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2 - 2017/2018 윈터시즌 -->
유성이 70-70을 한다고 말하자 민병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과거에도 유성은 항상 자신이 말하던 것을 지켜왔다.
KBO 역사상 최초의 40-40 클럽부터 야구 역사상 최초의 50-50, 60-60 클럽까지 항상 유성은 할 수 있다고 자신하였고, 실제로 그 기록을 달성하며 거짓을 말하지 않는 선수라는 별명도 생길 정도였다.
"매년 기록이 니 기록이 올라가다보니 무덤덤해질 지경이야."
"덕분에 후배들만 죽어나가지."
"그러고보니 태곤이형 입대하는데 우리 내년에 포수는 어쩌지?"
"강열이도 있고, 종인이형이랑 진후형도 있고 새로 입단할 내 모교 후배도 있고."
"생각보다 포수 자원은 꽤나 있네?"
"그 중에 누가 포텐을 터트려서 주전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지만 말이야."
다이노스는 2016시즌이 끝난 이후 김강문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하며 리빌딩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2017시즌 이호중의 은퇴 선언과 이종박, 손시한의 FA가 1년 남은 점을 고려해 리빌딩을 진행한 다이노스는 지명타자 자리를 모창모가 차지하였고, 좌익수 자리는 권희돈이 차지하며 막강 타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투수진에서도 주작으로 아웃이 된 투수가 빠지며 고정 선발은 두 외인 투수들과 이재후를 포함한 3선발만이 남아있게 되며 구청모, 장형식, 최강금 등이 선발 도전을 한 끝에 장형식과 구청모가 선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불펜에서도 트레이드로 영입한 강융구를 포함하여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였고, 후반기부터 프런트가 은밀하게 개입하며 투수 혹사마저 확 줄어들게 되었다.
여기에 군 제대 선수들과 백업으로 밀린 베테랑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그야말로 완성형에 근접한 스쿼드를 만든 다이노스는 이제 포수라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장소가 바뀌어 다이노스 핵심 인물들이 내년 시즌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이노스의 사장부터 단장에 전력분석팀 팀장과 부팀장인 세나 그리고 김강문 감독까지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해킹은 걱정 없지. 올해 재계약을 하면 한국에서 6년째 뛰게 되는거고 그 이전에도 이미 10년 가까운 프로 경험이 있는 투수야. 문제는 맨쉽 대체로 데려올 외인과 이재후, 장형식, 구청모로 이어지는 선발진이지."
"불펜진도 임상민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 경력이 짧은 편이다보니..."
그렇기에 다이노스의 18 시즌 목표는 김태곤의 대체자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그 대체자가 준수한 타격까지 보여주며 김태곤이 제대했을때 그를 백업으로 밀어버릴 정도가 되면 더욱 좋겠지만 우선은 포수로써의 김태곤이 보유한 수비 능력을 대체할 포수가 필요했다.
"일단 지난 시즌 1군에서 뛴 포수는 5명. 태곤이를 제외하면 4명이죠."
"김대우, 박강열, 신진후, 김종인."
이 중 가장 1군 경험이 많은 포수는 박강열과 김종인이었다.
하지만 리빌딩이라는 의미를 떠올리면 30대를 앞둔 김종인보다는 아직 20대 초반인 박강열에게 비중을 실어주는게 좋았다.
또한 신진후도 17시즌이 첫해였기에 18시즌에 좀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었다.
김태우의 경우 김종인처럼 나이가 있는 편인데다가 1군 경험도 적기에 17시즌처럼 5옵션 정도의 취급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신인 중에서는?"
"박유성의 후배 김준영이 있습니다."
"그렇군. 그 친구에 대한 평가는?"
"박유성 선수가 시즌 끝나고 한국시리즈 전에 잠시 모교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확인하기로 최근 수년간 봐왔던 신인 포수들 중에서도 최고라고 하더군요. 비교하자면... 작년에 놓쳤던 나종언 이상의 타격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군. 수비는 따로 확인해야겠지만 유성이가 확신할 정도라면 타격만으로도 금방 전력감으로 만들 수 있을꺼야."
긴 논의 끝에 박강열, 신진후, 김종인, 김준영까지 4명의 포수들이 김태곤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후보군에 오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골든 글러브 시상식이 찾아왔고, 다이노스에서는 이번 시즌 최대 4명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1루수 스크럭스, 2루수 박민병, 외야수 박유성, 나범성.
투수 부분은 아쉽지만 조금 더 잘한 투수들이 더 많기에 후보에 들어간 선수는 없었다.
1루에서는 로사리오, 스크럭스, 러프, 이대오까지 4명의 타자들이 3할 30-100을 기록한만큼 접전이 예상 되었는데 각자의 장점이 있었다.
로사리오는 1루수 중 가장 높은 WAR와 타율, 장타율을 기록하였고, 러프는 1루수 중 타점 1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스크럭스는 1루수 중 가장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였고, 마지막으로 이대오는 4명 중 유일한 토종 선수에 자이언츠를 5년만의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다.
비슷하면 토종 선수에게 표를 몰아주는 성향을 가진 기자들이었기에 이대오가 유력한 평가를 받았고, 다른 3명 모두 경쟁자에 비교해서 나은 부분이 있지만 압도한 부분은 없었기에 결국 1루수 골든 글러브는 이대오가 받게 되었다.
- 한국이 한국했다.
- KBO 수준 알만하죠? WAR가 1.5 넘게 차이나는 로사리오 놔두고 뭐하냐?
- 다른 애들보다 홈런이 많냐 타점이 많냐 아님 타출장이 높냐.
이대오가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타자들보다 미세하게 아래였기에 시상식 초반부터 커뮤니티는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든 말든 2루수로 넘어온 시상식은 3명의 선수들의 경쟁전이었다.
WBC를 통해 국대 2루수로 거듭난 서건수, 제대 후 첫 풀시즌에 20-80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폭팔 시킨 안치호 그리고 규정 타석을 턱걸이로 달성하기는 했지만 경쟁자에 비해 가장 높은 WAR와 타율, 출루율을 보유한 박민병까지 3명의 경쟁이 붙었다.
"아무래도 20홈런 친 안치호가 유리할꺼 같은데..."
"박민병도 자격은 충분한데 기자들 중에 임팩트 있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만약 민병이 부상 없이 풀시즌 하다못해 안치호와 비슷한 130경기 수준만 소화했어도 격차가 커지며 말할 것도 없이 민병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부상이 민병의 발목을 잡는듯 했으나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2루수 골든 글러브 '박민병'
대부분이 안치호를 예상했으나 기자들은 다시 한번 안치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과거 서건수가 신인왕을 획득하던 12시즌에도 안치호는 서건수와 2루수 골든 글러브를 경쟁하였으나 신인왕 후광을 받은 서건수에게 골글을 내주고 말았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기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었다.
물론 안치호는 민병이나 서건수의 성적을 보며 자신이 받을 확률을 50% 이하로 보고 있었기에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으나 속이 쓰린 표정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시상식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외야수 분야에서는 말할것도 없이 유성이 먼저 외야수 부분을 수상하였다.
남은 2자리 중 1자리는 20-20 클럽과 타율 3위를 기록한 베어스의 박건오가 차지하였다.
"이제 1자리만이 남은 가운데 후보들을 보시죠."
타이거즈의 최영우와 버나디나, 자이언츠의 손아성 그리고 베어스의 김재화까지 4명의 선수들이 남아있었다.
"범성이형은 힘들겠고..."
손아성과 버나디나도 힘들었다.
최영우와 김재화의 성적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사회자가 유성에게 질문을 하였다.
"박유성 선수?"
"네?"
"갑작스럽겠지만 남은 1자리는 누가 받을것 같나요?"
"어... 최영우 선배와 김재화 선배 둘 중에 유력한거 같은데 주라고 하면 최영우 선배 손을 들겠습니다."
"어째서 그렇죠?"
"최영우 선배님이 나이가 더 많기도 하고 보통 30 중반부터 하락세가 오니깐 이후에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왠지 병주고 약주고가 된거 같은데요."
"최영우 선배님 불편하셨으면 죄송합니다."
"아니, 오히려 니 덕분에 상 받으면 상관 없어."
결국 골든글러브 외야수 마지막 자리는 최영우로 정해졌다.
투표 자체는 몇주 전에 끝났기에 유성의 말이 준 영향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팬들은 우스갯 소리로 박유성이 골글을 예언했다고 말하거나 골글 수상자를 바꿔버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나랑 민병이 형만 수상한거네?"
"작년까지 박대리였는데 이젠 박수상으로 바뀌었군."
"뭔가 별명이 구린데?"
"어쩌겠냐. 우리 골수팬이라고 할만한 분들이 마산 아재들인데 아재들 작명 센스 생각하면..."
"야, 그거 마산 아재들 무시하는 말이잖아."
"전에 커뮤니티 가서 물어보니깐 신경 안 쓰던데?"
그때 민병과 범성의 표정은 마치 귀신을 본듯한 표정이었다.
아무튼 트로피를 챙긴 그들은 잠시 팬들과의 시간을 가진 이후 돌아갔다.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
17시즌 각각 총액 120만불과 100만불에 계약했던 해킹과 스크럭스는 총액 160만불과 140만불로 인상되며 재계약을 단숨에 마무리하였다.
맨쉽의 경우 180만불의 가치에는 모자란 모습을 보였기에 결국 재계약을 실패하였고, 새 외인 투수 그 중에서도 이닝이터형의 투수를 찾기 위해 스카우터들이 미국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이호중이 은퇴하며 여유가 생긴 7억 5천만의 연봉의 경우 유성이 7억이나 인상되며 대부분 차지하였고, 좋은 성적을 보였던 선수들에게도 인상을 해주면서 작년에 비해 연봉이 오른 다이노스지만 이호중이 빠진 페이롤의 구멍이 제법 컸기에 16시즌에서 17시즌으로 넘어올때만큼의 페이롤 증가는 없었다.
그렇게 연봉 협상이 마무리되어가는 가운데 유성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신인 선수들을 데리고 같이 훈련을 진행하였다.
KBO 마지막 시즌을 앞둔 유성이었기에 여러 선수들에게 이야기하였고, 모교의 설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측에서 허가하였기에 선수들은 편하게 다음 시즌을 대비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유성이 니 후배 장난 아닌데?"
"그렇죠? 저처럼 30홈런은 못 쳐도 20홈런은 치고도 남을 파워네요."
"니가 더 괴물인걸 까먹고 있었네."
18 드래프트로 선발된 신인 선수 11인은 물론 17 드래프트의 신인 선수들까지 모두 합류한 가운데 기존 다이노스 선수들의 경우 야수진은 유성을 비롯해 박민병, 모창모, 김성옥, 권희돈, 박강열 정도가 합류하였고, 투수진은 장형식, 구청모, 이민오, 배재후가 합류하였다.
"그동안 겨울에 훈련 장소가 애매했는데 여기 엄청 좋네."
"그러게요."
"민오형. 형 정도 연봉이면 해외 갈만하지 않아요?"
"그러는 너는 수도승도 아니고 왜 그리 돈을 아끼는데?"
"그래서 모아둔 돈으로 이번에 빌딩 하나 살려고요."
"..."
일격에 이민오를 침몰 시켜버린 유성은 신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하였다.
17 드래프트 멤버들은 신진후만 해도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기에 딱히 신경 쓸 부분이 없었고, 다른 선수들도 1년간 2,3군에서 굴렀기에 자율 훈련의 개념은 붙어있었다.
문제는 18 드래프트 멤버들이었는데 마침 자신의 모교 후배인 김준영까지 있기에 유성이 일부러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30명이나 되는 다이노스 선수들은 겨울 휴식기 동안의 합동 자율 훈련을 시작하였다.
========== 작품 후기 ==========
저는 약쟁이가 싫습니다.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기에 약쟁이 거론은 안했지만...
후속작에선 약쟁이들을 학살할테다!
*
1,2년차 선수들은 참 곤란해요.
아직 자율 훈련 할 경험도 없는데 자율 훈련을 하라고 하니...
제가 볼때 선수협이 지원해주는걸로는 턱 없이 모자라다고 보는지라
합동 자율 훈련 같은 내용이 들어가게 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