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3 - 2018 시즌 개막 -->
라이온즈 2연전이 주말 경기였기에 다이노스는 월요일에 고정적으로 주어지는 하루의 휴식을 가지고 베어스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올해는 아시안게임의 존재로 인해 144경기가 아닌 135경기의 단축 시즌이 논의 되었지만 유성의 70-70 클럽 도전 선언으로 인해 KBO측에서 리그 흥행을 위해 차라리 더블 헤더를 감수하며 진행하기로 하며 이번 시즌에도 144경기를 치루게 되었다.
"베어스라..."
"3,4,5선발 대결이구만."
"우린 누가 먼저지?"
"재후형."
"그럼 우리만 잘하면 되겠네."
이재후는 시범 경기 2경기 등판하며 무려 10이닝이나 소화를 하였는데 2경기 모두 50구, 70구의 제한이 걸려있음에도 각각 4이닝과 6이닝을 소화하며 이닝당 12구 정도의 터무니 없는 이닝당 투구수를 보여주며 만들어낸 기록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이닝 소화에는 작년 한국시리즈때 처음 선보였던 슬라이더의 힘이 컸다.
기존의 포심과 서클 체인지업만으로도 6이닝은 꾸준히 소화하던 재후였는데 완성된 슬라이더가 추가되자 재후를 막을 타자가 없어진 것이었다.
"저쪽 투수는?"
"뭐, 보우덴 상위 호환 정도?"
"그렇게 말하면 애매한데..."
"너 요즘 기록 안 보냐?"
"형한테 물어볼려고 안 봤지."
"..."
왠지 모르게 뻔뻔해진 유성의 말에 민병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평균 148KM, 최고 153KM의 싱킹성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구사하던 보우덴의 상위호환이라는 이야기에 걸 맞게 새롭게 베어스에 합류한 알렉스 코커는 평균 153KM, 최고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다.
나이도 젊은 편이었기에 장기적인 리퍼슨의 대체자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베어스는 그에게 많은 공을 들인 상태였다.
"붙어보면 알겠지. 리퍼슨의 대체자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크, 그쪽은 고통스럽겠구만."
3월 27일 화요일
다시 시작된 리그.
다이노스와 베어스의 3연전은 시즌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집중 시켰다.
"우리 새 구장 첫해라고 초반에는 홈 일정이 많네."
"후반기부턴 돔 구장도 쓸 수 있는데 좀 널널하게 해주지..."
"어차피 전반기에 1,2번은 더 만날텐데 그때는 원정으로 가잖아?"
"그런가? 그럼 상관 없지."
다이노스의 홈인 가고파 파크는 오늘이 평일임에도 많은 관중들이 찾아왔다.
여담으로 지난 주말 2연전 모두 만원관중을 기록하며 다이노스도 할때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실 이렇게 꾸준히 만원이나 그에 근접하는 관중들이 몰려오는 것은 구장으로 향하는 교통 시스템이 크게 개선 되었기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자세한건 선수들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기에 그저 관중이 늘어난 부분만 확인하면 되었다.
"다들 컨디션은 어떠냐?"
"뭐, 평소처럼 좋죠."
"그거 다행이군. 재후 너는?"
"저도 괜찮아요."
경기 전에 김강문 감독은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컨디션을 체크하였고, 선수들의 컨디션 파악이 끝날쯤에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다이노스의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이기에 베어스가 먼저 공격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재후가 먼저 마운드에 오르게 되었다.
"오늘은 진후형이네?"
"경쟁을 해야하니깐 팀마다 바꾸는거겠지."
"이렇게 체력 아껴주는 식이면 준영이는 걍 2군에서 계속 있다가 후반기에나 올라 올 수 있겠는데..."
"부상이나 부진의 가능성도 있으니깐 2군에서 잘하고 있으면 빨리 올라오겠지."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때 재후는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3개 구종을 모두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포심.
단 하나만의 구종을 사용하여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재후는 2번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오늘 이재후 선수의 구위가 좋아 보이네요.]
[네. 직구 하나만으로 삼진을 잡아냈으니깐요.]
'직구 3개를 보여줬으니...'
다음은 변화구를 사용할때였다.
타석에 들어선 2번 타자도 변화구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중 무엇이 올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물론 이재후는 벌써부터 무기를 다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구종을 사용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시작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을 포심처럼 던졌다.
분명 그 공은 서클 체인지업이지만 이재후가 포심처럼 던지면서 변화가 줄어들게 되었고, 타자는 순간적으로 포심으로 착각을 하게 되었다.
딱!
[쳤습니다만! 2루수 대시하면서 잡고 안정적으로 1루로 던져줍니다. 아웃!]
[선두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처리하더니 2번 타자는 1구만에 맞춰 잡으며 처리했네요.]
- 투수구 관리 개꿀이고요.
- 딸기 진짜 작년 코시때 퍼펙트 하더니 완전 각성했네.
설레발 치지말라고 말하고 싶어도 지금 재후의 모습에서는 여유가 넘쳤다.
"저 형, 설마 오늘 또 기록 하나 쓰는건 아니겠지..."
유성은 별 다른 생각 없이 이야기한 것이지만 정말로 이재후가 미쳐날뛰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튼 포심과 서클 체인지업의 조합으로 3번 타자도 4구만에 처리한 이재후는 그렇게 가볍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올해 다이노스 선발진은 장난이 아닐꺼 같은데...?"
"해킹과 레이크에 이재후까지 이런 모습을 이어가고, 장형식, 구청모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안 그래도 강한 팀이 진짜 역대급이 되겠지."
그 사이 마운드에 오른 베어스의 새로운 선발 코커는 연습 투구를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었다.
다른 팀도 아니고 5년 연속 우승팀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코커는 방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저중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수억불을 들이며 영입하려는 괴물까지 있었다.
"녀석을 상대로 괜찮은 피칭을 하면 메이저리그에 다시 진출 하거나 재계약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이번 시즌을 함께할 포수 양의정과 미리 이야기한 사인을 생각했다.
'시작은 가볍게 가보자고.'
'그거 좋지.'
팡!
[초구부터 154KM가 나오는군요.]
[네. 시범 경기때 좋았던 성적에서 알 수 있듯 첫 경기부터 바로 구속이 올라오네요.]
'빠르네.'
작년 아프챔을 치룬 이후 160대의 공에 대한 대응력을 늘린 민병이었지만 여전히 150 중반 정도의 공도 빠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민병의 기준에서 아예 못 칠 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은 1번 타자였다.
공을 최대한 지켜볼 의무가 있기에 민병은 차분히 2구째를 지켜보았다.
다시 한번 들어온 직구는 이번에는 156KM로 구속이 올라왔다.
"빠르네."
"너 그러면서 시범 경기때 150 중반 정도는 다 때렸잖아."
"하하..."
과연 리그 최고의 포수는 달랐다.
민병의 생각, 목적 등을 이미 예상하고 직구 위주의 피칭을 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좀 더 과감한 배팅을 가져갈 필요가 있었다.
그런 민병의 움직임을 예상했는지 145KM나 되는 스플리터를 꺼내들며 민병을 낚아보려했던 베어스의 배터리지만 오타니의 150KM나 되는 스플리터를 경험해본 민병이기에 참아낼 수 있었다.
[지금 스플리터가 145나 나왔는데 박민병 선수가 참아냈네요.]
[아무래도 작년에 오타니와 붙어봤던게 꽤나 큰 경험이었던것 같네요.]
[그렇죠. 그때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150이나 되었으니깐요.]
- 오타니가 쩔기는 쩔었나보네.
- 그냥 쩌는게 아니지. 일본쪽 보면 사기캐가 각성해버렸음.
- 최고 168KM, 평균 161KM로 개막전부터 100구도 안 던지고 완봉 찍고 있더라.
- 100구도 안 되서 완봉이라니 진짜 각성했네.
그러는 사이에 4구째 154KM의 직구를 민병이 제대로 받아치며 안타가 만들어졌다.
[박민병 선수가 앞선 2경기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안타를 참 쉽게 만들고 있네요.]
[그러게요. 작년에도 3할 6푼을 쳤는데 올해는 그 이상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어서 2번 모창모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모창모 선수도 앞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죠?]
[네. 게다가 지난 시즌에 컨택과 장타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올해는 선구안도 향상 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그 말대로 모창모는 유인구로 들어오는 스플리터는 걸러내고 직구를 차분히 지켜보며 뒤의 범성과 유성에게 정보를 주고는 5구째를 받아쳤으나 아쉽게 담장 앞에서 우익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아오... 조금만 더 갔으면 되는데..."
"중심에서 살짝 벗어나게 맞아서 아까웠어."
"그랬냐? 쩝, 노리기는 제대로 노렸는데..."
모창모는 처리하였지만 연달아 나오기 시작하는 다이노스의 클린업에 베어스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기어를 올려서 바로 158KM까지 구속을 끌어 올렸으나 초구를 좋아하는 범성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끌어 당겨서 저 멀리 날려보냈다.
딱!
[쳤습니다! 큽니다! 이 타구는! 단번에 담장을 향하면서! 그대로 담장을 넘어가는 나범성의 선제 투런!]
[무려 158KM나 되는 공이었는데 그걸 초구부터 바로 받아쳤습니다!]
"헐..."
"저걸 바로 치네..."
범성의 투런으로 다이노스가 2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가운데 1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성이 타석에 들어서게 되었다.
[나범성의 투런 이후 이번에는 박유성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코커는 빨리 투런의 충격을 털어내야할텐데요.]
"쉽지 않군"
전력은 아니지만 전력에 근접한 공을 단 1구만에 담장 밖으로 보내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나올 4번은 그 이상의 타자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전력으로 던진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금은 빼면서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150 초중반의 구속을 유지하였지만 볼이 되는 공이 많아지며 승부를 피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그래서 유성도 욕심 부리지 않고 살짝 빠지는 공을 맞춰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살짝 빠지는 공을 쳐서 안타로 만들어내는 박유성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볼넷보단 안타가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적극적으로 타격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덕분에 203안타를 기록하며 최대 안타 기록은 물론 최고 타율까지 기록하였죠.]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걸치는 공은 물론 반개쯤 빠지는 것도 적극적으로 건드리고 있더군요.]
[마치 날 피하니 직접 잡으러가는 그런 느낌이네요.]
[뭐, 비슷하죠.]
어찌되었든 1사 1루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제 타석에는 스크럭스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전 침대에 늘어져서 자는게 좋습니다
사실 저녁 먹고 배불러서 기절했다는게 펙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