝은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미안."
"한타석 가지고 뭘 그래.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인데."
"그렇지. 보기에는 어때?"
장비를 챙기고 그라운드로 향하기 시작한 둘은 로커스의 구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은 잡히기 시작했는데 때리는건 2번째 타석일꺼 같아."
"그러면 오늘 경기도 1,2점 경기인가?"
"홈런을 못 칠 가능성도 있어서 안심은 못해."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개막 이후 선발 투수들이 승리를 못 챙긴 경기는 단 1경기도 없었다.
결정적일때 유성의 홈런이 터졌거나 다른 타자들이 적절하게 점수를 뽑아냈기 때문이었다.
"아직 16경기 밖에 안 치루었기에 표본이 적지만 이러한 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도 있지."
"그게 뭐지?"
"다이노스가 다른 팀보다 더 밸런스가 좋고 더 강하다는거지."
"그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KBO 수준에선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금의 다이노스라면 이 전력 그대로 NPB로 가더라도 충분히 중위권이나 상위권이 가능해."
"그거 생각 이상의 고평가인데... 박유성이라는 핵심적인 타자의 존재와 리그 최고의 투수진으로 인한건가?"
"그렇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관중들의 환호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 상황을 보았고, 유성이 매우 빠른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몸을 날려서 잡아내는 장면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플레이오프 1차전
김준완의 수비는 저도 우와아아아 거릴 정도로 쩔었습니다
진짜 날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