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35화 (234/300)

<-- Chapter 44 - 진격의 다이노스 -->

개막 5경기동안 5선발은 36이닝 4실점이라는 터무니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 방어율은 정확히 1.0

불펜까지 포함하면 1.0도 안되는 팀 방어율이었다.

물론 단 5경기의 결과였기에 다이노스도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이어지기 시작한 선발진의 압도적인 피칭과 꾸준히 터지는 타선은 강력했다.

다이노스는 베어스전 스윕 이후에 치룬 9경기에서 8승 1패를 거두었다.

패배를 거둔 1경기도 해킹이 컨디션 난조로 대량 실점을 하면서 생긴 일이었기에 다이노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위즈, 타이거즈, 트윈스와의 경기를 펼친 뒤 다이노스는 자이언츠를 만나게 되었다.

작년에 제대로 포텐이 터진 박세우, 전 에이스 린드블럼 그리고 새로운 에이스 에릭 로커스가 연달아 나오는 로테이션이 예정 되었다.

"우리도 구청모, 해킹, 레이크로 이어지는 선발진이야. 두려워할 것도 없지."

"오히려 저쪽이 두려워해야할 전력인거 같지만 말이야..."

박세우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과 아프챔을 합해서 180이닝 이상을 소화하였기에 이번 시즌에 어느정도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에 토종 에이스의 역할을 해야했기에 많은 휴식을 취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을 위해 체력 보강을 하였고, 에이스답게 앞선 2경기에서 꾸준히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오늘 경기는 힘들어보였다.

4회 말 2사 만루

타자는 박유성

'골치 아픈데...'

그러면서 슬쩍 전광판을 보았다.

스코어는 2대1로 자이언츠 타선이 구청모에게 2점을 뽑아내며 자이언츠가 리드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세우 자신의 경우 유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타자들은 잘 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계가 온 것인지 2사 만루의 위기에 박유성이라는 타자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만호 선배라도 있었으면...'

강만호는 시즌 초반 경기를 치루던 중 손가락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기에 현재 그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는 올해 입단 2년째인 나종도였다.

잠시 박세우가 타임을 요청하고 고민에 빠졌을때 자이언츠 벤치에서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어차피 붙으면 맞을테니 그냥 거르죠."

"만루에 고의사구라..."

"점수를 주는건 똑같지만 거르면 1점만 주고 막을 수도 있죠."

"...그러지."

단순히 1점을 주는 것은 동점을 내주는 것이지만 박유성과 승부를 하면 1점이 문제가 아니라 3,4점을 내줄 가능성이 높았다.

박유성이라는 타자는 주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타율이 올라가는 괴물 같은 타자였기 때문이었다.

'형, 거르라는데?'

'뭐? 만루인데?'

'역전만 허용하지말래.'

사인 교환을 마친 박세우는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종도도 유성을 거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지금은...]

[만루에서... 박유성을 거르네요.]

[다른 선수면 모를까 박유성 선수라면 뭐 납득이 되는 결정이죠.]

- 이걸 거르네.

- 그런대 갓유성한테 덤비면 최소 2점 줘서 역전 당하니깐...

자이언츠 팬들은 아쉬움을 표했으나 박유성이라는 타자를 상대로는 오히려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다이노스 팬들도 역전을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일단 경기를 동점으로 만든다는 것에 집중하였다.

"만루라 뛸 수도 없고..."

1루로 향한 유성은 주자가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스크럭스가 단타라도 쳐주기를 빌었다.

그러나 박세우도 동점을 허용한 이상 이 이상의 실점을 허용할 수는 없었기에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아껴두고 있던 체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팡!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150KM를 기록하는 박세우!]

[동점은 주더라도 역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러한 의지가 보이네요.]

[그렇죠. 동점은 어쩔 수 없이 줬다고 해도 역전은 안되죠.]

동점과 역전은 어감부터가 달랐다.

게다가 박세우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지난 시즌이 만개의 시즌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보완의 시즌이었다.

팡!

[152KM! 개인 최고 구속입니다! 박세우 선수가 자신의 최고 구속을 기록하며 2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지난 시즌에 체력적인 부분에 약점을 보였기에 그 부분을 보완한다고 다른쪽에 신경을 못 쓸꺼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구속이 늘었네요.]

- 세우 포텐 터진다!

- 좀 더 터지면 차세대 메이저리거다!

"구속이 좀 더 오르면 선발로 쓸만하겠는데?"

"하다못해 불펜 요원으로 쓸만 하겠어."

"그럴려면 지금 상황을 잘 넘겨야겠지."

"뭐, 보다시피 잘 넘기는군."

2스트라이크 이후 한번 더 직구를 던진 박세우는 스플리터로 스크럭스에게 삼진을 얻어냈다.

고의사구를 통한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까지 허용하지는 않는 그야말로 자이언츠의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지금 박세우 선수의 피칭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자이언츠 팬들이 박세우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주고 있네요.]

[작년 아프챔에서 오타니와 2번의 대결을 가진 덕분인지 많이 성장했어요.]

[그렇죠. 게다가 구속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을 보면 기대해도 될듯 합니다.]

박세우가 전력으로 만루의 위기를 막아낸 가운데 경기는 5회 초로 넘어가게 되었다.

방금 박세우의 피칭을 보았기에 구청모는 이번 이닝이 분기점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팡!

[이번에는 구청모 선수가 148KM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 올립니다!]

[그렇죠. 박세우 선수가 잘 막아줬기에 자이언츠 타자들이 이번 이닝에 어떻게든 다시 리드를 잡으려고 할꺼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구청모 선수가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경기는 모르게 됩니다.]

박세우처럼 150이 넘는 공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구청모는 좌완 투수라는 이점이 있었다.

구청모가 작정하고 던지기 시작하자 자이언츠 타자들도 쉽게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안타성 타구가 나오더라도 리그 최고의 외야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팽팽하게 이어진 투수전은 7회 두 투수 모두 마운드를 내려가며 종료 되는듯 했으나 양팀이 본격적으로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하며 2대2의 경기는 끝나지를 않았다.

8회 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다이노스의 불펜 투수는 이민오였다.

3일이나 쉬었기에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그렇기에 시작부터 153KM나 되는 공을 뿌리며 자이언츠 타자들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오늘도 강력한 구위로 타자들을 찍어누르고 있는 이민오 선수입니다.]

[제대로 된 변화구가 2개만 있었어도 선발로 정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뭐, 지금은 필승조로 정착했으니깐요.]

그 이대오마저 이민오는 힘으로 찍어 눌렀다.

이러한 활약이 가능한 것은 다른 선수들처럼 이민오도 한단계 더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민오가 이대오를 돌려세우며 던진 공의 최고 구속은 156KM가 나왔다.

박세우처럼 이민오도 오타니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보았기에 좀 더 빠른 공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젠 같은 팀의 원종헌보다 빠른 공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는 몇년전부터 강속구의 시대로 접어들었지."

"100마일의 용병들이 유입되면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KBO 선수들도 점점 구속이 빨라지고 있지."

"과연... 구속의 증가는 전세계적인 현상인건가."

"NPB도 오타니를 비롯해서 점점 구속이 빨라지고 있으니깐."

전세계의 야구계는 점점 강속구 투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140KM 이상을 던질줄 아는 투수들이 대부분 프로로 갔지만 이제는 140KM 이하는 관심도 안 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그만 해도 일부 구단은 고교나 대학때 150KM 이상을 기록한 선수만 지명할 정도로 강속구 투수의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물론 느린 구속으로 성적을 내고 있는 투수들은 여전히 기용되고 있지만 과거보다 숫자가 줄어든게 현실이었다.

그러한 메이저리그의 움직임을 본 받아 일본에서도 일부 구단이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며 프로야구의 허들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박세우의 뒤를 이어서 올라온 자이언츠 투수의 구속이 150도 안 되는 것을 보며 스카우터들은 3년 안에 KBO에서 140 이하를 던지는 선수들이 전멸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다.

구속이 느린 것으로 대표적인 라이온즈의 윤성화는 나이가 많았기에 그 시기가 되면 은퇴를 할것이고, 베어스의 유희권은 수년간 많은 이닝을 계속 소화했기에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는 반쯤 시한폭탄 취급이었다.

"지금도 이미 145KM 이하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구위가 약하면 못 버티는게 현실이지."

"아예 폼이 다른 사이드나 언더핸드 투수라면 140KM 이하가 나와도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오버핸드나 쓰리쿼터 투수들은..."

"그런 시기가 오면 150KM를 못 던지면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 취급을 받겠군."

"메이저리그는 진작에 150 이하는 느린 공 취급이었는데 뭘."

야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타자들은 느린 공을 정복하고 빠른 공에 도전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투수들도 그런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더 빠른 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은 언젠가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다.

딱!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쳤습니다! 경기를 뒤집는 박유성의 홈런 투런!]

[지금 구속이 143KM였는데 가볍게 받아쳤네요.]

[무려 165KM가 넘는 공을 던지던 오타니의 공도 홈런으로 만들던 타자니깐요. 이젠 140대의 공은... 제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박유성 선수 입장에서는 140대 공은 허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첫해는 그래도 오승훈한테 삼진도 당하고 리퍼슨에게 털리고 하면서 150 이상에 약한 모습이었는데...

- 그때도 유희권은 잘 두들기더라.

- 첫해는 그냥 강속구 대처만 떨어졌지 그때부터 이미 갓이었음. 그래서 느림의 미학이고 뭐고 갓유성한테 박살난거고.

- 아무튼 2년차부터 150대 공략하더니 3년차는 160 초반까지 때리기 시작하더라.

- 그러다가 작년이... 5년차였지. 160 후반을 드디어 상대하기 시작함.

- 무슨 일대기 보는 느낌이네.

유성의 홈런을 시작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다이노스 타선의 폭팔력은 결국 최종 스코어 8대2로 경기가 끝나는 것에 일조하였다.

========== 작품 후기 ==========

언젠가 140도 못 던지는 선수는 프로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이드, 언더는 예외로 치더라도...

막 11오승환처럼 걍 돌을 던지는 수준이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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