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록을 부수는-221화 (221/300)

<-- Chapter 41 -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가 공을 던질 준비를 합니다.]

[에이스로써 부담감이 적든 많든 있을텐데요.]

[그런 부담감을 떨쳐내야 에이스죠. 뭐, 애초에 오타니 선수는 15년의 프리미어12 때도 사실상 에이스로써의 역할을 하였거든요. 가장 중요한 경기로 판단되는 한국전에 모두 등판 했으니깐요.]

[그리고 박유성 선수라는 예상 외의 거물이 떠오르게 되었죠.]

- 예상 외라고 하기에는 15시즌 박유성은 이승현의 홈런 기록도 갱신하고 50-50 클럽도 찍어버린 직후라서...

- 40-40 할때만 해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 쭉 몰려왔는데 50-50 하니깐 맨날 10개 구단 이상 보였잖아.

- 올해는 대충 세어봐도 20개 구단 이상이 보이던데...

애초에 들리지 않겠지만 오타니는 이 이야기를 들었더라도 피칭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미 마음을 다 잡았기 때문이었다.

팡!

[154KM가 나오는 오타니의 초구입니다.]

[3일 전보다 구속이 내려갔는데요?]

[3일 전에 박세우 선수보다는 투구수가 많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 안 던졌는데요. 일단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그렇게 이어진 2구째는 더 낮아진 152KM의 구속이 나왔고 스트라이크 존에 아슬하게 걸치며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단번에 2스트라이크에 몰린 민병은 잠시 머리를 굴리는척 타석에 벗어났다.

[150 후반도 아니고 150 초중반의 구속이 나오네요. 뭘까요. 이 피칭은?]

[음...]

딱!

그때 이어진 3구째 슬라이더를 던진 오타니는 박민병의 배트를 이끌어내며 투수 앞 땅볼로 첫 타자를 처리했다.

[아쉽게 물러나는 박민병 선수입니다.]

[평소랑 패턴이 다른데요.]

[3일만의 대결이라 변화를 준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게 유력한듯 합니다만...]

'뭔가 있다.'

해설을 담당하고 있던 박찬오는 2번 이정호에게 던진 초구를 보고는 깨달았다.

이정호에게 던진 초구는 그의 자랑인 직구가 아닌 145KM가 기록된 스플리터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세계 최고들이 모이는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

그곳에서 20년 가까이 선수로써 뛰었던 박찬오는 직감했다.

그 자신도 몇번인가 경험했으나 끝내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느낌대로라면 오타니는 자신이 도달하지 못했던 그 경지로 오르고 있었다.

박유성이라는 난적을 앞두고 말이었다.

박찬오의 생각대로 오타니가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한국은 예상 외의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이정호에게 오늘 경기 처음으로 155KM를 던지며 단번에 2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오타니는 다시 한번 스플리터를 꺼내들며 헛스윙 삼진으로 2아웃을 잡아냈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는 이정호. 직구가 155까지 올라오면서 조금씩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는 오타니인데요.]

[3일 전처럼 힘 조절을 하고 있는건 확실하네요. 다만 패턴까지 바꾸는 바람에 타자들이 3일 전처럼 맥 없이 물러나게 되었고요. 그렇죠. 박찬오 해설?]

[아, 네. 지금까지의 흐름은 그렇습니다만...]

- 박사장님 왜 저럼?

- 투 머치 토커가 무려 해설 하러 나와서 왜 저러고 있냐?

[오늘 우리는 괴물의 진화를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괴물의 진화라면...]

[오타니의...?]

- 네?

- 박사장님 오늘 왜 저러냐?

- 몰라.

- 걍 투 머치 토커할려고 저러는거 아닐까?

팬들은 가볍게 생각했지만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해설진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지금 박찬오의 표정은 17 WBC때보다 더욱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박찬오 위원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빌어야겠네요.]

[네. 그러는 사이에 구자옥 선수가 슬라이더를 걸러내면서 1S-1B의 카운트를 만들어냈습니다.]

베테랑답게 단번에 분위기를 전환 시키기는 했지만 그들도 오타니에게 좀 더 시선을 집중 할 수 밖에 없었다.

박찬오의 말이 그저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사실이라면 코 앞까지 온 것이나 다름 없는 우승을 놓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공을 받아서 다음 공을 던질 준비를 한 오타니는 망설임 없이 빠른 템포로 흐름을 가져갔다.

팡!

[다시 154KM로 구속이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2S-1B이 되었군요.]

"은근히 거슬리겠는데..."

"160으로 끌어올렸나 싶더니만 다시 150 중반으로 내려왔어."

그리고 오타니는 오늘 가장 빠른 공이 아닌 가장 느린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바깥쪽 꽉차는 공을 멍하니 지켜보면서 삼진 아웃을 당하고 마는 구자옥 선수입니다. 이닝 체인지.]

[그나저나 구속이 더 느려졌어요.]

[네. 150KM까지 떨어졌네요. 이 모습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 오타니는 완급조절을 하고 있네요. 앞선 경기에서 경험했기에 일부러 150 후반을 던질 필요를 못 느끼는거죠.]

[그 말은...]

[오타니를 경험한건 우리 타자들도 마찬가지지만 오타니도 우리 타자들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피칭인거죠.]

- 리그에서 150 넘는거 잘도 치던 애들이 150에 당하고 있네.

- 그래도 갓유성님은 못 이길텐데...

2회 초로 넘어온 경기.

다시 마운드에 오른 박세우는 오타니에게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타니는 신경 쓰지말고 니 피칭을 해. 녀석을 상대하는건 최종적으로 타자들 몫이니깐."

"네."

현재 오타니가 신경 쓰고 있는 선수는 2명.

유성과 박세우였다.

그렇기에 유성은 박세우에게 한 마디 해주고 자신의 자리로 떠났다.

유성이 자리로 향하는 것을 잠시 보던 박세우는 심호흡을 하며 타석에 들어서고 있는 일본의 4번 타자를 맞이했다.

[이 선수도 익숙한데요. 아시안게임때 4번 타자로 뛰었던 선수거든요. 이번 시즌에 24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 포텐이 텨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가 이전 시즌부터 선구안이 좋았기에 쉽게 상대하기 힘들겁니다.]

[그 당시 일본은 아마추어 멤버였는데 그 중 2명만이 현재 이 대표팀에 승선했네요.]

[사실 그건 우리 대표팀도 비슷하지만요.]

- 한희현이랑 박유성 빼면 하나도 없음.

- 아니 그 많던 미필 중에 둘 밖에 안 남았다고?

- 대졸이나 그전의 아겜때 안 뽑힌 애들 많았잖아.

- 대신 이번 대표팀은 새로운 미필 군단들이잖아.

- 그렇기는 하지. 면제 안 되는 대회라서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는 사이에 박세우는 초구 147KM의 직구를 던지며 스트라이크를 잡아냈고, 2구째 커브를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하려했으나 선구안이 좋은 타자답게 속지 않으며 1S-1B의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후..."

[박세우 선수, 한숨을 쉬고 있네요.]

[그럴만도 하죠. 저 커브는 정말 잘 들어간건데 참아버렸으니깐요.]

[그래도 이 흐름이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뭐, 박세우 선수가 지금처럼 흐름을 이어간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죠.]

그때 3구째 다시 날아온 직구를 일본의 4번이 때려냈으나 미리 시프트가 걸려있었기에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정말 철벽 같군."

"그러게. 일본은 홈런 말고는 점수 내기 힘들겠어."

그렇게 생각한 스카우터들이었으나 바로 뒤 이어서 나온 5번 타자의 1루 강습 타구를 1루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뒤로 흐르고 말았다.

잘못하면 주자가 2루로 갈뻔한 상황이었지만 유성이 전진 수비를 지시한 상태였기에 매우 아래까지 내려 와 있던 우익수가 공을 잡으면서 주자를 2루로 보내지는 않았다.

[이건... 좀 아쉽네요.]

[네. 다이렉트로 날아오는 타구였기에 제대로 잡기만 했으면 그대로 아웃이었을텐데요.]

[우익수가 엄청나게 전진해있었기에 주자가 2루로 가는건 막을 수 있었네요.]

- 아니 그걸 흘리냐...

- 그와중에 1루 근처까지 와 있던 우익수 뭐냐...

- 저건 딱 봐도 갓유성 시프트네.

갑작스러운 타구였기에 2루수가 커버를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주자는 2루까지 갈 수 있었으나 터무니 없이 전진해있던 우익수의 존재로 인해 1루에 멈추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우익수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었던 유성은 구자옥에게 칭찬을 하며 1루수 윤대용에게 한마디를 했다.

"눈에 먼지라도 들어갔냐?"

"그건 아닌데..."

유성이 다이노스에 입단하던 13 드래프트 당시 동기 중 한명인 그였기에 이야기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 뭐, 공 좀 빠트리면 어떠냐? 방금처럼 뒤에 우익수 대기 시켜둘꺼니깐 편하게 해."

"미안."

"미안하면 다음껀 잡고."

"넌 니 자리로 가."

"아야, 형은 왜 엉덩이를 차고 그래!"

"너땜에 경기 재개가 안되잖아!"

적절한 타이밍에 민병이 난입하면서 이야기는 끝났지만 덕분에 윤대용은 부담감을 나름 떨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한 유성을 뒤로 하고 민병이 다시 윤대용에게 다가가서 한 마디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유성이는 5홈런인데 너도 슬슬 하나 칠때 안됬냐?"

"어... 그렇기는 하죠."

"오타니가 하는걸 보니 유성이가 홈런은 못 칠꺼야. 그러면 그 뒤는 알지?"

"네."

유성이 약간 부담감을 풀어주었다면 민병은 다음 이닝의 타석에 대해 이야기하며 남아있던 부담감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그렇게 다시 재개된 경기.

주자가 나가면서 수비수들은 한층 더 긴장감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박세우는 주자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견제구를 한번 던졌다.

1루수 기준으로 보았을때 무릎 바로 아래로 가는 송구였으나 윤대용은 안정적으로 그 송구를 잡아내고는 아슬하게 태그 아웃을 시킬뻔 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박세우는 수비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걱정 없이 던질 수 있어.'

6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보며 박세우는 단 3개의 공만을 던졌다.

슬라이더, 커브 그리고 스플리터.

앞의 두 구종에 헛스윙을 하던 일본의 6번은 마지막 공을 어찌어찌 건드렸으나 정확히 유격수에게 타구가 향했고, 이어지는 것은 환상적인 6-4-3 병살이었다.

[6-4-3 병살! 단번에 이닝을 종료 시키는 박세우 선수입니다!]

[지금 박민병 선수의 송구가 살짝 높았는데 윤대용 선수가 잘 처리해줬죠?]

[네. 실책의 부담감이 있을텐데 금방 떨쳐낸듯 합니다.]

- 잘 잡네.

- 그래. 이렇게 하나씩 만회하면 된다.

이제 이닝은 2회 말로 넘어가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화에 2회 말 끝내려고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제서야 2회 말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으로 쓸 수 있다면 하루에 몇편이고 쓸 수 있는데 말이죠.

집중력이 구린 저를 탓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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