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40 - 2017 한국시리즈 -->
타석에 들어선 이호중은 이 타석을 끝으로 은퇴할 확률이 높았다.
마운드 위의 임창작은 이번 시즌에 은퇴하지 않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은퇴할 확률이 높았다.
'말년이니 하나 쉬운거 줘.'
'그러면 지는데...'
'어차피 이거 무승부해도 3대1이야.'
'칠 수 있으면 쳐보던가.'
서로를 노려보며 생각을 교환한 두 사람은 이내 공을 던졌고, 배트를 휘둘렀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저 멀리! 담장을 향해에에에! 넘어갑니다! 이호중의 경기의 끝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그랜드 슬램!]
15대11로 스코어가 바뀌면서 임창작은 무릎을 꿇을뻔 했지만 자신이 마지막 투수라는 것을 떠올리며 남은 힘을 쏟아부어 나머지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제 경기는 15회 말로 넘어가게 되었고, 투수는 준비를 하고 있던 범성이 나오게 되었다.
[투수를 모두 소진하였기에 우익수 나범성 선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다이노스입니다.]
[이걸로 지명 타자가 사라졌는데요.]
[남은 선수가 없다보니 현재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로 구성 될듯 합니다.]
포수, 2루수, 유격수, 3루수, 좌익수, 중견수는 문제 없었다.
문제는 1루수 자리와 우익수 자리였다.
일단 기존 지명타자 자리가 사라지며 모창모가 1루로 가야했으나 이호중을 교체할 수가 없었기에 이호중이 1루에 서고 모창모가 처음으로 우익수 자리에 서게 되었다.
[이런 장면까지 보게 될줄은 몰랐는데요.]
[무려 15회까지 이어진 끝장 승부니깐요. 이호중 선수는 그나마 은퇴 경기때 1루 수비를 잠깐 서봐서 완전히 어색하지는 않을겁니다.]
[그래도 오랫만인건 변하지 않지만요.]
'외야는 유성이에게 맡겼고, 내야는 손시한 선배가 어떻게 해줄테니...'
불안 요소가 하필 1루와 우익수.
즉, 우측 라인에 몰리며 마운드에 있던 범성도 긴장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유성을 마운드에 올리기에는 외야가 완전히 무너지게 될테니 애초에 성립이 안되었다.
"후..."
그렇다면 힘으로 찍어누른다.
1년 전인지 2년 전인지 햇갈릴 정도로 오랫만의 피칭이었다.
매년 한국시리즈마다 이런 상황을 위해 잊을만하면 공을 몇개씩 던져보았지만 실전이라는 것은 항상 부담되었다.
그래도 4점의 리드를 가지고 있기에 범성은 편하게 힘으로 찍어 누르기로 결정했다.
이미 김태곤은 11이닝째에 교체 되었고, 박강열이 이번 이닝까지 4이닝째를 소화 중이었다.
박강열의 리드를 보니 이번 시즌 이후 김태곤이 입대하더라도 수비에서는 꽤나 안심 할 수 있을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범성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팡!
[148KM가 나왔네요.]
[2년전이던가 마지막 등판때 저정도가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렇죠. 구속이 안 죽었네요.]
"정말 매력적이구만."
"92마일이라... 좌투라는걸 생각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연장 접전이 펼쳐질때 쓸만하겠어."
그런 범성을 상대하는 타이거즈 타자들은 연장 15회까지 경기가 이어지면서 범성이 나올 것을 예상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 수년간의 한국시리즈에서 잊을만 하면 나오며 호투를 했던 범성이었기에 나름의 분석도 되어있었다.
다만 범성보다 표본이 적은 유성이 나올때가 문제였는데 지금 상황이라면 유성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교체할 선수가 없기에 나범성 선수가 여기서 다 끝내야할겁니다.]
[사실 이호중 선수가 수비 나온것도 의외인지라...]
- 호부지 수비 될려나?
- 경험이 있어서 쉬운건 잡을텐데 어려운건 기대하지 말자.
딱!
[쳤습니다! 1루~! 잡았어요! 직선타를 몸을 날려서 잡았어요! 이호중의 호수비!]
[이야기하자마자 호수비를 보여주네요.]
[이 정도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는데요?]
[그렇죠.]
- 호부지 수비 실화냐?
- 저렇게 몸 날려서 막을줄 몰랐네.
3개의 아웃카운트 중 하나를 이호중이 몸을 날려서 막아내자 다이노스는 더욱 흐름을 타게 되었고, 반대로 타이거즈는 전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범성은 조금씩 그리고 점점 피치를 끌어올리며 타이거즈 타자들에게 140 후반의 공을 찔러 넣었다.
딱!
[쳤습니다! 1,2루를 가르는 안타가 만들어집니다!]
[이제 좀 더 침착하게 할 필요가 있는데요.]
'변화구 없어요?'
'슬라이더?'
'아, 그게 있었지.'
슬라이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범성은 2아웃을 잡아낼 수 있었다.
다만 주자를 신경 쓰지 못하였기에 2사 2루의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제 마지막 승부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오늘 선발로 나서 지금까지 뛴 다이노스 타자들이 9타석이나 소화한것처럼 타이거즈 타자들도 9타석째를 소화하고 있었다.
타자는 30-30 클럽의 버나디나.
여전히 140 후반의 구속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투 피치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범성은 잠시 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렸다.
하필 2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클린업의 시작이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유성은 이 타석에 끝나는 것을 확신했다.
딱!
[쳤습니다! 이 타구는 큽니다! 멀리! 저 멀리! 중견수 펜스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잡았어요!]
[박유성! 박유성이 잡아냅니다! 경기 종료! 한국시리즈 5차전 연장 15회의 접전 끝에 승자는 다이노스입니다!]
[그리고 다이노스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합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전설이 됩니다!]
폭죽이 터졌다.
타이거즈는 자신들의 홈이었음에도 준비한 폭죽을 터트리며 다이노스를 축하해주었다.
"4차전에 퍼펙트를 당했을때 이미 예견했어. 그래서 준비 시켰지.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는거니깐."
"그렇군요."
드디어 승자가 가려진 한국시리즈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다이노스는 홈으로 향했다.
유성의 말대로 5차전에 끝나면 그날 바로 홈으로 돌아와서 다음날에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홈에 돌아온 선수들은 다음날 행사 준비를 위해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무려 연장 15회 접전이었기에 하루 미루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유성이나 범성은 물론 이호중, 이종박 같은 베테랑들도 모두 찬성하였기에 예정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모여라아아아 모여라모여라!]
"뭐야 이건?"
"나도 몰라."
KBO 역사상 최초의 5연패.
그리고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극적인 홈런을 때려내며 승리를 이끈 이호중의 완전한 은퇴.
두 가지가 합쳐지며 다이노스 팬들은 진작에 마산구장에 도착해있었다.
만원관중의 마산구장은 어느덧 올해가 마지막해였다.
"이제 내년부턴 새 구장에서 하겠네."
"1호 기록은 내가 가져가야겠다."
"그게 될꺼 같냐?"
"안되면 되게 해야지."
그렇게 길었던 시즌이 종료되었다.
*
"좋아. 이제 1년 남았군."
"그리고 박유성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이 원하는 타자.
상대팀과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타자.
수 많은 팬을 이끌고 다닐 수 있는 타자.
그것이 지난 5년간 봐왔던 유성에 대한 평가였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영입 안 하는게 바보겠지."
"가격은?"
"포스팅비가 제한되어서 다행이지. 예상대로 2억불을 베이스로 상황에 따라 그 이상도 준비 중이야."
"치열하겠군."
그 이전에 꾸준히 논의해왔던 부분을 공식화할 필요가 있었다.
괜히 마음 놓고 진행하다가 말아먹으면 그것도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KBO, MLB 포스팅 금액 제한 발표. 제한 금액은 3,000만불.]
[NPB, MLB 포스팅 금액 제한 변경. 기존 2,000만불에서 4,000만불로 상향.]
일본의 경우 5천만불로 이야기가 되고 있었지만 일부 스몰 마켓의 반대로 조율이 되며 4천만불로 조정되었다.
- 우린 3천만인데 일본은 4천만?
- 저것도 원래 5천만에서 낮춘거라는데.
- 그래도 박유성이 많아봐야 3천만이라니...
- 다나카를 생각해봐. 2천만 제한하니깐 연봉만 1억 5천 넘게 받았잖아.
- 괜히 박유성이 연봉 2억불 소리 나오는게 아니기는 하지.
이에 대해 유성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에 예정 되었던 방송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네. 내년 시즌을 끝으로 미국 진출을 도전하는건 사실이고요. 내심 2억불 이상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3천만불을 준비하는게 우선이겠지만요."
얼마전 보라스를 만난 유성은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2018시즌부터 KBO가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에 보라스가 이번 시즌부터 전면으로 나서서 유성의 연봉 계약을 진행하고 차후 포스팅에 관한 부분도 다이노스와 연계를 할 예정이었다.
"3천만불로 가정을 하고, 연봉이 관건인데... MLB에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긍정적인듯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이라면...?"
"경매죠."
"...경매요? 서로 높은 금액을 부르는 그 경매 말하는건가요?"
"그렇습니다. 모든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게 바로 박유성 선수이다보니 박유성 선수가 넘어오는 18시즌 이후에 적용이 될듯 합니다."
"...골치 좀 아프겠군요."
"저희도 골치가 아픈게 일본의 괴수도 내년 시즌 이후를 준비 중인지라..."
"일본이라면..."
"오타니죠."
최고 165KM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프리미어12 당시 유성이 폭군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이도류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였다.
"그 녀석 올해 부상때문에 투수는 거의 못 나왔고, 타자에선 그나마 성과를 보였다죠?"
"그래도 매년 투수로도 타자로도 발전하고 있더군요. 좀 더 튼튼한... 박유성 선수처럼 철인 수준의 피지컬이었다면 부상 없이 17시즌에 좀 더 만개를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전 내년에 70-70을 노릴껀데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래야 역사상 최초의 금액을 받을테니깐요."
역사상 최초의 금액.
유성이 4할과 60-60 클럽을 정말로 달성하자 보라스는 2억불을 넘어 이제 3억불도 넘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유성이 70-70 클럽을 달성한다면 볼것도 없이 3억불이 가능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게 부여되는 수수료는 보통 7~9% 정도이고, 유성의 경우 이번 만남을 통해 7%로 조정이 되었다.
"3억불에 7%라..."
"2,100만불이죠."
"전 거기서 또 세금을 더 내야하는지라..."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가 관건이겠지만 그래도 2억불 가까이 남을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고소득자의 세율 부담이 줄었거든요."
"아..."
미국의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꽤나 유명했다.
그리고 세계 정세를 꾸준히 살펴보는 유성에게도 익숙했다.
차후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면 미국의 소식에 대해 나름 알아야하기에 알아본 것이지만 그런 유성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미국의 대통령은 여러 의미로 대단했다.
그렇게 보라스와 이야기했던 것을 떠올리며 유성은 방송에서 팬들에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생각과 보라스와 협의한 이야기들을 말이었다.
"2억불은 기본이고 내년에 한번 더 도약을 시도할 생각이기에 성공한다면 3억불도 준비해야할겁니다."
다만 그것이 폭탄 발언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었지만 말이었다.
========== 작품 후기 ==========
한국시리즈가 끝났군요.
어제 2편째를 못 올린 이유를 말하자면
NC 최종전을 보다가 이승엽 선수 은퇴경기로 채널을 돌렸고
은퇴식까지 합해서 6시간 넘게 TV를 보다보니 피로감이 쌓여서(또?)
게다가 내일...이 아니라 날짜상 오늘이 추석 당일인지라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준비해야하는지라
아무튼 추석 당일은 이 1편만 올라가니
2편째를 기다리지 마세요...