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23화 (223/300)

<-- Chapter 41 -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

순식간이었다.

팡!

"스트라이크!"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오타니. 구속은 최소 153KM에서 159KM가 유지 되며 우리 대표팀의 하위 타선을 상대로 단 1번도 160KM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힘을 아낀거지만 우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160 이상의 공을 던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거죠.]

방금 오타니가 상대한 대표팀의 7,8,9번.

지명타자로 나선 하주서를 제외하면 반박하기 힘들었다.

3루수 정혁이나 포수 박강열은 다른 타자들에 비해 타격이 좋다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하위 타순은 타격보단 수비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큰 포지션들이었다.

박강열을 선발로 선택한 것도 결국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포수라는 점이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비를 감안하면 3루보단 유격수를 더 신경 쓰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다고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보유한 김해성을 하위 타선으로 내리면 역으로 타선의 응집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일단 타순이 한번 돌았으니 지켜보도록 하죠."

"그래야겠지."

하지만 첫 타석의 활약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박세우는 일본의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기 시작했다.

유성이 버티고 있는 외야라인은 걱정 없었다.

오히려 2아웃을 잡아주었다.

문제는 내야진이었다.

조금씩 전진을 하거나 후진을 했으나 그때마다 일본 타자들이 내야진의 위치에 맞는 타격을 했기에 내야 안타 혹은 내야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3개 허용하며 박세우는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앞선 3이닝의 호투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박세우 선수입니다.]

[그래도 외야진이 철통 방어를 펼치고 있기에 높이 뜨는 타구가 나온다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겁니다.]

- 세우야 정신 차려라!

- 마! 뒤에 갓유성이 있다! 정확히만 던져라!

2명을 잡고 3명을 출루 시킨 지금 박세우가 상대하게 될 타자는 6번 타자.

6번이라는 타순 답게 제법 장타율도 보유하고 있는 타자이기에 쉽게 승부해서는 안되었다.

'아직 4회야. 앞선 3이닝에 여유를 만들어 놨기에 투구수도 여유가 있어.'

'알고 있어.'

그렇게 다시 구속을 끌어 올려 148KM의 공을 던지며 박세우는 차근차근 카운트를 잡기 시작했다.

1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박세우는 아직 안심하지 않았다.

'오타니 정도의 구속은 아니더라도 5KM만이라도 더 있었다면...'

박세우의 최고 구속이 150KM인 것을 감안하면 5KM는 155KM를 말하는 것이었다.

빠른 구속은 모든 투수의 로망이기에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었지만 박세우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지금의 자신을 보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 수 없이 150으로 던져야겠지.'

자신의 공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속이 모자라다는 점은 분명히 약점이었다.

"KBO에 160이 넘는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해졌고, 신인급 중에서도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더군. 그런 상황에서 150이 한계라면 꽤나 힘들겠지."

"난 솔직히 박세우가 150에 그대로 머문다면 메이저는 커녕 일본도 힘들꺼라고 생각해."

부정할 수도 부정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다.

박세우의 구속은 분명히 세계의 기준에서는 모자란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그렇다면 최고 구속이 150도 안되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수는 무엇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 질문에 대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그들이 구속 이상의 무엇인가 자세히 말하자면 느린 구속을 커버할 변화구나 제구력, 구위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한국시리즈 이전의 양현정은 무리지만 한국시리즈 이후의 양현정의 평가가 올라간 것도 그래서지."

"최고 156KM를 던질 수 있는 좌완이라고 하면 마일로는 97마일이니깐. 거기에 2년 연속 190이닝 이상이라면 좋든 싫든 선발 자원으로 구분 되지."

물론 양현정은 무려 FA 자격을 얻을 정도로 오랫동안 KBO에서 뛴 선수이고 박세우는 입단부터 이번 시즌까지 1군에서 3시즌을 뛴 경험 밖에 없는 어린 선수였다.

"뭐, 애초에 좀 더 뒤에 평가하기로 했고 보여줄 시간도 아직 많으니 지금은 저 둘에게 집중 하도록 하지."

그때 유성은 큼지막한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더니 도쿄돔의 담장을 발판 삼아 튀어 오르며 터무니 없는 점프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담장을 정말 아슬하게 넘어갈뻔한 타구를 잡아내는 유성 본인이 생각해도 터무니 없는 수비를 성공 시켰다.

[잡아냅니다! 담장을 넘어가는거나 다름 없던 타구를 잡아내는 박유성!]

[담장을 아슬하게 넘어갈뻔한 타구를 잡아내며 만루 홈런을 막아내는 박유성의 슈퍼 캐치! 사람들은 이것을 갓 캐치라고 부릅니다!]

- 킹갓 엠페러 유성님이 해내셨다!

- 갓유성까진 이해해도 저렇게 부르는거 좀 아닌거 같다 생각했는데 국대에서 저러는거 보니깐 진짜 킹갓 엠페러네.

- 박유성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깔 수 없는 진짜 야신임.

몇번이고 돌려봐도 감탄하게 되는 유성의 수비 덕분에 실점을 막아낸 박세우였지만 오타니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흐름이라면 박세우는 언젠가 실점을 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잘 버텨야겠지.'

박세우가 공략을 당한 것은 타순이 1바퀴 돌았기에 공략을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완급 조절을 통해 150대 구속을 계속 보여주었기에 여차하면 160대로 구속을 끌어 올릴 수도 있었다.

다만 오타니는 구속을 올리지 않았다.

2번째 타석을 맞이한 대한민국 타자들은 여전히 150 초반에서 후반을 오가고 있는 오타니의 직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 타자 모두 컨택에 일가견이 있는 타자들이었기에 각자 안타성 타구를 날려보내며 공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치 짠것처럼 좌익수 플라이, 중견수 플라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는 대한민국의 1,2,3번 타자들입니다.]

[오타니의 구속 변화가 너무 심해요. 152 나왔다가 바로 158이 되고 다시 155가 되고...]

[잊을만 하면 스플리터가 하나씩 튀어나와서 더 골치 아프거든요. 일단 4회에는 딱 1개만 사용했지만 다시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한숨이 나올겁니다.]

- 세우는 길어야 7회 정도까지 하겠는데 오타니는 무슨 완봉 페이스네.

- 박유성이 커트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169짜리 직구때문에 그러기도 힘들고...

[문제는 박세우 선수가 30개 가까이를 던졌는데 오타니는 10개 정도만 던지면서 이닝이 빠르게 지나가고 말았어요.]

[그렇죠. 지금 상황은 가장 기본적인 체력에서부터 불리한 위치네요.]

"이번 이닝이 끝났을때 80개라고 생각하면..."

"역시 6이닝 아니 5이닝에서 과감하게 끊는게 좋겠습니다."

"불펜은?"

"함덕후와 심차민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둘이서 몇이닝을 버틸꺼 같나?"

"함덕후는 본래 선발이니 전력으로 던진다고 해도 3이닝 정도는 어떻게 해결 해줄 수 있을겁니다. 그럼 상황에 따라서 둘만 기용하고 정규 이닝을 마무리 할 수도 있습니다."

투수 코치의 이야기를 들은 선동연 감독은 중견수 위치의 유성을 보았다.

5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설 예정인 유성이 그 타석에서 1점이라도 뽑아내준다면 두명이서 4이닝을 소화 시키는 운용이 아닌 모든 투수를 전부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진행 할 생각이었다.

"유성이에게 알게 모르게 부담을 많이 주는군요."

"별 수 없지. 애초에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일전을 그것도 오타니를 상대로 쉽게 이길꺼라는 생각은 한번도 안 했으니깐."

오타니가 점검차 마운드에 올랐던 3일 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앞선 2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타선이었기에 최소한 오타니만 내려가더라도 대표팀 타선은 막힌 혈이 뚫린것처럼 점수를 뽑아낼 것이다.

"...세우는 5이닝에서 내리도록 하지."

"그렇다면..."

"덕후에게 경기 초반의 3이닝도 아니고, 경기 후반의 3이닝을 맡기는건 꽤나 부담스러울테니 2이닝만 맡기고 차민이가 이후 1이닝을 막게 하지. 그리고 9회째에 민오를 투입해서 9회와 만약의 10회까지 담당 시키도록 하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선동연은 이 경기가 연장으로 갈 가능성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전 이닝에 1번부터 6번까지 전부 상대한 박세우였기에 볼넷을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가볍게 2아웃을 잡아내며 2사 1루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일본의 1번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벤치에서 포수 박강열에게 사인을 보냈다.

'세우형은 5이닝에서 끝내고, 이후는 불펜 운용?'

볼넷을 내주며 이번 이닝에 80구를 넘기는 것이 확정적이기는 하지만 박세우의 페이스라면 6이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박강열은 벤치의 사인에 잠시 놀랬으나 총력전으로 전환되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박세우에게 기어를 올리라는 사인을 보냈다.

'기어를 더 올리라고?'

경기 전에 선동연 감독에게 100구 이전에 등판을 끝내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으나 아직 그 시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금 기어를 올리라는 사인이 나왔다는 것은 길어야 5회가 끝이라는 소리였다.

박세우는 고민에 빠졌지만 길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미 사인이 나오기도 했고, 남은 힘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박세우는 150KM를 기록하였다.

2구째도 150KM였다.

단번에 전력으로 2개의 공을 던지며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박세우는 그 흐름 그대로 3구째 스플리터를 던지며 타자에게 헛스윙을 유도했다.

하지만 예상했다는듯 타자가 걷어내자 박세우는 마치 오타니처럼 직구 일변도로 전환하였다.

4구와 5구에 어찌어찌 반응하며 걷어낸 일본의 1번이었지만 6구째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꾸준히 바깥쪽 코스를 노리던 박세우가 갑자기 몸쪽을 노려왔기 때문이었다.

[헛스윙 삼진! 주자를 내보냈지만 삼진으로 처리하며 자신의 손으로 위기를 끝내는 박세우!]

[6개 중 5개가 직구인건 위험 부담이 컸습니다만 힘과 로케이션으로 이겨냈네요.]

벤치로 돌아온 박세우는 마지막 1이닝에 모든 힘을 쏟아붙기 위해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급히 타석에 나서던 유성은 그런 박세우를 슬쩍 보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박유성 선수와 오타니 선수의 2번째 대결인데요.]

[첫 타석은 무려 169KM를 결정구로 던진 오타니 선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오타니가 구속을 150대로 유지하면서 힘을 아껴두었기에 이번 타석에서도 165 이상의 공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건데요.]

[네. 애초에 오타니도 박유성 선수를 생각해서 힘을 아껴두었으니깐요.]

'얼른 타석에 들어와.'

'시끄럽고 전력으로 덤벼.'

그 말처럼 유성과 오타니는 단지 눈빛만 주고 받았음에도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젊은 두 선수의 대결을 지켜보던 박찬오가 한 마디를 하였고, 그 말을 끝으로 두 선수는 다시 대결을 시작했다.

[결국 지금의 우리에게는 박유성 선수가 빠르게 169KM에 적응해서 오타니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 작품 후기 ==========

분위기라고 해야하나

흐름이라고 해야하나

뭔가 타기 시작하면 글이 쭉 써지는데 그 뭔가를 못 타겠군요.

상대가 오타니가 아니었다면 걍 넘기는 에피소드였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KBO 마지막인 18시즌에 준비해둔 분량이 꽤나 길어서

본래 계획과 달리 KBO편 끝날려면 300화 근처까지 갈지도...

KBO편 끝나면 당연히 메이저편을 진행할텐데

원래 200화씩 해서 총 400화 정도 생각했는데 KBO편이 길어지다보니

메이저편이 줄어들게 생겼군요...

걍 후속작에 메이저 제대로 다루고 여기선 메이저를 간단하게 할까 싶기도 하네요.

그 간단하게가 주인공이 갈 양대 리그 중 한곳에 있는 15개 팀에 대한 내용 조금씩 넣고 각팀 에이스랑 다 붙어봐야한다는게 함정이지만요. (14팀 에이스들 다 상세하게 상대 하고 포시에서 혈전 펼칠꺼 생각하면 100화 그냥 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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