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4 - 진격의 다이노스 -->
자이언츠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다이노스는 그 기세를 몰아 2차전을 준비했다.
오늘 선발 매치업은 해킹과 린드블럼의 대결이었다.
"그러고보니 어제 이야기대로라면 린드블럼은 그렇다고 쳐도 해킹은 16시즌 이후로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나?"
"해킹은 다른 요소로 느려진 구속을 매꾸었으니깐 버틸 수 있어. 게다가 여전히 전력으로 던지면 140 중후반까지는 구속이 올라오니깐."
그리고 해킹은 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다이노스를 상대하지 않는다.
이중 키킹처럼 보이는 투구폼이나 다양한 변화구 위주의 피칭도 분명히 그를 돕는 부분이었지만 다이노스라고 하는 최강의 타선을 상대하지 않고 리그 최강의 외야진의 지원을 받는 시점에서 해킹은 완전히 기량이 하락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다이노스의 1,2선발급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늘도 투수전이겠군."
"정확히는 자이언츠쪽이 조금 밀리겠지만..."
박유성은 지난 시즌에도 기미가 보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아예 작정하고 볼이 될만한 공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정하고 거를 생각이 아닌 이상 무조건 인플레이 타구가 나왔고, 박유성의 타율은 앞선 시즌들 중 가장 낮은 3할 중반으로 시작했다.
그동안 시즌 초반의 박유성은 아무리 낮아도 4할 이상의 타율로 스타트를 끊어왔기에 어색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고의사구를 제외하면 볼넷 숫자가 확 줄어들고 안타 숫자가 늘어났기에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박유성이라는 타자는 한 시즌에 50개 이하의 삼진만을 당할 정도로 컨택이 뛰어난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끝 없이 진화하고 있군."
"그건 현지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음? 아, 그 녀석 말이군."
"스트라스버그 그 이상이라 평가 받고 있는 루키 말인가."
2018시즌이 시작되고 얼마 안되어서 워싱턴 내셔널스는 한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하였다.
외야 유망주들을 내주고 투수 유망주를 받아오며 외야의 자리를 정리한 것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워싱턴도 오타니가 아닌 박유성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당연히 워싱턴은 부정했지만 언론은 확신하고 있었다.
워싱턴에는 다른 타자도 아니고 15 MVP 브라이스 하퍼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유성과 하퍼가 조합되면 역대급 타선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물론 워싱턴이 그 연봉을 전부 부담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많은 팬들이 조금씩 양키스와 워싱턴 그리고 아직 참여 안 한 구단의 경쟁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퍼에 박유성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하퍼를 넘겼더니 박유성이 있다는 소리잖아?"
"짐머맨도 지난 시즌 부활하면서 이번 시즌에도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으니..."
"까딱하면 3할 30홈런 트리오가 완성 되겠군."
워싱턴의 경우 12,14,16,17시즌까지 최근 6년간 4회 지구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4번 모두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며 가을 잔혹사를 쓰고 있었다.
반면 유성은 한국시리즈나 국제대회에서 항상 4할도 아니고 5할도 아니고 무려 6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정규시즌에도 미쳐 날뛰었던 모습을 중요한 경기에서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5년째 보여주고 있었다.
"가을에 더 강해지는 남자인가..."
"추워지면 강해지는게 아닐까?"
"...그런가?"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찌되었든 박유성은 포스트시즌이나 국제대회에서 항상 강했다.
그러한 점으로 인해서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꼭 노릴 필요가 있는 선수였다.
딱!
"이걸로 몇개째지?"
"오늘 2개 쳤으니 7홈런째인가?"
"도루가 12개인가 그랬으니 페이스는 좋군."
린드블럼은 한국에서의 4번째 시즌을 맞이할 정도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유성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비록 유성에게 맞은 2홈런이 모두 솔로 홈런이라는 사실은 그의 성적으로 본다면 다행이지만 팀의 성적으로 본다면 좋지 않았다.
[다른 타자들은 잘 막아냈는데 박유성 선수에게만 맞고 있네요.]
[그렇죠. 주자도 안 보냈는데 박유성 선수에게 큰걸 맞아버리고 있으니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아니 볼을 치면 대체 어디로 던지라는거야.
- 아니 아예 확 빠져 앉아있었는데도 건드리네.
- 배트 길이 규정 같은거 없냐?
- 내가 알기로 저게 규정상 제일 긴 배트일껄. 게다가 박유성이 팔이 긴 편이라...
팬들은 유성의 터무니 없을 정도로 넓은 타격 범위에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봐도 볼인걸 건드려서 넘기는 타자를 대체 어떻게 상대하라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었다.
"컨택, 선구, 파워, 수비, 송구, 주력 그리고 스타성."
"7툴에 들어가는게 스타성이었나?"
"그냥 끼워맞춘거야. 따지면 선구도 끼워 넣은거니깐."
"뭐... 그 둘이면 납득이 되는 7툴이군."
유성에게 홈런을 맞았으나 린드블럼은 맞을 타자에게 맞은 것이라는걸 알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건 추가점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다보면 타선이 어떻게 2점 정도는 뽑아줄 수 있을테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것이었다면 린드블럼이 이렇게 어렵게 승부를 펼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7이닝을 버텼습니다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결국 패전 투수 요건을 가지고 마운드를 내려가게 된 린드블럼입니다.]
[해킹이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이제는 승기가 넘어간 그런 분위기죠?]
[네.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린드블럼 입장에서 매우 아쉽겠지만 그래도 잘 던졌습니다. 어찌되었든 박유성 선수의 멀티 홈런을 제외하면 실점은 안 했으니깐요.]
"다이노스는 KBO 기준에서 터무니 없이 강한 팀이지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야."
"무적이었으면 7할이 아니라 9할 정도를 기록했겠지."
"...대충 그래. 아무튼 시즌 초반인 지금은 선발이 길게 이닝을 먹어주면서 실점도 거의 없고 타선도 필요한 점수를 딱 뽑아주고 있으니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선발이 무너질 날이 생길테고 그때를 노린다면 다이노스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겠지."
"예년 같으면 그랬겠지만 올해는 달라. 불펜 소모가 확 줄었거든."
"그래. 작년 후반기부터 변화 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선발진의 호투와 겹치면서 이렇게 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널널해졌어."
원래부터 리그 최강이던 불펜진이 선발진의 완성을 통해 널널한 등판 일정을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철벽을 넘어 무의 벽이라는 이름이 생길 정도로 강력해졌다.
무의 벽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개막 이후에 치룬 15경기에서 다이노스 불펜진의 방어율은 0점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저쪽 선발진도 참 대단해. 작년 후반기부터 관리가 되기 시작했다지만 그 전부터 누적된 혹사의 피로가 있을텐데 올해도 말끔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깐 말이야."
"아직 확신하기는 일러. 시즌은 15경기만 진행 되었으니깐."
"알고 있어. 그렇기에 더 대단한 회복력이야."
메이저리그에도 철인 수준의 괴물 투수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년간 굴려지면 그 어떤 투수도 중간에 한 시즌 정도 부진할 수 밖에 없다.
사실 메이저리그 쪽은 조금 애매한게 부진으로 인해 등판이 줄어들면서 겸사겸사 회복을 할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다이노스의 경우 매년 처참하게 혹사를 시켰는데도 투수들이 매년 버텨내고 있었다.
원종헌, 김진호, 임상민, 이민오까지 혹사로 인해 후반기에 성적이 폭락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살아났다.
오늘 경기의 경우 해킹이 8이닝을 소화했기에 곧 바로 마무리 임상민이 등판하였고, 시즌 6번째 등판이던 임상민은 깔끔하게 경기를 종료 시키며 시즌 4세이브째를 얻어냈다.
"내일 경기는 볼만하겠군."
"레이크와 로커스의 대결인가..."
앞선 3경기에서 모두 8이닝 이상 1실점 이하를 기록한 두 에이스들의 대결은 오늘 경기 이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8이닝 1실점을 기록할 경우 도미넌트 스타트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레이크와 로커스는 3경기에서 모두 도미넌트 스타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이닝이터이자 에이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작년 맨쉽도 시즌 초반에는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꾸준히 했는데 말이야."
"불펜으로 수년간 뛰다가 선발로 전환한 녀석과 계속 선발로 뛰던 녀석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고. 다이노스의 감독은 구시대 인물이라 잘 모르는거 같지만..."
오늘도 수 많은 구단의 스카우터 팀들은 유성의 경기를 지켜보았고, 내일을 위해 대부분 떠나간 상황이었다.
남아있는 스카우터들의 경우 혹시나라고 할만한 정보를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딱히 수확이 없을듯 한데..."
"아니, 저길 봐."
"응?"
관중들과 선수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이후 유성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또 다른 사람을 데리고 말이었다.
"하긴 슬슬 떡밥 뿌릴 시기가 되기는 했지."
"...보라스."
유성의 에이전트이자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천하의 사기꾼이나 다름 없는 보라스였다.
구장에 남아있던 스카우터들도 그 두사람에게 이목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보라스는 스카우터들이 있는 곳을 보았고, 유성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뒤에 잠시 후 관중석 스카우터석으로 올라왔다.
"다들 안녕하신가?"
"보라스..."
"너무 무섭게 노려보지는 말아주게."
"아직 시즌이 129경기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나온 이유가 뭐지?"
"129경기라... 오늘 경기가 끝났으니 128경기지. 아니, 코리아시리즈가 있으니 132경기 정도가 남았나?"
4경기가 늘어났다.
그것은 이번 시즌 다이노스가 4전 전승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번 시즌 다이노스의 전력이 완성형인 것은 스카우터들도 알고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혹시 근처에 타팀 스카우터가 있다면 그 친구들도 불러줘. 돌아간 타팀 스카우터들에게는 스냅챗 같은걸로 연락해주고."
"대체 무슨 이야기지?"
"무려 이 장소에 나온 사람들이니 MLB 사무국이 경매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알고는 있는데 그 이야기를 왜 여기서... 잠깐만 설마?"
"그래. 구단끼리 단합이라도 하면 곤란하니깐. 에이전트들에게만 먼저 통보된 사항이 있다네. 포스팅 금액에 따른 최소 금액을 말이야."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사장 혹은 단장 직통 스카우터들의 표정은 단숨에 바뀌었다.
사실 구단 사이에서도 단합의 움직임이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1줄도 없는 동양인 선수들에게 포스팅 포함 총 2억 5천만 불 이상의 금액을 줄 수 없다는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다나카 이상의 금액(포스팅 포함 1억 7,500만불)을 주더라도 2억 5천만 불은 넘지 않도록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그런대 지금 보라스의 말대로라면 그 암묵적인 이야기가 통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단 KBO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포스팅 금액이 3천만불이 나오는 선수 중 해당 리그에서 MVP 5회 이상을 수상한 선수는 4,000만불."
"4,000만...?"
"잠깐만 그 금액은 설마..."
"그래. 연간 4,000만불."
완벽하게 유성을 대상으로 한 룰이었다.
6시즌을 치룬 이후에 포스팅이 가능한 KBO에서 5회 이상의 MVP 수상자는 유성을 제외하고는 전무하기 때문이었다.
연 4천만 불.
8년 계약을 기준으로 할 경우 포스팅 포함 총 3억 5천만불이라는 역사상 최대 금액이 나올 수 있는 돈이었다.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지만 일부러 에이전트들에게 먼저 이야기한만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들은 전설의 42번 이후로 새로운 위대한 도전자가 필요했고, 마침 그에 걸맞는 도전자가 2명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누가 더 돈을 잘 쓰는지 알 수 있게 되는거지."
========== 작품 후기 ==========
뭔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해놨는지 모르겠네
라고 느끼신다면 이해합니다.
저도 쓰다보니 산으로 가는걸 느꼈거든요...
그런대 왜 방치를 해놨냐고 묻냐면
어느정도는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메이저리그에는 여전히 인종 차별의 분위기가 조금씩은 남아있습니다.
전설의 42번 재키 로빈슨 이후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현대에는 거의 없어지기는 했지만...
이번편 후반부도 '동양인들이 140년 넘는 MLB 역사상 최고 금액을 받는다고? 안돼!' 라고 생각하는 구단들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쓴건데
불편하신 분들이 나올려나...?
아무튼 다음화는 다시 경기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